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반지의 제왕 플레이 후기입니다.
이 놈은 원래 안 하려고 했었는데
박손 제품을 아주 반값보다 싸게 팔길래 냉큼 사다가 플레이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난이도는 2단계입니다.
문제 자체가 매우 쉽다, 이런 느낌은 아니고
문제의 구성이 선형적이어서 난이도 표시를 두개로 한 것 같네요.
한 문제에 대한 모든 정보다 다 주어지고,
풀고 나면 관련된 정보는 다 필요없어지고 새로운 정보로 새로운 문제를 풀게 됩니다.
비슷한 스타일로 난이도 두개 짜리를 플레이한 경험이 있으니 난이도가 낮을수록 선형적인 진행일 듯 하네요.
(이전에 플레이 한 것은 정확히 어떤 작품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심해의 보물일 가능성이 큽니다.)
내용은 반지의제왕을 좋아하신다면 꽤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여정중에 있는데,
간달프가 우리에게 오더니 프로도를 방해하는 어려움들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프로도는 우리의 존재를 모를수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우리의 노력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되는 거죠.
반지의 제왕 세계의 언성히어로가 된다고나 할까요?
<첫번째 문제인데 말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배경 설명이에요. 배경 설명이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도 난이도를 낮추는데 한 몫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문제의 배치는 아주 친절하고 쉽게 되어 있습니다.
한번에 한 문제씩, 현재 문제와 관계없는 정보는 없어요.
내가 충분한 정보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인지,
혹 지금 문제와 상관없는 내용을 가지고 잘못된 고민을 하는 건 아닌지,
요런 걱정들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건 엑시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나 어린 친구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방탈출 스타일의 게임을 원하는 사람에겐 너무 단순하다는 단점이 되겠네요.
전체적으로 매우 재미있거나 기발한 문제가 별로 없었네요.
대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입니다.
아마 반지의제왕 팬들을 엑시트로 끌어드리는 것을 주 목표로 삼고 디자인 한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특히 자르거나 접거나 변형시키거나 등등 일련의 작업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의 경우,
음, 뭐랄까요, 와 이거 기발하다 이걸 힌트대로 따라하면 어떻게 답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으로 풀게 되기보단,
아, 이거 대충 어떻게 하는지 보이는데 막상 하긴 귀찮네, 라는 느낌이 많았습니다.
하면 되긴 할텐데 기발함이 없으니 기대감이 없고 기계적인 일이 되버리는 느낌?
제가 게임 몰입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몇 문제는 어떻게 하면 되겠다 보이는데 그냥 안하고 넘어간 것도 있네요.
이 게임의 장점은 2가지가 있습니다. 이건 앞으로 나올 다른 엑시트에도 적용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이죠.
첫번째는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정답을 찾는 선택지에 모양을 같이 넣어 준 점입니다.
다른 엑시트에는 문양이 없고 그림만 나와 있습니다.
지금 위에 보시는 그림들은 확연히 다르지만, 간혹 이게 이건지 저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을 여는 자물쇠가 상자에 있는데 상자 형태만 살짝 다르다거나,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인데, 그 차원문들이 다 동그랗고 빛이 나는 형태라 그놈이 그놈 같다거나 (I'm looking at you, Gate between Worlds!)
이번 작품엔 내가 찾고 있는 문양을 확실히 표시해 주니 너무 쾌적하더군요.
두번째는 실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점입니다.
문제중에 가위로 카드를 잘라서 맞춰야 하는 게 있는데,
보통 자르는 문제를 마주하게 되면 괜히 잘못 잘랐다가 문제를 영영 못 맞추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그런데 이 작품 해당 문제의 힌트카드를 보면,
너 혹시 실수로 잘못 잘랐니? 걱정마 새로운 카드를 준비했어. 힌트카드 Y1, Y2, Y3 를 보렴.
이렇게 되어있고, Y1 Y2 Y3 에 여분으로 해당문제의 카드를 제공하더라고요.
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문제도 귀찮아서 안 자르고 넘어감,,,)
혹여 실수를 해도 다시 풀어볼 기회가 있다는 건 꽤 좋은 장치라고 여겨집니다.
얼마전 플레이한 보안관 찾는 작품이나 차원여행하는 작품만큼의 몰입감이나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거나, 엑시트를 처음 하시는 분들에게는 괜찮은 작품일 것 같고,
이미 많이 플레이 해 보신 분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크게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금 본 작품을 위한 변명을 해 보자면, 이 평가의 저변에는
제가 반지의제왕을 그렇게 깊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적극적으로 자르고 접고 하지 않고 설설 플레이 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