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너굴의 2021 Top 100 - #10 ~ 1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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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10 오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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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금방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 개인적인 일정 + 부스터샷을 맞고 고열에 시달리느라 이제서야 올리네요!

이제 마지막 글입니다!

===================

10. 배틀콘

2015년 - N/A
2016년 - 28위
2017년 - 12위
2018년 - 37위
2019년 - 11위
2020년 - N/A (...까먹었어요. 까먹지 않았다면 10위였을겁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Level99의 팬임을 밝혔지요! 배틀콘은 Level99에서 만든 재미난 작품 중 하나입니다.

격투게임이라곤 하지만 커맨드를 입력한다던가 하는 기믹은 없습니다 (당연하죠!). 다만 글룸헤이븐처럼 두 장의 카드를 묶어서 사용하게 되는데요. 매 라운드마다 자신의 손에 있는 일반기(파랑카드) / 특수기(빨강카드)를 짝지어 사용합니다. 각 카드엔 힘 / 거리 / 이동속도가 나와있는데, 두 카드에 적힌 각각의 수치를 합쳐 선공여부, 사정거리, 데미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기술에 적힌 능력도 발동되기 때문에 어떤 조합을 어떤 타이밍에 사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요.

캐릭터마다 공속이 빠르거나, 탱킹에 뛰어나거나, 한방이 묵직하거나, 보드에 다양한 함정을 설치하며 상대를 괴롭히는 등 제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영법과 대처법이 모두 다른 점도 재밌습니다. 내 캐릭터를 쉴새 없이 두들겨 패는 상대방 캐릭터가 좋아보여 직접 해보면 생각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만큼 파일럿(플레이어)의 실력과 캐릭터 이해도가 중요해요.

게다가 이 게임에 숨겨진 정보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카운팅과 심리전으로 결정 돼요.

웬만해선 확장 풀셋을 모으는 경우는 없는데 배틀콘은 전부 모았습니다. 그랬더니 재판이 나오네요? ^^... 서머너워즈도 그렇고... 으으으으.... 진짜...!!!!

지니 >> 최고의 대전게임이라 뽑히는 배틀콘이 여기 있었군요. 재밌기도 하고 정말 잘 만들어지긴 했는데, 캐릭의 이해도와 수싸움이 생각보다 깊어서 제가 정말 못하는 류의 게임이에요. 비슷한 상대가 있다면 여러 판 더 해보고 싶긴 하지만요!

9. 시즌스

2015년 - 23위
2016년 - 12위
2017년 - 35위
2018년 - 42위
2019년 - 17위
2020년 - 13위

시즌스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잘 알려졌지만 그에 못지 않은 독특한 게임성을 가진 엔진빌딩 게임입니다.

마법사(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 카드 드래프팅을 통해 초반용 카드 3장, 중반용 카드 3장, 후반용 카드 3장을 미리 계획해놓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면 현재 진행중인 계절 색상에 맞추어 인원수 + 1 만큼의 주사위를 굴린뒤 하나씩 가져가며 액션을 실행해요. 이것을 3년의 계절이 지날 때까지 반복하며, 다양한 자원을 모으고 카드를 내려놓으며 콤보를 통해 승점을 높히는 게임입니다.

다 쓰지 못한 카드는 큰 감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반에 미리 계획해둔 9장의 카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게임 도중에 뽑게 되는 카드. 상대방의 전략. 자원의 운영. 이런 요소를 통해 유연하면서도 굳건히 자기 전략을 지켜나갈 수 있는가! 이게 게임의 핵심이라 볼 수 있겠네요.

본판 자체로도 충분히 괜찮은데 확장을 넣으면 게임이 더 풍부해져서 게임의 깊이가 늘어나요. 확장도 꼭 넣어서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가 확장을 넣어서 하는 몇 안되는 게임이기도 하거든요.

아참! 이 게임은 보드게임 아레나에서도 무료로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조심하세요. 그 곳에는 시즌스 괴물들이 즐비합니다. 게임 한번 배우러 갔다가 시즌스에 정이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요. 시즌스를 배우고 싶으시다면 초보들과 함께 노닥노닥 즐기시길 추천 드립니다. 스타크래프트 한국서버만큼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되는 곳이예요.

지니 >> 시즌스는 참 좋아하는 게임인데, 가끔 어처구니 없는 강한 인터랙션의 카드들과 살짝 밸런스가 안 맞는 카드들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게임 같아요. 그래서 저도 돌린 지가 한참 되긴 했네요.

