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CO2없는 청정 게임북 셜록홈즈 베이커가 탐정단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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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4 오후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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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아스모디코리아로부터 제품을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0. Baker Street Irregulars

한 때 추리소설의 주인공은 기상천외한 트릭과 범행에 대한 서사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고나서 탐정이라는 인간이 추리소설 전면에 짙은 존재감을 당당히 드러내게 됩니다.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실존인물로 오해받곤 하는 인물, 바로 셜록 홈즈죠.

셜록 홈즈의 곁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존 왓슨이라는 인물이 항상 함께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탐정과 조수 역할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는 이 두사람의 케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죠. 왓슨 앤 홈즈라는 보드게임도 있었고요.

하지만 셜록 홈즈의 곁에는 존 왓슨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즈, 베이커가 특공대들입니다.

▲소설 주홍색 연구에 등장하는 Baker street Irregulars의 삽화.

위긴스 라는 소년을 필두로 한 이 아이들은, 베이커가를 누비며 셜록 홈즈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약방의 감초같은 녀석들입니다.

실제로 주홍색 연구나 네 개의 서명 등의 원작소설에서는 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오늘 이야기 해 볼 게임은 이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즈를 소재로 한 게임인 <셜록홈즈 베이커가 탐정단>(이하 베이커가 탐정단) 입니다.

1. 어떤 게임인가?

30대 중후반을 바라보는 게이머들이라면 <게임북>에 대한 추억이 많을거에요.

보통 만화책으로 이루어진 게임북은 장면 장면마다 플레이어의 선택을 종용하고, 선택에 따라 특정 컷으로 이동해서 이어서 읽는 형태의 책입니다.

흔히들 하는 어드벤처 게임의 모든 선택지를 책에 담아두고 선택지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하려나요?

이러한 게임북은 한동안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가, 2019년에 딜라이트를 통해 게임북 3종이 동시 출시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죠.

▲라...떼는 이런게 유행했었읍니다 콜록콜록

그 이후엔 당연하다는 듯 다양한 게임북들이 밀물처럼 쏟아졌는데, 베이커가 탐정단은 이러한 게임북 열풍의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게임입니다.

2. 게임의 특징

베이커가 탐정단은 게임북으로즐기는 협동형 추리게임+방탈출 게임입니다.

방탈출 게임을 여럿이서 해 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단점이 하나 있죠? 전에 방탈출 시리즈 리뷰할 때도 한 번 언급한 적 있는데, 바로 컴포가 한정되어있다는 부분이에요.

내가 하면 금방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사람이 컴포에 코를 박고 보고있는 바람에 나는 손도 못대고 그 동안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고... 이런 부분이 긍정적인 플레이 경험은 아니거든요.

사실 이건 굉장히 뿌리가 깊은 문제입니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한 명이 인형을 갖고 노는 동안 주변의 다른 친구들은 그 인형을 쳐다만 볼 수 밖에 없었을테니까요.

이러한 문제의 해결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인형을 하나더 만들면 되는거에요.

이렇게 간단한 해법을 그 어느 게임사도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딱 하나,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같은 게임북을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여러 권 포함시킬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선택을 베이커가 탐정단이 해냅니다. 짝짝짝.

▲책이 네 권 들어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그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요.

베이커가 탐정단에는 네 권의 책이 들어있습니다. 4인까지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인원수에 따라서 그냥 책을 한 권씩 들고가면 돼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이산화탄소 발생 구역에 진입할 필요도, 나도 보고싶다...를 속으로 되뇌이며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고작 이런 수준의 이야기였다면 게임의 특징이라기 보단 단순한..... 대기업 아스모디의 자본맛 좀 봐라!! 라는 표현을 썼겠죠?

베이커가 탐정단에는 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이 네 명의 아이들은 보통 게임의 플레이어 1, 2, 3, 4가 아니에요. 모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크의 경우에는 힘이 세고, 위긴스는 뛰어난 관찰력을 지니고 있고, 비키는 작고 날렵한 체구를, 머틀은 뛰어난 분장 실력을 가지고 있어요.

보통 이렇게 캐릭터들의 특수능력을 갖고있는 게임들은 각자의 능력을 캐릭터 시트든, 카드든 하는 형태로 부여한 뒤, 공용 보드에서 함께 플레이를 해 나갑니다.

팬데믹이 그렇고, 아컴호러 카드게임도 그렇죠?

▲같은 그림을 펼치더라도 각자의 책에 표시된 정보가 다릅니다. 저 빠따를 쓸 수 있는 캐릭터가 누군지 안돠보 뻔하쥬?

하지만 베이커가 탐정단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네 명의 캐릭터의 책이 다 다르거든요(...).

그렇다고 아예 1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다른 책은 아니고 같은 장면을 봐도 캐릭터들의 능력에 따라 주어지는 정보에서 차별성을 가집니다.

예를들어 범인을 쫓아서 골목을 누비다 보니 범인이 높은 울타리를 넘어 도주했다면, 각자의 책에서 같은 페이지의 그림을 보고 있더라도 아이크의 경우엔 울타리 자체를 박살내고 계속 쫓아가는 선택지가, 비키의 경우는 옆의 창틀을 밟고 울타리를 넘어버리는 선택지가 명시되어있는 식으로요.

