캐나다에서 보드게임한 이야기 - 2023년 2월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가족들과 소소하게 취미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주로 세 아이들 (6학년 아들, 5학년 딸, 2학년 딸)과 보드게임을 하고 간간히 지인들 & 와이프와 간단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즐긴 게임들을 남겨두고 후에 아이들이 크면 찾아보고 싶어서 남겨놓는 후기입니다.
오늘은 2023년 2월에 플레이한 게임들 이야기입니다.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2판 (2인)
최근들어서 저희집 아이들의 보드게임 참여도가 부쩍 올라갔습니다. 한동안은 보드게임 하면 큰아들과 둘이서만 플레이하는게 일상이었는데 이제 평일에는 보드게임 얘기만 나오면 아이들이 전부 몰려오니 둘이서만 게임하기가 많이 힘들어졌네요. 그래서 매 주 토요일 아침이 저랑 큰아들이 둘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입니다. 1월달에는 아들과 함께 사자의 턱 캠페인을 끝내느라 매주 토요일마다 사자의턱만 플레이했었는데요, 이번달에는 사자의턱 마무리 기념으로 글룸헤이븐 본판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유로게임을 같이 플레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달에 플레이한 유로게임 첫 타자는 소팔이 게임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인데요, 많은 분들이 피스터 작가 최고의 게임으로 뽑기도 하는 명작입니다. 예전부터 플레이 영상과 룰영상, 리뷰를 보면서 많이 기대한 게임이네요.
2월의 첫 주 토요일 아침부터 게임을 열심히 셋업하고 룰설명을 시작했는데… 이 게임 생각보다 룰 설명할게 너무 많더라구요. 막연하게 케릭터 이동 -> 도착한 곳의 액션 수행 이라는 큰 틀의 룰만 설명하고 자잘한건 천천히 게임하면서 설명해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상 게임의 계획을 제대로 짜려면 소를 구매하는 법, 건물을 짓는 법, 기관차를 움직이는 법, 목적카드를 달성하는 법, 능력 업그레이드, 캔자스 시티에서 소 파는 법 등등… 설명할게 끝도 없더라구요! 게다가 저도 룰을 공부만 해보고 실제로 플레이는 못해본 상태라서 아들이 룰에 대해서 질문을 날릴때마다 룰북을 뒤적거리기까지;; 결국 세팅하고 룰 설명하는데만 한시간이 걸려버렸습니다.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일단 게임을 시작하니 예상했던대로 진행은 막힘없이 쭉쭉 나가더라구요. 이것저것 생각할 룰은 많지만 결국 자기턴에 할 일이 제한적이다 보니 큰아들도 푹 빠져서 함께 즐겁게 게임을 즐겼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룰설명에 너무 오랜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끝까지 게임을 진행하지 못하고 나가야 해서 중간에 게임을 정리해야만 했습니다ㅠ 다만 아들에게서도 재밌다는 평가를 받은 게임이라서 다음번에도 다시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포 세일 / 위대한 달무티 (6인)
같은 날 집에 손님들이 왔습니다. 이번에 저희집을 방문한 친구들은 제가 사는 도시의 한국어학교에서 토요일마다 봉사활동을 해주는 학생들인데요, 아무래도 다들 유학생활을 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이번기회에 집에 초대해서 한식도 만들어주고 같이 보드게임도 즐겼습니다. (저희 와이프는 이걸 밥으로 학생들 유혹해서 같이 보드게임 해줄때까지 집에 안 보내주는 아저씨라고 표현합니다.)
