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 디어티즈 :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고전게임의 멋진 재해석
발매년도 : 2022년
게임 타입 : 추상전략, 영향력, 셋콜렉션, 엔진빌딩
플레이 타임 : 60분
플레이 인원 : 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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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당연히 참고할만한데 그렇지 않은 게임' 을 알고 계신가요? 제겐 몇 가지 있습니다.
탄호이저의 시야 시스템(이건 최근에 언매치드를 통해 활용되었지만요).
푸에르토 리코의 역할 선택 시스템(이건 레포갤/롤포갤/카네기에서 활용했죠).
... 곰곰히 생각해보면 몇가지 더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리버시(혹은 오셀로) 시스템입니다.
흑백이 번갈아가며 돌을 놓으며 상대방의 돌을 뒤집는 게임이예요. 이 고전게임의 규칙은 자주 응용 되었을 법 한데도 여지껏 단 한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저만 모르는건가요??)
한참 바쁘게 Top100을 작성하던 도중 아스모디를 통해 디어티즈라는 독특한 게임을 하나 소개 받았습니다.
'리버시를 활용한 시스템' 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큰 관심을 보였어요. 이걸 어떻게 재해석 했을지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그러므로... 이번엔 디어티즈라는 게임에 대한 리뷰입니다!
잠깐! 리뷰를 시작하기 전! 두 가지를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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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하지만 아스모디에서 제공한 리뷰용 카피 기준으로 리뷰를 진행합니다.
* 리뷰 형식이 바뀌었습니다.
한국에 잠시 방문했을 당시, 보드게임 디자이너 지망생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 제 글을 꼼꼼히 보셨나봐요. 그 분은 보드게임 경력이 거의 없으셨기에,
"제가 경험이 부족해서 나오는 용어를 전부 다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재밌게 잘 보았어요. 제가 더 많이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죄송해요." 라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이게 저에겐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쉽게 쓴다고 쓴건데 그래도 어려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캐나다로 돌아와 홀로 다양한 형태의 글을 깨작거리다가
초보자 / 중급자 / 숙련자로 나누어 생각을 적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보자 부분에서는 보드게임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반드시 용어를 써야만 한다면 꼼꼼히 어떤 뜻인지 알려주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게임의 분위기, 흐름, 특징만을.
중급자 부분에서는 다양한 게임을 접해본 입장에서 다른 게임과 비교하며 어느정도 친숙한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숙련자 부분에서는 이미 수많은 게임을 접해보고 보유한 입장에서 게임이 소장 할만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넣어보았어요. (이런 분들은 게임 룰만 보아도 이미 잘 아시지만요)
궁금하면 처음부터 다 읽어도. 시간이 없다면 내 기준에 맞춰 해당 부분만 읽어도 포인트를 잡을 수 있게 쓰려 하지만 쉽지 않네요.
초보자/중급자/숙련자라는 단어도 통일감이 없어서 고민이고요.
어쨌든 새로운 형식의 1호 리뷰입니다.
피드백 주시면 열심히 반영하여 더 좋은 글을 올리도록 할게요.
그럼 진짜로 리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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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티즈는 제한된 라운드 동안 성벽(둥그렇고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기물), 신전(뚱뚱한 네모 기물), 탑(홀쭉하고 높은 기물)을 최대한 많이 보드 위에 건설하며 점수를 확보하는 게임입니다.
준비는 어렵지 않아요. 중앙보드/개인보드 세팅을 하고 자원 1개와 나눠 받은 2개의 계시 타일 중 하나를 고르면 됩니다. 이것은 모두 비공개예요. (사진에선 보여드리기 위해 공개한 채로 찍었어요)
각 플레이어는 매 라운드마다 3단계에 걸쳐 차례를 진행합니다.
1. 마을토큰 놓고 디바인 라인 1줄 활성화
2. 원하는 만큼 건물 건설
3. 마을 토큰 1개 뽑기.
