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펙트 후기: 2부 (스포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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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22 오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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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이야기는 여기에: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8089&id=&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며칠 전 아이들과 1시간 반 가량만 하다가 멈추었던 게임은 바로 다음날 후반부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이제야 정리합니다.)

각자 다른 캐릭터 하나씩을 맡아 열심히 캐다가 턴이 2/3즈음 경과될 무렵 조사대상을 바꾸어보았습니다. 다들 저를 주로 의심하는 와중에 한 캐릭터는 조사가 거의 안된 상태라 초조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아니나다를까 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저는 매몰차게 몰아붙였습니다.

딸은 조금 당황하는듯 하다가 자신이 이상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대더군요.

"사실은 내가 저 사람과 .. 관계라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단 말야.“

음, 말이 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속이 시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에 비해 게임에 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수상스러웠습니다.

“너무 길어지니까 피곤하다. 얼른 얼른 하자.” 이 말만 되풀이.

사실 후반부가 2시간을 넘어가고 있으니 지칠만도 했죠.

전반부 6턴을 하는데 1시간 반이 걸렸으니, 후반부 역시 1시간 반이면 끝나겠지 했는데, 2시간이 넘어서도 확실한 증거는 잡히지 않고 실랑이만 계속됩니다.

한 번은 둘째가 저를 취조하는 방식에 대해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하는 것은 좋지 않아.”라고 한마디 했더니, 게임 방식에 대해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며 화를 냅니다. --;;

“너 범인 맞네. 왜 자꾸 똑같은 대답만 해?” “이 정도 말했으면 되었지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사실 언니가 더 이상하잖아.”

서로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지고 언성이 높아지니, 옆에 있던 아내가 말립니다. “싸움나겠네. 이제 그만해.”. 밤늦게 들어와 옆에서 롤을 하던 아들도 저희를 한심하게 쳐다보더군요. --;;

가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저도 모르게 외칩니다. "오-오, 그렇구나! 알겠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깜짝 놀랍니다. "그러지마, 소름끼쳐!"

아무튼, 저는 둘을 설득해서 ‘게임을 빨리 끝내자’는 딸을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최후의 변론을 했는데 썩 만족스럽지는 않아 투표 후 다시 범인으로 확정.

그러자 딸은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 맞아~”

게임에서 진 것보다 긴 억눌림에서 해소된 것이 더 좋았나 봅니다.

범인은 두 명의 비밀은 대략 맞추었는데, 나머지 한 명은 맞추지 못했습니다. 그 나머지 한 명의 비밀은 놀랍더군요.. “이걸 어떻게 알아내지?”

어쨌든 1부+2부 합쳐서 3시간 50분 가량의 대장정을 했네요.

게임의 난이도:

보통 마피아 게임에서는 뾰족한 증거도 없이 상대방을 밀어붙이고, 그 반응을 보며 마피아인지 아닌지 알아냅니다. 그에 비하면 이 게임의 범인은 자꾸 불리한 단서가 펼쳐지고 그에 따른 심문이 들어오기 때문에 표정관리나 논리적 반박이 쉽지는 않습니다. 마피아 게임에 능숙한 딸도 범인으로 몰릴 때 당황스러워 하는게 느껴졌으니까요. 즉, 4인 중에 게임 초보자가 있고 그 초보자가 범인이 되었을 경우 추리가 아닌 심리전에서 이미 지고 들어갈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보입니다.

(다른 분이 말씀하셨듯 각 사람의 비밀의 난이도에도 차이가 있지만, 누가 비밀을 안 들키는지 경쟁하는 게임이 아니니 그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염려 포인트:

이번에 게임을 빨리 끝내자고 했다가 범인으로 몰렸으니, 다음에 또 하게 되면 아무도 빨리 끝내자고 말하기 어려울 듯. 그럼 겜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네요. 음..

중2 딸은 게임 이후 이틀 연속 무서워서 혼자 못자고 언니 옆에서 잤습니다. 오늘은 혼자 잘 수 있을지.. (대신 가족 친밀도 +2 !)

게임의 재사용성:

게임에 참여한 사람은 당연히 다시 못하지만, 이걸 되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가? 사람 스티커와 4장의 덧대는 스티커가 있는데, 사람 스티커는 너무 작아서 붙였다 떼었다 하기가 번거롭네요. 차라리 작은 포스트 잇이 더 편리할 것 같습니다.

전체 느낌: 단서를 발견해가면서 남을 의심하고, 나를 변호한다는 시스템은 매우 독창적이고 흥미롭네요. 대신, 참여하는 4명의 수준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재미가 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명심할 것은 가족처럼 너무 허물없는 사이라면 자칫 싸움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 (가족 평화 깨짐 확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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