8. 뤄양의사람들

2015년 - 15위
2016년 - 23위
2017년 - 31위
2018년 - 13위
2019년 - 10위
2020년 - 19위

곧 설명할 어떤 게임과 더불어 아내의 비호를 받고 있는 우베의 게임. 뤄양의 사람들입니다.

게임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농작물 생산과 납품을 잘 계획하여 매 라운드마다 공급과 수요를 딱딱 맞추도록 계산하는 과정이 즐겁죠. 게다가 보조카드를 통해 상대방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내 장사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점도 재밌습니다. 모든게 계획대로 흘러가서 수입이 제깍제깍 들어와 다음 장사를 준비할 수 있을 땐 정말 즐거워요.

다만 매 라운드마다 있는 카드 드래프팅 과정이 조금 기묘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손에서 한장 + 바닥에 버린 카드 중 한장이라는 다소 독특한 방식인데요. 처음엔 낯설기도 하고 의도를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요령만 깨달으면 상대방이 원하는 카드를 늦게 버리면서 다시 가져오는 등 절묘한 신경전을 벌일 수 있는 또 하나의재미요소가 됩니다.

뤄양의 사람들이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는 점수 차이가 아주 적게 난다는 점이예요. 대체로 1~2점 정도 내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그런데 이게 인지부조화를 일으켜요. 후반의 1~2점은 15~30냥에 가까운 금액의 격차를 뜻합니다. 라운드 하나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차이죠. 그런데 초보자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1점 차이로 아깝게 졌다'와 같은 환상을 품게 됩니다. 조금만 더 하면 숙련자를 이길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지게 되죠. "이야 한번만 더 하면 날 이기겠는데?" 같은 말로 초보자를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아그리콜라, 카베르나, 르아브르, 아를의 평원, 오딘을 위한 축제 같은 거물급 게임에 비하면 깊이나 게임성 면에서 많이 부족하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내에게 처음으로 알려준 중급 전략 게임 중 하나이다보니 저희 부부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점이 장수의 비결이 아닌가 싶네요.

지니 >> 오, 뤄양의 사람들이 꽤나 높네요. 20점 찍어보셨나요?

너굴 >> 아뇨 19점이 한계였습니다 ㅠ

7. 오딘을 위하여

2015년 - N/A
2016년 - 31위
2017년 - 32위
2018년 - 25위

2019년 - 18위
2020년 - 5위

바이킹의 축제를 테마로 한 게임. 오딘을 위하여가 7위입니다.

우베답다고 해야 할까요. 매 턴마다 바이킹을 액션 칸으로 보내며 사냥 & 수집을 통해 자원을 모으고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밥을 먹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자가복제를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오딘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듭니다. 테트리스를 활용하여 자신이 자신있어 하는 장르를 재해석 했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다른 우베의 작품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하면 텅텅 빈 광활한 개인보드를 보며 어떻게 채워야 할 지 막막할거예요. “이걸 도대체 어떻게 다 채워?” 하는 생각이 들거예요. 여기저기 탐험 할 수 있는(채워야 하는) 보드가 존재하지만 내꺼 하나 채우기도 바빠서 엄두도 나지 않죠. 하지만 숙련될 수록 능숙하고 빠르게 개인보드를 채워가는 여러분을 발견할겁니다. 그 장벽을 넘는 순간 재미가 올라오기 시작해요.

오딘의 큰 단점 중 하나는 엄청난 무게와 부피예요. 이게 생각보다 테이블 공간을 굉장히 많이 차지하는데다 들고다니기도 어렵죠. 확장까지 들어가면 그 압박감은 더욱 심해집니다. 그래서 들고다니기보단 모임이나 집에 고이 모셔두고 해야하는 그런 게임이랍니다.

일꾼놓기와 타일놓기라는 재밌는 장르를 하나로 합친 오딘. 두 장르를 하나로 합친 멋진 게임입니다! 꽤 오랜만에 즐겼지만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의 재미는 여전한 것 같아요.

지니 >> 저도 정말 좋아해서 저~번 순위에 나왔었죠. 테트리스와 일꾼 놓기는 못 참지!