1. 마을토큰 놓고 디바인 라인 1줄 활성화
마을 토큰(이하 편의상 자원이라 부르겠습니다)을 보드위에 두며 자원을 확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가지 제약이 있어요. 제일 중요한건 자신이 놓은 자원의 끝자락에 일치하는 모양이 있어야 하죠.
이렇게 조건이 맞으면 가운데 끼인 모든 타일이 뒤집어지며 해당하는 줄에 나온 자원을 모두 가져갑니다.
재밌게도 자원은 양면으로 되어있어요. 토큰 하단에는 반대편에 어떤 자원이 나와있는지 힌트가 있습니다.
위 경우엔 나무가 뒤집히며 쌀 - 돌 - 쌀을 가져가겠죠.
위 사진처럼 자원이 보이는 성벽은 타일을 뒤집는 대신 보이는 자원을 주며. 자원을 가리는 건물이 있는 곳에선 동전(아무 자원과 1:1로 교환 가능)을 줍니다.
또한 지형을 장악하고 있는 건물주는 1점씩 얻을 수 있죠.
2. 원하는 만큼 건물 건설
건물은 3개의 등급이 있어요. 아래서부터 성벽 -> 신전 -> 탑이죠. 반드시 성벽부터 쌓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누군가 놓은 곳에 내 건물을 놓으려면 더 높은 단계의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식의 배치가 가능한거예요. 만약 이렇게 누군가의 땅을 빼앗으면, 해당 지역에 건물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2점의 승점을 즉시 받습니다.
성벽과 신전은 지을 때마다 공급처에서 타일을 가져올 수 있어요. 성벽이 지어지면 그 자리엔 신도(위에 있는 타일)가 들어옵니다. 행동을 할 때마다 효율을 더 좋게 만들어 주죠.
신전을 지으면 발전 타일(아래에 있는 타일)을 가져오며 게임 종료시 조건에 따라 추가 점수를 받게 돼요.
3. 마을 1개 뽑기
주머니에서 무작위로 타일 하나를 뽑으면 됩니다. 이 타일은 비공개니까 항상 손에 잘 들고 있어야 해요.
성소 규칙!
보드 귀퉁이에는 성소라는 구역이 있습니다. 여기에 토큰이 놓이는 순간 게임은 일시 정지! 해당 구역(1/4 크기의 공간)에서 누가 가장 땅을 많이 먹었는지 비교해요.
갯수가 많으면 이기지만, 동률일 경우 더 높은 건물을 지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1등부터 차례대로 10점, 6점, 2점을 먹어요.
게임 도중 이렇게 해결되지 않은 성소는 반대로 뒤집어지며 절반의 점수를 가지고 똑같이 영역별로 점수를 매깁니다.
건물을 열심히 지어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죠.
게임엔 꽤 다양한 발전 타일과 신도들이 존재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가져오는게 중요해요. 잘 쓰는게 중요하죠.
만약 게임이 너무 쉽다고 느껴진다면 폐허타일을 쓸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빈터가 되기 때문에 보드를 좀 더 빡빡하게 사용 할 수 있어요.
귀퉁이로 뻗어나가는게 더 빨라지기 때문에 성소 점수 계산도 생각보다 빨리 벌어집니다.
이렇게 반복하다가 성소 4군데가 모두 발동되거나 마지막 라운드가 찾아오면 끝!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
빠른 설명을 위해 핵심만 추렸으니, 자세한 규칙은 룰북을 참조하세요!
초급자에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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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초보자 여러분! 어려운 용어를 최대한 피하며 디어티즈가 어떤 게임인지 함께 알아봅시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보드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도 몇 가지 배워보자구요!
