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트레이더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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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3 오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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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mts게임즈의 체험회에 다녀왔습니다. 최근 나온 어려운 유로게임 중에 가장 화제가 되어서 기대를 많이했습니다. 테마도 마음에 들었구요.

저는 보기좋게 꼴찌를 했습니다만(압도적으로) 같이 플레이하신 분들이 너무 재밌고 잘 해주셔서 인상이 좋게 남았습니다. 중간에 사진 몇개 넣으면서 이 게임만의 특징을 적어보겠습니다.

1. 상호작용이 많지만 서로 즐거운 상호작용입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농장(플랜테이션)에 일꾼을 놓아서 이득을 주는 행동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행동의 가치를 다들 낮게 봤습니다. 다른 사람 이득을 같이 주는건데, 본인이 행동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근데 생각보다 행동으로 인한 아웃풋이 많기 때문에 서로 도움주며 기분좋은 상호작용이 일어납니다. 가이아프로젝트에서 건물 건설로 근처 플레이어 파워큐브를 순환시켜주는게 생각나네요. 다들 같이 가자고 상부상조하지 않습니까?

저는 궁금해서 일부러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상호작용을 하려고도 해봤는데 오히려 많이 비효율적이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보였습니다. 저는 빨강 플레이어였고 보라색 플레이어의 네모난 타일(플랜테이션)이 원래는 구석에만 있어서, 3층에 도달하지 못하게 제 플랜테이션으로 완전히 감싸버리려고 했지만 결국 보라색이 먼저 3층에 도달한 모습입니다. 이 게임은 본인 점수를 직접적으로 올릴 방도를 찾는 게 우선이라 제 낮은 점수의 원인이지 않았나 싶네요. 남을 공격해서 점수를 얻는 게임들도 물론 재밌긴하지만 게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상하게 될 우려가 있는데, 이런 상호작용은 플러스 요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져도 화기애애합니다.

2. 배우는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하기는 쉽습니다.

일단 규칙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거는 다들 동의하는 부분이고, 저는 규칙을 대강 아는데도 어렵더라구요. 각종 건물이나 타일로 인한 보너스가 보드 곳곳에 조그맣게 기재되어있어서 일일히 신경써줘야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배우고 나면 굉장히 직관적이라 플레이하는 데에 막힘이 없었습니다. 규칙서를 따로 필요로 한 경우가 두 번 정도밖에 없었어요. 플레이 하는 중에 예전에 리스보아를 플레이해봤던게 생각나더군요(저는 여전히 리스보아의 규칙을 모릅니다.). 근데 커피트레이더스는 1라운드만 해봐도 대충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1단계의 행동이 4가지뿐입니다. 갤러리스트는 8가지이고 가이아 프로젝트는 8가지 플러스 온갖 프리액션이 있죠. 근데 커피 트레이더스는 행동이 4가지인데 효과도 무진장 단순합니다. 밭, 사람, 당나귀, 고양이 놓기 이렇게 4개가 끝이라 너무 쉽습니다. 특히 비딸 게임과 비교해서 질문하는 글이 많은데, 그 정도가 아닙니다. 액션 간 얽히고 설킨 복잡한 느낌이 전혀 없고 자기 차례에 타일 하나 놓고 그냥 끝이라, 어려울게 하나없어요. 저는 유로 게임들을 잘 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즐겁게 게임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웨이트가 많이 과대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3점 후반이 맞지 않을까요.

3. 점수를 잘 챙겨야 하는 포인트 샐러드 방식입니다.

점수가 나오는 곳이 많습니다. 건물을 지어도, 점수 트랙을 전진시켜도, 업적(마일스톤)을 달성해도, 영향력(품질 가치) 메이저를 달성해도, 아무튼 오만가지 곳에서 점수가 나옵니다. 촐킨, 버라지, 트라얀, 버건디의 성 같은 다른 어려운 유로 게임들처럼 다양한 행동으로 점수가 나므로 모든 곳을 다 신경써줘야 합니다. 이런 게임들을 즐겨하고, 찾는 분들에게는 버라지 이후 최고의 게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게임은 밸런스가 아주 잘 잡혀있거든요. 선공과 후공의 차이가 대단히 크지 않고 오히려 차례 중간에는 후공부터 먼저 진행하는 단계도 있어서 플레이하는 내내 게임이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가의 전작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지만 커피 트레이더스 뒤에 나올 게임은 유명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게임들이 다 그렇듯, 스노우볼이 꽤 굴러갑니다. 바꿔말하자면 게임을 하고난 후에도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다시 플레이해보고싶은 욕구가 든다는 말이죠. 플레이하기는 쉽지만 점수를 달성하기는 어려워서, 도전의식을 가지고 여러번 꺼내 플레이하는 게임이 좋은 게임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앉은자리에서 연달아서 여러번 해도 괜찮을것같습니다.

