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보 10월 4주 모임 후기
<놀보 - 놀면뭐해?보드게임> https://open.kakao.com/o/gYo82Xyd
기존 아지트 큰 테이블 크기가 1900 x 800이었는데 최근에 이사하면서 2400 x 1200 테이블을 구해서 일주일 동안 게임을 돌려보았는데, 정말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이네요! 기존 테이블에서 어떻게 게임을 했나 싶을 정도로 보드게이머에게 1200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 월, 수, 금, 토 벙에 참여하여 재밌게 돌리 게임들 간략한 후기를 남겨봅니다. 다음주에는 맹세와 웨더머신(도착하면) 해볼 수 있기를~
1. 카네기
이사한 다음날 첫벙에서 처음 돌린 게임은 카네기입니다. 긱평점 7.9에서 8.1까지 오른 역주행의 아이콘~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열광팬 이후 대중화되면 평점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평점이 오히려 오른 카네기는 특이한 케이스죠. 저도 첫판보다 뒤로 몇판 하면서 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답니다. 아지트 처음 방문하신 회원님이 카네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간만에 4인으로 해볼 수 있었습니다. 카네기는 4인 베스트인듯요. 인사, 경영, 건설, 연구 중 앞에 사람이 뭐할지 생각해서 왕따를 피해 남들 따라가는 눈치싸움을 잘 하는 게 중요한데,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다른 사람들 하는 거 신경을 쓰다가 후반에 급집중력을 잃고 나 홀로 하고 싶은 거 하다가 망했네요. ㅜ.ㅜ 타인과의 상호작용보다는 자기 계획 효율적으로 설계해서 실현하는 보드게임 스타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공용보드판 위 길 잇는 과정에서 막는 막히는 상호작용 및 푸코식의 액션 따라하기 상호작용을 특징으로 하는 카네기는 꽤 매력적입니다. 이안 오툴의 파스텔톤 아트워크도 눈을 즐겁게 하고요. 좋아하는 테마는 아니라서 먼저 하자고 할 게임은 아니지만요. ㅎㅎㅎㅎ 
2. 왕은 죽었다 2판
왕은 죽었다 2판은 팍스 파미르의 핵심 게임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친 왕위 계승 테마의 게임입니다. 리뉴얼되어 나온 요즘 게임답게 디자인도 이쁘고 긱평점도 좋아서 해구했는데, 게임성은 약간 애매합니다. 3명이 있는데 게임할 시간이 1시간 안될 때 자주 꺼내서 했던 지라 거의 10판 가까이 했을텐데, 마지막까지 최대한 카드 안쓰고 버티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매우 높아서 게임마다 양상이 비슷비슷한 편입니다. 8장의 카드 가지고 자기 턴에 1장씩 카드를 내리면서 카드의 행동을 번갈아 하다가 3명이 연달아 패스를 하면 권력 투쟁이 일어납니다. 권력투쟁은 8개의 지역 중 한 지역에서 정사각 색깔 큐브로 표현되는 스코틀랜드, 웨일즈, 잉글랜드 지지자 중 누가 많은지 확인하는데, 많은 세력이 그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하여 그 색깔의 디스크가 놓이게 되고 동률이면 불안정 디스크가 놓입니다. 카드 플레이로 지도의 큐브들을 움직이는 영향력 게임 요소가 팍스 파미르에서 발전된 형태로 나타나죠. 이런 류의 게임이 그렇듯 테마에 몰입하면 더 재밌습니다. 나는 어디 충성파다, 이익을 위해 불안정을 노리다니 매국노다 이런식으로요. ㅎㅎ
3. 에이지 오브 스팀
최근에 회원 중에 한 분이 에이지 오브 스팀을 들고 오셨는데 했던 사람들이 다 너무 재밌다고 반응이 좋아서 운영진이 중고로 빠르게 구해서 아지트에 구비한 게임입니다. 일단 디자인이 아주 좋습니다. 눈이 즐겁지요. 에이지 오브 스팀은 기차 선로를 건설하고 그 선로로 상품을 배송하는 루트를 개척하여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입니다. 중앙 보드판 위에서 요충지가 되는 선로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싸움과 어디 상품을 어디로 배송해야 가장 이익이 될지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노리던 중요 노선을 다른 사람이 차지하면 타격이 큽니다. 다른 사람의 선로를 통해서도 배송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상대방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에... 최대한 자기 선로를 이용해서 멀리 배송을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는데 4인이 넓지 않은 지도에서 경쟁적으로 선로를 건설하다보면 마음대로 하기 어렵죠. 이날은 독일 지도로 했는데, 외곽 선로 건설 비용이 너무 비싸서 안쪽 위주로 플레이가 이루어지다보니 중원이 금방 빼곡하게 차버렸네요. 다음에는 외곽 루트를 잘 활용하는 전략을 세워서 해봐야겠습니다. 에이지 오브 스팀은 다양한 특성의 많은 맵 덕분에 리플레이성이 높은 것도 매력이네요.
