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 달빛 아래에서 수를 리뷰 - 너를 말려 죽여주마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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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8-19 오후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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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08년
게임 타입 : 추상전략
플레이 타임 : 20분
플레이 인원 :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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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에서 수를. (이하 달아수)

지금까지 들은 게임 이름 중에 가장 감성이 살아있는 게임 제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 해보단 달을 좋아해서 더 그렇게 와닿을지도요.

하지만 추상전략을 잘하는 친구에게 이 게임을 들이미는 순간.

여러분은 거미 한마리가 맞은 편에 앉아 먹이감을 노려보는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될겁니다.

뭔소리냐고요?

달아수의 진행법을 함께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알게 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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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냐면요

달아수는 행마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좌측 대각선 상단, 중앙 상단, 우측 대각선 상단으로 원하는만큼 이동할 수 있죠.

이렇게 이동하고 도착한 자리에는 색이 있는데요.

이 색이 바로 상대 플레이어가 "움직여야 하는 기물의 색"입니다.

이렇게 번갈아가며 이동하다가 상대방의 시작지점에 내 기물이 들어가면 승리합니다!

아주 간단한 게임이죠.

게임 내엔 다양한 시작 세팅법(초기세팅 토큰)과 함께

승리에 기여한 기물을 뒤집어서 특수 능력(5칸만 이동 + 기물 밀기)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으니 기본 게임이 지루해지면 살짝 섞어서 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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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도입부에서 했던 거미 이야기는 대체 뭐냐고요?

자자, 추상전략을 즐기는 사람들의 스타일은 여러가지로 나뉩니다.

1.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만 하며 무력으로 제압하는 호전적인 스타일

2. 처음부터 끝까지 수비만 하며 공격자가 힘이 빠지도록 유도하는 방어적인 스타일

3. 허술한 듯 상대방에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미끼를 무는 순간 승기를 잡아채는 지능적인 스타일

4. 틈만나면 유리한 기물 교환을 하며 적은 기물로 폭은 좁지만 깊은 수를 보는 장기적 스타일

5. 기물의 위치를 절묘하게 잡아가며 상대방의 수를 하나둘씩 봉쇄하고 통제하며 숨막히게 만드는 포지션 위주의 스타일

좀 더 세분화 할 수 있겠지만 리뷰 목적상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할거예요.

체스, 장기, 바둑, 오목 등 아무거나 좋습니다. 추상전략을 해보신 여러분들은 어떤 운영을 할 때 가장 재밌다고 느끼시나요?

이 질문은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추상전략 게임은 "원하는 기물"을 "원하는 때"에 움직일 수 있는 자율성을 줍니다. 손에 주어진 다양한 기물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내가 원하는 식으로 게임을 끌어가죠. 누가 더 멀리보고 기물을 잘 활용하는가 하는 승부입니다.

그런데 달아수는 이 원칙을 파괴합니다. "상대방"의 기물을 "내가" 원하는 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 되어있어요. 상대방의 선택권이 내가 지금 움직이는 기물에 달려있습니다. 내가 상대를 통제하고 있죠. 이 특징을 기억하고 위에 나열했던 플레이 스타일을 다시 살펴보면 하나의 스타일이 달아수와 상당히 비슷하단걸 알 수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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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좀 쉽시다. 숨 좀!

맞아요! "5. 기물의 위치를 절묘하게 잡아가며 상대방의 수를 하나둘씩 봉쇄하고 통제하며 숨막히게 만드는 포지션 위주의 스타일" 이죠.

상대방의 진영으로 무작정 달려가는 기물만 보면 달아수는 굉장히 공격적인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골라인 바로 앞에 기물을 들이대는 호전적인 스타일의 운영이 가장 잘 먹힐 것 같죠.

하지만 상술했듯 달아수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통제하는 게임입니다. 상대의 쓸모없는 기물을 움직이게 유도하고, 그 불필요한 기물이 내 유용한 기물을 움직이도록 해야합니다. 처음부터 룰이 그렇게 의도하고 있죠.

상대방이 아무리 호전적이고 단 한 수로 승리 할 수 있는 기물이 존재하더라도 내가 허용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패배 직전에 놓인 것처럼 보여도 패배한게 아니예요. 침착하게 촘촘히 거미줄을 놓아가면 상대방을 패배로 유도 할 수 있습니다.

< 상냥한 엄마의 미소. 그에 비해 상대 진영 앞에 알을 두 개나 박아버리는 거친 플레이. 이런 건방진 플레이는 세심한 설계로 처절하게 응징 해줍시다. >

마치 투우사가 거친 소를 이리저리 유도하며 힘을 빼듯.

구렁이가 작은 동물을 휘어감아 질식 시키고 삼키 듯.

거미가 버둥대는 먹이감을 거미줄로 휘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듯.

그렇게 압박하면 됩니다.

<야, 쟤 봐. 뻘수 뒀다가 개망하고 소심 플레이 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구석에 몰려 힘이 스르르 빠진 상대는 "뭐야... 뭘 해도 지는데?" 하며 패스만 연달아 외치다 패배를 선언하죠.

