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즐긴 남티그리스의 여행자 (Wayfarers of the south tigris) 간단 후기
안녕하세요.
뼛속까지 시리던 차가운 겨울바람도 이제는 제법 선선해져서, 아이를 품에 안고 공기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 된걸 보니 슬슬 봄이 오나봅니다.
7시반, 육퇴 후 거의 매일 한판씩은 와이프와 대화하며 하루를 정리하면서 자연스레 보드게임을 펼치곤 합니다.
간혹 한번씩 다른분들께서 기대작품으로써 올려주셨던 남티그리스의 여행자 (영문명 Wayfarers of the south tigris) 간단 후기를 남겨봅니다.
긱을 찾아보니 투표수는 많지 않지만 베스트 인원이 2인 이네요. 소심한 성격 탓에 모임은 도전도 못해보고 와이프와 둘이서만 즐기는 저에게는 딱 좋은 게임입니다.
[저와 와이프 성향]
- 강한 인터렉션 극호
- 아름다운 이미지 / 일러스트 극호
- 웨이트 높은 게임 (생각할게 많은 게임) 선호
- 장고 호 (플레이타임에 대한 제약 없음)
- 협력 비선호 : 특히 펜데믹, 글룸헤이븐 등 알파 플레이어가 생길 수 있는 게임 비선호.
- 액션에 '이유'가 명확한 시스템
[종합]
-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셋컬렉션 레이싱 게임
(긱 이미지 펌)
[장점]
- 매력적인 파노라마 빌딩 : 플레이어는 여행자이자 지도제작자, 천문학자 등이 되어 바그다드 주변의 지역들 - 땅이나 바다, 밤하늘(룰북에는 우주..라는 명칭이긴 하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밤하늘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좋네요ㅎㅎ) 등을 탐험하고 발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주된 테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발견이 끝난 후 (즉 게임이 종료된 후) 각자가 발견한 지역들이 조합된 파노라마를 감상하는 것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위의 사진처럼요. 문득 10여년 전 카르카손을 처음 접하고 게임이 끝났을 때 완성된 맵을 보았을때가 떠올랐습니다.
- 긱에서 얘기하는 주요 매커니즘은 주사위와 일꾼의 배치를 통한 셋컬렉션 입니다 (영향력과 드래프트의 요소, 타일놓기는 코팅정도 되어있는 수준이라..). 게임중 플레이어가 발견한 대륙과 바다의 종류에 따라, 혹은 3개의 길드 각각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승점을 획득할 수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점수는 밤하늘 카드에서 얻습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이 각각 어떤 땅을, 바다를 발견했는지 그 종류나 양에 따라서 승점이 부여됩니다. '어떤 종류의 카드를 모을 것이냐' 라는 부분을 고민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치열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아래의 장점에서 이어서 써보겠습니다만, 간단하게는 한정된 조건에서 최대한의 점수를 뽑아야 하고, 점수를 뻥튀기 해주는 영감 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여타 다른 셋 컬렉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룰북에 소개된 게임의 테마로 다시 돌아가보면, 플레이어는 탐험가 이자 "기록자" 입니다. 나의 발견 결과를 기록하여 널리 알리고 명성을 높여야겠죠. 바로 이 기록 트랙이 메인 보드판입니다. 트랙을 전진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는 부분에서는 아르낙과 상당히 유사합니다만,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보상을 획득하는건 아닙니다. 해당 칸에 도달하면 누구나 보상을 받을 수 있죠 (초록색 일꾼만 제외). 문제는, 이 트랙을 전진하기 위해서도 셋컬렉션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점수만 보고 A를 모았는데 트랙 전진이 안되네? 라든지 트랙 전진을 위해 B를 모았는데 점수가 안되네? 라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셋컬렉션 보다는 한단계 더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줍니다.
- 이거 레이싱 게임입니다! : 게임은 플레이어 중 한사람이라도 기록 트랙 끝에 도달하면 종료 조건이 발동합니다. 종료조건이 이렇기 때문에, 게임을 처음 접하면 질질 늘어질 수 있습니다. 와이프와 초플할 때에는, 서로 자기가 원하는 셋 만들겠다고 트랙전진은 안하고 계속 탐험하고 돈모으고 파노라마는 늘어만 가는데 게임은 안끝나서 굉장히 지루했었어요. 이거 언제 끝나냐 싶을 정도로요. 그러다가 몇판 하다보니, 특정 유니크한 타일이나 카드는 기록트랙에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게 보이기 시작하고, 곧 다른사람이 조금이라도 셋을 만들기 전에 게임을 끝내야 내가 좀 더 유리하다 라는걸 깨닫고 '어? 이거 레이싱 게임인데?' 라고 생각하며 둘 다 "효율적인 레이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트랙만 줄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셋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렇게 되니 꽤나 흥미진진해집니다.
- 아이콘 : 시리즈를 관통하는 통일된 아이콘은 매우매우 칭찬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시리즈를 관통하는 자세한 예시와 함께하는 룰북 또한 매우 잘되어있습니다. 룰 자체 또한 직관적이구요.
[개인적으로 약간은 아쉬운 점]
- 자리차지가 엄청납니다.... 기본적으로 메인 보드판 주변으로 카드를 배치하는 구조 때문에 한자리, 개인 보드판 양 옆으로 카드를 늘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한자리... 테이블이 넓은 분들 부럽습니다.. (이사를 가든가 해야지 원..ㅠ)
- 약한 빌딩 요소 : 사실 아쉬운점은 아닙니다만, 누군가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몇몇 해외 유튜버들은 타블로 빌딩 게임이라고 소개하기도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엔진 빌딩 요소는 없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긱 소개에서도 빌딩이라는 얘기는 없는것 처럼요. 개인 보드판에 타일을 놓아가면서 주사위를 업그레이드 한다든지, 새롭게 주사위를 놓을 수 있는 액션칸을 개방한다든지, 개방된 액션칸을 약간 더 강화한다는 요소는 들어가있습니다만, 전체적인 느낌은 액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쪽으로의 강화이지 액션 자체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깊이의 방향이 아닙니다. 엔진빌딩 혹은 타블로 빌딩을 기대하시는 분들이시라면 매우매우 실망하실겁니다.
- 거의 없는 인터렉션 : 인터렉션 요소가 아얘 없진 않습니다만, 뭐 이건 없는수준 입니다. 그냥 약간 살살 건드리는 정도..? 누군가에겐 이게 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습니다만, 합법적으로 아내나 남편을 먹일 수 있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저희에겐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입을 털어 인터렉션을...
- 셋컬렉션 + 인터렉션 없는 게임 = 순한맛. 슴슴한맛... 하지만 담백한맛도 맛이죠ㅎㅎ
유튜버 라마나타님이 그러셨죠. 이 시리즈는 대게 두번째 작품들이 좋았다고.. (그래서 방출하신..?) 하지만 전 담백한 게임이 고플때마다 한번씩 꺼내어 돌릴 것 같습니다ㅎㅎ
이상 간단 후기였습니다.
모두 행복한 보드라이프 되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