정신이 없어서 게임 플레이 사진을 못 찍었는데, 다들 보드게임이라고 하면 루미큐브 정도만 아는 친구들이라서 와이프가 고른 포세일과 달무티를 플레이했습니다. 아마 보드게이머 분들이라면 다들 필살기처럼 들고있는 접대용 게임들이 있을텐데요, 저희집에서는 포세일과 달무티, 아줄이 딱 그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 게임 모두 인터랙션이 감정 상하지 않을 정도로 딱 적당한 만큼만 있고 저랑 와이프가 나서서 티키타카를 하면서 무리수로 게임 몇 번 던져주면 아직까지는 실패한 적이 없네요. (와이프가 이것저것 다양한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람들을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손님들과 종종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는건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날도 다들 너무 재밌게 플레이 했고 포세일도 다들 좋아했지만 달무티를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특히 그 중에 자기는 보드게임을 싫어한다고 했던 한 친구가 다음주에 먼저 와서 보드게임 정말 재밌었다고 얘기해줬는데 보드게임을 취미로 하는 사람으로서 이때만큼 뿌듯할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자꾸 다른 손님들을 초대할때마다 양질의(?) 보드게임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다른 분들이 즐겨 쓰시는 접대용 (입문용은 아닙니다. 손님들이 왔을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 필살기 보드게임들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티켓 투 라이드: 샌프란시스코 (3인)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봤다는 보드게임으로 할루젠이 있다면, 그 다음에 보통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로 해본 게임들에는 카탄 / 티켓 투 라이드 / 카르카손, 그 외에 2010년대에 들어서 핫해진 스플랜더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게임을 하면서 협잡느낌이 나는 요소가 있는 걸 싫어해서 카탄이나 보난자 같은 게임들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요, 티켓 투 라이드는 예~전에 보드게임을 처음 입문했을 때에 유럽 버전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첫째 둘째 아이들과 한 번 해본 기억이 전부입니다. 그 당시에만 해도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릴때라서 (그리고 저도 입문 직후였던 시절이라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한 게임을 돌리는데 2~3시간이 걸렸던 것 같고, 그 때 아이들에게 남았던 인상이 영 좋지가 않았던 데다가 가격까지도 상당히 비싸다 보니 최근까지도 보유하지 않은 게임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새로운 보드게임 영업에 조심스러운 이유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로던 첫 게임에서 인상이 너무 나쁘면 아무리 괜찮은 게임이어도 다시 시도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ㅠ
그러던 중에 최근들어서 알게 된 미니버전 티켓 투 라이드는 플레이 시간도 짧고 사이즈도 작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 구비해놓기에 딱 적당한 것 같아서 샌프란시스코 버전을 하나 구해서 플레이 해 봤습니다. 둘째는 피곤하다고 하여 빠지고 첫째 막내와 셋이서 플레이를 했는데, 짧은 시간에 티켓투라이드의 맛을 느끼기에 딱 좋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기념품을 모으는 기믹도 추가가 되어서 본판과의 차이점도 있고, 3인이 플레이하니 맵도 적당히 빡빡하고 좋았네요. 다만 선로가 짧은 것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뭔가 카드를 모아서 선로 점수를 빵빵 터트리는 그런 맛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맵 사이즈가 3인은 딱 적당했던 것 같은데 4인으로 하면 너무 좁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막내가 게임을 참 좋아했는데요, 게임을 플레이 하고 나서 자기 TOP 5 순위를 바꿔야 하니 지금 다시 정하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올해 말에 순위권에 있을 수 있을지 두고보겠습니다 ㅎㅎ
자이푸르 (2인)
아들과 둘이서 함께 플레이한 자이푸르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아들이 용돈을 모아서 저에게 선물로 사준 보드게임인데요, 이런걸 받을 때 마다 아빠로서 마음이 뿌듯해지고는 합니다. 예전에 자이푸르를 처음 플레이 했었을 때는 낙타로 카드를 교환하는 법을 몰라서 에러플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에러플 없이 제대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확실히 낙타를 사용하니 시장에 깔리는 카드 운빨을 어느정도까지는 조절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셋컬렉션은 아들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메카닉이라고 생각해서 구매하지 않았던 게임이었는데 다행히 아들도 생각보다 재밌게 플레이했네요. 그리고 셋콜렉션 게임을 좋아하는 둘째가 있으니 다음에는 둘째와 함께 2인플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산토리니 (2인)
요즘 큰아들이 체스에 빠져 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체스를 자주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집에 와서도 보드게임보다는 저랑 둘이서 체스를 많이 두는데요. 저는 체스라고는 기물 움직이는 기본 룰밖에 모르고 갬빗이라거나 뭐 이런 용어를 아예 모르는데 아들은 친구들한테 주워들은 게 많아서 자꾸 주절주절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설명하곤 합니다. 학생 때 장기를 엄청나게 뒀던 짬밥이 있어서 그래도 아직까지는 제가 어지간하면 이기고 있긴 합니다만…
하여간 이 날도 아들과 체스를 둔 후에 추상전략 게임이 더 하고 싶어서 꺼낸 산토리니 입니다. 저랑 아들이 둘이서 할때 쓰는 하우스룰이 있는데요, 먼저 신 카드들을 랜덤으로 5장씩 뽑은 후에 드래프트로 서로 3장이 될 때까지 카드를 나눠가집니다. 그리고 나머지 신들은 치워놓고, 각자 3장의 신 카드를 플레이할 순서대로 쌓아놓습니다. 그리고 맨 위 카드부터 서로 공개를 해서, 승자는 계속해서 신을 유지하고 패자는 다음 카드로 넘어가는 대장전 방식으로 한쪽의 카드가 전부 떨어질때까지 플레이하는 방식입니다.