비유는 3시간짜리 추상전략 게임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ㅋㅋ) 실제로는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이런 싸움이 벌어집니다. 후진 없는 특성과 이동거리가 제한이 없는 특성이 만나 빠른 전선이 형성 되거든요.

상대방의 목을 졸라가는 게임 운영을 좋아하는 분들은 달아수가 상당히 취향에 맞을거예요. 상대방의 사지를 하나 둘씩 똑똑 끊어가며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

(반대로 당하는 입장이 되면 뭘해도 상대방만 이득을 보는 듯한 고통을 받게 되죠.)

이렇게 설명 했으니 여러분들도 제가 1~5번 중에 어떤 성향의 게이머인지 눈치 채셨겠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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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은 좀 아쉬워요.

추상전략 게임이니 "건조해요. 테마가 없어요. 머리 아파요." 같은 뻔한 소리는 안할게요. 대신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달아수를 연거푸 즐기다보면 매 게임이 비슷하단 인상을 받게 됩니다. 물론 매번 똑같은 세팅으로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는 체스, 바둑, 장기 같은 게임도 있어요. "이런 게임은 안지겹냐!!!" 라고 말씀 하실 수 있지만 이런 게임은 게임 내에서 다양한 포진과 정석 때문에 유불리가 정해지고 게임의 양상이 크게 바뀌는 변화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달아수는 이런 점에서 다소 부족함을 보여요. 플레이 스타일이 통제의 싸움 위주로 돌아가니 어느 순간 반복적인 느낌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모든 기물이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기물의 시작위치가 바뀌더라도 차별화 된 점을 느끼긴 어렵다는 점도 있죠. (체스 960을 해보시면 시작 포지션의 변화가 얼마나 큰 체감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법. 오히려 초보자들이 집중 할 요소가 있기에 배우기도 편하고 깊게 파고드는 부담도 덜해서 좋긴 합니다. 후기를 보면 초보자, 어린이, 가족들이 유독 많이 언급되는걸 볼 수 있는데요. 달아수가 가진 낮은 장벽의 특징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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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인상 깊었던 점은요

게임성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그 외에 언급하고 싶은 몇 가지 부분이 있습니다.

1. 한국테마

의외로 한국 테마를 씌운 보드게임을 보는게 쉽지 않습니다. 달아수는 그런 점에서 한국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게임 구석구석 넣어둔게 독특한데요. 행마법이 모두 같다보니 체스처럼 생김새가 기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지만. 이런 리테마는 참 좋은 것 같아요.

선별도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어요. 아이콘 하나하나를 보며 "아~ 이건 한국을 상징 할만하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2. 양면보드

소소한 디테일이지만 양면보드인점이 꽤 좋은데요. 한쪽 보드 면은 깔끔한 단색 톤으로. 반댓면에는 휘황찬란한 효과가 들어가있습니다. 저는 어느 쪽도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지만, 보드가 산만하면 집중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사소한 배려가 참 좋았어요.

3. 두툼한 기물

보드와 기물이 시원시원하게 큼직하고 꽤 두툼합니다. MTS 에서 어필하는 "컴팩트 한 사이즈" 엔 다소 갸우뚱하게 되지만... 조약돌만한 크기의 기물로 꽁냥거려야 하는 답답함은 없어서 좋았네요.

4. 고리 규칙

승리에 기여한 기물을 뒤집어 고리가 있는 면을 활용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동력 제한이 생기는 대신 다른 기물을 밀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데요. 아주 소소한 변화인데도 게임에 제법 영향을 줍니다.

전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규칙은 아니예요. 기물 하나 하나가 골인지점으로 순식간에 달려올 수 있는 공포감이 달아수의 매력인데, 이러한 이동력 제한은 느슨함을 가져오더군요.

어디까지나 선택적 규칙이기 때문에 필수적용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질릴 때 쯤에 적용해서 해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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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보드게임의 판대 대상을 폭과 깊이로 나눌 수 있다면 달아수는 폭, 그러니까 접근성에 치중한 게임입니다.

30초만에 규칙을 설명하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간결함.

복잡한 행마에서 오는 부담스러운 경우의 수 대신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기물 하나에서 오는 적은 경우의 수.

그럼에도 파고들면 여러갈래로 뻗어나가며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수 읽기.

이런 점들이 모여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준수한 추상전략 게임을 만들어냈죠.

보드게임 경력이 많으신 분들에겐 그저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추상전략으로 남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보드게임을 아이들에게, 가족에게 전파하는 일을 종종 하는 저로선 달아수가 가진 적당한 난이도가 꽤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꽤 오랜시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상대방을 구석으로 몰아가며 말려죽인다고 무서운 소리를 써놓긴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무서운 게임은 아니니까 한번 해보세요 :)

쉬운데도 깊이가 어느정도 있어서 재밌을거예요.

아.

추상전략 싫어하시면 이런 리뷰는 씨알도 안먹힐테니 딴거 하시길 추천 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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