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다이어트 덱 빌딩 게임, 더 헝거 리뷰
※ 본 리뷰는 아스모디 코리아 체험단에 선정되어 플레이해본 후기입니다.
리차드 가필드 아저씨의 신작 덱빌딩, 더 헝거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뱀파이어가 되어, 하룻밤 동안 성 밖으로 나가 최대한 사람들을 잡아먹고 해가 뜨기 전에 돌아와야 합니다.
주로 사용된 메커니즘은 덱빌딩 + 트랙 무브먼트가 되겠네요.
개요
다소 신기한 테마인데요, 테마 구현과 메커니즘의 조화가 끝내줍니다.
사람들을 잡아 먹는 행위가 덱 빌딩의 카드 구매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인간 카드들을 잡아먹으면(구매) 얘들이 덱으로 섞여 들어옵니다.
문제는, 이 인간 카드들이 덱을 굴리는데 하등 도움이 안됩니다.
속도 자원을 주는 것도 아니고, 어떤 애들은 페널티까지 붙어있어서 이 카드들이 플레이 영역에 쏟아져 들어오면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도미니언 해보신 분들이라면, 별 기능이 없는 기본 승점 카드들 있죠? 딱 그 느낌입니다.
각 카드들은 속도 자원이 있어서 이 자원을 이용해서 플레이어 말을 이동시키거나, 남은 자원으로 카드를 사옵니다.
하지만 인간 카드처럼 도움이 안되는 잡다한 카드가 덱에 섞여들 수록 속도 자원을 얻는게 어려워지기에 이 카드들을 어떻게든 덱에서 제거해야합니다.
이 기능이 바로 소화(...)입니다.
이 세계 뱀파이어들은 피만 빠는게 아니라 통째로 사람을 잡아먹는 모양인데, 소화가 된 인간 카드는 주는 점수는 유지하면서 덱에서 제거가 되기에 보다 덱을 굴리기 편해집니다.
개인판 현황, 밑에 누워있는 카드가 소화되어 있는 인간들(...)입니다.
또 성에서 멀리 나갈수록 인간을 잡아 먹을 때 얻는 점수도 커지지만, 그만큼 돌아올 거리가 멀어지기에 신중히 고민해야합니다. 오잉크 게임즈의 해저탐험이 생각나는 대목이네요.
만약 멀리 나가서 인간은 많이 잡아 먹었는데 걸음이 느려져서 15라운드 종료될 때까지 성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태양빛 바스락 엔딩입니다.
점수를 얼마나 많이 먹었든, 엔진을 얼마나 잘 구축했든 상관없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됩니다.
초보자 맵에서는 성 근처까지 오면 대량 감점만 받고 끝나는 베리에이션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역시, (나 빼고 다른) 뱀파이어는 아침 햇살에 타 죽어야 제맛이죠!
지도 맵. 작정하고 뛰어가면 멀리 나가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점수 많이 먹고 해뜨기전에 돌아오는게 문제지..
이제, 덱에 온갖 잡카드가 들어오는 메커니즘과 시간 내에 못 돌아오면 게임 오버가 되는 요소가 서로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온갖 기상천외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인간 카드를 가득 잡아먹은 독보적 1위 플레이어가 배를 뒤뚱거리며 소화도 못시키고 특수 효과 '매운 맛' 때문에 바깥에서 빙빙 돌다 타 죽기도 하고,
지나치게 안전빵을 추구한 나머지 성에 너무 일찍 들어와 손가락만 빠는 경우도 있죠.
이동력이 딱 1칸 모자라서 태양에 타 죽을 때면, 내 모근도 타 죽는 듯한 대리 체험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더 헝거는
1. 주요 점수원이지만 방해가 되는 인간 카드를 사서 넣고
2. 덱을 굴리는데 필요한 엔진 카드와 지역의 특수 능력을 이용해서 인간 카드를 최대한 소화시켜 덱이 매끄럽게 굴러가도록 만들고
3. 최대한 멀리 나가되 적절한 타이밍에 성으로 들어와야 하는 게임입니다.
이 사이에서 얼마나 밸런스를 잡을 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마나 카드가 나를 물먹일 수 있는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냥감 시장. 맛있어 보이는 인간들이 가득 있네요. 보기만 해도 소화불량될 것 같이 생겼습니다.