1. 독특한 자원 수집 방식
자원을 모아서 건물을 짓는다. 참 간단한 말이지만 이 규칙을 빚어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내 기물을 놓아서 가져오는 방법. 카드를 내서 자원으로 교환하는 방법. 카드 자체가 자원이 되는 방법. 주사위를 굴리는 방법 등. 생각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방법은 이미 구현 되었을 것 같지만, 아직도 독특한 방식으로 자원을 생산하는 게임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에 감탄이 나올 정도죠.
디어티즈의 자원 수집 방법은 독특합니다. 리버시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리버시를 베이스로 한 오셀로가 더 유명하지만 룰북에 나온대로 리버시라 하겠습니다). 상대방의 돌을 자신의 돌 사이에 끼워 자기 색으로 바꿔버리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임인데요. 디어티즈에서는 보드에 놓인 양 끝단의 자원 + 사이에 끼어 뒤집힌 자원을 가져가는 식으로 리버시라는 고전게임을 재해석 했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자원 수집 방법을 보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원을 모으는 방법이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죠.
보드에 있는 자원 토큰(게임 내에선 마을이라고 부르죠) 이 계속 뒤집어지며 패턴을 바꾸기 때문에 내 수에 따라 자원의 획득량이 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재밌게도 나중엔 플레이어들의 성벽/신전/탑이 설치되기 시작하며 높은 단계의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동전을 생산합니다. 건물이 최대한 많이 짓는게 유리한 게임이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자원 수급량이 점차 줄어들며 동전 생산량이 늘어나요.
획득 가능 자원의 지속적으로 달라지는 꽤 독특한 게임이예요.
2. 토큰은 하나. 선택지는 두세개.
자원 타일이 이리저리 뒤집히다보니 깊은 수 읽기를 필요로 할 것 같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양면 자원 토큰 하나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둘 중 어느 면으로 어디에 놓을지 매 턴마다 고민하게 되는데, 나로 인해 다음 사람이 더 많은 자원을 먹게 되는 상황 같은게 아니고선 일반적으로는 자원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에 놓게 됩니다. 그 수를 보는게 어렵지도 않아요.
이런 가벼운 수읽기는 보통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너무 뻔하잖아!!” 라며 게임에 대해 불만이 생기고. 그렇다고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눈 앞에 펼치면 “너무 어렵잖아!” 라며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사람처럼 뭘 할지 몰라 멍 때리게 되거든요.
초심자들 입장에서 볼 때 저는 디어티즈가 적절한 정도의 수읽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깊었다면 되려 문제가 되었을거예요. 특히 3-4인플에서는 매 턴마다 보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깊은 수 읽기를 해도 계획이 틀어지기 쉽거든요. 이럴바엔 눈 앞에 있는 결과가 명확한 2-3개의 선택지에서 하나를 고르는 편이 더 편하죠.
게다가 후술하겠지만 자원 수집 외에도 디어티즈엔 생각할 거리가 제법 많아요. 그것까지 생각해야 했으면 머리가 터져나갔겠죠. 초보자들에겐 이 정도의 수읽기 난이도가 딱 좋아보입니다.
3. 다양한 시스템이 담겨 있어요.
저는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게임을 접해보라 적극 권장합니다. 특정 게임 하나만 붙잡고 하기보다 T자 모양처럼 최대한 넓게( ㅡ ) 두루두루 경험을 해보고 가장 취향에 적합한 장르의 게임을 깊게 ( | ) 파고드는게 게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빠르게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거든요.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디어티즈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장르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디어티즈는 영향력 게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향력이란 특정 구역을 내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느냐를 뜻해요. 누군가 보드 귀퉁이에 타일을 놓으면 해당 구역의 건물을 기준으로 승점 계산. 게임이 끝나면 계시 타일을 통해 특수 지역/범위를 비교하고 승점 계산. 발전 타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정 범위에 있는 건물의 수에 따른 승점 계산 등. 여기저기에서 영향력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죠.
