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지니 & 유정"s 플레이스) 모임 방문기 (상)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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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24 오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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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의식하지 못했는데 한국 방문 관련하여 어느샌가 굳어진 관례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요. 2~3년 주기로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지니님의 모임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개박살(...) 나는 것인데요.

저도 보드게임 짬바가 있지.

캐나다에서 이런 저런 모임에 참가하며 나름 1~2등을 다투기도 해보고, 큰 차이로 다른 게이머를 격파해보기도 하고, 마피아류 게임에서 홀로 대역전승을 이루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하는 중견 게이머(?)인데...

이 모임에만 가면 무슨 게임을 꺼내든 큰 패배를 당하고 초라하게 돌아옵니다.

"고요한 새벽의 나라는 전쟁 기술을 통달하고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크래프트 플레어들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전쟁터에 생각 없이 발을 들이지 마십시오" - 블리자드

제게 있어 JYP 모임은 스타크래프트의 한국서버와 같은 존재죠.

지니님의 모임에선 새로운 게임을 많이 접하다보니 전략을 모름 + 리뷰어 기질 때문에 게임 내 시스템을 이것저것을 다 건드려 봄 + 궁금한거 막 물어봄 + 일단 해봄 + 효율보단 경험 자체를 중시하느라 승리에 집착을 안함 등의 이유도 있긴 하지만...

이 모임에선 유독 패배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긴 합니다.

Top 100 연재 시리즈의 파트너이자 이 한국 서버(...)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지니님은 특히 "너굴님~ 오랜만에 봐서 너무 반가워요~!" 하며 절 가장 반기시는데요.

이 친절함이 어찌나 가득한지 소개 해주는 게임마다 게임 종료 후(혹은 게임 도중) 저를 언제 어떻게 박살낼 수 있었는지 복기까지 해주십니다.

핵이 세 방쯤 떨어진 듯 처참한 상태의 제 개인보드를 보면서요 :D

이게 2-3년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할 짓이냐고...

이렇다보니 이 모임의 또 다른 수장인 유정님은 함께 게임을 해본 적도 없는데 제 복수명단에 올라가 있습니다 -_ㅡ+

이러한 관례(?) 덕분에, 후기 상-하편에 나오는 모든 게임은 지니님과 1:1로 했으며 & 처음 해본 게임뿐인데다 & 0승 전패 했다고 미리 말씀을 드리는 바, 각 게임에서 어떻게 패배했는가 보다는 게임 자체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게임은 첫 플레이를 기준으로 감상을 적은 것이기 때문에 훗날 리뷰를 위해 몇차례 더 게임을 즐겼을 때 감상이 바뀔 수 있음을 염두하시길 바랍니다!

첫 게임은 아크노바.

룰을 아예 모르는 상태였을 때 지인을 통해 테포마와 비교되는 일이 상당히 잦다고 종종 듣곤 했는데요. 실제로 접해보니 부분적으로 테포마 생각이 나는 요소가 있더군요.

태그를 통해 조건/업적/효과를 적용하는 방식, 보드 내에서 확장해가는 방법, 시간이 흐를 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방법 등 군데군데 테포마의 그림자가 보이긴 했어요.

경험이 부족해서 카드를 전부다 보지 못한데다 카드간의 연계도 거의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게임의 흐름까지 테포마와 비슷한지 알 수 없는 점은 아쉽네요.

<게임 내내 승점 방식을 착각해서 점수가 박살나고 있는 중인데도 눈치채지 못하는 중.jpg>

이 게임을 꼼꼼히 평가하기엔 제 경험이 너무나 부족하여 간단히 겉핥기 식으로만 느꼈던 점을 공유할게요.