6. 쓰루 디 에이지스

2015년 - N/A
2016년 - 7위
2017년 - 21위
2018년 - 23위
2019년 - 15위
2020년 - 8위

다양한 문명 게임을 접해보았지만, 역시 쓰루 디 에이지스만큼 과거에서 미래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잘 그린 게임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제목을 보아도 알 수 있지만 문화, 과학, 군사력, 생산을 절묘하게 관리하며 다른 국가보다 더 찬란한 문명(점수)를 꽃 피우는게 목적인 게임입니다. 흐름은 꽤 직관적이고 단순해요. 회전초밥(?)처럼 일렬로 놓인 카드가 턴이 지날때마다 버려지고 새로 채워지는데요. 액션을 사용하여 필요한 카드를 가져오며 자신의 문명을 개척해야 합니다. 내 문명의 다양한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항상 부족한 부분이 한 두개씩 생기는데 이 약간의 모자람이 언제나 갈증으로 느껴져 자꾸만 쓰루 디 에이지스를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게다가 이 게임에는 다른 게임과 차별화 되는 점이 더 있는데요. 이벤트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벤트가 게임에 사용되는가를 선택하는 것은 유저 자신이예요. 시대의 흐름과 정세를 예측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이벤트를 묻어둬야 하거든요. 이게 꼬이면 다른 사람이 낼름 제가 묻어놓은 이벤트에서 혜택을 받으며 제 발등을 찍게 되는 일도 벌어집니다 ㅋㅋ 이 이벤트 묻기는 다른 게임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워요.

문명 게임인만큼 전쟁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죠. 쓰루 디 에이지스는 상대방을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게임입니다. 물론 무력을 강화시켜 상대방에게 압박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핍박 받는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비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우며 승리하는 것이 가능하거든요.

아! 국가끼리 협약을 통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플레이가 가능한 점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어휴. 이 게임은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요. 끝도 없을거고요.

단점으론 긴 플레이타임이 있지만 그 특유의 재미 때문에 시간 가는줄 모를거예요. 정말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지니 >> 쓰루 신판을 처음했을때 너무 전쟁으로 혼나가지고 (명예로운 패배를 선택하고 싶었을 정도..) 그 다음부터 피하는 게임이 됐었었어요. 신판 확장이 나오고 다른 지인분이 다시 해보자고 하셔서 했는데, 비슷한 실력인 분들과 하니 아주 재밌더라구요! 너무 숙련자분과 초보자는 피해야 하는 그런 게임이라 생각해요!

너굴너굴 >> 제게 테포마를 그렇게 가르치고선...!

5. 오부족

2015년 - 9위
2016년 - 3위
2017년 - 5위
2018년 - 24위
2019년 - 3위
2020년 - 3위

Top100에서 만칼라 시스템으 이용한 게임 몇 가지를 소개 시켜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재밌는 것은 단연코 오부족 같아요.

만칼라라는 다소 건조하고 빡빡한 시스템을 아주 부드럽게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매 라운드마다 자신의 승점으로 비딩을 하여 턴 순서를 결정한다는 재미난 발상. 다양한 능력을 가진 여러가지 만칼라 기물들. 만칼라 수를 고민할 때 함께 염두해야 할 다양한 지니의 능력. 간단한 수로도 여기저기 뻥뻥 터질 수 있는 점수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만칼라를 이 이상 잘 녹여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임입니다.

확장 또한 굉장히 훌륭해요. 기존의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제약과 능력을 추가함으로써 좀 더 생각할거리를 안겨주거든요. 테포마처럼 경험이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과하지 않은 적절한 확장이라 그 점이 좋았어요.

오부족이 싫다는 의견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건 ‘다른 사람의 수 때문에 내가 찾은 수가 망가진다’ 인데요. 저는 되려 이런 점이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경매 싸움이 존재하는 이유인데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인터액션 때문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수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참으로 멋진 게임입니다. 언제해도 질리지 않아요.

지니 >> 지금 따끈따끈 풀세트로 한글판 출시 특가 중인 오부족이군요! 타이밍 딱이네요! 오부족 저도 참 재밌게 플레이하는데 만칼라 시스템의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에요. 근데 2-3인 한정... 인게 살짝 아쉽긴 하죠. 확장도 껴서 해봤는데 새롭게 추가되는 요소가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더라고요. 영문판만 없었으면 저도 이번 출시특가때 질렀을거 같네요.

4. 르아브르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12위
2019년 - 2위
2020년 - 2위

"이 이상 턴이 간단할 수 없다."

