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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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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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western trail (2016)

디자이너 : Alexander Pfister

아티스트 : Alexander Pfister, Andreas Resch

게임 인원 : 2-4인

이 게임의 테마와 관련된 이야기는 데굴데굴 스튜디오 영상을 보시면 좋겠어요. 불호의 테마였다가도 호감으로 바뀔 정도로 정말 재밌게 찍은 영상입니다.

제가 이 게임을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 생각난 게임은 mtg 였습니다. tcg하시던 분들은 아마 cantrip 이라는용어를 쓰실 거예요. 캔트립은 mtg 용어는 아닙니다. Ad&d의 0렙 스펠을 캔트립이라고 칭합니다. 원래는 “마법 주문(magic spell)”을 뜻하는 스코틀랜드 언어로 알고 있습니다. Mtg에선 통상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드로우를 할 수 있는 카드를 캔트립이라고 말합니다. 한 장 드로우는 큰 효율성은 없는 카드입니다. 꾸준히 드로우를 해주는 지속효과가 아니라면 덱이 줄어든 후반에야 효율을 따질만하죠. 물론 60장을 사용하는 mtg에 비하면 그웨트는 카드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기대값이 높긴합니다. 두장씩 버리는 액션들 뒤에 붙이면 디테일을 잡아가기 좋습니다. 아무튼 이 액션이 그려진 그림을 봤을 때 뭘 하는 게임인지 감이 왔습니다. 소를 사서 덱에 추가하는 내용을 보고 도미니언도 떠오르면서 재밌겠더라구요.

그리고 룰을 읽어봤습니다. 영문이라 제대로 이해는 못했지만 소를 배달하는 부분을 보면서 또 하나의 게임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플로렌스(피렌체)의 제후입니다. 예술가들이 멋진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게임이죠. 제가 볼프강 크라머를 좋아해요. 한 때 푸코보다 좋은 게임이라고 주장하던 때도 있었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지만 정말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의 특징 중에 하나는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창작물의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웨트도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배달 할 때마다 소의 가치를 더 높여서 더 멀리 배달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플로렌스의 제후가 생각난 것은 아닙니다. 한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역장 타일입니다. 플로렌스의 제후에 광대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일종의 조커같은 개념입니다. 창작물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들이 몇가지 있는데 각 요소들은 중복으로 사용 할 수 없어서 하나씩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 광대는 여러명을 고용해도 가치가 중복되어 적용됩니다. 그웨트의 역장 타일은 가지고만 있으면 소를 팔 때마다 매번 그 가치를 높여줍니다. 광대는 경매 할 때 상당히 높은 가격에 거래 됩니다. 역장타일도 얻는 방법이 까다롭고 재화로 환산해보면 상당히 비싸죠.

여기까지 매뉴얼의 내용을 이해하니 게임을 해보기도 전에 이미 재밌더군요. 룰만 봤는데 벌써 재밌어! 이런게임은 정말 드물거든요. 그리고 게임을 직접 해봤더니 플로렌스의 제후를 아득히 뛰어 넘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재밌다고? 아마 론델이라는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시너지가 생긴 것 같아요. 전 이 때 론델을 잘 몰랐습니다. 게임을 하기 힘든 시절이어서 빙빙 도는 이 방식이 단순히 라운드 개념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게임을 직접 해보니 예상을 가볍게 빗나가는 시스템이었어요. 속도조절이라고 해야할까요? 그웨트에는 인력시장과 소시장, 두가지 시장이 존재합니다. 인력시장의 인력들은 고용비용이 계속 달라지고, 소시장의 소들은 가격과 가치는 같지만 게임 종료 시의 점수가 다릅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 제 때에 해당 시장에 도착하도록 계획해야합니다. 여기서 론델 시스템이 빛을 발합니다.

최근 같은 작가의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마라카이보가 출시되었죠. 이 게임도 정말 재밌죠. 어떤 게이머들은 그웨트보다 높게 평가하기도 하더군요. 저에게는 그웨트에 비해 조금 부족했습니다.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게임이 4라운드로 상대적으로 짧고 경쾌하며, 카드들의 시너지로 엔진빌딩같은 조금 다른 느낌의 재미를 주더라구요. 하지만 결정적인 하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건물입니다. 마라카이보에도 비슷한 요소가 있긴해요. 부하. 맵에 부하를 배치해서 자신만의 액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웨트의 건물들이 상대방을 괴롭히기도 하고 플레이 속도를 변화시키기도 하는 반면, 마라카이보의 부하는 그웨트처럼 다양하게 게임의 양상을 바꿔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해외에는 2판이 발매되면서 밸런스도 다듬고, 특히 1인 게임을 지원하기도 하죠. 국내 발매되었다면 전 숨도 안 쉬고 구매할텐데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아래에 비교글 보고 뭔가 따라해보려 했는데 공력이 부족하여 ㅠㅠ 핸드폰으로 갑자기 쓰기에는 이 정도 잡담으로 마무리해야겠네요. 그래도 글 쓰다가 사진도 두장이나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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