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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버진 퀸 / 로마 공화국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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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7 00:23

1월 14일 토요일 여섯 분이 모여서 버진 퀸과 로마 공화국 두 게임을 돌렸습니다.

1. 버진 퀸

참가자: 예테보리(프랑스) 초침(영국) 화이트(에스파냐) Lee(신성로마제국) JJ(오스만) 라크(신교)

시간: 12시~18시

GMT의 2012년 작품인 Virgin Queen은 엘리자베스 1세와 펠리페 2세의 재위 시기를 다루고 있는 국가경영게임으로, Here I Stand의 후속작입니다.

저는 프랑스를 맡았습니다. 각 턴마다 카드 받기 - 외교 - 봄 배치 - 행동 - 겨울 - 결혼 해결 - 후원(결과 결정) - 승리 결정 페이즈를 거친 이후, VP를 확인하고 승자가 없으면 다음 턴이 다시 돌아가는 식입니다. 4번째 행동 페이즈에서는 6개의 중요 강국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차례마다 카드를 사용하는 임펄스(Impulse) 단계를 거치는데, 이 단계는 모두가 (카드가 떨어져서 할 일이 없거나 더 이상 카드를 쓰고 싶지 않게 되어) 자신의 턴을 패스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물론 자기 차례를 패스했다가 다시 다음으로 돌아오는 자기 차례에 카드를 쓸 수도 있습니다. 보다시피 자신의 카드 왼쪽 위에는 카드를 내는 대가로 자기가 할 수 있는 행동 비용(OP)의 양이 적혀있습니다. 가령 1OP를 쓰면 용병 하나를 생산할 수 있고, 2OP를 쓰면 정규군 하나를 생산할 수 있는 식입니다.

보시다시피 마커가 정말 많고, 카드는 정말 많고... 규칙 설명은 끔찍할 정도로 깁니다. (초침님이 메인으로 설명해주시고 화이트님이 도와주셨는데, 두 분 다 설명을 잘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은 스페인-오스만과 영국-프랑스의 전쟁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사실 프랑스는 딱히 할 게 없습니다. 초침님이 '제가 스코틀랜드를 먹겠습니다' 라는 일방적 통보를 하셨는데, 저는 할 게 없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JJ님의 오스만이 유럽을 침략하려 하자 카드를 내서 같은 카톨릭 형제 국가인 에스파냐를 돕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저의 방해를 보고 반드시 이탈리아를 뚫어 프랑스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시는 JJ님... 제가 초면부터 너무 맵게 게임을 한 거 같네요 죄송스럽게도. 이 와중에 신교를 맡은 라크님은 라 로셸을 넘기면 평화롭게 게임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셨으나, '여기 역사적으로도 위그노 반란 일어났던 데 아니냐, 신교도 이단 놈들에게는 땅 한 톨도 줄 수 없다' 는 저의 선언에 분노하여 바로 반란을 일으키셨습니다. 프랑스 서부에도 전운이 감도는군요.

1턴은 당초 예정되어있던 엘리자베트 드 발루아(프랑스)와 펠리페 2세(에스파냐)의 약혼이 결혼까지 그대로 진행됩니다. 동맹은 아니지만 사실상 에스파냐와 협조적으로 나서는 프랑스. 이 시기에 신교는 탐험대를 내보내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영국은 북아메리카 식민지를 해적질로 털면서 프랑스에도 아메리카 해적 행위를 권유합니다. 저도 아메리카 해적질이 맛있어보여서 참여하기로 합니다. 물론 에스파냐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긴 하지만, 신교의 세력이 빠르게 네덜란드에서 확장되고 오스만과 정면으로 맞부딪치고 있는 상황에서 에스파냐가 프랑스-영국과도 싸울 수는 없겠지요.

프랑스는 발루아 가문 일원이 결혼에 성공할 때마다 1 VP를 받습니다. 2턴에는 (발루아는 아니지만) 메리 스튜어트가 나왔는데, 양 배우자의 결혼 적합성(왼쪽 위 숫자)을 합쳐서 주사위를 굴려 좋은 숫자가 나오면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되는 결혼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불행이 찾아옵니다. 신교의 라크님이 오라녜 공 빌렘을 데리고 구혼, 에스파냐의 화이트님이 (펠리페 2세의 장남인) 돈 카를로스를 데리고 구혼합니다. 하지만 둘 다 주사위로 그다지 좋은 꼴을 볼 수 없는 카드들이라 망설이게 되는데... (게다가 돈 카를로스는 주사위를 던져서 높은 숫자가 나오면 한 번 더 굴려야 합니다) 어차피 메리 스튜어트를 오래 들고 있어도 좋은 게 없어보여서 그냥 돈 카를로스와 결혼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주사위 운이 좋지 않아 나란히 카드 -1장 페널티를 먹게 되는 에스파냐와 프랑스.