르아브르에게 가장 어울리는 한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게 농담이 아닌게요.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내 단 두가지 액션만을 반복 합니다. 배를 움직여서 자원을 보드에 보충한 뒤 1) 자원을 가져가거나 2) 디스크를 빈 건물에 올려놓고 해당 능력을 사용하지요. 너무나도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이 두 액션은 르아브르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시작이자 끝입니다.

이 간단한 행동을 반복하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 많은 건물들이 여기저기 지어지고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냥 적당히 많은게 아니라 진짜 건물이 많아요. 나중엔 테이블 대부분이 액션칸으로 채워져 있을 정도로 선택지가 많아지죠. 이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여러 종류의 자원을 골고루 잘 관리하며 가장 좋은 한 수를 찾아내야 합니다.

복잡할 것처럼 들리나요? 전혀요! 액션의 범위가 하나 둘 천천히 늘어가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적응해서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고요. 아그리콜라처럼 중요한 액션을 빼앗기더라도 내가 세운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여기저기 차선책이 널려 있거든요. 그저 내 계획을 조금만 변경하면 됩니다. 큰 스트레스가 없으면서도 적당한 인터랙션 덕분에 게임에 몰입할 수 있죠.

2-3인의 경우 빠른 템포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서 몰입감이 정말 굉장합니다. 하지만 4인 이상부터는 높은 몰입감에도 게임이 상당히 길어지고 늘어진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추천하지 않아요. 전 3인이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장시간 게임을 하고나면 지치기 마련인데 르아브르는 언제나 깔끔한 뒷맛을 줍니다. 끝나자마자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몇 안되는 게임이예요.

지니 >> 아무래도 탑10쯤 되니까 이미 제 순위에 나온 겹치는 게임들이 참 많군요. 저도 최근에서야 르아브르 재미를 알아서, 몇 번 플레이해봤습니다!

3. 슬루스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7위
2018년 - 2위
2019년 - 5위
2020년 - 4위

여러분의 모임을 상징하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글룸헤이븐? 테포마? 가이아 프로젝트? 18시리즈?

저희 모임을 대표하는 게임은 슬루스입니다. 보드게임 멤버들 중 이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데다 이미 추리용지를 다 쓰고 보충한 것도 다쓰고 새로 보충한 것도 거의 다 썼을 정도로 엄청나게 돌려대고 있는 게임이죠.

슬루스는 사라진 보석 하나를 찾아내는 순수 추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숨긴 보석카드(정답카드)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보석카드를 나눠가지고 자신의 앞에 질문카드 4장을 깔아둡니다. 이 질문카드를 하나씩 사용하여 색깔, 모양, 갯수 등을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되죠. 사용한 질문카드는 다시 보충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다 정답을 맞춘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단순한 게임이예요. 다른 추리게임과 진행 방식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슬루스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간결하면서도 추리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물론 단점이 있긴 합니다. 내 앞에 깔린 질문카드에 따라 하고 싶은 질문을 못한다는 점인데요 게임 자체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서 어느정도 보완책을 마련 해두었어요. 그냥 한턴 날리고 카드 4개를 싹 다 갈아버리면 되거든요. 웬만해선 사용할만한 카드가 손에 들어옵니다.

저희 모임에서는 보석 하나는 너무 찾기 쉽다며 2-3개를 숨기는 것을 기본 룰로 정했습니다 -_-; 전 한 개 찾는데도 상당히 질문을 많이 해야하는데, 평소와 비슷한 속도로 2개 이상을 찾아내는 멤버들을 보면 어디에서 이런 괴물들이 모였나 싶어요.

지니 >> 제 한참 전 순위에 나온 슬루스네요. 필러 게임인듯 하면서 무거운 게임이라 모임에선 쉽사리 허락 해주지 않는 머리가 타는 게임.. 너란 녀석.

2. 알케미스트

2015년 - 90위
2016년 - 45위
2017년 - 62위
2018년 - 7위
2019년 - 6위
2020년 - 10위

뤄양을 설명하며 아내의 비호를 받는 게임이 또 하나 있다고 했죠. 그 게임이 바로 알케미스트 입니다.

알케미스트는 연금술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 재료의 성분을 조사하고 발표해야 하는 추리 + 블러핑 게임 입니다. 추리 게임의 탈을 쓰고 있지만 반드시 추리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모르면서 발표를 하여 점수를 획득하거나, 남들이 발표한 것에 숟가락을 얹거나, 남이 발표한 것을 반박하며 점수를 불리는 등 다양한 루트로 점수를 딸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스타일로 즐기면 되죠. 제 아내처럼 남이 뭘 하든 혼자 묵묵히 연구하며 발표하는걸 낙으로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ㅋㅋ 다양한 스타일의 게임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하면 난리가 나는 장면을 볼 수 있어요.

