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임: 트릭 테이킹과 불완전 정보 게임
0.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익퓨입니다.
이번에 [클레임] 번역을 맡았습니다.
본 리뷰는 [클레임]이 가지고 있는 '2인 트릭 테이킹 게임'이라는 독특한 특성이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1. 트릭 테이킹 게임
제가 제일 처음 접한 트릭 테이킹 게임은 [마이티]였습니다.
지금은 4인 인원 제한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지만, 친구들 5명이 모여서 몇 날 며칠을 꼬박 새기도 했었죠.
공강 시간마다 과방에 모여서 마이티를 하고, 수업 끝나면 마이티를 하고... 뭐 거의 깨 있을 때는 마이티만 계속 했던 것 같습니다.
어딘가 그리운 그래픽...
그러다 트릭 테이킹에 대한 애정이 잊혀질 때 쯤이었습니다.
[스컬킹]을 접하게 되었고 다시 한번 "요호호!, 0!"을 외치며 틈날 때마다 스컬킹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요호호~
그리고 트릭 테이킹 게임이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할 때 쯤,
2019년에 나온 [스페이스 크루] 역시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협력 트릭 테이킹..?
어느덧 스컬킹의 자리를 스페이스 크루가 대신하게 되었죠.
트릭 테이킹 + 하나비 = 스페이스 크루
저는 무엇 때문에 트릭 테이킹 게임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트릭 테이킹 게임이 갖는 매력의 근원은 '불완전 정보 게임'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바둑, 장기, 체스가 아니라 마작, 포커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불완전 정보 게임이란,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가 모든 정보를 알 수 없는 형태의 게임을 얘기합니다.
일반적인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손패에 해당하는 카드만 알 수 있고,
나머지 카드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진행됨에 따라 트릭 테이킹 게임은 완전 정보 게임이 되어 갑니다.
카드의 구성은 정해져 있는데, 게임이 진행되며 카드들의 정보가 계속 공개되기 때문이죠.
트릭 테이킹 게임의 이러한 메커니즘은 마작과 유사한 측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처음에는 각 패들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혹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지)를 모르지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누가 어떤 패를 가지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요미'라는 유추가 필요한 마작
그래서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는 '카운팅'이 중요함을 넘어서 필수적 요소가 됩니다.
게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트릭 테이킹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불완전 정보 게임을 개인의 노력을 통해 완전 정보 게임으로 바꿔간다는 것이 바로 트릭 테이킹 게임이 지닌 매력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커다란 매력은 불완전 정보 게임이 완전 정보 게임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서
한두 번의 운(또는 확률)에 기댄 도박을 성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도박을 시도할 때 도파민 분비가 치솟으며 만약 성공할 경우 커다란 쾌감을 얻게 됩니다.
다들 이렇게 트릭 테이킹 게임에 빠지게 됩니다.
왜냐면 이러한 쾌감이 '노력으로 운명을 바꾼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안 되지만, 게임은 어쩌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착각 말이죠.
2. 2인 트릭 테이킹 게임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적인 트릭 테이킹 게임은 다음의 흐름을 따릅니다.
초반: 불완전 정보 게임
후반: 완전 정보 게임
이 전환기에서 오는 한두 번의 도박에 가까운 플레이가 트릭 테이킹 게임의 근본적 재미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다인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는 내가 처음에 가지고 있는 정보가 총 정보의 1/n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 확실하게 불완전 정보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인 트릭 테이킹 게임은 시작부터 완전 정보 게임이 되기 십상입니다.
카드의 구성은 정해져 있는데, 2인 게임이라면 반절에 달하는 카드의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나머지 반절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테니 사실 완전 정보 게임과 다름 없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2인 트릭 테이킹 게임인 [숲 속의 여우]의 경우 각자 13장의 카드를 들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법령 카드라는 카드 1장을 공개하고 시작합니다.
게임은 총 33장의 카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게임 시작 시 33장 중 13+1장의 정보를 알고 시작합니다.
즉 나머지 19장의 카드를 모른 채로 시작한다는 거죠.