게다가 엔진빌딩도 중요합니다. 엔진빌딩이란 내 앞에 계속 쌓여가는 누적형 능력을 말해요. 성벽을 사용하고 그 자리에 신도들을 채워넣으며 능력을 꾸준히 강화시켜주는 작업을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플레이어가 하나의 행동으로 추가 혜택을 가져가는 동안 저는 기본 자원만 꾸역꾸역 모으게 되거든요. 작은 이득이지만 이 격차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패배로 이어지죠.
셋콜렉션도 중요합니다. 특정한 조합의 자원/타일/건물 같은 무언가를 모으는 과정을 뜻하는데요. 발전/계시 타일에 따라 건물의 수, 자원의 수 같은 조건으로도 점수를 주게 됩니다. 어느 하나에만 집중했다간 나머지가 취약해지며 득점 효율이 떨어지기도 하죠.
휴, 신경쓸게 의외로 많죠?
게임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영향력, 엔진빌딩, 셋콜렉션 같은 용어가 마구 쏟아지니 “으아아-” 하며 어지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위와 같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겁을 주려는게 아니예요. 그만큼 디어티즈가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고 있으며, 처음엔 자원 먹느라 급급하지만 게임이 진행 될 수록 다양한 요소가 눈에 들어오며 더 큰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4. 인원은 최대로!
저는 추상전략 게임에 많은 인원이 개입되는걸 썩 좋아하진 않아요. 내가 준비해놓은 작업을 다음 사람이 깽판치며 다 헤집어 놓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디어티즈는 예외에 속합니다. 오히려 2인 게임이 더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3인플. 4인플이 훨씬 더 재밌어요.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인원이 많을수록 보드에 건물이 많이 올라오다보니 서로 의도치 않게 점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더 많은 상호작용을 가질 수 있어요.
“야야, 나무 필요하잖아. 내가 성벽 쪽 이용해서 나무 가져가. 나는 점수 1점만 가져갈게.”
“야야, 쟤 말고 날 도와줘. 쟤는 이기고 있잖아.”
같은 대화가 가능해지죠.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 않아도 도울 수 밖에 없어요. 신전 건축엔 돈이 필요한데다, 상대방의 신전/탑에서 얻어낼 수 있는 동전은 어떤 자원으로든 사용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자원이거든요. 무시하기엔 너무 매력적이죠.
게다가 죽은 땅인 폐허토큰도 없으니 자원과 점수를 더 알차게 모여있어, 더 많은 자원을 뽑아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그래도 보드가 넓게 느껴진다면 폐허토큰까지 사용해서 보드를 훨씬 더 비좁게 사용할 수도 있고요. (저는 넣고 하는걸 훨씬 더 좋아합니다. 보드가 정말 비좁아지거든요.)
또한 인원이 많으면 라운드가 더 짧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 하나하나에 더 큰 의미가 생기죠. “자원 하나만 더 있었다면 ㅠㅠ”, “내가 거기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ㅠㅠ" 하며 때늦은 후회가 자주 찾아오니 자연스럽게 다음엔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자주 게임을 찾게 되는 이유가 돼요.
다인플에서 오는 장점이 정말 많죠? 그러니 가능하면 인원을 최대로 맞추어 게임하시길 추천합니다. 2인과 4인의 재미 차이는 생각보다 많이 나요.
중급자에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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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다양한 추상전략 게임을 경험했을 중급자들은 이 게임이 가진 세부적인 시스템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함께 이야기 나눠봐요!
1.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
매 턴마다 건축물을 올려야 하는 타이밍에 오면 생각에 빠집니다. “값싼 성벽을 빨리 올릴까?”, “돈을 쏟아 부어서 신전을 빨리 올릴까?”, “좀 무리하더라도 비싼 탑을 올릴까?” 하는 식으로 말이죠.
각 건물은 각기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가지 건물의 가치를 계속 생각하며, 자원 현황은 어떤지 지금 어떤 것을 지어야 유리한지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하죠.