이 날도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했는데 모르페우스로 아들을 압도하면서 게임이 끝났습니다. 산토리니를 플레이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건데 모르페우스 신 능력이 진짜 사기적인 것 같습니다. 상대방은 계속해서 탑을 쌓아가야 하는데 모르페우스는 천천히 블록을 모으고 딱 필요한 만큼만 상대방 견제하면서 버티다가 모아놓은 블록으로 3층탑 두개를 동시에 쌓아버리면 상대방은 막을 방도가 없어요 - 굳이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면서 모르페우스가 블록을 모을 시간을 안 주면 되는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여간 게임이 끝나고 나면 쌓아놓은 건물들 보는 맛도 있고 100% 추상전략을 원하시면 신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꿀잼게임 산토리니입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2인 추상전략 게임을 찾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서머너 워즈 (2인)
1:1 대전게임으로 유명한 서머너 워즈도 플레이했습니다. 저는 주사위 때문에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아들이 테마적 요소에서 흥미를 느껴서 그런지 자주 플레이 하게 되네요. 아들은 카드들을 부스트하는데 특화된 사바나 엘프를, 저는 저코스트 위니덱으로 구성된 케이브 고블린을 골랐습니다. 고블린 팩션은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운영이 너무 어렵더라구요, 각각 카드의 코스트는 낮지만 그만큼 능력치도 후달려서 상대방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고, 저코스트라고 너무 생각없이 전부 내려놓아버리면 상대편의 좋은 마나 수급원이 되다보니… 중반까지 부스트를 차곡차곡 쌓은 아들의 카드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최후의 저항으로 내려놓은 챔피언 카드의 막타를 날리기 위해서 아들이 소환사로 직접 공격을 하는 무리수를 던졌고, 주사위의 신이 제 편을 들어주는 바람에 5개의 주사위에서 고작 2데미지를 받고 제 챔피언이 1의 체력을 남기고 살아남았습니다. 덕분에 제가 역으로 챔피언 카드 + 제 소환사의 특수기능 (공격 턴에 아군 유닛과 자리변경) 을 이용해서 아들의 소환사를 잡아내고 역전승을 거뒀네요. 결과적으로는 둘 다 재밌게 즐겼습니다. 아직도 플레이해보지 못한 팩션들이 좀 있는데 아직은 더 플레이를 해봐야겠지요.
크립티드 (3인)
이번달 저희 집 신작 게임중에 제일 핫했던 크립티드입니다. 개인적으로 디덕션 게임을 참 좋아하는데요, 크립티드는 게임상에서 공개된 정보를 보드판에서 공유하면서 종이 없이 즐길 수 있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이걸 좋아해줄지 몰라서 고민고민하다가 산 게임인데, 막내와는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첫째 둘째와 했을때는 그야말로 대성공인 게임이었네요. 처음에 리뷰를 보면서 한명이 본인의 힌트에 대해서 에러플을 하면 게임이 터진다 라는 단점을 봤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런 문제는 없었구요, 게임마다 세팅하는 법도 간단해서 한번 게임을 펴게 되면 2~3 게임은 기본으로 플레이 하게 되더군요.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3인플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3개의 힌트로 하나의 위치를 찾다 보니 1~2번만 상대방 디스크 위치를 잘 찍어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더군요. (쉬운 버전 기준) 그런데 그렇다고 숙련자 버전으로 게임을 진행해 보니 갑자기 생각해야 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맵만 보고 정답을 유추해 내기에는 제 뇌지컬의 한계가 오더군요 ㅠㅠ 자꾸 장고를 하게 되더라구요. 게다가 서로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힌트를 주지 않으려고 가장자리에만 큐브를 놓다보니… ㅎㅎ 보드게임긱에서도 4인 베스트로 나온 걸 보니 쉬운 버전으로 4인플을 해보면 아쉬웠던 점이 좀 해소되지 않을까 싶네요.
