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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의 하계휴가와 보드게임 후기입니다.

3,718 조회

2021.08.28 12:28

안녕하세요.

지난 3월부터 회사 동료들과 함께 보드게임 모임을 시작해서, 한창 보드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라쓰입니다.

그간 회사일로 바빠서 모임도 잘 못하고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 어느덧 8월말이네요.그리고 내일로서 보드게임과 함께한 제 하계휴가도 끝이 보이네요 ㅠ

오늘은 하계휴가 때 있었던 보드게임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8월 21일 토요일.
휴가 첫날인 지난주 토요일.

와이프와 2박3일로 짧게 국내 팬션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짧지만 팬션 안에만 있을거라 보드게임을 좀 챙겨갔습니다. 캘리코, 버건디의성, 티펜탈의 선술집.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막 배송온 루시의하루까지 챙겨봤습니다.

여행 둘째날. 다행히 비가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아주 맑았습니다. 와이프와 물놀이를 좀 하고 고기도 좀 구워먹고 저녁이 되어서야 팬션 카페에 들어가 보드게임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안에는 주인 아저씨와 저희 부부밖에 없어서 마음도 편안하더군요. 보드게임할 분위기가 납니다.

첫번째 게임은 티펜탈의 선술집입니다. 역시 모듈은 모두 넣고 해야 제맛입니다. 워낙 와이프도 저도 좋아하는 게임이라 컴포들 업글을 좀 해놨습니다.

마지막 라운드에 와이프가 방명록 3빙고가 터져 역대급 점수가 나오고 엄청나게 기분좋아 하는 와이프 표정을 보니 졌어도 뿌듯하더군요.ㅎㅎ

"오이~예! 봤어~~? ㅋㅋ 간만에 하니 엄청 재밌네!"

"오... 대단한데? 내가 좀 봐주긴 햇는데! 오늘 운이 좋으시네 ㅋ"

"아쥬 굿이여! 오빠 티펜탈 이거 너무 잘 가지고 왔어~!"

게임은 물놀이가 과했던 탓인지 단판만 하고 정리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침대위에서 캘리코를 몇판 더 했는데 불행히 사진 찍는걸 깜빡했네요.

"아웅.. 이거 고양이는 엄청 귀여운데 머리 쥐나겠네.. 망했어!"

"오빠도 망했어. 이거 모든 보상을 다 먹으려 하지마. 오히려 망해."

"됐어. 다시해."

티펜탈로 와이프 기분이 신났었는데, 캘리코 하다 표정이 점점 안좋아집니다. 점수계산 하는 도중 퀼트판을 엎어버리고 재도전.. 결국 1점 차이로 와이프가 이긴 후에야 멈출 수 있었습니다. ㅋ

팬션여행이 2박3일로 짧아서인지 버건디의 성과 루시의 하루는 꺼내보지도 못했네요.

여행에서 돌아오고 뭐 한것도 없는데 며칠이 지나 금요일입니다.

8월 27일 금요일.

사실 이번 휴가는 결혼하여 각자 뿔불이 흩어져 사는 죽마고우 친구들과 휴가날짜를 맞췄습니다.

천안에 사는 친구는 아들보느라 바쁘다 하여 못오고 서울과 인천에 사는 친구들이 금요일 아침 저희집에 찾아왔습니다. 참고로 여기는 파주입니다.

친구 두명은 모두 복잡한 것 싫어하는 보린이들로 닉네임 호야, 창군이로 칭하겠습니다. 서울사는 호야는 가끔 저희집에 오곤 했는데, 창군이는 14년도 집들이 이후로 7년만입니다.

아침 10시경 호야와 창군이가 도착하여 집을 둘러보고는 거실의 보드게임 책장 앞에 멈춰 섰습니다.

"이~야. 이게 다 얼마야?"

"마니 비싸.."

"좋아 해보자! 시작해."

일단 첫 게임은 가볍게 위너스 서클을 꺼냈습니다.

"경마 좋아해? 배팅 좋아해? ㅋ"

"뭐야 이거는? 말들 이름이 어려워. 말들이 다 달라?"

"대충 보면.. 까만 7번말은 꾸준히 잘 달리는말, 하얀 1번말은 가끔 포텐 터지는 말이야."