2턴에는 신성로마제국이 에스파냐와 동맹을 맺고 오스만에 선전포고를 해, 신롬과 오스만이 부다-베오그라드 축선을 놓고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신교는 빌렘의 지휘 하에 네덜란드 전체를 휩쓸며 세력을 확보하고, 에스파냐는 오스만이 어떻게든 서지중해로 나오지 못하게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한편 프랑스는 신교를 견제할 정규군 병력을 이동시키고, 신교와 동맹을 맺은 영국과 함께 아메리카에서 신나게 해적질을 벌이게 됩니다.

이 게임에는 자신의 OP를 써서 예술가 및 과학자를 후원하고, 그 결과에 따라 VP를 올릴 수 있습니다. 2턴에 예술가와 과학자를 모두 후원했는데, 예술가 녀석은 후원금을 가지고 도망가고 과학자는 이단심판을 받아서 모두 게임에서 제거당했습니다.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사상을 지배하는 시기에 이러한 녀석들을 후원한 게 잘못이었군요. (..) 한편 신교는 놀랍게도 세계일주에 성공해 VP 보너스를 받고, 신성로마제국과 에스파냐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오스만은 페르시아 전쟁 카드라는 디버프를 뚫어내고 다시 유럽을 노립니다.

3턴부터는 타국에 간첩을 보내거나 군 리더를 암살하는 게 가능합니다. 조금 더 게임이 더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영국의 카톨릭 반란을 에스파냐가 충동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영국은 엘리자베스가 미혼일 경우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영국 플레이어인 초침님은 계속 자국 귀족인 레스터 백작과 엘리자베스를 약혼시켜 이 보너스를 노립니다. 한편 저는 역시 역사를 따라 신롬의 엘리자베트와 프랑스의 샤를 9세를 약혼시키고, 신교와의 화해의 제스처로 마르그리트 발루아와 앙리 나바르를 약혼시키면서 안정적인 VP 챙기기에 돌입합니다. 엘리자베트는 저에게 이단억제 행동 수행이라는 보너스를 주고, 앙리 나바르는 프랑스 귀족과 결혼할 시 신교에게 카드 하나를 더 주기 때문에 나쁜 게 없습니다. 신롬-스페인과 신교-영국의 동맹이 연장된 가운데 프랑스인 저도 스페인과 동맹을 명시적으로 맺습니다.

'때이른 사망' 카드 사용으로 에스파냐의 돈 후안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고...

화이트님의 사기적인 주사위 던지기로 오라녜 공 빌렘 역시 역사에서 퇴장합니다. 네덜란드 신교 반란은 거의 정리됐습니다!

에스파냐는 일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앙리 3세 카드 사용으로 프랑스의 지배자를 교체합니다. 신성로마제국도 루돌프 2세가 등극합니다. 한편 신교가 다시 브뤼셀에서 반란을 일으켜 네덜란드의 에스파냐 주둔군을 4에서 1까지 깎아내리는 가운데, 오스만투르크가 마침내 6 4개를 던지며 베오그라드를 점령합니다.

이어서 부다(현재의 부다페스트 일부죠)를 놓고 벌인 한판 대결은 신성로마제국 명중 6, 오스만 명중 2로 오스만이 대패하면서 신성로마제국이 부다에 들어갑니다. 중간에 영국이 신성로마제국 사령관 한 명을 암살했는데도요. 한편 신교는 '10% 과세' 카드 사용으로 네덜란드에서 다시 반란을 수행하고, 프랑스에서도 8짜리 반란 주사위를 던지려고 하나 프랑스의 '카트린느' 사용으로 무효화됩니다.