게임의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5장의 카드를 운영하는 방법이 가장 즐거웠어요. 테포마는 조건만 맞으면 카드를 팍팍 내려놓으며 직접적으로 게임을 운영 할 수 있었다면, 아크노바는 사용한 액션카드를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1단계에 재배치하며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이 부분이 번거롭고 어렵다면 하고 싶은 것을 자꾸만 방해하는 답답한 요소가 될거라 생각했는데 되려 게임을 운영하는 하나의 재미요소가 되더라고요. 카드 운이 좋더라도 이 액션 운영을 허술하게 하면 충분히 역전 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이 게임을 하고 테포마로 돌아간다면 되려 엔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쉽다고 느낄 것 같아요.

테포마에서 게임이 길어지는 요소 중 하나인 드래프팅이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이로 인해서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이 더 부족해지는데다 내가 필요로 하는 카드를 뽑기 위해선 순전히 내 뽑기 운에 의지해야 하거든요. 주어진 카드에 순응하고 전략을 조절하는 사람들에겐 머리를 더 써야 하는 드래프팅의 지옥에서 탈출을. 특정 전략을 위해 중요한 카드를 뽑으려 하는 사람들에겐 이 요소가 지옥행 열차에 탑승하게 되는 이유가 될지도...

플레이 타임에 대해서 언급을 안할 수가 없죠. 설명을 최소한으로 줄였는데도 2시간 남짓 걸리더군요. 3-4인플은 해보지 못했지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하지만)... 대놓고 저격 상대가 정해진 2인에서도 이 정도로 적은 인터액션이라면 3-4인플도 일부 선점 싸움 외에 별 다른 차이가 없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3인플. 특히 4인플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드네요 특히 개인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 고립감은 더 크거든요.

유독 눈을 잡아끄는 콤포넌트가 하나 있었다면... 그건 동물 사진이 아니라 이 돈이었습니다. 게임 내내 돈이 저렇게 디자인 된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딱히 돈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승점 같이 생긴 것도 아니고. 디자인을 안했다기엔 광택도 들어가있고... -_-;;; 신경을 쓴 거 같긴 한데... 이런 디자인이 나오는데 영향을 준 요인이 뭘까 싶더라고요 ㅋㅋㅋ

구태여 또 하나의 콤포넌트를 지목하자면... 그 또한 동물 사진이 아닌 보너스 액션 토큰인데요. X에 점 4개가 촘촘히 박혀있는데... 이 또한 "왜?" 하는 질문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ㅋㅋㅋ 뭐지? 왜 이렇게 디자인한건지? 뭔가 의미가 있는걸까요?

어쨌든 테포마가 은근히 거론되는 게임인만큼 좀 더 꼼꼼히 비교하고 여러가지 관점에서 생각을 나누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전체적인 이해도와 짬밥이 부족한 관계로 그러한 생각은 다음 기회에 좀 더 상세히 써볼게요.

다만, 전체적으로 인상은 아주 좋았습니다.

여담 1. : 동물 이름 때문에 한글판을 사자니 1판은 품절...ㅠㅠ 2판을 기다리자니 시간이 부족하고 영문판을 사자니 동물 이름이 어려워 테마 집중도가 떨어지는 그런 계륵 같은 게임이 되었네요.

여담 2. : 처절한 아크노바 패배 이후 지니님이 지인에게 상황보고를 하자,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너굴님은 즐겜러인가봐요!" 라고 그 지인에게서 답장이 왔다고 전해주시더군요.

: D

하하하ㅡ !! JYP 모임에 가입하려면 이런 귀여운 도발 스킬은 필수인가보죠?

"당장 사당에 나오라고 문자 보내요!! 어디 나랑 지옥의 브론즈 매치를 해보자고!!! 지금 사당으로 나와!!!" 라고 길길이 날뛴 것은 비밀.

저는 다른 모임에 참가할 때 테이블을 이끄는 분에게 게임의 선정을 전적으로 맡기는 편입니다. 작은 게임을 빠르게 바꿔도, 큰 게임을 하나를 진득하게 해도 "재밌다" 정도만 말하며 별 다른 호불호를 보이지 않으며 뭐든 OK를 하죠.