하지만 게임에 사용하는 카드가 33장이 아니라 27장이었다면?
각 플레이어는 모든 카드의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나한테 없는 카드 전부가 상대방이 들고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게임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대신 귀여운 여우를 드리겠습니다..
즉, 2인 트릭 테이킹 게임의 지상 과제는 '어떻게 초반에 불완전 정보 게임을 구축하느냐'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언뜻 봤을 때 불가능해 보이는 2인 트릭 테이킹 게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3. 1단계: 불완전 정보 게임
[클레임]의 경우 초반에 불완전 정보 게임을 만드는 데에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게임을 전체적으로 두 단계로 나눈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덱 빌딩을 하는 것처럼, 첫 번째 단계에서는 두 번째 단계에서 사용할 손패에 들어갈 카드를 두고 트릭 테이킹 게임을 진행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첫 번째 단계를 통해 구성한 손패를 사용해 일반적인 트릭 테이킹 게임을 진행합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총 52장의 카드 중 26장을 13장씩 나눠 받습니다.
그리고 총 13번의 트릭을 진행합니다.
매 트릭마다 남은 26장의 카드 중 1장씩을 공개합니다.
매 트릭의 승자가 얻는 보상은 현재 공개된 카드입니다.
매 트릭의 패자는 남은 카드 중 1장을 랜덤으로 받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첫 번째 단계에서는 후반부까지 불완전 정보 게임이 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첫 번재 단계에서 밑그림을 잘 그려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경우에 이미 첫 번째 단계에서 승부가 결정이 됩니다.
그래서 카운팅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남은 카드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카드를 노려야 하는지를 확실히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초반이면 초반일수록 운의 요소가 개입하죠.
남은 카드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랜덤으로 1장을 받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현재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카드가 높은 숫자의 좋은 카드인 것 같지만,
랜덤으로 받는 보상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몇몇 부분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4. 2단계: 완전 정보 게임
양 플레이어 모두가 트릭 테이킹 게임의 숙련자라면, 2단계는 완전 정보 게임입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단계 때 공개된 26장의 카드를 제외하고,
내 손패에 잇는 13장의 카드를 제외하면,
상대방의 손패에 있는 카드를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게임이 될 수 있느냐.. 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카드의 특수 능력들이 변수를 창출합니다.
예를 들어 클레임 본판의 '도플갱어'는 리드 수트를 따를 필요가 없거든요.
또는 클레임2의 노움-거인 조합처럼 서순이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간은 가끔씩 실수를 합니다.
특히 26장의 카드를 정확히 카운팅하는 것에는 실수할 여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여타 다른 트릭 테이킹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초심자끼리의 게임과 숙련자끼리의 게임의 양상이 상당히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여타 다른 트릭 테이킹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이 둘 모두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심자들끼리의 난투전도 나름의 묘미가 있고
첫 번째 단계부터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숙련자들끼리의 정중동 전략 싸움도 깊은 묘미가 있죠.
5. 여러 종족의 믹스업
그다지 유명한 게임은 아니지만 [스매시업]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2012년에 본판이 발매된 이래, 최근까지도 계속 확장이 나오고 있는 게임인데요.
지금 찾아보니 확장이 25개나 있군요.
꾸준히 확장이 나오고 있는 스매시업
아무튼 이 게임은 저마다의 독특한 특수 능력을 보유한 종족 카드를 사용한 영향력 게임입니다.
이게 근데 여러 가지 종족을 섞어서 사용하는 특유의 재미가 있습니다.
각자 종족 2개를 선택하여 이 종족들을 합쳐 각자 다른 덱들로 플레이하게 되는데요.
조합마다 시너지를 일으키는 조합도 있고, 오히려 역시너지가 나는 것 같은 조합들도 있습니다.
민트초코냐, 초코치킨이냐.. 뭐 이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민초 + 초코치킨이라면..?
근데 클레임도 의외로 확장이 많습니다.
현재는 클레임과 클레임2의 총 10가지 종족만 있지만..
확장까지 포함한다면 상당히 많은 재미있는 조합들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클레임과 확장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