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석탄과 철, 증기기관의 시대의 중심으로. 인더스트리아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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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19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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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미드나잇 정글로부터 제품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0. Industrial Revolution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실을 짜서 천을 만드는 직조작업을 자동으로 진행해주는 기술이 발명됩니다.

노동자에 의한 수공업으로만 진행되던 직조작업의 자동화가 이루어지면서 실의 빠른 소모를 감당하기 위해 이번에는 섬유를 가공해 실을 만드는 방적기의 개량이 이루어지죠.

그리고 이렇게 폭발적인 실의 생산은 다시금 공급의 과잉을 만들어 그 잉여분을 빠르게 소모하기 위해 직조기가 다시 개량되고,

이렇게 방직산업의 가속화로 인해 이후 100여년간 산업 전반에 걸쳐 수공업 형태의 작업장이 기계설비에 의한 큰 공장 위주로 전환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직조 공정의 변화에서부터 인류 문명의 전환기가 시작됩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이러한 흐름은 18~19세기에 걸쳐 전 세계의 흐름으로 확대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사회, 경제적 변화와 기술의 혁신, 나아가 인류 문명 총체의 변화를 야기했고, 이 시점을 기반으로 인류 문명은 근대시대로 전환됩니다.
역사학자였던 아널드 토인비는 자신이 쓴 책에서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이렇게 표현했죠.
바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라고요.

여러분은 격동의 19세기,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기업가가 되어 다른 회사를 인수하고 자신의 생산라인을 만들어 최고의 기업가가 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동안 가족게임계의 터줏대감이었던 행복한 바오밥이 <미드나잇 정글>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야심차게 미들웨이트의 전략게임을 준비했네요.

바로 <인더스트리아(영문명 Furnace)>입니다.

▲ 영문명보다는 디자이너의 나라인 러시아 판본의 제목인 ИНДУСТРИЯ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1. 어떤 게임인가?

▲ 경매를 통해 회사를 인수한 후, 회사를 굴리는(...) 게임입니다.

인더스트리아는 경매시스템을 도입한 카드 엔진빌딩 게임입니다.
게임은 총 4라운드로 이루어지며, 각 라운드는 경매단계, 생산단계로 나뉩니다.
경매단계에는 각각 보유중인 1, 2, 3, 4 마커를 원하는 카드 위에 배치하고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토큰을 배치하면 각 카드에서 가장 높은 토큰을 배치한 플레이어가 해당 카드를 획득합니다.
이렇게 모든 카드의 획득 여부를 판단 후, 이후 생산단계에서 자신의 카드들로 자원 혹은 승점을 생산하고 다음 리운드로 진행, 이걸 네 번 반복하면 끝입니다.
자원의 생산이라거나 하는 부분의 세부 규칙은 여기서 이야기 할 건 아니고... 일단 메인이 되는 규칙의 구성은 굉장히 간단하죠?

실제로 룰북도 6페이지 가량밖에 되지 않습니다.

2. 경매게임으로서의 특징
인더스트리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아무래도 경매 시스템을 빼 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겠네요.

높은 입찰자에게 혜택이 들어가는 경매 시스템은 대부분 입찰금액의 반환을 통해 차상위 입찰자에게 일종의 <보상>을 제공합니다.
이 보상이라는게 단순히 참여하지 못한 경매에 대한 기회의 반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찰 금액이 고가로 흘러갈수록 입찰받은 플레이어는 다음 입찰에서 그만큼 페널티를 받게 되고, 재정 복구 전에는 다음 입찰에서 약한 입장이 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자신이 참여할 수 없는 경매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큰 리스크를 지게 됩니다.

이 사이에서 적정 가격을 타협하고, 그보다 조금 더 조금 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시스템은 모든 경매게임의 근간이 됩니다.

▲ 비슷하게 경매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키플라워의 경우가 전형적인 경매게임의 리스크 관리 흐름을 따릅니다.