성벽만 짓기 쉽다보니 영영을 늘리는데도 좋고 엔진도 탄탄해지며 자원보급이 쉬워집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건물로 인해 자리를 빼앗기기 쉬우며 자연히 영향력 싸움에서 크게 밀릴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자리를 빼앗길 때마다 2점을 보너스로 받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죠.
신전은 게임이 끝나는 순간 추가 점수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성벽처럼 당장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게다가 탑처럼 차리를 빼앗기지 않는 것도 아니라 완전히 의지할 수도 없어요. 성벽과 탑 중간 어딘가의 역할을 맡고 있다보니 게임 내내 의지하기엔 다소 불안합니다.
탑은 반대로 확실한 점수. 확실한 영역싸움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그 가격에 비해 엔진빌딩도, 점수누적도 할 수 없어서 항상 건축 목표로 삼기엔 굉장히 부담스럽죠.
이렇게 어떤 건물을 짓는가? 에서 고민이 되는데, 이제 두번째 질문까지 답해야 합니다.
2. 두어야 하는 곳은 어디?
건물의 역할은 땅의 지배 및 점수의 생산입니다. 누군가 내 기물이 놓인 곳을 자주 이용할 수록 점수가 쌓여가기 때문이죠.
그렇다보니 플레이어들은 자주 뒤집는 곳 / 내가 영향력을 늘려야 하는 곳을 유심히 보며 어느 위치에 건축물을 올려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일단 지어지고 나면 상대방이 고민 할 때마다 “여기 자원 좋네~ 너는 자원 먹고 나는 승점 먹는게 어때?” 라며 호객행위를 하기도 하죠.
보통은 외곽지역보단 어느 각도에서도 뒤집힐 확률이 높은 중앙쪽으로 오밀조밀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하는데요. 그렇다보니 게임 내내 자원은 먹고 싶은데 남에게 승점을 주긴 싫은 딜레마가 생깁니다. 게임이 가진 좋은 매력 중 하나예요.
또 하나의 고민점은 남의 기물을 덮는가 아니면 새로운 위치에 놓는가입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남의 기물을 덮어버리면 상대방은 2점을 받습니다. 대신 나는 영향력 싸움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게 되죠.
새로운 땅에 기물을 설치하면 활성화 될 때마다 1점씩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상대방은 동전을 얻어갈 영역이 늘어나죠.
이 두 가지 고민거리가 정말 오묘하면서도 재밌습니다. 저는 발빠르게 영토를 확장하는 후자의 선택지를 더 좋아해요.
3. 으음… 신의 개성이…
게임에는 4개의 고대 신이 들어있습니다. 개? 호랑이? 말? 토끼? 같은 동물을 형상화한 신들이예요. 당연히 고대 신마다 능력이 확연히 차이가 날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첫번째와 네번째 성벽의 가격이 미세하게 다르고, 첫번째 탑에 들어가는 비용이 조금 달라요. 그나마도 토끼와 말은 필요 자원이 완전히 일치하며, 개와 호랑이도 서로 같습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미세해요.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똑같으면 먼저 진행하는 사람이 유리하고, 완전 다르게 만들자니 밸런스를 맞추가 어려워 어느정도 유사하도록 만든게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저는 플레이어마다 차별화를 줄거라면 제대로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통해 플레이어끼리 서로 다른 것을(그나마도 아주 약간의 차이…) 원하도록 하면 정말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한동안 그 미세한 차이를 눈치채지 못했고, 개인보드를 아무거나 받아도 해당 고대 신의 차이를 단번에 말할 수 있지 못할거예요. 저와 같은 성향을 가지셨다면 이런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음을 알아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숙련자에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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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반열에 이미 발을 들인 숙력자들은 어떤 수를 두느냐에 따라 자원 종류와 수급량이 달라지는 류의 게임은 많이 해보셨을거예요. 당장 기억나지 않더라도 이름 몇개 대면 “아- 그거 해봤지.” 라며 고개를 끄덕일지도요. 예를 들어 3x4 사이즈의 보드위에서 구슬을 밀어대며 자원을 가져가는 르네상스의 거장: 위대한 로렌초 카드게임 같은 작품이 있네요.