글룸헤이븐 (2인)
음… 후기 시작 부분에 분명히 이번달에는 유로게임을 위주로 돌릴거라고 했었는데… 아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결국 글룸헤이븐 캠페인을 시작하고야 말았습니다 ㅎㅎ
사자의 턱 때와는 달리 자주 사용하는 카드들에 슬리브를 씌워주고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캠페인을 시작했는데요… 아무래도 첫 게임 시작이다 보니 케릭터를 고르고 시작 카드를 세팅하고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사자의턱에서는 제가 보이드워든 (공허감시자), 아들이 데몰리셔니스트 (철거전문가) 로 플레이를 했는데, 아무래도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게임이다보니 서로 적당히 다른 유형의 캐릭터를 고르자고 합의한 후에 능력카드는 보지 않고 케릭터 보드만 본 후에 직업을 골랐는데… 아들은 브루트 (야만인)을, 저는 스펠위버 (주문직인)을 골랐습니다..(?) 아무래도 플레이 스타일을 쉽게 바꿀 수 있는게 아닌가봅니다…
밑에는 시나리오 1번 관련한 내용입니다. 아마 스포는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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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해서 시작한 첫번째 시나리오 소감은 일단 사자의턱으로 전투 잔룰은 거의 완벽하게 숙지가 된 상태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진행을 하긴 했는데요, 첫번째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적들 능력치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실드를 가진 적도 나오고 무엇보다 원거리 공격이 너무 아팠습니다. 모든 평타가 원거리인데 사정거리가 4칸이라니… 게다가 얄밉게 진형 뒤쪽에 위치해서 저희를 열심히 저격하더라구요. 1번 시나리오라고 만만히 봤다가 거의 죽기직전까지 가서 겨우겨우 클리어했네요. |
이제 겨우 시나리오 하나 클리어한 수준이지만 명성대로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명성대로 세팅은 확실히 귀찮더군요;; 별개로 사자의턱 2회차도 둘째까지 함께 3인플로 시작해야 하는데 이건 또 언제할지 모르겠네요… 과연 캠페인 게임 두개를 동시에 달릴 수 있을런지… 본판이 됐던 사자의턱이 됐던 글룸헤이븐은 올해 꾸준히 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버건디의 성 (2인)
아들과 오랜만에 버건디의 성도 2인플로 플레이했습니다. 저는 정말 좋아하는 게임인데, 아들취향의 게임은 확실히 아니라서 자주 플레이를 하기가 힘드네요. 이번에도 아마 글룸헤이븐 캠페인을 플레이한 덕분에 그냥 한 판 같이 플레이 해 준 느낌이었는데, 그와중에 아들은 영지에 빈칸도 엄청 많았는데 제가 졌습니다. 아들이 판매한 상품 개수만큼 추가점수를 얻는 타일을 먹더니 배타일로 열심히 상품을 팔아서 엄청나게 점수를 땡겼네요. 뭐 어느정도는 접대게임처럼 플레이하려고 느슨하게 플레이 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저는 지금까지 상품 판매는 거의 할일 없을때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신박한 경험이었습니다. 그와중에 아들은 이번에도 게임에 대해 그렇게 좋은 평을 남겨주질 않아서 (그냥 괜찮은 게임, 평작 정도..ㅠ) 다음에는 또 이걸 언제나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캐나다에는 2월에 패밀리 데이 (가족의날?) 이라는 공휴일이 있습니다. 이번달에는 이 휴일을 맞아서 가족들과 함께 겨울캠프에 다녀왔습니다. 캠프라고는 하는데 텐트를 치고 자는건 아니었고, 캐빈 (Cabin -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ㅠ)을 하나 빌려서 며칠간 머물면서 가족들과 함께 밖에서 놀기도 하고 안에서 잠깐씩 보드게임하고 하고 지내다 왔습니다.
