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솔루트 워! 러시아 전선 워게임 후기
앱솔루트 워! 러시아 전선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과 소련의 전쟁을 다룬 워게임입니다.
디자이너는 노 리트릿 시리즈를 제작한 칼 파라디스로 디자이너의 특유의 독특한 시스템과 기존의 워게임 요소를 섞어놓은 게임 디자인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노 리트릿의 정신적 후속작이라 볼 수 있는 앱워도 그런 면을 상당히 계승했습니다.
시나리오는 개전 초기를 다룬 바르바로사 작전이고 총 6턴을 진행합니다.
독일은 6턴 종료시 모스크바를 포함한 소련의 주요도시(붉은 별 표시가 있는 헥스) 2개 점령 or 소련의 도시(헥스) 6개 or 소련과 승점 차이 10점이상 중 한 조건이라도 달성하면 승리하고, 그 이외의 경우에는 소련의 승리가 됩니다.
처음부터 많은 유닛을 운용해야하는 독일을 맡았습니다.
시나리오 초기 세팅
1941년 6월, 맑음 (1턴) - 독일
독일의 '바로바로사 작전' 공세카드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규칙을 익히기 위한 미니 시나리오는 경험해봤지만, 본격적인 게임은 처음이라 룰마임에도 큰 전략은 없이 전방의 적 공격에만 집중했습니다.
첫 턴 압도적인 초기 전력차에 의해 소련의 북서 전선군은 와해되었고, 기갑군의 우회기동(Pincer)으로 서부 전선군과 남서 전선군을 포위섬멸합니다.
북부집단군은 무주공산인 리가(Riga)까지 전과확대기동합니다. 중부집단군과 남부집단군의 후속병력들은 각각 포위망(Pocket!) 속의 잔당들을 소탕하고, 각 기갑군들도 마찬가지로 추가 기동합니다.
1941년 6월, 맑음 (1턴) - 소련
소련은 반격보다는 카드와 CM(전투마커)들을 대거 버려가며 와해된 군대를 재건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전략 페이즈에서 박살난 부대들을 재편하고, 원래 첫번째 턴에는 양측 모두 증강이 불가능하나 이벤트를 통해 남서전선군의 훈련을 마친 상태로 스몰렌스크에 투입합니다.
혼란(Disrupted)에 빠진 루마니아군 덕분에 유일하게 공격받지 않은 전방부대인 남부 전선군은 포위직전의 발티(Beltsy)에서 드네프로페테로프스크(Dnepropetrovsk)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루가-스몰렌스크-키예프-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에 이르는 긴 방어선을 형성하는데, 이를 위해 후방의 레닌그라드 전선군를 프스코프에, 예비 전선군을 키예프로 차출합니다.
1941년 7월~8월, 맑음 (2턴) - 독일
독일군은 기세를 타고 소련의 새로운 방어선에 도달한 뒤, 모든 전선에 걸쳐 공세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단독스택 공격이었다지만 북부집단군의 대공세(Major Offensive)를 형편없는 CP(Combat Point, 전투력; 카운터 밑의 폭발 마커)의 1Step 소련 전선군들이 막아내면서, 생각보다 러시아 북부지형이 뚫어내기가 쉽지않음을 느꼈습니다.
특히 스몰렌스크 북쪽 측면을 확보하기 위한 벨리키예루키(Velikiye Luki) 공격이 막힌 것이 치명적이었으나, 그나마 드네프르 강을 도하한 제 2기갑군이 코노토프(Konotov)의 소련 중부 전선군을 파괴합니다.
반면 남부집단군은 어려움 없이 키예프를 함락시킵니다. 전선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소련은 다시 남부전선군을 로스토프까지 후퇴시킵니다.
1941년 11월~12월, 눈 (4턴) - 독일 이동 직후
이제보니 3턴의 사진을 찍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3턴에는 가을비로 이동이 제한되어 최전선으로 병력 이동이 주가 되었고, 큰 전투는 없었습니다.
3턴 동안 독일은 전 턴의 북부 공세 실패로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점령보다는 도시 6개 점령이 더 쉽다고 판단하여 북부집단군의 4기갑군과 16군을 남부전선의 세바스토폴 방면으로 재배치하였습니다.