그래서 이런 분들에겐 다른 관점에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 하나만 하고자 해요.
1. 얼마나 독특한 개성을 가진 게임인가?
일단 이 게임의 가장 독특한 점을 꼽으라면 역시 리버시 시스템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다지 마을처럼 생기진 않은) 자원 토큰들 위에 웅장한 건축물이 착착 올라가는 것을 보는건 꽤 재밌습니다.
(여담이지만 형광색 기물은 다소 눈이 아픈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색 구분에 어려움을 겪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 괜찮아요.)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 굉장한 색다름을 느꼈냐 물어보신다면, 그렇진 않았어요. 딱 필요한 만큼만 리버시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나머지는 기존의 시스템을 잘 버무려 만든 느낌이 듭니다. 분명 디어티즈와 비슷한 궤를 가진 게임이 하나쯤 있을 법한데, 리버시 룰 때문인지 당장 생각나지 않네요.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생각보다 정갈한 게임입니다. 최근에 베가스의 제왕에서 느꼈던 “난리도 이런 생난리가 없는걸 보니 디자이너가 해보고 싶은건 다 해봤나보다” 하는 황당한 느낌보단, 너무 튀는 요소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잘 다듬으려고 노력한게 보이는 듯 했어요.
디어티즈와 비슷한 느낌의 게임을 이미 알고 계신다면, 해당 게임과 디어티즈가 다른 경험을 주는지를 중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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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려하는 두 가지 특성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한참 고민했어요. 그리고 따로 빼기로 했습니다. 특정 부류의 사람보단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요소라 생각했거든요.
1. 자원 수급의 불균형.
이 게임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자원 수급의 불합리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입니다. 특히 중급자/숙련자라면 더더욱 이 문제에 예민할 것 같아요.
보드의 상황에 따라 상대방은 4-5개의 자원을 가져가는데, 나는 최선의 수를 두어도 얼마 가져가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어요. 엔진빌딩이 자원 획득에 특화되면 이 격차는 더 커집니다.
물론 상대방이 손에 든 타일을 제외하곤 모든 정보가 공개 되어 있습니다. 자원 획득에 운이 개입 되진 않죠. 그러니 나보다 상대방이 자원을 더 먹도록 방치한 사람의 실책이라 볼 수 있긴 합니다. 그런식으로 판을 짠 상대의 전략이라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손에 들고있는 자원 토큰은 달라요. 운으로 뽑은거죠. 하필 손에 들고 있는 타일이 쓸모 없는데, 적재적소에 타일을 놓으며 자원을 모으는 상대를 보면 “난 최선을 다해도 이게 전부인데? 왜 저 사람은 대충 뽑아도 자원을 더 가져가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디어티즈의 여러 한줄평 중엔 “내가 둘 수 있는 수는 고작 2-3개 뿐이라 답답하다" 라는 이야기가 꽤 많은데요.
저는 수의 깊이가 문제가 아니라 자원 수급. 즉,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이 자꾸만 나에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서 오는 답답함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 느낌은 첫 라운드에서 곧바로 느낄 수 있어요. 후발 주자일수록 더 많은 타일이 깔린 상태라 선택지가 좀 더 많거든요.
디어티즈는 자원을 퍼다주는 게임은 아니예요. 턴 종료시 자원 보유량 제한이 적당한 건물 딱 한 채를 지을 분량인 6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래서 그 답답함이 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할게 없어' 라는 불평은 자원 수급의 불균형에서 시작 된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2. 리버시의 시원한 뒤집기를 기대한다면…
리버시의 꽃은 역시 단 하나의 수로 사방팔방에 놓인 상대방의 돌을 뒤집어버리는 역전 수입니다. 불리하던 국면이 뒤집히며 상대방이 압박을 받는걸 보면 진짜 재밌거든요.