멤버들 모두 슬루스 짬밥 덕분에 알케미스트도 금방 적응하고 재밌게 즐기고 있는데요. 이제 슬슬 골렘 확장을 소개해주려 합니다 (이 말을 작년에도 했는데... 다들 본판을 너무 좋아해서 소개할 틈이 안나네요 -_-;;)

지니 >> 본격 남의 눈치보며 논문 베끼는 게임! 순수한 다른 디덕션과 달리 눈치도 상당히 봐야해서 저도 즐겁게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처음 출시할 때 세판? 해보고 여태 못 해봤어요 그게 벌써 5년은 넘었는데, 한글판 가지고 계신 분들 중에 저 다시 시켜주실 분 어디 없나요..?

1. MTG(커맨더 포맷)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92위
2019년 - 43위
2020년 - 11위

올해 가장 재밌게 즐겼던 게임을 하나 고르라면 저는 매직 더 개더링을 고르겠습니다. 하지만 커맨더라는 장르 한정이예요.

매직더개더링은 초보와 고수가 맞붙었을 때 아주 높은 확률로 초보가 패배하는 그런 장르의 게임입니다. 카드의 성능, 이해도, 전략의 다양성, 운영 등 뭐 하나 초보자에게 유리한 점이 없죠. 저도 처음 매직을 배울 때 엄청나게 두들겨 맞으며 배웠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_-;

그렇게 쳐 맞는데도(...) 왜 아직 매직을 즐기고 있느냐? 바로 이 커맨더라는 장르 때문이예요. 겹치지 않는 카드와 커맨더 카드 한장으로 이뤄진 100장으로 구성된 덱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자원으 쓰는 대지카드는 중복이 허용 돼죠.

이런 어마어마한 카드 구성 때문에 어떤 커맨더를 고르고 어떤 카드를 넣느냐에 따라 덱의 성격이 완전히 바뀝니다. 그리고 이 각양각색의 커맨더 덱이 한데 모여 프리포올(동맹 없는 난투) 형태로 싸우기 시작하죠 (2명부터 할 수 있긴 하지만 4명이 가장 이상적인 숫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대결구도로 인해 기존엔 없던 재미난 현상이 생기는데요. 1:1에선 좋지 않았던 싸구려 카드가 커맨더 대결에선 뛰어난 효율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면 나머지 플레이어가 결속하여 상대하기도 하며, 주도권을 잡은 두 플레이어가 치고박고 싸우는 동안 조용히 한 방을 모으거나, 상대방의 주문을 무효화 해주는 대신 일정 턴 동안 서로 침략을 하지 않는다던가,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으면 에라 모르겠다! 하며 보드를 싹 다 날려버리는 등 다양한 식으로 게임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하나의 덱에 다양한 카드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카드가 어떤 타이밍에 나오느냐에 따라 전략이 다양하게 파생 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다른 사람의 카드 때문에 제 덱의 효과가 증폭되는 재미난 경험도 할 수 있고요.

다른 TCG, LCG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매직더개더링만의 장르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난 MTG를 하진 않아. 하지만 커맨더는 해." 라고 말하는 친구도 볼 수 있어요. 아예 MTG과 커맨더를 별개의 게임으로 생각하듯 말예요.

요즘엔 돈법사도 이 장르가 먹힌다는걸 알았는지 아예 커맨더를 밀어주는 카드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사람들에게 많은 푸시를 받는 장르예요.

정말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지니 >> 돈을 쓰면 쓸 수록 강력해진다는 그 게임! 사실 저는 이렇게만 알고 있는 게임입니다! ㅋㅋㅋ 초보자 덱으로 몇 번 경험이 있긴 한데 그때마다 굉장히 재밌게 플레이하긴 했어요:) 하지만 원하는 카드를 뽑기 위해서 팩을 까야하는 TCG 게임들은.. 제겐 맞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있는걸로 즐기기엔 전 너무 욕심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전 LCG류들로 만족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너굴 >> 커맨더를 해보세요. 게임의 느낌이 굉장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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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D 번외 이야기도 빵빵하게 남기고 가니 재밌게 읽으시길 바라며 올 한해도 재미난 게임 많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1. 다른 모임에도 가보고 싶어요.

