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어. 이해 못하면 낙오한다." 모임 편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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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10 오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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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잡고 보드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많은 고난과 역경을 넘어야 합니다.

직장, 동료, 친구, 부부, 육아.

하지만 어느 하나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일상과 취미가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요?

유일한 방법은 하나.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쓴다.

세 유부남이 모여 보드게임을 4~5시간 정도 하기로 약속을 잡습니다.

그리고 회의 끝에 주말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죠.

1. 시간은 모자란다.

2. 하지만 시간은 불변이다.

3.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우리가 시간을 최대한 밀도있게 써야 된다.

4. 그러려면 룰 설명 시간, 장고 시간, 정리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

5. 또 하나의 방해 요소. 룰 이해도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면 될까?

6. 한번 설명에 이해 못하면 낙오 시킨채 방치하고 나머지 사람들끼리 강제로 캐리한다.

이렇게 아주 합리적인(?) 해결책을 가진 채 모임 시작ㅡ!!

Q.E (양적완화) 입니다. 제 Top 100에도 언급한 게임이죠.

처음하면 금액이 계속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의 자극성 때문에 재밌다고 느끼지만 하면 할 수록 패턴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선 제한된 금액을 정확하게 운영할 수 있는 다른 경매게임보다 리플레이성이 낮은 것 같긴 해요. 하지만 Q.E. 만이 가진 매력이 있기 때문에 소장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다양한 전략성이 있으면 좋긴 할텐데... 그럼에도 꽤 좋은 게임입니다.

더 크루예요. 제가 좋아하는 트릭테이킹 장르에 협력을 끼얹은 작품이죠. 가격 대비 재미가 굉장히 뛰어나다고 보는데, 결국 트릭테이킹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게임도 먹히지 않더라고요. 이 게임... 미션 1부터 50까지 깨보고 싶은데 함께 해줄 멤버 3명을 어디에서 구할꼬...? ㅠㅠㅠㅠ

이 날의 문제의 게임. 프라하.

음... 처음 설명을 들으며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기어가 빙글빙글 돌며 액션에 가치가 붙는거야 다른데서도 많이 본 시스템이니 괜찮은데... 메인보드 상단, 좌측, 우측, 하단. 개인보드 좌상단, 좌하단, 우측마다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이것들이 다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그림을 그리는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마치 눈을 감은 채 동물의 신체부위를 만져보지만 그걸 하나로 모아 코끼리를 떠올리기 힘들 듯 말예요. 디자이너의 이름을 재확인 했을 정도로 스테판 펠트가 생각나는 게임이었어요. 신경써야 할 것이 여기저기 널려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포인트 샐러드 류의 게임을 많이 해본 경험 때문인지 "이런 게임에선 모든지 잘 할 수는 없다. 1~2개에만 집중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은 포기하고 콤보 터뜨리기와 전략 1~2개만 집중했는데 덕분에 점수가 괜찮게 뽑히긴 했네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제 성향상 엄청나게 신선하다! 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기가 굉장히 탄탄한 게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지금 돌이켜보면 마음에 걸리는 두 가지 부분이 있는데요. 하나는 게임의 통일성. 또 하나는 게임의 곡선이예요.

1. 통일성... 게임에 워낙 다양한 시스템이 녹아있다보니 이게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면 굉장히 재밌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톱니바퀴가 딱!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할 때의 그런 만족감 말이예요. 게다가 콤보를 터뜨리며 이 톱니바퀴를 만드는 작업을 가속화 하는 부분도 재밌을거고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부분을 재미로 느끼지 못하면 모든게 다 따로 놀고 있는 포인트 샐러드 게임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테판 펠트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요 (펠트류 포인트 샐러드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긴 한데 더 좋은 예가 생각나지 않네요).

2. 곡선... 이 부분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게임이 전반적으로 단타 위주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많은 게임이 초기엔 천천히 진행되다가 중후반에 이르면 점차 가속화 되며 종반에 이르면 모든게 정리되는 구조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프라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비슷한 페이스로 진행되는 느낌이 듭니다. 분명히 개인 성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능력에 차별화가 생기고 게임 내내 해당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되는데도, 이 액션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디론가 향한다는 느낌이 크게 들진 않더라고요. 전 비슷한 느낌의 트라야누스를 좋아해서 별 문제는 안되었지만, 이런 점이 아쉬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첫플이라서 완벽하게 게임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거겠죠. 이 게임은 나중에 서너차례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다른 두 분은 글룸헤이븐을 해본적이 없으셔서 사자턱으로 가볍게 알려드렸습니다. 보기엔 매우 어려워보이는데 사실 카드 운용 방법만 알면 게임의 핵심을 다 이해한 셈이다보니, 생각보다 배우기 쉽다고 매우 놀라시더라고요.

일반적으로 보드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다 파악할 필요없이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핸드 + 장비 관리만 제대로 하면 되는 점이 글룸헤이븐을 배우는데 참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나머지 자잘한 요소들은 진행자가 다 알아서 해주면 되니까요.

이런 류의 게임을 두려워 하시는 분들은 괜찮은 룰마를 발견하시면 붙잡고 가르쳐 달라고 해보셔요. 생각보다 쉬워서 놀라실겁니다.

마지막 게임은 링코(아브룩센). 정말 오랜만에 하는 게임이네요. 무조건 높은 숫자의 패가 좋은 패가 아니란걸 알려주는 좋은 게임이죠. 비슷한 장르의 게임은 아니지만 크라스카리어트에 좀 밀려서 빛을 못본지 꽤 되었는데... 이 게임도 창고에서 꺼내어 다시금 즐겨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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