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이어 어드벤처 후기: 쉽게 떠나는 장대한 모험의 길
*아스모디코리아에서 주최한 롤플레이어 어드벤처 2차 체험회 참석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3인플, 2시나리오 중반까지 진행하였고, 1시나리오는 본판만, 2시나리오는 확장까지 넣고 진행했습니다.
체험회를 통해 아래 일곱가지 의문점이 해소된다면 구매를, 아니면 거를 생각으로 갔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구매할 생각입니다.
아래 내용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다른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문점 1.
스토리가 얼마나 완성도 있을까?
=> 현재 체험한 부분까지는 5점 만점에 3.7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명 IP나 널리 알려진 신화 등이 모티브가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를 안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판타지 모험의 기본 서사를 잘 따르고 있어서 흥미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개연성입니다.
무슨 선택을 내리든 게임이 그것을 반드시 기억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 한글 문장이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점도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의문점 2.
퍼즐 요소가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 첫플 기준으로는 5점 만점에 4점을 줄 수 있지만, 다회플 시에는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덱던전을 재밌게 했던 분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주사위 결과를 이리저리 조합해서 해결하는 테스트는 기본 재미는 합니다.
그리고 캐릭터 능력과 카드를 파티 전원이 함께 구상해서 해결했을 때 하이파이브를 하게 만드는 재미의 고점도 확실했고요.
다만 익숙하면 익숙해질 수록 + 업그레이드를 하면 할 수록.. 너무 쉽게 클리어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는 했습니다.
사실 저희 팟은 캐릭터 조합이 너무 잘 되어서인지 대부분의 테스트를 캐릭터 능력과 주사위 조합만으로, 카드 한장 안쓰고 쉽게 클리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주사위의 색깔과 눈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핵심인데, 눈은 특정 캐릭터 능력으로(차례에 한 주사위만), 색깔은 기력큐브를 모아서 내면 맞출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전설모드라는 것도 있다고 하고, 개인능력이 너무 강한 캐릭터를 선택하지 않는 방법으로 난이도 조정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의문점 3.
셋팅과 플레이 경험이 얼마나 쾌적할 것인가?
=> 5점 만점에 4.3점 주고 싶습니다.
제가 경험해본 RPG 어드벤처류 보드게임 중에 이 게임보다 셋팅이 편한 게임은 로빈후드의 모험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맵깔고, 몹깔고, 앱켜는 게임을 굉장히.. 귀찮아하는 편인데, 이 게임은 그런게 없어요.
개인판 셋팅하고 책만 펼치면 되는 느낌이랄까요. 근데 그 책이 좀 여러개인게 귀찮긴 합니다.
또 게임의 정보를 일일이 카드나 기물로 표시하는게 아니라 종이판에 써서 표시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공용 종이판의 '저장' 칸에 숫자를 써 두면 시나리오 도중에 게임을 종료해도 금방 다시 셋팅이 가능하겠더라구요.
셋팅 편리성은 정말 200% 만족합니다.
다만, 플레이 경험이 쾌적하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은, 그 긴 텍스트를 매번 읽자니 목이 너무 아픕니다.
우스갯소리로 도라지 달인 물이라도 마시면서 해야하는거 아니고 할 정도로..
시나리오 하나 끝날때마다 성대가 몹시 혹사 당하는 느낌입니다.
직원분 말씀으론 체험회장에서 사진 찍으면 텍스트 읽어주는 앱으로 듣는 분들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자동 TTS라도 좋으니 전용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의문점 4.
컴포넌트와 비주얼적인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 5점만점에 3.9점, 내구성은 많이 아쉽습니다.
예쁘다!는 아니어도, 깔끔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러스트도 서양 판타지물 치고 못생기지 않았고, 한 개 뿐이지만 피규어 퀄리티도 우수한 편이고, 더블레이어 개인판도 만족스럽고, 트레이 수납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책자 표지가 좀 못생긴 건 아쉽지만요...
다만, 몇몇 분들이 지적하셨던 것 처럼, 지도의 내구성이 좋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엠보싱 처리한 마트 전단지 같은 느낌인데, 다회차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의 구성품이라기엔 너무 아쉬워요.
제가 체험했던 게임도 이미 지도 가운데 접히는 부분이 하얗게 일어나있었던 걸 보면, 다회차 플레이 시에는 반드시 눈에 거슬릴 만큼의 흔적이 남을 것 같습니다.
추후 A/S신청이나 구성품 추가 구매 등으로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_ㅠ
의문점 5.
확장을 넣으면 더 재밌을 것인가?
=> 테마를 즐기는 분이라면 Yes. 다운타임이 긴 게 싫다면 Never!
테인티드 그레일의 개인 스토리와 거의 흡사한 느낌이었구요.
각 캐릭터마다 이 모험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목표 같은 것을 부여받고 개인 스토리와 퀘스트를 진행하는 건데,
저는 과몰입을 즐기는 타입이라 마치 전생이야기 듣는 마냥 흥미롭게 들었어요 ㅋㅋ
가치관이라는 요소가 생기는 것도 너무 좋았구요.
시나리오 초반만 경험해서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분명 이후 스토리에서 제 가치관이 준법적이냐 무법적이냐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이 달라질거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텍스트가 진짜 너무 깁니다. 자연스럽게 다운타임이 길어지구요. 메인 스토리 위주로 빨리 빨리 진행하고 싶은 분들께는 비추입니다.
저는 혼자하거나 마음맞는 분과 둘이 하거나 진성 테마 게이머들과 즐길 때만 넣으려고 합니다..
의문점 6.
이 게임만의 포지션이 있을까?
=> 정통파 어드벤처 보드게임인 것 치고 피로도가 덜하다는 점이 최대 강점인 것 같습니다.
세력별 평판, 가치관, 아이템 조합 등 비디오게임으로는 익숙하지만 보드게임에선 잘 접하지 못했던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서도
놀라울만치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의 독보적인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문점 7.
결론적으로 이 게임이 과연 20만원 가치를 하느냐?
=> 객관적으로 No. 주관적으로 Yes.
솔직히 2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가요.. 이 장르 부동의 탑 글룸헤이븐이 비슷한 가격이고, 또 다른 양대산맥인 메이지나이트는 출시특가가 10만원도 안되었습니다.
캐주얼한 어드벤처 RPG 보드게임을 찾는다면 로빈후드의 모험, 안도르의 전설이라는 삼삼한 대안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게이머스 게임스러운 재미를 주면서, 가장 돌리기 쉬운 축에 드는 게임은 롤플레이어 어드벤처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내구성도 안좋고, 가격도 너무 비싸지만,
혼자 진득하게 파고들 어드벤처 보드게임을 찾으시거나, 진성 보드게이머 소울메이트가 있는 분이라면 구매하셔도 후회 안하실 것 같아요.
저는 코 꿰어서 구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