소련은 독일의 병력 이동을 보고 마찬가지로 전선군을 재배치/증원하고 스몰렌스크-하리코프-로스토프에 방어선을 그어 각 도시에 요새를 건설합니다. 그리고 핀란드군의 이동을 견제하기 위해 전투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제 1기갑집단이 해당 방면으로 차출됩니다.
1941년 11월~12월, 눈 (4턴) - 독일(1)
남은 턴들의 날씨 때문에 부득이하게 동계공세를 감행합니다. 스몰렌스크의 요새지대를 향해 클라이스트 상급대장 지휘하에 3개 야전군이 조공, 제 3기갑군이 주공으로 우회 공세(Pincer)를 실시했고, 각 주요 도시에도 1개 스택으로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1941년 11월~12월, 눈 (4턴) - 독일(2)
스몰렌스크 공격 결과는 DS(방어자 무력화)이지만, 기갑군의 성공적인 우회(Pincer)로 남서전선군의 후퇴는 차단되었고, 포위당해 전멸합니다. 그리고 하리코프 후방과 보로네쉬를 위협하기 위해 3기갑군을 오렐로 전과확대기동합니다.
(에러플-우회로 부대를 전멸시킨 경우 포위망(Pocket)마커를 배치해야하나 까먹음...)
허나 다른 전투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좀 안일했다 볼 수 있는 아슬아슬한 전력차의 공세들이 전부 괴악한 CRT와 SP에 의해 괜히 피해만 입고 후퇴하게 됩니다.
1941년 11월~12월, 눈 (4턴) - 소련
한편 소련은 남부에서는 한숨돌렸지만 나름 최정예 남부전선군이 주둔하던 스몰렌스크가 무너지고 모스크바까지 고속도로가 뚫리게 되자 놀랐는지 부랴부랴 모스크바와 툴라에 재편병력과 요새를 전부 투입합니다.
그리고 재건한 남서 전선군을 주공으로 돌출된 제 3기갑군에 합동공격을 하였으나 BB(피바다) 결과로 되려 파괴되고, 3기갑군은 1스텝 손실을 입습니다. 남서전선군 붕괴로 인한 공백지에는 증강된 레닌그라드 전선군이 자리를 메꿨습니다.
1942년 1월~2월, 동장군 (5턴) - 독일
동장군 기간동안 독일은 주도권을 상실, 원이 그려진 노란색 CP의 조공 능력 상실, 대공세 마커 획득이 불가능해지는데 반해,
소련은 방어 전투시 CP 2추가, 특수 전투 지원 마커를 받는 등 아무리 대전 초기 소련군이어도 함부로 공격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력차가 좁혀집니다.
그리고 전 턴의 경험으로 4 이상 CP 우세가 아니면 그냥 공격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깨달은 터라 이번 턴은 일체의 공격을 포기하고 다음 턴을 위해 전선 정리 및 하리코프만 포위하고 그칩니다.
1942년 1월~2월, 동장군 (5턴) - 소련
하리코프에 대한 노골적인 포위에 불편했는지 소련은 두 도시 사이 돌출부의 제2기갑군을 향해 동장군 특수전투마커까지 투입하며 게임 중 소련 최대 공세를 펼칩니다.
그러나 독일군 발터 모델 기갑대장의 신들린 방어전(이벤트)으로 전투결과는 AR(공격자 거부)로 공세는 무위에 그칩니다.
1942년 1~2월, 진창 (6턴)
짧지만 5턴 동안 쌓인 경험으로 독일, 소련 양측 모두 가장 '앱워'스러웠던 플레이가 이뤄진 턴이라고 생각합니다.
6턴부터 독일군은 증강이 가능해져서 2개 기갑군의 손실을 보충하고 마지막 공격을 실시했습니다.
독일은 전격전 카드로 제 2기갑군을 하리코프 후방으로 진격시켰고, 귄터 폰 클루게 원수의 효과로 해당 구역을 지키던 칼리닌 전선군을 향해 우회 기동(Pincer)을 펼칩니다.