인더스트리아의 경매시스템은 이러한 기본적인 경매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두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경매에 참여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정을 원하는 만큼 쪼개서 입찰하는 것이 아니라 1, 2, 3, 4 네 개의 마커를 돌아가면서 놓는 식으로 경매에 참여합니다.

즉, 모든 플레이어는 동일한 양의 경매용 재정을 동일한 구성으로 분할해서 배부받게 되죠.

가진 금액을 어떻게 쪼개서 어느 타이밍에 쏟아붓고, 어느 타이밍에 빠지는가는 경매 게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사실 초보자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질러야 하는지, 언제 질러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힘들며

숙련자 입장에서는 기껏 계산해놓은 판에 초보자가 끼어들어 갑자기 고액 비딩을 한다거나 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이런 부분은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환영받을 만한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경매에 입찰할 기회는 4번, 입찰할 수 있는 금액의 단위는 1, 2, 3, 4로 모든 플레이어가 평등하기에 초보자 입장에서 헤맬 일이 줄어듭니다.

또다른 특징으로 일반적인 경매 시스템의 처리 방식대로라면 누군가 상회입찰한 시점에서 입찰했던 토큰을 돌려받으리라 기대할텐데, 인더스트리아는 한번 둔 토큰은 다시 돌려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토큰이 놓이면 상술했듯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가장 높은 사람이 카드를 가져가게 되죠.

그렇다면 하위 입찰자들은 배당받지 못한 자신의 토큰에 대해 어떤 보상을 받느냐...라는 주제로 이어지는데, 사실 이 부분이 인더스트리아의 경매시스템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더스트리아의 카드 위쪽에는 일종의 <배당금>이 있는데 토큰을 배치했으나 해당 카드를 낙찰받지 못했다면 해당 카드를 누군가 가져갈 때 자신의 토큰을 돌려받으면서 이 배당금을 받습니다.

이 배당금 시스템이 좀 특이한데, 만약 내가 3으로 입찰을 했는데 다른사람이 4로 상회입찰을 했다면 이후 낙찰 단계에서 자신의 토큰을 가져가며 배당금을 3번 받게 됩니다.

배당금이 단순히 <자원 획득>이라면 표시된 배당금의 3배를 받게 되고요, 배당금이 <특정 자원을 지불해 다른 자원을 획득>이라면 해당 교환을 세 번 하게 되는 식으로요.

▲경매에서 밀려나게 된다면 자신의 마커의 숫자X상단의 석탄 두개 만큼의 석탄을 일시불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인더스트리아에서 카드를 낙찰받는다는건 자신의 인프라를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점수엔진을 만든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반대로 즉각적인 보상은 해당 카드에 대한 고배율 배당금에 비해 훨씬 부족해요.

단적인 예로 위 카드의 경우 4로 낙찰받아서 나오는 석탄 두개는 입찰경쟁에서 1로 밀려난 사람의 석탄 개수밖에 않으니까요.

만약 마지막 라운드에 내가 저 카드를 4원으로 낙찰받았다면 실제로 생산 가능한 기회는 1번이기 때문에 1로 하회 입찰한 사람과 동등한 자원 밸류를 차지하는겁니다.

참 독특하죠? 일반적인 경매 게임에서의 "너무 큰 돈으로 낙찰받으면 이후가 불리하다" 를 인더스트리아에서는 이후 생산 가능 라운드를 고려해야 함을 통해 구현하고 있으며
나아가 완전히 같은 카드라 할지라도 언제 나오냐에 따라 해당 카드의 포텐셜이 달라지는것 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매 시스템으로 인해 인더스트리아의 경매 페이즈는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로 이루어집니다.