레지사이드 (2인)
아무래도 여행을 갈 때는 작은 게임을 가져가는게 유리한데, 작은 부피로 여러가지 게임을 즐기려면 역시 플레잉 카드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아들과 레지사이드를 처음으로 플레이해봤는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어렵더라구요. 생각보다 손패가 너무 금방 말라버려서 1~2턴만 잘못 맞으면 그대로 게임오버가 나더군요ㅠ 한판 한판 걸리는 시간도 짧아서 (아마 너무 빨리 실패해 버려서…?) 열심히 도전해봤는데 결국은 한 4~5판을 플레이한 것 같은데 킹은 만나보지도 못하고 끝났네요. 그당시만 해도 나중에 꼭 클리어를 위해 재도전 하자 라고 했었는데, 일단 집에 돌아오니 할 게임이 많아서 다시 안 하게 되더라구요. 아마 다음 번 가족여행을 갈 일이 있으면 재시도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마인드 (4인)
제가 묵었던 곳에 아지트처럼 모든 손님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 있었는데 거기에 보드게임이 은근히 많이 있더라구요. 그 중에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더 마인드가 눈에 띄어서 플레이 해 보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게임이 아니다보니 무려 포장도 뜯지 않은 신품이더라구요;; 아이들과 4인플로 해봤는데, 이거 너무 어렵더라구요 ㅎㅎ 아무래도 처음 뜯자마자 한 게임이라 카드가 조금 덜 섞여서 숫자 2개가 연속해서 나오는 경우가 자꾸 생겼고, 특히 아이들이 “적당히 가까운 숫자" 의 카드가 나오면 무조건 내려놓고 보다보니 (제가 2 카드가 들어왔는데, 둘째가 게임 시작하자 마자 5 카드를 내려놓는다던가…) 결국 절반정도 진행한 상태에서 게임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ㅠㅠ
조금 더 플레이 해 보고 싶었는데 저희가 플레이한 걸 구경한 후에 다른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플레이를 하게 되서 더 이상 할 기회가 없었네요. 그와는 별개로 아이들이 참 좋아한 게임이라 다음에 또 기회가 오면 해보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더 마인드 외에도 상당한 양의 보드게임들이 있길래 신기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캠프 관리인 분의 아드님이 보드게이머시더군요…
랫어탯캣 (4인)
이번 여행에서 제일 핫했던 게임 랫어탯캣 입니다. 여행가는김에 토론토를 잠시 들러서 별 생각없이 구매한 게임인데, 아이들한테 (특히 막내에게) 인기 만점이더라구요. 단순히 카드 4장을 내려놓고 기억력과 운에 의존해서 카드의 숫자 합을 적게 만드는 골프류 게임인데 (페이퍼 사파리의 쉬운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아주 짧은 시간동안 여러 게임을 할 수 있다보니 여행중에 짬짬히 플레이하기에 딱이었네요. 이게 카드 뽑기운 요소가 생각보다 커서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여러번 플레이를 했는데,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엄청 많이 플레이했습니다. 저는 너무 간단해서 아쉬운 게임이었는데, 페이퍼 사파리를 언젠간 꼭 해보고 싶네요.
브라스: 버밍엄 (2인)
2월에 보드게임긱 랭킹에 큰 변화가 있었죠… 굳건히 지켜지던 글룸헤이븐의 1위자리를 탈환한 브라스 버밍엄입니다. 큰아들에게 업데이트 된 긱 랭킹을 보여주니 브라스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상당히 오랜만에 플레이를 하는건데도 불구하고 별로 막힘없이 룰 설명이 되더라구요. 항상 느끼는거지만 브라스가 진짜 긱 웨이트에 비해서 룰이 엄청 간결한 것 같습니다. 처음 플레이하시는 분들은 네트워크 개념이나 석탄 사용을 힘들어하시기도 하시지만 그래도 웨이트 대비 간단한 건 맞는 것 같아요. 아들은 수입을 열심히 올려서 천천히 본인의 건물을 지어간 반면에, 저는 대출을 열심히 받고 개발을 열심히 해서 필수건물만 짓는 식으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제 딴에는 패널티를 건다고 도예공방 위주 테크트리를 탔는데, 아들이 아무래도 첫 플레이다 보니 방직소랑 제조 공장을 둘 다 기웃거리다가 고레벨 건물을 못 팔아서 제가 이겼네요. 그리고 아들에게 “도예공방 테크트리는 사기다" 라는 인식도 심어주었습니다;; 게임의 결과와는 별개로 아들이 좋은 평가를 내려준 덕분에 언젠간 다시 플레이 할 기회가 올 것 같네요. 가족과 함께 브라스 버밍엄 플레이하기는 올 해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 중 하나였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성공해서 너무 기쁩니다.