장단점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장점
1. 막강한 테마성
뱀파이어가 피만 빨지 않고 잡아먹는다는 설정은 약간 의아하긴 하지만(늑대인간이 아니고?) 많이 먹으면 덱에 불순물이 섞여 속도가 느려지게 하는 점,
소화(!)시켜 필요없는 카드를 제거하는 부분에서 테마 및 개연성이 뿜뿜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덱빌딩이란 메커니즘을 테마적으로 제일 잘 해석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2.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데서 오는 재미
15라운드가 끝날 때 성까지 못돌아오면 점수가 아무리 높든 탈락이기에 최대한 밖에서 점수 먹고 뻐기다가 타이밍보고 들어와야 합니다.
욕심을 어디까지 부려야하는지 고민하다 터져버리는 상대방을 비웃어주는 재미가 좋습니다.
다만 내가 안당해야하니 조심합시다.
3. 캐주얼하고 쉬운 게임성
덱빌딩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덱의 최적화가 어떤 개념인지 잘 알게 해줍니다.
그러면서 너무 무겁지 않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성이 장점이네요.
이미 이것저것 다 해본 헤비한 게이머들에겐 조금 심심할 수 있지만 게이트웨이용 덱빌딩으로 꽤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단점
1. 카드 효과가 비교적 단순
카드들의 효과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대신에 영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적습니다.
덱빌딩 특유의 엔진을 잘 굴리는 맛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이 게임이 지향하는 포지션을 생각하면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2. 게임 외적인 편의성이 아쉬움
플레이어 참조표나 보드 위의 칸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면 좋았을 텐데 이에 대한 고려가 좀 부족한 점이 아쉽습니다.
게임 자체가 어려운 편이 아니라 룰마가 조금 신경쓰고 익숙해지면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처음 게임을 익힐때 계속 번갈아서 룰북을 확인해야 해서 좀 불편했습니다.
메인보드에 간략히 표시해 두던가, 플레이어 참조 카드를 줬으면 더 편했겠지만 그 부분이 없는 점은 마이너스네요.
호불호 있을 부분
1. 인터랙션이 제한적
인터랙션이 사냥감 시장과 보상 토큰 및 장미 카드 선점, 보드의 같은 칸에 도착했을 때 다른 플레이어 말 밀어내기 정도라 비교적 약한 편입니다.
상대방 점수 보너스 카드를 먼저 잘라먹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사실 이것까지 고려해서 플레이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카드들도 다른 플레이어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예 없기 때문에 내 덱 구축에만 보다 집중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랙션이 좀 더 센 편을 선호하기에 이 부분은 아쉬웠지만, 게임 오버가 있는 시스템 상 오히려 있으면 더 안 좋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만 영문판으로 확장도 예고되어 있던데 플레이어 간 인터랙션을 좀 더 높이는 확장이라 하더군요. 어떤 식으로 구현했을지 기대가 되네요.
2. (의외로) 아트웍
전 아트웍이 미국 애니메이션 느낌이라 괜찮다 싶었는데, 같이 플레이한 아내가 좀 저렴해보인다는 의외의 평을 들려주셨습니다.
너무 코믹한 느낌일려나요? 생각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겠구나 싶어 간략히 짚어 봅니다.
해는 점점 떠오르고, 갈길은 먼데, 뱃속에서 소화 안된 인간들이 자꾸 내 발을 잡는 그런 상황...
번외로, 게임 트레이가 상당히 좋습니다. 슬리브 씌운 카드도 충분히 담을 수 있고 컴포들을 지정된 장소에 넣을 수 있게 설계된 점도 플러스 요소입니다.
플라스틱 트레이 만들려면 이 정도는 되야죠. 대충 공용 설계에 우겨 담아서 슬리브 씌우려면 결국 버리게 만드는 트레이는 이제 그만...
카드 슬리브 배려도 잘 되어 있고 타일 및 컴포 담는 함도 파트별로 잘 구성되어 있는 트레이. 플라스틱 트레이 만드려면 이정도는 되야...
정리하자면,
더 헝거는 비교적 캐주얼한 덱빌딩 게임이지만 어떻게 덱을 꾸미고 최적화하는지, 어디까지 멀리 나가서 이득을 볼 것인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덱빌딩에서 초보자들이 놓치기 쉬운 덱 최적화란 측면을 보다 파고 든 게임이라 덱빌딩 교보재(!)로도 꽤 괜찮은 포지션의 작품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테마 구현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흥미를 끌기도 쉬워 주변인들 영업용으로도 상당히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 더 헝거 리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