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임페리움 - 매콤한 짬뽕 한 그릇
최근에 듄: 가문의 비밀과 듄: 아라키스 전쟁 후기를 작성했었는데, 어쩌다보니 듄 보드게임의 후기를 3개 연속 작성하게 되었네요. 이번엔 듄 IP를 잘 적용하면서도 탄탄한 시스템을 갖춰 인기를 끌고있는 게임, 듄: 임페리움을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듄은 아르낙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던 덱빌딩-일꾼놓기 게임 형제죠. 과연 어떤 매력이 있어서 긱순위를 질주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게임 요약
배경
당신은 듄 세계관에서 가문의 지도자가 되어 사람들을 고용하고, 여러 세력과 동맹을 맺고, 전투에서 승리하여 아라키스 행성의 패권을 잡아야 합니다.
플레이
라운드 시작 시 각자 덱에서 다섯장을 뽑고 돌아가며 카드를 한 장씩 사용합니다. 카드 효과를 사용하고 카드에 있는 아이콘과 일치하는 칸에 일꾼을 놓고 해당 행동을 합니다. 일꾼 놓기 행동을 통해 자원을 얻거나, 병력을 전장에 배치하고, 다른 세력들에 대한 영향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일꾼을 모두 사용한 후 패스를 하면 손에 남은 카드를 공개하고 카드의 공개 효과를 사용합니다. 공개 효과로 추가 전투력과 설득 비용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가지고 전투에서 역전을 꾀하거나 새로운 카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패스를 하면 군대의 전투력을 비교해 가장 높은 사람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해당하는 보상(주로 점수)을 받습니다.
종료
라운드를 진행하다가 한 플레이어가 10점을 달성하거나 10 라운드 후에 게임이 끝나며, 가장 점수가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 감상
종합선물세트
이제는 보드게임에 새로운 매커니즘이 나오기 힘들어졌는지 여러 매커니즘 섞기가 요즘 게임의 대세가 되었죠. 듄도 마찬가지로 많은 매커니즘들이 섞여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임입니다. 어떤 매커니즘이 들어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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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덱빌딩 & 일꾼놓기
덱빌딩 일꾼놓기의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하는 카드의 아이콘에 따라 일꾼을 놓을 수 있는 칸이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카드 혹은 돈을 써서라도 원하는 칸에 갈 수 있는 아르낙과 달리 듄에서는 해당 아이콘이 없으면 얄짤없이 입구컷입니다. 따라서 카드의 효과 뿐만 아니라 아이콘을 고려해서 덱빌딩을 해야합니다. 무지성으로 카드를 사모으다가는 중요할 때 원하는 행동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취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유기성은 한눈에 보이지 않아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머리속에 물음표가 잔뜩 생기며 운빨게임 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물음표가 해소되고 적절한 덱빌딩과 운영을 해나가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게임의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추가로 다른 일꾼놓기 게임을 하다가 처음 듄을 했을 땐 일꾼이 적어서 아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많이 해보니 두 세번밖에 행동을 못하기 때문에 선택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게임 템포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네요.
- 레이싱
게임 종료 조건의 레이싱 요소는 게임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10점이라는 어찌보면 적어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막막한 목표 점수를 설정해두어 게임의 템포를 잡아줍니다. 전투, 음모카드, 팩션 동맹, 플레이 카드 등 다양한 득점방식이 있으면서도 전투가 중심을 잘 잡아주기 때문에 난잡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덕분에 게임 중 루즈해지는 순간이 거의 없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점수를 짜내고 또 이를 서로 견제하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 영향력
전투는 병력을 얼마나 투입하냐의 영향력 싸움입니다. 한번의 행동으로 놓을 수 있는 병력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한발짝 한발짝 쫒아가거나 도망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명이 전장에 병력을 쌓기 시작하면 나도 따라가야 하나하고 초조해하며 고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세력(팩션)은 기본적으로 영향력 요소지만 동맹이라는 선점 요소가 있기 때문에 레이싱의 맛이 조금 납니다.
- 자원관리
듄에는 솔라리(돈), 스파이스, 물 세 가지 자원이 있으며 각각 얻는 방법과 사용처가 정해져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자원이 쏟아지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 운용이 꽤나 빡빡해서 계획적인 수급과 사용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듄에는 다양한 매커니즘이 있지만 잘 버무려 놓아서 게임을 하는 중에 어색함이 없이 어우러지는 맛이었습니다.