최근에 13살짜리 여자아이에게 재미난 것을 배웠습니다.

물을 다 마신 페트병의 허리를 배배 꼰 다음에 뚜껑을 퐁! 하고 열면 주둥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트릭인데요. 이걸 보자마자 "뭐야 뭐야? 어떻게 한거야? 알려줘!" 하며 붙잡고 요령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하며 그 원리를 이해하려고 꽤 많은 시간을 소비했죠 ㅋㅋ

전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성격입니다. 처음보는 신기한 사실, 관심 분야, 뛰어난 사람을 보면 뭐라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배워갈 때마다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무언가 가르쳐준 사람에겐 언제나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하죠.

전 평소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놀러가면 두 가지 문제를 겪습니다. 1. 보드게임이 없다. 2. 같이 할 사람이 없다.

이렇다보니 한국에 갈 때면 "다른 보드게임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지금까지는 보드라이프를 통해 알게 된 소수의 사람들의 모임에 초대 받아 가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간접체험을 해보긴 했지만 그게 전부! 실제로는 모임이 어떤식으로 운영되는지, 어떻게 모르는 사람을 반기는지, 어떤 게임으로 분위기에 적응하도록 돕는지 등 다른 모임장들의 노하우를 늘 알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올해 한국을 방문할 땐 제가 거주하는 도시에 있는 모임에 찾아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러면 무언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웬 처음보는 녀석이 모임에 스윽 나타나서 게임이 끝날 때마다 "재밌었습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자주 인사한다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저일겁니다. 영문게임을 꺼내도 난색을 표하지 않고 술술 읽어나간다? 아마 저일겁니다. 후드티를 입기엔 더운 날씨인데도 검은 후드티를 입고 다닌다? 아마 저일겁니다. 콤포넌트를 많이 만져야 하는 게임을 꺼내니 음료/과자에 전혀 손대지 않는다? 아마 저일겁니다 ㅋㅋ

2. 다들 보드게임 안할 땐 뭐하고 지내세요?

최근 아내와 딸이 한국에 놀러가서 3개월 정도 혼자 있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제 신나서 보드게임만 하겠네?" 라고 농을 던지는데 의외로 그렇진 않습니다.

전 정말 재미없는 사람의 표본이예요. 간헐적 단식 + 일 + 독서 + 공부 + 명상 + 운동 + 가끔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시청 + 금요일엔 어린이 세션 + 주말에 성인세션. 가끔 프리랜스 일. 이게 하는 일의 전부예요. 예전엔 활을 들고 나가서 열심히 쏘다 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참 조용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쳇바퀴처럼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니 아내도 제가 뭘하는지 딱히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보드게임 안할 때 무엇을 하시나요?

3. 보드게임이 가져온 나비효과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This approach has never let me down, and i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in my life."

"미래를 보며 점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이을 수 있을 뿐이죠. 그러니 여러분은 먼 훗날 점들이 서로 연결될거라 믿으셔야 합니다. 무언가를 믿고 따르셔야 해요. 직감, 운명, 인생, 업보, 무엇이든지요. 이 방법은 저를 실망시킨적이 없습니다. 제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내용인데요.

예전에 별 생각없이 집어든 보드게임 하나. 그냥 재밌어서 썼던 글 하나. 아이들과 노는게 재밌어서 했던 봉사활동 하나.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돌리고 싶어서 만든 모임 하나. 이런 것들이 10년간 쌓이며 하나씩 연결되기 시작하니 굉장하더라고요.

재밌어서 썼던 글은 캐나다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고, 제가 했던 어린이 봉사활동은 아내를 만나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아직도 보드게임 영향을 주고 있으며, 밴쿠버 나이츠의 풋풋했던 멤버들은 각자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며 가족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지인에서 딸의 이모 & 삼촌이 되었죠.

보드라이프를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막 보드게임을 접한 사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사람, 활동은 적어도 소모임을 이끌며 깊은 인연을 쌓아가는 사람, 보드게임을 접었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 한글화/문의답변/소식/후기를 꾸준히 공유하며 주위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취미에서 직업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사람 등. 다들 자기만의 점을 콕콕 찍어가며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을 보는게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여러분들도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셔요! 보드게임을 처음 시작 했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나 비교해보면 꽤 재밌는 사실을 많이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D

그럼 Top100을 여기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모두 멋진 2022년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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