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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드게임 모임 방문기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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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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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21.139.***.***
2022-05-21 23:59:41

하트 오브 크라운

마헤

테오티우아칸: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전고전기 후기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입니다. 자택근무를 할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원격으로 근무 할 수 있다. 언제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장점을 가진 직업이죠.

 

방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헤드셋을 낀 채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을 가득 써대며 고도의 집중을 유지한 상태로 코드를 작성하고 있을 것 같지만...

 

자택근무를 하며 24시간 육아를 병행하는 현실은 제법 다릅니다.

 

 

 

코드 3줄 쓰고 거실에서 들려오는 외침. "오빠~~ 아기 거기로 기어간다! 잘 봐!" 
코드 5줄 쓰고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괴성. "아가야~~ 거기 가면 안돼!!" (이윽고 들려오는 울음소리)

에러가 나는 부분을 뚫어져라 보는데. "아기 식사시간이야~!! 도와줘~~!!"

수정한 것을 테스트 해보고 있노라면 안기고 싶다고 찡찡 대는 아기가 무릎에 앉아서 키보드를 쾅쾅!

화상 회의 도중 무릎에 앉아 "~~~(빱...빠빱) 이래서 (압쁘아..쁘쁘...) (압뿌...프으으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회의 방해.

그리고 이어지는 "아기가 발표하고 싶은가 봐요 ㅋㅋㅋ" 동료 직원들의 웃음.

 

이걸 매일 8시간씩 반복하고 있죠.

 

 

일+공부+육아를 미친듯이 병행하며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갈 무렵... 모처럼 얻은 아기 없는 휴가 일주일!

 

 

뭘할까 생각하던 끝에 모임에 나가보기로 결정 했습니다. 예전부터 한국을 방문한다면 꼭 모임에 참가해보고 싶었거든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 근처에 활발한 모임이 하나 있더군요.

 

잠시 망설였지만 과감히 참가 신청!

 

한국의 모임은 어떤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어떤 게임을 할까, 한글로만 이루어진 게임을 하는건 어떤 느낌일까, 어떤 게이머들이 모이는 것일까, 어떤 식으로 신입들을 도와줄까 늘 궁금했거든요. 

 

가입소개를 작성하는데 닉네임보단 실명 위주로 운영되더군요. '서로 OO님~ OO씨~ 라고 부르는걸까? 친해지면 형, 누나, 오빠, 언니로 부르나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참가신청 완료.

 

 

 

실제로 방문해보니 예쁘게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미 오신 게이머 분들이 즐기는 마헤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깔끔하게 줄 세워진 게임을 바라보며 '와... 이 정도로 깔끔하게 관리 할 수 있구나' 하며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하나하나 예쁘게 랩도 씌워져 있고(뚜껑만 예쁘게 포장하는 그걸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먼지가 쌓여있단 인상도 받지 않았어요. 게임을 무작위로 열어보았는데 내부도 아주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더라고요.

 

'이에 비하면 나는 게임 관리를 막하는 거구나...' 라는 자조적인 생각과 함께 '여기 오신 분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가입 하시는걸까?' 생각을 하던 찰나.



 

음? 음?? 운영진의 안내에 이끌려 갑작스럽게 마헤 자리에 착석. 그리고 곧바로 마헤 게임을 이어서 시작했습니다 ㅋㅋㅋㅋ

 

자기소개도 못했고 전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는데요!? ㅠㅠ ㅋㅋㅋ

 

 

 

규칙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친절한 게이머 분들의 마헤 팁을 머리 속에 쑤셔 넣으며 일단 주사위를 던져댔습니다.

 

서너바퀴 도는 동안 주인이라던가 명령이라던가 하는 용어를 들으며 게임을 파악하려 하니 점점 흐름이 보이더라고요.

 

'서로 업고 보드를 빙글빙글 돌며 골인 지점을 넘는 사람이 점수를 먹는 윷놀이 같은 거구나.'

 

이렇게 게임에 대한 이해가 자리 잡히자 짧은 라운드 였음에도 재밌게 즐길 수 있었어요.

 

기술이 크게 필요한 게임은 아닌데도 분위기가 확 올라올 수 있는 좋은 게임이더라고요.

