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한 솔플러의 게임 후기 (웨더 머신)
안녕하세요? 리클러스입니다.
주기적으로 추천을 부탁하는 글이 올라오는 특정 작가들이 있죠. 빈도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비딸도 그런 작가 중에 한 명인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는 2인 게임의 느낌에 대해 묻는 글들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직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게임 소개와 소감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게임판 뒷면)
비딸 작가 못지않게 그림쟁이인 이안 오툴에 대한 관심도 많죠. 특히나 이번 웨더 머신에서는 그의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임판 앞면만 보면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뒷면을 보면 분리되어 있는 각각의 장소들을 잘 느껴볼 수 있습니다.
하단은 로봇과 화학 물질을 구하고 작업장을 확장하도록 해주는 물자 창고입니다. 상단의 저 뒤로 보이는 곳은 정부 기관입니다. 중간에 보이는 곳은 라티브의 실험실입니다. 최초의 웨더 머신이 만들어진 곳이죠. 좌측은 실험실의 실험 결과를 취합하고, 개선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 위해 로봇을 보내는 곳입니다. 게임 안에서는 이 장소를 R&D로 표현합니다. 테마적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그 아래쪽에 라티브의 집무실도 있군요. 상단 3개의 장소는 게임 내에서 '주요 장소'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라티브 박사의 새 발명품인 웨더 머신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은 한동안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서서히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웨더 머신의 사용이 '나비 효과'를 촉발해, 지구 전역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났습니다. 결국 인류의 종말을 막고자 정부가 나서서 라티브 교수팀을 지원하기로 합니다.
(게임 준비)
게임 준비 과정은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타일과 화학 물질, 연구 타일과 기후 타일들을 참가자들이 나눠서 배치하고, 각자 자신의 개인판을 준비하면 게임의 규모에 비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판의 일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를 진행하는 배경이다보니 돈이 아닌 바우처라는 재화를 사용합니다. 위 사진 중앙 부분에서 5개의 바우처 토큰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물자 창고, 정부, 실험실, R&D 바우처입니다. 이들은 해당하는 장소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가장 오른쪽의 과학 바우처는 실험 단계와 프로토타입 제작에 사용되며, 와일드카드처럼 다른 바우처를 대체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 도중에 아무 바우처 3개를 소비하여 과학 바우처 1개로 바꿀 수 있으니 가치가 높은 바우처입니다. 각 장소로 이동하면 이웃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먼저 방문한 과학자가 있다면 바우처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행동은 바우처를 소모하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하고 바우처 관리가 게임 운영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부)
15개의 정부 보조 타일이 있습니다. 정부가 과학자들에게 제공하는 특혜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용을 소모하지 않고 행동을 하게 해 주거나 여러 재화를 제공합니다. 타일들 아래로 기계 부품이 그려진 칸이 있습니다. 이 칸이 과학자들이 보낸 로봇으로 채워지면 정부도 프로토타입 제작을 도울 수 있습니다.
(기금 트랙)
주요 장소로 표현되는 정부, 실험실, R&D의 상단에는 각각 기금 트랙이 있습니다. 해당 장소에서 행동을 하면 기금 트랙의 마커가 전진합니다. 과학자들이 실적을 올리면 투자 타일을 받습니다. 그 투자 타일을 이용하여 기금 트랙에 표시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임 중 수입이 정기적이지 않고 라티브 박사가 집무실을 방문해야만 수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금 트랙을 꾸준히 올려두었다가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게임이 끝나면 점수도 받을 수 있습니다.
(라티브의 실험실)
크기가 큰 회색 로봇 하나가 있습니다. 라티브의 조수입니다. 조수가 5개 분야(세로줄)를 이동해 다닙니다. 라운드가 종료될 때마다 조수가 있는 분야의 모든 칸에 로봇이 채워져 있으면 웨더 머신 가동 실험을 실시합니다. 아직 로봇들이 채워지지 않았다면 실험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작은 회색 로봇들은 라티브의 로봇입니다. 라티브도 지속적으로 로봇을 보내 실험을 돕습니다.
(R&D)
상단에 보이는 길쭉한 타일들은 이상 기후 타일입니다. 하단의 칸들은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해 로봇과 화학 물질을 보낼 장소들입니다.
(단계별 이상 기후 타일)
라티브의 실험실에서 실험이 실시되면 R&D 구역에서 해당 분야의 이상 기후 타일이 추가됩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상 상태가 점점 악화됩니다.
(새로운 프로토타입은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과학자 한 명의 힘으로도 가능하지만, 기후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개선된 프로토타입 제작은 여럿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타일 위에 올려진 토큰은 돌파구 토큰입니다.