4. 한국어판 기준) 가격이 싸고, 게임이 수정됩니다.

일단 게임 가격이 원래는 좀 비쌌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격이 119.95$인데 배송비 포함하면 거의 20만원 나오지 않을까합니다. 배송비 엄두가 안나서 구매를 못하고있었던 참에 한국어판 나온다고해서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만원에서 12만원을 생각했는데 84000원은 좀 충격적이었어요. 기본이 딜럭스인 느낌이라 토큰에 실크 스크린이 되어있고, 플라스틱 콩도 들어있고, 메탈코인이 원래 들어있거든요.

그리고 꽤 빠르게 수정된 버전이 나온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예를 들어 알레아의 게임들은 다들 알다시피 게임 구성물의 품질이나 가시성, QC같은게 굉장히 불량한데(?), 캡스톤게임즈는 룰북이 별로인걸 본인들도 인지를 했는지 바로 2쇄가 나옵니다. 게임 보드의 가시성도 좀 해결이 된다고 하니 mts게임즈가 나름 타이밍을 잘 잡은게 아닐까 하네요.

5. 기타 잡다한

- 경험자와 초심자가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설명해주시지 않았는데, 경험자는 일부러 3인 이하 플레이시 사용하는 계약서(달성이 더 어렵습니다)을 줘서 하드 코어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 리플레이성이 뛰어납니다. 게임 도중 달성하는 업적(마일스톤)과 계약서의 종류가 많고 랜덤이라 매번 테크 트리를 다르게 해야합니다. 그랜드오스트리아호텔의 ABC 타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커피트레이더스도 그렇습니다.

- 공간 차지를 좀 많이 합니다.

개인판만 해도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아무래도 세세하게 기재해놓은게 너무 많아서 생긴 일이 아닐까 합니다. 플레이했던 테이블은 180*90이었는데, 이정도 크기면 4인 기준 수월하게 진행하리라 생각합니다. 가로폭(긴쪽)은 160이나 150까지는 좁아도될것같아요. 2인플레이라고 해도 다인플과 똑같이 공간을 차지하는 건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 보드게임긱의 부정적 평가를 보면, '규칙서가 별로라 이해하지 못했다', '규칙서가 개판이라 시간이 너무오래걸렸고 진이 빠졌다', '규칙서를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플레이하질 못했다' 하는 평가가 많습니다. 반대로 긍정적 평가를 보면, '게임을 재밌게 플레이했지만 규칙서의 개정이 필요해보인다', '토큰과 보드 등의 구성물이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규칙서는 별로였다' 하는 평가가 보입니다. 어쨌든 모든 원흉은 규칙서인데, 이게 수정되면 갓겜 반열에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인 규칙이 괜찮습니다. 2명이 게임을 할 때는 오토마를 넣고 3인 플레이를 합니다. 이름이 앙드레(작가 본인 이름입니다)인데, 본인이라 그런지 굉장히 강력합니다. 일반 플레이이어가 먹는 패널티를 받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부조리한 게임을 진행하면서 최대한으로 점수를 내는 것이죠. 3인 이상 플레이할 때의 상호작용하는 맛은 덜하지만, 충분히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인이 베스트는 아닙니다. 이 게임의 기본 골자는 남의 행동에 업혀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으로 2인 비추는, 이 게임은 다인플이 아주 재밌는데 2인플은 그만큼 재미가 없으니 비추를 줬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인플이 너무 재밌어서 묻히는게 아닐까 한다는 뜻입니다.

안그래도 일반 규칙서를 번역한 김에 2인 규칙서도 번역해서 보드라이프에 올리려고 했는데, 마침 한국어판 소식이 나온다해서 접었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하는 게임성에 비해 판매성적이 아직은 저조한 느낌이라(저는 파주 슈필을 포기하고 커피를 선택했습니다), 판매를 촉진하는 느낌으로다가 선주문이 끝나기 전에 번역해서 올려보겠습니다. 참고하시고 구매에 도움이 되었으면하네요. 한국어판 출시는 개정된 규칙으로 나오니까 규칙이 바뀌긴 할겁니다. 더 좋겠죠?

괜히 콩 토큰 사진 올리면서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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