리빙 포레스트 (2인)
2022년 슈필에서 올해의 전문가 게임 상을 받은 리빙 포레스트 입니다. 실제로 플레이 해 보니 약간 돌팔이 약장수 처럼 푸쉬유어럭 느낌도 있고 각각의 액션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승리조건도 3가지로 나눠져 있어서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구요. 하우스룰로 동시에 카드를 뽑는 대신에 선부터 한 명씩 카드를 뽑기로 했는데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그래도 서로 카드뽑는걸 구경하는 게 재밌더라구요. 저는 어쩌다보니 나무 위주의 테크로, 아들은 불꽃 위주의 테크로 갔는데, 마지막에 아들이 본인이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무리수를 두면서 카드를 터트려서 액션을 하나만 하는 바람에 제가 역전승을 했습니다. 한 라운드 차이로 이겼는데 마지막 턴에 나무액션 + 론델 나무액션 + 승점토큰 뺏어오기로 나무 세 개를 한번에 놓으면서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했네요. 굉장히 간단할 게임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재밌었습니다. 아마도 막내까지 4인플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기회가 되면 시도해보고 싶네요.
캐스캐디아 (2인)
타일놓기 게임으로 유명한 캐스캐디아를 드디어 플레이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더니 어느새 긱 랭킹이 47위까지 올라왔네요. 역시 소문대로 빡빡하지 않은 타일놓기 게임이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캘리코의 꽉 막힌 빡빡함도 좋지만 캐스캐디아가 주는 다양한 옵션도 좋았습니다. 그냥 룰로만 따지면 사그라다보다도 훨씬 쉽게 쉽게 진행이 되더군요. 하지만 얼핏 보기에는 룰이 간단해서 쉬워 보이지만 결국 고득점을 내려면 머리를 엄청 굴려야 하는 게임인 것 같아요. 한 번 해보니 왜 인기가 있는 게임인지 이해가 되더군요. 이 날은 92:96 으로 아들이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뒀는데, 인터랙션이 타일선점 이외에는 거의 없다보니 아이들과 다인플을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일단 지인분 보드게임을 빌려와서 해본건데 다인플을 한번 시도해 본 후에 구매할지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카멜업 (4인)
마찬가지로 지인분 게임을 빌려와서 플레이한 카멜업입니다. 이건 제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새해때 어른들이 너무 재밌게 하는 걸 본 후에 (1월후기 참조) 해보고 싶다고 졸라서 양해를 구하고 빌려와서 플레이했습니다. 역시나 운 요소가 강한 게임이라서 그냥 도박하는 느낌으로 달렸습니다. 큰아들이 엄청난 운빨로 거의 모든 라운드마다 1등 낙타를 맞춰서 무난하게 우승 할 줄 알았는데, 둘째가 전체 게임 1등과 꼴등을 전부 1등으로 맞추면서 마지막에 역전승을 했네요. 저는 뭐… 언제나처럼 2~3위 낙타 위주로 도박성 배팅을 하다가 꼴등했습니다 ^^;; 파티파티하게 가끔씩 접대용으로 할 게임으로는 확실히 좋은 것 같은데, 가족들과 꾸준히 즐기기에는 너무 가벼운 것 같아요.
사그라다 (4인)
2월의 마지막을 장식한 게임은 사그라다입니다. 한동안은 아이들이 5~6 난이도 카드 위주로만 플레이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둘째만 난이도 6 카드를 고르고 저랑 첫째, 막내 모두 난이도 4짜리 카드로 플레이를 했네요. 아이들도 곧잘 플레이를 해서 항상 박빙의 승부가 나고는 합니다. 이번 게임에서는 1칸을 못 채운 둘째만 빼고 나머지 셋이 모두 보드를 이쁘게 잘 채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개인미션 주사위로만 29점을 낸 둘째가 1등을 했네요. 저(오른쪽 밑 빨간색)는 개인미션이 파란색 주사위였는데 어째 높은 숫자의 파란색 주사위가 나올때마다 앞에서 다들 낚아채가는 바람에 개인미션 점수를 9점(...) 밖에 못 내서 2등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아이들 모두와 즐기는 게임으로는 지금으로서는 딱 이정도 난이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2023년 2월에 플레이한 게임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달에는 좀 제대로 유로게임을 돌려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너무 적었네요.
그래도 버밍엄을 돌릴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달이었습니다. 다음달에 또 3월에 플레이한 게임들 후기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