저는 디어티즈에서 비슷한 통쾌함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그런 요소는 구현되지 않았어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여러줄과 조건이 맞더라도 단 하나의 줄만 선택한다는 점.
둘째로는 보드가 꽉 찰 정도로 타일이 존재하진 않는데다 인원이 적을수록 특정 구역에서만 치열한 싸움이 벌진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여기저기에 건물이 생기면서 자원 뒤집기 대신 동전을 제공하니, 한번에 5-6개를 뒤집는 신나는 행동을 할 수 없단 점이죠.
흠… 생각해보면 아마 이것대로도 문제였을거예요. 복수의 줄을 허용하면 자원이 너무 쏟아질테고, 보드가 꽉차도록 하면 플레이 타임이 너무 늘어나고, 건물 유무에 상관없이 게임 내내 토큰 뒤집어야 한다면 꽤 번거로울 테니까요.
그러므로 이 점을 꼭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단점이라고 말하는게 아니예요. 리버시의 특성을 생각하며 게임을 접했다간, 의외로 핵심 시스템은 아니란 점에 놀랄 수 있기에 그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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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휴! 무려 5천자에 걸쳐 디어티즈에서 느꼈던 여러가지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리뷰를 작성하기 위한 테스트 플레이를 마치고 디어티즈를 커버를 보았을 때 들어온 디자이너의 이름. Gary Kim.
응? 한국 게임이었어? 하며 잠시 어리둥절 한 상태에 빠졌어요. 게임을 시작 때 어떤 디자이너의 작품인지 잘 확인하지 않고, 끝나고 나서야 확인하는 습관 때문에 너무 뒤늦게 알았죠. 심지어 리뷰를 요청하는 메일에도 한국인 작품이라는 말이 어디에도 없었거든요 ㅋㅋ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름인데…하며 검색하고 나서야 누군지 알아챘습니다. 제가 한참 봉사활동 다니던 20대 시절, 아이들과 엄청나게 많이했던 아브라카왓? 의 디자이너분이셨어요. 정말 오랜만에 보니 반갑더군요.
그동안 만드신 작품 리스트를 찾아보며 “오- 이것도 만드셨구나! 저것도 이분 작품이었구나!” 하며 한참 신기하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리뷰는 리뷰죠. 다행이라 해야할지, 해외에 사는 입장이라 디자이너님을 직접 뵐 일이 없어 부담없이 리뷰를 써낼 수 있었습니다 ㅋㅋ
리버시(오셀로)를 온라인으로 자주 했던 입장에서, 저는 고전 게임을 어떻게 재해석 했을지 굉장한 기대를 가지며 게임을 시작했어요. 결과적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리버시의 일부 규칙을 빌려오며 리버시 특유의 특성이 많이 옅어진데다, 별 차이가 없는 신들에서 “으음…” 하며 다소 미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게임을 2인플로 시작했던 터라 기대감은 더욱 채워지지 못했죠.
하지만, 3인플 4인플이 될 수록. 폐허 토큰을 이용하여 보드가 비좁아 질수록 게임이 가진 매력이 수면위로 떠오르더군요. 지금은 리버시의 규칙 중 그만큼만 떼온게 적절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추상전략 게임을 기반으로 한 중에 4인이 즐길만한 게임은 많지 않은데요. 어쩌면 디어티즈가 그 자리를 한동안 메꿔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Gary 작가님의 게임을 전부 해보진 않았지만 디어티즈를 가장 즐겁게 했습니다 :) 평소에 좋아하던 리버시를 재밌게 재해석한 인상 깊은 작품이었어요.
이게 가능하다면 백개먼, 고누, 윷놀이, 장기 같은 게임도 새롭게 재해석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