강하지만 직접적이지 않은 인터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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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에는 전투, 자리 선점, 팩션 영향력, 공개 단계 등 곳곳에 인터액션이 버무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인터액션으로 인해 같이 게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죠. 가장 직접적인 인터액션으로 상호견제가 있는데 이는 목표 점수 레이싱과 합쳐져서 놀라운 재미를 줍니다. 서로 1점 1점 뺏고 뺏기는 수 싸움이 치열하게 발생하죠. 견제로 인해 길이 막히더라도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견제를 극복해내고 나아갈 때 큰 전략적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듄의 견제는 한 명을 지목해서 때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모두를 견제하게 되는 착한 견제죠. 예를 들어 전투에서 한 플레이어에게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선 내가 1등해서 견제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견제를 심하게 당하더라도 그렇게 억울함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런 착한 견제라도 빈정상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영향력 게임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또, 차등 보상이나 병력 소모를 통해 어느정도 보완을 해놓았습니다.
자리 선점이나 공개 단계 때 발생하는 눈치싸움도 듄이 주는 강렬한 맛 중 하나입니다. 뺏기기 전에 먼저 선점할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선택을 미뤄 상황을 보고 대응할 것인가. 이를 놓고 게임 내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견제와 눈치싸움 덕분에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고 쫄깃함이 느껴집니다. 이 느낌을 좋아하냐 마냐에 따라 듄과 아르낙의 호불호가 갈리는 듯 싶습니다.
운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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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임페리움에는 운의 요소가 대놓고 존재합니다. 일례로 앞에서 이야기 했듯 카드의 아이콘이 있는 지역만 일꾼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덱빌딩을 잘했어도 원하는 카드가 안나오면 운빨망겜 소리가 나오죠. 하지만 드로우를 통해 몸을 비틀어볼 수 있는 기회를 한번쯤 제공해 줍니다.
또 흔히들 듄을 책략카드 망겜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책략카드를 살펴보면 카드별, 상황별 편차가 크긴 합니다. 하지만 책략카드는 비공개 요소를 통해 게임이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것을 막아주고 긴장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뿐만 아니라 책략카드 뺏어오기 칸으로 책략카드에 너무 심취하는 것을 어느정도 방지해 두었죠. 이러한 운 요소들은 딱 적절한 선을 지키며 게임에 다양함과 활력을 주고 고인물의 영향력을 줄여주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다만 랜덤으로 깔리는 카드 시장에서는 운에 의한 불합리함이 느껴집니다. 자신이 카드를 샀는데 시장에 좋은 카드가 깔리고 다음 사람이 그 카드를 낼름 채가면 세상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적정 인원
듄의 적정 인원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우선 1인, 2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영향력 요소가 있는 만큼 게임의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네요.
가장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4인 게임입니다. 4인 게임에서는 전체 행동칸이 부족해져서 뒷순서는 어쩔수 없이 안좋은 칸에 일꾼을 놓게 됩니다. 특히 다들 추가 일꾼인 소드마스터를 고용하면 이러한 인구 밀집 현상은 더욱 심해지죠. 후반부에 좋은 칸이 안남기 때문에 1회용 일꾼인 멘타트 고용의 매력도 떨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후턴인 라운드에는 흥미가 떨어지고 앞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이 느껴집니다. 듄을 처음 플레이 했을 때 4인으로 했었는데 이것 때문에 감상이 그저 그랬습니다. (물론 져서 그런걸수도 있습니다) 다음 라운드의 선을 정하는 요소가 있었다면 순서 경쟁도 생기고 후턴이 더 합리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네요.
결론적으로 3인이 베스트인 듯 합니다. 다들 좋은 효과들 중에 선택을 할 수 있어서 게임이 시원시원합니다. 또 멘타트로 턴순서를 늦춰도 괜찮은 자리에 들어갈 수 있어서 멘타트의 전략적 활용이 높아지게 됩니다.
익스의 부상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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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의 부상에서는 몇몇 행동칸이 바뀌거나 추가되었으며 다양한 부가 효과를 주는 기술 타일과 강력한 드레드 노트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지도자와 전투카드, 책략카드, 카드효과들이 추가되었습니다. 글로만 봐도 추가된 요소들이 상당히 많죠? 그만큼 게임의 느낌이 많이 바뀝니다. 게임 양상이 훨씬 다채로워지고 본판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부분이 있다고는 하나 추가되는 규칙만큼 웨이트가 상당히 증가합니다. 듄 임페리움은 본판만으로도 훌륭하기 때문에 단점이나 단조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확장을 서둘러서 넣을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물론 본판이 질려간다하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불씨를 붙여주는 최고의 확장이 될 것입니다.
@ 마치며
다양한 매커니즘을 가진 짬뽕 시스템에 유명한 IP를 씌워서 탄탄한 명작게임이 탄생했습니다. 듄은 요즘 트렌드인 멀티 솔리테어를 거스르는 매콤한 인터액션의 게임이라 개인적으로 더욱 호감이 가는 작품입니다. 쫄깃한 인터액션을 즐기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