그런데 폐가 되지 않는다면 게임을 다시 해볼 수 있겠냐고 특별히 요청하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1. 머리 속에서 상상했던 게임과 실제로 해본 게임이 너무 달랐을 때

2. 게임에 특별한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데 게임이 재미가 없었을 때

3. 게임에 심각한 문제점이 보일 때

4. 게임에 대한 인상이 바뀔 정도로 에러플이 있었을 때

게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찾지 못한 채. 재미가 없는 게임이라고 결론을 내버리고 시선을 거두어선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제 친구가 소개해 준 Zeus on the loose 라는 게임(https://www.amazon.com/Gamewright-SS-GMW-233-Zeus-the-Loose/dp/B000GKD470?th=1)이 있네요.

카드를 이용한 수학 게임입니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흐름이 뻔해요. 긱에서도 6.1이라는 저평가를 받고 있죠. 혹평도 가득합니다. 저 또한 '더 좋은 게임이 많은데 구태여 이런 게임을 할 이유가 있어?' 라며 리뷰에 투덜댔던 적이 있는데요.

정확한 글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분께서 '대상을 다르게 두고 생각하신다면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지 않을까요?' 라고 댓글을 남기신 적이 있습니다. 이걸 계기로 성인/가족/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시금 게임을 해보았는데요. 플레이어의 층을 다르게 두고 게임을 바라보니 제 입장에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정말 많은 걸 느낀 사건이었죠.

서론을 빙자한 빌드업이 길었네요.

캘리코는 캐스캐디아와 함께 제가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한참을 고민하는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캘리코가 생각했던 재미와 상당히 달라서 조금 놀랐어요.

고양이/색깔/배치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점수를 뽑아 낼 수 있단 점. 손에 있는 2장이라는 제한된 패. 3장이라는 제한된 수의 타일보충 선택지. 타일을 쏙 가져가며 다른 플레이어를 견제하는 식으로 매우 빡빡한 퍼즐게임일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오히려 반대로 다가오더라고요.

고양이/색깔/배치 점수 때문에 고려할게 너무 많아서 생각이 정지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타일 하나의 잘못된 배치가 주는 고통 & 막심한 피해, 손에 있는 2장의 패 때문에 계속 찾아오는 방어적이고 무의미한 턴, 고통스러울 정도로 필요없는 패만 깔리는 바닥, 내꺼하기도 바빠서 남의 것을 보는 여유따윈 없음 등.

거의 정반대의 경험이었어요.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달라서 두번째 판을 요청했고...

"왜 바닥에 3개만 까는걸까?"

"손패가 3장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왜 2장일까?"

"보드패턴 점수는 주요 점수루트가 아닌건가?"
"고양이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건가?"
"색깔 점수는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가?"

"좋은 상황보다 나쁜 상황이 더 많구나. 이걸 어떻게든 버텨내라는게 디자이너의 생각인걸까?"

"어떤 자세를 가지고 게임에 임해야 하는 것일까?"

등등... 여러가지 상념에 빠지며 두번째 판을 하느라 점수는 더 떨어졌습니다 -_-;;

재미없는 게임 / 나쁜 게임이란 뜻은 아닙니다. 제가 가진 선입견 때문에 게임이 가진 매력을 못보고 있단 인상이 너무 강했어요.

일단 생각이 정리 될 때까지 판단은 보류!

곧바로 즐긴 게임은 캐스캐디아였어요. 묘하게 캘리코와 비교되는 일이 은근히 잦아 일부러 게임 순서를 이렇게 부탁드렸습니다. (실제로 이런식으로 대결구도의 후기가 올라오기도 해요 https://boardgamegeek.com/blogpost/122416/head-head-calico-vs-cascadia#:~:text=Cascadia%20is%20a%20tile%20placement,cats%20on%20a%20colourful%20quilt).