(논문 발표)
정부에 부품을 판매하고, 실험실에서 실험이 실시되고, R&D에서 연구를 하면 연구 토큰을 받게 되고, 하나의 분야에서 3개의 연구 토큰을 모으면 논문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논문을 발표하면 돌파구 토큰을 얻게 되고, 이 돌파구 토큰이 있어야 프로토타입 제작이 가능합니다.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면 업적 토큰을 받게 되고, 업적 토큰은 연구 토큰을 대신할 수 있어서 논물을 발표하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게임 종료 조건 중 하나인 노벨상을 받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개념들의 설명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깔맞춤전략님 영상을 봤는데요, 아마 큰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규칙서 한 번 보시고 위의 개념들을 이해하고 영상 보시면 바로 게임이 가능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콘들이 처음에는 눈에 잘 안 들어오겠지만 첫 게임 하시는 동안 게임판 위에 써 놓은 아이콘들을 잘 익혀두시면 다음 게임에서는 규칙서를 뒤적거리는 일이 거의 없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이쁘네요. 커피 트레이더스랑 라그랑하, 그리고 웨더 머신은 미적으로도 상당히 기대가 컸습니다. 다른 두 개의 게임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아쉽네요. 아무튼 웨더 머신은 정말 이쁩니다.
테마적으로도 좋았습니다. 디지털 게임이든 보드 게임이든 (단순화한 표현이긴 하지만) 테마와 시스템의 경쟁적인 요소가 서로 아웅다웅하며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두 요소의 조합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임 중의 하나가 비딸 작가의 리스보아입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에서조차 공공건물과 상점 건물의 서순에 대해선 루도내러티브의 부조화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과도하게 흠을 잡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만큼 그 조화를 이루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바이오 쇼크 같은 게임도 클린트 호킹(스플린터 셀) 같은 개발자에게 비판받았을까요? 여담이지만 게임 밸런스의 부분에서 종종 지적받기도 하는 리스보아의 법령카드는 전 테마적으로는 좋았기 때문에 특별히 하우스룰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웨더 머신 게임 안에서 실험을 하고, 그로 인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정부가 개입하고, 기금을 운용하는 많은 요소들이 조화롭게 작동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악화되는 기상 상태 문제를 대를 위한 소의 희생처럼 묘사하기도 했지만 이 부분은 블랙코미디같거나 풍자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도 좋았습니다. 다만 리스보아 같은 경우 생산 한 번의 행동으로 후반부의 폭발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반면에 웨더 머신은 차근차근 빌드 업을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더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참가자들 운영의 차이가 꾸준히 쌓여가는 편이라서 드라마가 잘 써지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의 다른 게임들처럼 단순히 바퀴를 굴리기만 해도 느껴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음의 실험에 대비하여 로봇을 보낼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의 재미도 좋고, 바우처와 로봇, 화학 물질과 기계 부품의 여러 재화를 관리하는 재미의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매우 경쟁적인 게임이면서 승패 여부를 떼어 놓고 보아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점이 비딸 게임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도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인 게임에 쓰이는 요원들의 은신처)
1인 플레이도 경쟁적이고 재밌습니다. 상대의 점수가 35점에서 시작하고 이를 목표 점수라고 합니다. 이 목표 점수를 넘어야 승리해요. 이 점수를 따라갈만하면 달아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점이 좋더라고요. 다만 은신처라고 쓰지만 사실은 요약표인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1인 규칙서가 또 다른 규칙서 하나를 더 읽는 수준입니다. 물론 한 게임을 해 본 다음에는 익숙해지긴 하지만 첫 플레이는 꽤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재밌습니다.
비딸 작가의 게임들이 2인 게임을 위해 추천하기는 좀 힘들었어요. 칸반과 갤러리스트는 2인 게임의 경험이 좋지 못했고, 비뉴스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같은 작가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개성이 덜한 편이고요. 리스보아는 2인 게임도 재밌었지만 판매를 하지 않고 있죠. 온 마스는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느껴져서 추천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어떤 분들에게는 웨더 머신이 때마침 도착한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에게는 2인 게임이 제법 괜찮았습니다.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3-4인 게임에 비해 수입 단계의 빈도가 낮을 여지가 있습니다. 후반의 터지는 맛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참가자들의 역량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어서 단점으로 지적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금속 기계 부품이 예쁘긴 합니다만, 음...... 그러니까 웨더 머신이 게임 규모에 비해 게임하는 공간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편인데 이 부품들이 종이 토큰처럼 쌓을 수가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트레이에서 꺼낼 때도 조오오오금 불편합니다. (뭐 하나라도 흠을 잡아보고 싶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