신성동맹이 발동하며 에스파냐가 베네치아를 차지하자 게임이 크게 기울고... 이쯤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시선은 슬슬 에스파냐를 향하게 됩니다. 야 이거 너무 크게 되는데...? 그렇습니다. 프랑스를 맡고 있는 저는 다음 외교 단계로 넘어가면 신교와 화해한 김에 에스파냐와의 동맹을 끊고 선전포고를 해볼까 했습니다. (결혼 단계로 넘어가면 +2 VP가 더 들어오고, 그 동안 병력을 충실히 쌓아놔서 신교 혹은 영국과 동맹을 맺은 후에 에스파냐를 쳐서 견제해볼까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예수회 첩자를 파견한 에스파냐가 영국에 카톨릭 반란을 성공시키면서, 에스파냐를 맡고 있는 화이트님의 승리로 게임이 종료됩니다. 룰 설명 1시간 20분, 게임 시간 4시간 40분의 대장정은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저와 Lee님, JJ님이 초플이었는데 처음에 무슨 진영을 고를까 상당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JJ님이 오스만을 맡으셨는데, 전쟁에 상당히 진지하게 임해주셔서 게임이 더 재밌었던 거 같네요. 저는 안정적이고 방어적으로 플레이하는 편이라 프랑스가 잘 맞았고요. 만약 제가 오스만을 잡았다면 게임이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게임 자체는 상당히 즐거웠습니다만, 간단하게 평을 남겨보자면... 장점은 우선 중세의 군주가 되어 국가경영을 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워게임'은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어느 정도 보드게임에 익숙한 분들끼리 하실 수 있다면 아주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한번 더 플레이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작인 Here I Stand도 한번 체험해보면 좋겠더군요. 단점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잔룰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국가 간의 세력이 균형잡혀있지도 않고 (이 점은 오히려 역사성을 구현한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몇 가지 시스템은 게임 자체에 녹아드는 게 아니라 겉도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결혼이 그렇습니다) 프랑스는 파리를 턴 종료시 차지하고 있으면 꼬박꼬박 1 VP를 받고 영국 역시 엘리자베스와 레스터 백작 약혼-파혼-약혼-파혼... 무한 굴레로 이득을 볼 수 있는데, 이건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차라리 미혼 상태면 이득을 보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차 감소하는 식이 좋지 않았을지... 6시간짜리 게임이 막판 주사위 십수 개 던지기로 끝나는 영국 카톨릭 반란 시스템도 약간 허무했고요. 그리고 룰북에는 턴마다 카드를 새로 섞어서 덱을 드로우하게 되어있던데, 제가 보기에는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면 분명히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진영이 하나 있을 법 합니다. 적어놓고 보니 단점을 더 많이 열거하긴 했지만, 중세 말 테마에 관심이 있는 분, 대단위 국가경영/전략 게임을 즐기시는 분, 그러면서도 적절한 협잡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추천할 만한 게임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적긴 했지만 진영을 모두 한번씩 체험해보고 난 후에는 또 인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2. 로마 공화국

참가자: 예테보리, 초침, 화이트, Lee, JJ

시간: 18시~21시 반

라크님이 먼저 일어나시고 남은 5인이 로마 공화국을 진행했습니다. 로마의 정치가가 되어 로마를 멸망시키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개인의 영달을 누리면 되는 게임입니다. 저번 전주 모임에서는 초기 공화정으로 하느라 협력 게임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는데, 이번에는 룰을 조금 더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서로 이득을 챙기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초기라서 그런지 역시 협력플 비슷하게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룰 설명을 제가 하고 화이트님이 도와주셨는데, 한 번 했던 게임 룰 설명을 하는 것이 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룰북을 열심히 읽어가고 아침에 요약서 보면서 틈틈이 정리도 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면 막히는 부분이 좀 있었습니다.

중간에 특혜 폐지를 위한 주사위를 던지는 부분에서 에러플이 좀 있었던 걸 제외하면 대체로 무난하게 플레이했습니다. (JJ님이 특히 고생이 많으셨네요...) 게임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마지막에 제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받으니까 다들 새로운 황제를 만들어주신다고 병력을 잔뜩 모아서 포에니 전쟁에 출격시켰는데, 4개 군단이 전멸하면서 교착 상태로 포에니 전쟁을 해결하지 못하고 게임이 종료됐습니다. 다음에는 중기 플레이를 해볼까 합니다.

좋은 플레이어 분들 만나서 감사하고 즐거운 하루 보냈습니다. 이런 기회가 또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저도 구입이나 번역을 염두에 둔 게임이 몇 가지 있는데, 조만간 상반기에 또 게임 영업 겸 전파를 위해서 보라에서 모임 열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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