게임 룰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설명되고 있으니 감상만 남기자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게임이 재밌어서 긍정적인 경험을 주었어요.

설명을 들으며 점수표와 동물 사진을 빤히 보던 중 꽤 재밌는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매의 독립적인 성격, 곰의 소규모 무리, 엘크의 대규모 무리, 강 줄기를 뛰어오르는 연어, 그 연어를 먹기 위해 주변에 모이는 동물들, 최상위 포식자 & 최하위 피식자 사이에 위치해서 생태계 밸런스를 잡아주는 여우 등 동물의 개성을 점수 득점 방식에 잘 녹여냈더군요. 이 부분을 언급했더니 지니님 또한 디자이너가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라고 생각이 맞았음을 확인 시켜주셨어요.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가 이런식으로 신경 써준 섬세한 부분이 좋더라고요.

또한 타일을 배치 할 때도 토큰을 가져올 때도 낭비되는 것이 없도록 신경써야 하는 점도 적당해서 재밌었고 솔방울을 통해서 필요한 타일/동물을 골라 가져오는 변주를 줄 수 있는 점도 적당하고 재밌었어요. 그리고 타일이 놓이며 점차 지형이 뻗어나가는 점도 눈이 즐거워 좋았고요.

전반적으로 정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캐스캐디아를 즐긴 직후 '아무래도 캘리코보다 나은 게임이다.' 라고 생각을 했고 지니님께도 이렇게 말씀드렸는데요. 아무래도 그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참 생각해보니... 완전 반대의 게임을 통해 각 게임이 가진 개성이 훨씬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더라고요.

캘리코가 가진 폐쇄성 & 압박의 개성이 캐스캐디아 때문에 더 극명하게 느껴지고, 캐스캐디아의 확장성과 유연함이 캘리코 때문에 더욱 극명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연속으로 해보세요. 맥락은 같은데 이렇게까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구나- 싶을 거예요.

그리고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하니, "두 게임이 목표로 하는 것은 비록 같을지라도(패턴을 통한 점수획득), 그 방법이 완전히 정반대(빡빡한 선택지와 제한된 공간 vs 유연한 선택지와 무한한 공간)라면 둘 중 어떤 게임이 더 나은가하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물과 불의 상반된 속성을 두고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잖아요? 그런 셈이죠.

캐스캐디아가 캘리코에서 느꼈던 의문 중 일부에 답을 해준 셈이 된 것 같아요. 다시 캘리코를 두어번 해보면 생각이 확실하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캐스캐디아는 캘리코 덕분에 한 번만 했음에도 장점이 너무 뚜렷하게 보여서 곧바로 리뷰를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재밌는 경험이네요.

슈퍼메가럭키박스라는 엄청난 이름을 가진 게임인데요. 드로우앤라이츠류의 게임이예요. 카드를 뽑아 나온 숫자를 지워가며 빙고를 최대한 맞춰나가는 게임입니다. 초록색 번개를 통해 숫자를 조작하거나, 파란 달을 상대보다 많이 모아 득점을 하고 상대방에겐 감점을 준다던가, 별 점수를 따로 모은다던가, 숫자 혹은 ? 줄을 채워 콤보를 노린다던가 하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어떤 숫자가 나와도 최소 1개는 칠할 수 있도록 숫자가 고루고루 분포되게끔 빙고 카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서양에는 빙고게임을 낙으로 하는 노인분들이 제법 있으신데 그런 분들이 문득 생각나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말 나온김에... 박스 안에 이런 설문지가 들어있더라고요? '2022년인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로 이런 설문지에 응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아직도 이런 용지를 동봉하고 있는거겠죠?

예전 게임잡지를 읽으면 함께 동봉되어있던 설문지에 다양한 글을 적어서 보내던 기억이 문득 나네요. 단 한번도 제 글이 실린 적은 없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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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마운틴, 쿼키서킷, 야옹섬, 판타스틱 팩토리 후기는 하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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