이러한 장치가 가지는 의의는 매우 큽니다.

이른바 지금까지의 협력게임이 <컴퓨터 한 대를 놓고 키보드 하나로 같이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면 베이커가 탐정단은 <집에서 각자의 컴퓨터를 가지고 디스코드를 켜놓고 멀티플레이 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환경 덕분에 베이커가 탐정단에서의 캐릭터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것이 됩니다. 이른바 알파플레이어 문제가 해결된 것이죠.

게임을 하는 내내 "잘 좀 봐봐"는 있지만 "이렇게 해봐"는 없습니다. (물론 이는 반대로 추리가 막혔을 때 그 원인이 되는 사람에게 "왜 안했어?"의 여지를 제공해주긴 하지만요.)

이건 확실히 다른 협력형 보드게임에서는 찾을 수 없는 분위기를 형성해줘요.

자연스럽게 "우리 그럼 2층으로 가 볼까요?" 하고 파라라락 2층 페이지를 펼치는 경험이라거나,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봐요 제가 지붕 위로 올라가서 좀 둘러보고 올게요" 라고 하고 지붕 위 페이지로 갔다가 돌아와서 본 것을 말하는 경험이라거나 하는 부분이 꽤 독특했습니다. 정말로 함께 탐험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 퍼즐은 방탈출 게임의 그것을, 추리는 왓슨 앤 홈즈 등의 그것을 적당히 차용했습니다.

퍼즐과 추리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방탈출게임의 경우 퍼즐에 퍼즐에 퍼즐을 더해서- 같은 느낌이지만 베이커가 탐정단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조금 부족하긴 해요.

물론 그렇다고 게임 자체가 비어있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길찾기와 스토리 진행, 퍼즐과 추리를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적절히 안배해두었다는 이미지 쪽에 가깝거든요.

이것보다 많다면 "퍼즐이 많아요" 가 되는거고 이것보다 적다면 "퍼즐이 없어요" 라는 이야기가 된다...정도의 수준이에요.

퍼즐 자체도 너무 맥락없는 퍼즐이나 추리는 없고 주변을 차근히 관찰한다면 충분히 접근가능하고 풀 수 있는 내용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최근 방탈출에서 "이걸 어떻게 풀어..." 라는 인상을 종종 받았었는데 그런 부분은 없네요. 이런 부분이 좋더라고요.

▲ 판매페이지에서 4인플 삽화를 넣어놓은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적정인원을 빼 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권만 놓고 하는 1인플은 비추입니다.

단적인 예로 아이크만 펼쳐놓고 1인플을 하면 시작하는 문 조차도 열 수 없습니다. 물론 어느정도 방탈출게임을 즐겨보신 분이라면 어느 정보가 부족한지 알 수 있고, 경우의 수를 모두 대입해서 어거지로 열 수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전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답을 도출 해 낼 수는 없었어요.(...)

아스모디 코리아의 문구로는 1인플부터 4인플까지 모든 인원수에 따라 각각의 방법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하고 있긴 한데... 최소 2인, 혼자 하더라도 최소 두 캐릭터 책은 함께 두고 플레이 해야 진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가장 좋은건 4인입니다. 이런 게임의 경우 다인플을 비추하는 이유가 상술했던 한정된 컴포 때문인데, 베이커가 탐정단의 경우 이런 문제를 원천봉쇄했죠. 극단적으로 말하면 각자 집에서 책 한권씩 들고 단체톡으로 진행해도 큰 상관은 없을 정도로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인원을 꽉 채우면 채울 수록 좋습니다.

3. 마치며

일반적으로 게임북이란건 1인 플레이를 상정하고 제작됩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요즘같이 컨텐츠가 범람하는 시기에 1인을 위한 보드게임이라는 도구가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물론 좋은 게임이 충분히 많다는건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짧고 강렬한 자극이 대세인 시류에는 뭔가 좀 들어맞지 않죠.

실제로 저만 하더라도 정령섬 1인플을 아무리 자주 돌린다 한들, 하스스톤을 더 자주합니다. 폰만 켜면 바로 뚝딱인걸요.

이런 부분에서 게임북이라는건 태생적으로 아이러니함을 품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1인을 위한 보드게임으로서의 게임북은 위의 한계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렇다고 이걸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다인용 보드게임으로서 꺼내자니 그건 그거 나름대로 불편하잖아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베이커가 탐정단은 "다인을 위한 게임북" 이라는 굉장히 유니크한 입지를 확보하면서 나온 게임이에요.

이런 게임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가산점이 들어갈 수 밖에 없겠죠.

적어도 현재 나온 모든 방탈출 게임 및 추리형 게임북을 통틀어서 4인 플레이에서 이정도의 쾌적함을 느껴본 적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마 이 전에 다른 분의 리뷰에서도 언급하셨던 적이 있는데, 언락 1-3의 시나리오가 유난히 즐거웠던 이유하고 완전히 동일해요. 여러명이 하지만 내 영역을 침범하진 않거든요.

https://smartstore.naver.com/asmodeekorea에서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니 생각있으신 분은 이리로.

언젠가 말씀드렸죠? 고민은 배송을 늦출뿐이라고요.

▲ 여담인데, 아무도 하겠다는 말씀을 안하신다면 네비 역할을 꼭 해보세요. 이게 또 꿀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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