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보드게임] 8. 영업당한 선임의 첫 보드게임, 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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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8 10:34

※ 주의사항

- 모든 플레이어가 초보이며 이들을 입문시키는 저도 초보입니다. 따라서 글 안에 에러플이 자주 등장할 수 있습니다.

- 리뷰 카테고리에 집어넣어 쓰지만 리뷰보단 후일담의 느낌이 강합니다. 규칙설명 없이 게임 얘기를 하기 때문에 다소 이해 안될 수 있습니다.

- 생각보다 많은 걸 군대 안에서 했단걸 느끼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직도 쓸게 남았군요!

- 글의 텀이 길어지는 이유는 군대에서의 성실함이 사라졌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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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영업당한 선임의 첫 보드게임, 카탄

이전 글에서 플레이한 모든 보드게임 실황에는 한달 위의 선임이 무조건 있었습니다. 처음 영업한 인원이기도 했고, 매번 게임하자고 꼬실 때 마다 맘 좋게도 계속 좋다며 하자고 하는 제 기준으로 좋은 선임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주도하에 움직이던 보드게임 모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어느날 선임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임무가 비슷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같은 소대도 아니라 보드게임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만나기 여간 힘든 분이 직접 보러 왔다는게 의아했습니다.

"나 이거 사려고 하는데 어때?"

라며 보여준 휴대폰의 화면은 루트의 구매 페이지였습니다. 그걸 본 순간 영업이 성공적으로 된 것에 감동을, 그리고 루트라는 선택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렇게 한 명을 끌어들이는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시기한 오바였지만, 그 땐 정말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일단 전 루트는 일러가 예쁘지만 이제 막 보드게임을 접한 사람에겐 무거운 난이도라고 설명하면서(물론 루트를 꽤 고집하셨습니다. 아니 아직 화이트채플도 어렵다 하시는 분이 루트를 사서 어떻게 플레이하시려는지...)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리스트들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임은 하난 보드게임을 부대안으로 주문하게 되는데...

카탄이 부대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첫플레이

카탄은 제 생각에 가장 입문하기 좋은 보드게임이었습니다. 난도 있지만 입문용인걸 원한 결과 값이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건 실행력이 대단하시더군요. 사겠다고 한지 일주일도 안되서 그냥 질러버리시더군요. 약간 보드게이머로서의 자질이(?) 보였습니다. 심지어 확장 하나도 사려고 생각했다는 게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튼, 사담이 길었습니다.

카탄을 들이고 바로 다음 모임에 돌렸습니다. 평소에야 제가 규칙을 설명하는 포지션이었지만 이 날은 달랐습니다. 선임이 직접 규칙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정말 흐뭇했습니다. 물론 처음 설명하는 것이다보니 어설프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카탄의 장점은 간단한 규칙에 그렇지 못한 플레이를 유도한다고 생각합니다. 첫판은 다들 선하게 선하게 가는 분위기여서 편안하게 제가 이겼습니다. 이 때 보드게임 모임에서 간만에 이겼습니다ㅠ. 제가 정말 게임을 못하는 쓰레기인게 다른 사람들이 적응을 하는 순간 그냥 지는게 일상이 되는... 두번째 판 부터 그냥 장사치 하나에 자원 독점 인원 한명에 한명은 천사인 마냥 다 퍼주고 있으니 제가 이길 재간이 없었습니다. 두번째 판은 미친듯이 길을 잇고 기사단으로 밀어붙인 선임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다들 재밌게 하는데... 문제가 여기 모임의 특징이 보드게임의 시간이 길 수록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지는 사람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카탄을 한다고 하는 날은 오로지 카탄만 하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전 다른 것도 하고 싶었지만 역시 고전 명작이라서 다른 사람들, 특히 선임의 압도적인 선호에 의해 정말 자주 돌리게 되었습니다.

-플레이한 용사들의 후기

확실한건 선임은 대만족이란 것 이었습니다. 게임을 파악하는 걸 잘했기 때문에 어떤 방향성으로 길을 이어나가고 마을을 만들고 어떤식으로 자원을 수급할지 잘 판단해 나아갔습니다. 물론 선임의 고질적인 천사병은 카탄에서도 이어져 자원 1대1교환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필요없는 자원조차 교환해주는 선한 플레이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게임에는 좋지 않은 영향일 수 있으나 굉장한 악덕으로 플레이한 후임의 센스에 그 플레이가 좋지 않다는 소리는 들을 지언정 게임 자체는 재미있게 플레이 되었습니다.

후임들이야 뭐 이런 협상류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기상천외한 방식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게임을 여럿 터뜨렸습니다. 한 후임은 악명높게 자원을 교환하고 자리를 차지했는데 하필 그런 자원과 자리는 선임의 양보로 이루어진. 기생하는 방식이 자주 쓰였습니다. 매번 좋게 먹히진 않았지만 한번 잘 풀리면 자원 하나를 독점시키기까지(하도 자원이 안들어와서 에러플인줄 알았습니다ㅠ) 해대니 원...

이런 플레이에 치이는 건 역시나 저였습니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잘 하지는 못하는 포지션이 카탄에서도 그대로 먹혔습니다. 간혹 제 트롤 본능이 길을 남북으로 횡단하게 해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하거나 기사단으로 남의 자원을 버리게 하는 등 나죽고 너도죽자의 플레이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러고도 전 1등을 하지 못했습니다ㅠ

-후기

명작은 명작이었고 영업은 명작으로부터 시작했어야 된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특히 카탄은 저희 모임에 맞는 옷처럼 독특한 포지션으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딱 알맞게 플레이 할 수 있게 했고, 그 덕에 많은 플레이와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처음으로 하는 협상류의 보드게임이어서 더욱 그 느낌이 증폭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나중에 들어보니 생활관(내무반)으로 가져가서 자기도 영업을 했다고 자랑하더군요ㅋㅋㅋㅋ 모임 없는 금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저녁에 정기 카탄 모임이 생겼다는 후문이 들렸습니다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