위너스 서클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서로 자기가 배팅한 말을 응원하며 간절한 주사위 던지기 시전! 네. 이게 다 거든요!

호야와 창군이는 금방 빠져들어 말들 이름을 외치기 시작합니다.

"달려! 얼그레이!!!"

"헉! 나 어디에 블러핑 했는지 까먹었어!!"

"창군이 너 아까 초반부터 사하라는 별로 안건들던데? 사하라 아냐? ㅋ"

신선한 보린이 창군이는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손이 차갑고 땀으로 축축하더군요. 게임은 결국 15칸씩 포텐을 터트린 호야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두번째 게임 아주 쉬운 티켓투 라이드 15주년판을 꺼냈습니다. 소장용으로 샀다가 짱박아 둔건데, 다시보니 확실히 컴포 디테일과 맵 색감이 너무 좋더군요.

두 보린이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우와 이거는 맵이 겁나 크네!"

"기차 색갈 아무거나 골라!"

"음~ 난 이거!"

"오~ 핑크 변태... ㅋㅋ"

내일모래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게임하는 내내 중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더군요.ㅋ

티투알은 기차컴포가 2개 이하로 떨어진 플레어이가 생기면, 마지막 한라운드씩 더 진행하고 끝이 납니다.

캔 안에 수북히 쌓인 기차들이 언제 다 떨어지나 했는데, 컴포가 큼직해서 의외로 금방 동이 나더군요. 북쪽 매우 긴 터널을 뚫기 위해 여유롭게 카드를 모으던 호야에게 창군이가 외칩니다.

"나 기차 2개! 끝. 한번씩 하고 마무리~!"

"안되에에에~!!!"

아쉬운 호야의 외침과 함께 티투알 유럽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우승자는 짤짤이 목적지 카드를 많이 이룬 창군이였습니다.

오후가 되어 다같이 햄버거를 시켜먹고 다음게임을 준비했습니다.

사실 오늘 친구들에게 난이도를 올려서 스키티아의 침략자까지 꺼내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들어가면 빡셀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좀 더 쉽게 느껴지는 네비가도르를 먼저 꺼냈습니다.

네비가도르는 예전 대항해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보드게임입니다. 전투는 없는 대신 상업 활동으로 인한 물품 시세 변동이 묘미인 전략 게임입니다.

"자, 소금이 있어. 콜로니에서 소금 캐서 팔면 시장에 소금 공급이 많아지니 시세가 떨어지는겨. 반대로 소금사탕 공장 지어서 사탕으로 만들어 팔면 소금 수요가 많아지니 소금 시세는 올라가는겨. 오케이?"

"아니 모르겠는데? ㅡ,.ㅡ"

"그냥 마켓 론델에 가져다 놓으면... 내가 해줄게.."

음... 네비가도르 한판이 끝난 시점에서, 게임은 저혼자 굉장히 재밌게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 반응은 '빡치게 어렵고, 게임하는 내내 누가 이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였습니다.

집주인 이씨의 양학 타임이 끝나고 나니 도저히 스키티아의 침략자는 꺼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까 그거 다시 하자! 경마!"

"그래 미안. 다시 난이도를 낮출게. 경마 말고 제대로 주빨망 한번 가보자."

마지막으로 불패의 그 게임. 라스베가스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보드게임은 이거지! 창군이의 손이 다시 축축해?집니다.ㅋ

"오! 긴장되. 어디로 들어가야하나..."

"창군아 5번. 3번 4번은 의미없다. 5번에 놓고 다음턴 기다려바."

"아니야 4번 간다!"

이번 라스베가스 특징은 누군가 주사위를 던지면, 나머지 두명은 반드시 훈수를 둡니다. ㅋ 왁자지껄한 가운데 4라운드 진행 후, 우승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손을 비벼대던 창군이가 가져갔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한 보드게임은 오후 4시가 좀 넘어서 끝이 났습니다.

오늘 게임중 제일 재밌던 것은 위너스 서클이었나 봅니다.ㅎㅎ 호야와 창군이는 조만간 9월 추석때 오늘 오지 못한 천안 친구까지 같이 보자며 돌아갔습니다.

친구들을 주차장으로 배웅하고 보니 비티컬처 택배가 와있더군요. 비티컬처 정리를 하며, 이상 저의 하계휴가 보드게임 후기를 마칠게요.

다들 하계휴가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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