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경험한 신선한 충격
오랜만에 지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세 개의 게임을 했습니다.
첫번째로 진행한 것은 [기프트 섬머]라는 머더 미스테리류의 게임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 답게 첫장에는 주의카드가 먼저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4명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어릴 적 함께 놀았던 동네 형의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시작됩니다. 각각 캐릭터들을 담당한 후, 마스터 역할을 해주는 동영상과 룰 카드를 참조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정보는 카드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QR 코드를 적극 활용하여 각각의 정보와 중요한 비밀들을 외우거나 기록합니다.
캐릭터 카드 뒷면에는 게임종료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점수가 써있으며, 비공개로 진행합니다. 머더 미스테리 답게, 각자 담당한 캐릭터들의 역할극을 진행하며, 죽은 형이 남겨준 수수께끼와 전학을 간 후 소식을 전해듣지 못한 또 한명의 친구를 찾게 됩니다. 라운드에 걸쳐 카드로 구성된 지도에 각각 탐색을 하는데, 정보를 공개해도 되고, 경우에 따라 거짓말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보물찾기와 옛 친구를 찾는 과정 속에 캐릭터들은 서로 밝히지 않았던 아련하면서도 어두운 과거를 각자 파헤쳐 갑니다. 밝게만 보였던 인물들 사이에 얽히고 섥힌 감정의 실타래가 결말에 다다랐을 때, 어떤 모양으로 드러날 지는 오로지, 플레이의 결과에 따를 뿐입니다.
더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드러난 게임의 목적 이면에는 각자의 목표가 따로 있고,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되든, 실패라는 개념은 없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진행한 게임은 [7개의 비옥] 입니다. 3인에서 4인까지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일곱개의 조직이 각자 가치있는 비옥을 모으기 위해, 동맹과 암투를 벌이게 됩니다. 각각의 조직은 7개의 카드로 구성되어 있고, 인원수나 게임상황에 맞춰 5종류이상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7장의 카드를 드래프트 한 후에 카드를 카드를 한장씩 내려놓으며 카드 점수등록이나 능력을 발휘합니다. 카드를 점수로 쓸 경우에는 자기 자리에 내려놓고 능력은 쓰지않습니다. 카드의 능력은 카드 지시에 따라 버리는 덱이나 점수로 내려놓은 카드위에 뒤집은 후 엎어서 내려놓아야 쓸 수 있습니다. 올려놓는 카드는 오로지 한장만 가능하며 중첩이 안되며 카드를 파괴하기 위한 상황이외에는 게임종료후 적용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카드를 내려놓으면 게임이 종료되며, 점수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됩니다.
선택 사항으로는 팀전이 가능한데, 비공개로 카드를 나눈 후에 시작합니다. 녹색조직카드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의 팀 카드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는 정체를 파악할 다른 수단은 없습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모든 플레이를 팀전으로 진행했는데, 동료와 적을 파악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거의 필수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릴정도로 기존 룰의 게임성과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기리기리]라는 게임입니다.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아슬아슬’이 가까운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1부터 100까지 기록된 시트를 펼친 후 10점 토큰을 0에 올려놓습니다. 각자 4장의 카드를 받는데 0, 1, 3, 5, 7 숫자카드와 특수카드들이 있습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카드를 내려놓는데, 숫자라면 해당 수만큼 칸을 진행하고, 특수카드를 내려놓으면 능력을 적용한 후 차례를 넘깁니다. 진전하는 와중에 빨간색 칸에 도착하거나 넘어서면 벌점을 받게되며, 초록색 칸에 도착하면 보유한 벌점1점씩 다른 두명에게 각각 나눠줍니다. 10점 토큰이 100에 도착하게 되면 게임이 종료되며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사람이 10점 토큰을 받고 벌점으로 더한 후, 도합 벌점이 가장 적은 사람이 게임의 승자가 됩니다. 빨간 칸 앞에서 특수카드를 내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상황속에 탄식과 웃음이 터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수카드들은 진행방향을 바꾸거나, 상대의 특수카드를 맞추기, 조종하기, 원하는 숫자로 진행하기, 숫자 싸움등 다양합니다. 그중 단 한장인 ‘기리기리’라는 카드는 제시하면서 ‘기리기리’를 가장늦게 말한 사람에게 대량의 벌점을 먹이는 무서운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순간의 방심에 일격을 당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게임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줍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마지막 10점이 워낙커서 중간단계에 벌점을 많이 먹더라도, 마지막 플레이어가 거의 꼴찌 확정이라는 것은 마치 ‘수련회 게임’이나 예능에서 보여주는 무리한 일반역전을 상기시켰습니다.
오랜만의 게임모임이었던 것도 있겠지만, 기대한 것이상으로 모두 즐거워 했고, 저 역시 최근들어 그렇게 웃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좋은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앞서 소개한 게임들은 엄청난 게임성을 갖고 있다거나,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종류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놀란 점은, 이 게임들이 모두 ‘다이소’에서 ‘110엔’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이소에서는 학습지나 소설책등도 발간하고 있는데, 일본 작가들과 콜라보를 통해 보드게임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중 오늘 소개한 게임들은 4번째 시리즈에 속하며, 속칭 ‘할 만한 수준’까지 진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뇌 트레이닝 시리즈, 트레이딩카드, 퍼즐등 다양한 취미부문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보드게임들과 비교하기에는 조악한 게임박스나 컴포는 조금 아쉽지만, 카드 슬리브보다 저렴한 가격과 제한된 상황속에서도 다양한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걸 느꼈습니다. 메인메뉴는 될 수 없을지라도, 포장마차 인기 메뉴로서 기억 될 날도 오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시리즈에서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