 

 

 



 

다음으로 배운 게임은 하트 오브 크라운. "도미니언류이며. 호불호가 있는 일러스트"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요. 실제로 해보니 도미니언의 단점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게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어요. 

 

이래서 책도 게임도 표지와 일러스트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나 봅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러스트를 보면 극불호 반응을 가질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카드 일러스트가 귀엽고 예쁘게 그려져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일부 카드가 다소 노출이 있어 '구태여 이렇게 까지...?' 싶었지만, 도미니언의 칙칙한 느낌의 그림들만 보다가 이런 그림체를 보니 신선한 느낌이 들어 눈이 즐거웠어요.

 

시스템도 꽤 탄탄하단 느낌을 받았는데요. 공주(?)를 옹립하는 과정도. 카드를 킵 할 수 있는 점도. 점수카드가 훼방꾼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별도로 뺄 수 있는 점도 재밌었습니다.

 

마켓 타이밍에 따라 일부 카드는 1~2장만 구매가 가능하다던가 하는 요소도 흥미로웠고요.

 

특히 카드마다 카드 진행방향이 그려져 있는데, 순서가 꼬이면 내릴 수 있는 것도 내릴 수 없게 되기에 머리를 굴려야 하는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그 수순의 깊이가 얕은 편이긴 해요.)

 

도미니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하트 오브 크라운도 충분히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불호가 강한 게임이라 그런걸까요?

 

"혼자하는 느낌이 강한게 단점이다. 마켓 운의 영향이 있다. 이런 저런 부분이 다소 번거로운게 아쉽다. 패가 말리면 늘어질 수 있다." 식으로 게임에 대한 평이 종종 테이블 위를 오갔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머리 속으로 내 예상과 같았던 점 / 달랐던 점을 비교하며 저만의 감상에 푹 빠져 있느라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다들 "이건 이 정도의 게임입니다-" 하는 분위기 속에서 게임이 마무리 되었는데. 전 크게 만족해서 다소 차분한 반응에 어리둥절 했어요. 하핫.

 

속도만 좀 더 빠르게, 파파팍-!! 하고 진행한다면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하는 사람들이 하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너무 크게 받으실까봐 배려해주시느라 그런 말씀을 하셨던걸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친절하신 분들이예요.

 



 

다음 게임은 테오티우아칸.

 

한 때 핫했던(지금도 핫한가요?) 게임이죠. 전 이제서야 해볼 기회가 생겼네요. 마찬가지로 친절하신 모임원 두 분 덕분에 룰북 한번 펴보지 않고도 게임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어요.

 

 



 

이 게임은 좋았다고 생각된 점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꼽기 힘들 정도로 좋은 인상을 많이 & 자주 받았습니다.

 

주사위가 이동하며 주요 액션을 할 때마다 눈금이 올라간다는 점.

6이 되는 순간 수명이 다하여 승천하게 되고 다시 1이 되어 시작지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점.

여기저기 깔리는 타일로 인한 전략의 다양화.

다양한 방식의 득점루트.

강한 장점과 강한 단점을 동시에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

정말 절묘하게 모양이 맞지 않는 피라미드 타일까지.

 

그 밖에도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네요. 이래서 핫한 게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뭔가 어리바리 하다보니 2등으로 끝.

 

동방예의지국의 예를 다하여, 좋은 게임들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꾸벅였습니다.

 

 

시간상 게임은 많이 해볼 수 없었지만 짧은 하루 정말 재밌는 경험을 했습니다. 운영진 분들이 고생하신 덕분에 좋은 게임을 많이 배웠어요.

 

 

 

 

 

함께 합석 하셨던 초보자를 게임 내내 꼼꼼하고 친절히 챙겨주는 모습.

 

게이머분들이 서로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걸고 농담을 던지며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

 

아주 깔끔하게 관리 중인 게임을 보니 정성을 많이 기울이는데다 단합력도 뛰어난 좋은 모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리를 뜰 무렵 모임 톡방 가입 권유를 받았는데요. 

 

아마 한국에 거주했다면 단톡방 초대 제안에 곧바로 OK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ㅎㅎ

 

 

요즘 좋은 모임, 모임원, 모임장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이 많이 오가네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모임, 모임원, 모임장의 기준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정확히 이것이다! 라고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그에 대한 답을 이번 모임 방문에서 살짝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