(적 카운터가 있는 Area로 전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격자 진격' 옵션이 달린 전투 결과로만 가능합니다.)
소련은 이에 대응해 방어준비 이벤트로 요새를 긴급건설합니다. 그러나 제 2기갑군의 CP 자체가 상당히 높고, 3개의 야전군이 조공을 맡고있어서 무조건 이겼다 싶었지만, 소련의 'USSR의 영웅' 이벤트로 D1(방어자 패배) 결과가 취소되고 CRT가 다시 뽑혀 BB(피바다)가 되었습니다. 결국 양측 1스텝씩 교환 뒤 교착상태로 끝납니다.
이어진 하리코프 전투는 이전 전투로 양 측 전부 변수를 소모해서, 순수 전력 비교가 되었습니다. A+3(강습 승리)로 방어자 후퇴가 요구되었으나 경쟁중인 구역은 후퇴가 불가하여 결국 중부전선군은 전멸하고 하리코프는 점령됩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독일군은 그 어떤 주요도시도 점령하지 못했고, 일반 도시는 4개 점령, 승점은 독일 16점, 소련 9점으로 독일 패배로 게임을 종료했습니다.
게임종료 시점
이번 플레이를 복기하면 아쉬운게 많았습니다. 보병과 같이 진격한다고 기갑군의 운용을 제대로 하지못해 <맑음> 날씨일 때 더 진출할 기회를 놓쳤고, CP 차이가 크지않음에도 '그냥 전투가 가능하니까', 'CRT 잘떠주면 이기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니쉬를 걸었다가 손해를 본 전투가 너무 많은 것이 반성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전략 방향을 바꿀 때마다 전환한 노선에서 실패를 겪고, 정작 포기한 방향에서 대성공을 하니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한 것도 큰 것 같습니다.
밸런스는 맑음 날씨가 1~2턴 밖에 없어서 2턴에는 하리코프 목전까지는 도달해야 독일이 이길 가능성있는 좀 빡빡한 시나리오로 느껴졌습니다. 다음에는 독일군의 전투력을 믿고 기갑군만 소련군 후방으로 내달려보거나, 이벤트 활용에서 활로를 찾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게임은 작가의 전작 '노리트릿 시리즈'와 유사하지만 더 세련됩니다.
노리트릿은 특유의 CDG, 공격 마커 시스템을 딱 떼어놓고 보면 흥미로우나 이걸 기존의 CRT, Hex 요소 등과 함께하게 되면 솔직히 워게임에 숙련된 분들은 쓸데없이 번잡스럽다 볼 것 같고, 초보 입장에서는 혼란스럽습니다.
워게임의 입문장벽 중 하나가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기 위한 특수 규칙, 예외 사항. 즉 잔룰들인데, 여기에 추가로 노리트릿의 새로운 시스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잔(?)룰로 꺼드럭대는 통에 분명 그 정도로 어려운 게임까지는 아닌데 완전 적응하기 전까지 적지않은 에러플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노리트릿이 상반되는 신 시스템과 전통적 요소를 그냥 생으로 한 게임 안에 묶어놨다면, 앱솔루트 워는 각 부문의 웨이트를 줄이고, 융화시켜서 훨씬 깔끔한 느낌입니다. 기존의 워게임처럼 작전계획을 수립하다가도, 전투에서는 어떤 CP를 조합할지, 어떤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등 이질적인 재미가 공존합니다.
(신 요소=명확한 마커별 용도, 예외적인 내용 대신 전투 보너스로 치중된 이벤트 카드 내용)
(구 요소=전투비율 CRT 대신 1자리 CP 숫자 비교로 전투결과 판정, ZOC와 Hex대신 Area 임펄스)
단점을 꼽자면 황혼의 투쟁처럼 사건 기반 영향력 게임이라면 모를까. 나름 야전군, 군단으로 표현되는 유닛들이 개별적으로 기동하고, 공세 계획를 짜야하는 게임에서, 이벤트 카드 1장으로 공격 자체가 엎어지는 부분들은 전통적인 워게임을 선호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불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유로게임스러운 재미도 좋아한다면 더 좋을 수 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