4. 롤 카메라!
영화 제작이라는 신선한 테마의 게임이 얼마 전에 출시되었죠! 해외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엄청 기대했던 게임인데 한글판으로 나와 정말 기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3단계는 영화 감상 -> 영화 글쓰기 -> 영화 만들기라는 말을 시네필을 상징하는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했다고, 영화평론계의 거장 정성일이 언급하면서 국내에서 영화 사랑의 끝판왕은 영화 만들기라는 공식이 성립해왔는데, 사실 트뤼포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쿨럭. 아무튼 영화애호가라면 영화 만들기에 대한 로망이 많게든 적게든 있는 편인 것 같고, 영화 책도 여러권 보고 작가주의 영화들을 찾아봤던 사람으로서 이 게임은 필구입니다. 이날 게임은 메탈 주사위가 추가된 다른 분 걸로 했습니다. 저는 컴포넌트 업그레이드 할 바에 다른 게임을 하나 더 사는 게 낫다는 주의라서 기본으로만 구했거든요. 에이지 오브 스팀에 이어 4명이 감독, 미술감독, 영화배우, 제작자 역할을 맡아 머리에 김나가면서 좌충우돌 험난한 여정 끝에 영화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쉬움 난이도로 했는데도 현장에서 계속 문제가 터지고 시간과 돈은 부족하고... 이런 리얼리티라니!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보드게임이 틀림없습니다. 게임 중간 즈음 걸작을 만들기는 글렀다는 걸 깨닫고 컬트 영화로 노선을 급선회하여 완성도를 일부러 낮추는 전략으로 밀고 나가게 됩니다. 화장실에서 미래의 자기 모습을 예견하며 깜짝 놀라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울고 있는 애인을 달래는데, 그 이유는 결혼을 반대하는 애인의 가족을 독약으로 몰살시키기 때문이죠. 그리하여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게 되는데, 어렸을 때 암살기관에 납치된 자식은 이유를 모른채 상부의 명령에 의해 아버지를 나이프로 찌르게 됩니다(오이디푸스 신화). 이러한 막장 가족 이야기에 이웃들은 당황하거나 실성한 반응을 보이면서 영화는 엔딩을 맞습니다...는 다 끝나고 혼자 생각한 스토리고 게임하면서는 그럴 틈이 없습니다. ㅋㅋㅋ 보드게이머 4명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상의해가면서 겨우겨우 5개 장면을 컬트 요건에 맞춰 채워 넣는 빡게임 경험을 했답니다. 좋은 협력 게임입니다.
5. 스카이마인
알렉산더 피스터의 역작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몸바사의 리테마 버전 스카이마인입니다. 해외보다 국내에서 약간 더 빨리 출시되었죠. 우주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광업 투자자가 되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테마의 게임인데, 테마가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저는 상업 테마의 보드게임들은 활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업을 다루는 드라마도 암투나 휴머니즘이 담겨야 재미가 있듯이, 보드게임 테마도 다양한 측면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담겨야 더 몰입이 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스카이마인의 경우 기업 영향력 요소 때문에 동맹이나 견제의 상호작용이 약간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측면이 있어서 그중에서는 낫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카드 구성을 잘 생각해서 특정 요건을 만족시키면서 연구계획을 전진시키는 퍼즐풀이 요소입니다. 백미라고 할 수 있죠. 괜찮은 게임이라는 건 틀림없어서 누가 하자고 하면 할텐데.... 좀 더 다양한 상상력이 발휘된 게임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래봅니다. 그나저나 피스터 작가의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아르헨티나는 언제 출시되려나요... 높은 환율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해구할 생각입니다!
6. 아크로폴리스
스카이마인 후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아 궁금했던 고대 지중해 도시 건설 테마의 아크로폴리스를 해봤습니다. 점수내는 타일 배치 규칙이 캐스캐디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좀 있었습니다. 한 줄로 이어지는 주택은 연어, 따로 떨어져서 짓는 시장은 곰, 외곽에 짓는 병영은 매랑 비슷해요. 캐주얼한 캐스캐디아 포지션에, 2단, 3단 쌓아서 점수를 높이는 방식은 아크로폴리스의 차별화된 부분입니다. 점수계산 방식은 색깔 별표 곱하기 색깔 타일수인데, 킹도미노의 왕관 곱하기 영역 칸수에서 따온 거겠죠. 규칙이 단순명료하고 룰설명 포함 20분 내로 끝나기 때문에 아지트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과 워밍업 느낌으로 하기 좋아 보입니다. 혹은 사람들 참석 시간이 조금씩 달라서 15분 정도 시간이 뜰 때, 가볍게 하기에도 괜찮겠고요. 모임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캐스캐디아와 아크로폴리스의 관계는 7원더스와 7원더스 건축가들 관계라고 해도 무방한데, 시간이 있다면 전자를 할 것 같아요. 혼자 노는 스타일이라 일반 지인들과는 상호작용이 더 있는 게임이 낫겠고, 몇번 하면 보드게이머들한테는 좀 심심한 측면이 있을듯 해요.
7. 반지의 제왕 가운데땅 여정
그림자 드리운 길 확장까지 하고 쉬었다가 오랜만에 원정대가 다시 뭉쳤습니다. DLC 캠페인 유령 들린 너른골 여정에 참견꾼 간달프, 요리사 칼라민스 툭, 방패전사 프레어힐드가 참여했습니다. 사진은 프레어힐드가 강력한 적들에 둘러싸여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네요. 동료들과 함께 정말로 모험하는 기분이 들고, 각양각색의 캐릭터에 특화된 다양한 카드 능력을 발동하는 재미가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칼라민스 툭은 요리사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고양을 쉽게 생성하고 피해 회복도 잘 합니다. 본판 기준 최고의 캐릭터로 레골라스가 꼽히는데, 그림자 드리운 길부터 등장한 간달프가 완전 사기 캐릭터네요. ㅎㅎㅎ 직접 해보시길! 광기의 저택 등 크툴루 테마 게임들에 비해 국내에서 덜 인기 있는 느낌도 드는데, 3-4명 고정팟을 만들 수 있다면 강추하는 게임입니다. 경험치와 지식이 쌓이면서 해금되는 카드 기술과 아이템이 제한되어 있어서 캠페인마다 캐릭터 바꿔가면서 여정을 진행하면 마지막 확장 DLC까지 재미는 보장될 것 같습니다. 피규어 확장들이 좀 비싸긴 한데,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생동감을 위해 감수해야 되는 부분인듯 합니다. 해외 킥스 등 구경하다 보면 피규어가 강조되는 보드게임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