경매 단계 자체가 일반적인 경매게임에서의 <본인의 인프라를 확충시키는> 의미 뿐 아니라 일꾼놓기 게임에서의 <자원 획득 및 교환>이라는 의미까지 가지거든요.
그 결과 전대미문의 하회입찰이 용인됩니다. 심지어 이미 입찰한 상대의 밑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넘어서 남의 상회입찰을 기대하면서 3 가량의 고가치마커를 자원 획득 용으로 배치하는 경우도 생겨요.

이 과정에서 내가 갖고싶은걸 남이 가져간다는 고전적인 경매게임에서의 인터액션부터 역으로 "남들한테 먹혀야 할 타일을 남들이 안가져간다" 라는 괴상한 인터액션까지 아주 온갖 행태가 넘쳐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 그 밖의 이야기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경매 페이즈가 지나 생산 페이즈로 넘어가면 180도 바뀌게 됩니다.

경매페이즈가 상대방과 부대끼며 자신의 노림수를 감추고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난투의 장이라면, 생산페이즈는 반대로 자신의 계획을 짜임새있게 구성하는 엔진빌딩 게임의 정석 같은 느낌이에요.

플레이어들은 경매로 낙찰받은 카드 및 자신이 보유한 카드를 생산단계 시작 전 일렬로 늘어놓고 이 순서에 따라 생산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자원의 순환에 대해 계획적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자원을 생산하는 카드는 해당 자원을 승점으로 바꾸는 카드의 앞에 배치해야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앞서 이야기했던 독특한 경매페이즈와는 달리 <나와의 싸움> 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 아무거나 무턱대고 사오는 것도, 사온 걸 대충 늘어놓는 것도 금물입니다. 보세요 저 남다 못해 넘쳐 흐르는 검정 큐브를요.

이 부분은 특히 경매단계에서 낙찰받지 못한 기업카드에 대한 배당금을 수령할때 뚜렷하게 드러나는데요,

일반적인 게임과는 달리 배당금 수령의 순서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자원을 비워놓고 경매단계에 돌입하였다면

고가치 마커를 놓고도 교환에 필요한 자원이 없어서 한 번 밖에 배당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아예 배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물론 다음라운드 경매용 카드가 미리 공개되는건 아니라서 운의 요소가 살짝 있기는 합니다만, 이번 경매단계가 종료 된 뒤 카드를 배치하기 전 다음라운드의 경매 단계에 올라올 기업카드를 선공개 하는 식의 하우스 룰도 생각해봄직 하겠더라고요.

아무래도 규칙 자체가 이렇다 할 잔가지 없이 콤팩트하게 구성되어있다보니 이렇게 미시적인 부분에서 마이크로 컨트롤이 되는 분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요소가 있어요.

동시에 비딩 시스템을 통한 인터액션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쪽을 선호하는 플레이어 역시 즐길만한 부분이 있네요.

어찌 보면 인터액션을 통해 복작거리는걸 선호하는 플레이어와, 자신의 설계를 통해 승점을 챙기는걸 선호하는 모두에게 호불호 없이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이에요.

숙련자 규칙 역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네요. 일반 규칙은 각 경매단계가 끝나면 자신이 보유중인 카드들을 자유로이 재배치할 수 있는데,

숙련자용 규칙의 경우 기존에 받은 카드들은 재배치가 불가능하고 새로 낙찰받은 카드들만 중간중간에 끼워넣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큰 그림을 지속적으로 유지해가면서 중간중간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감각으로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더 복잡한 상급자용 규칙>이라기엔 조금 애매한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엔진의 급격한 변동이 불가능해지니 경매 단계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해당 단계에서는 생각할 거리가 조금 줄어든 기분도 있었거든요.

일반 규칙이라고 드라마틱하게 쉬워지는 것도, 숙련자용 규칙이라고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전체 자원의 흐름을 신경써야 한다...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기업가 카드를 사용하면 각 플레이어에게 고유능력을 지닌 기업가 카드를 할당하여 각자의 개성을 뽐낼 수 있다는 점도 리플레이 가치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흡사 비디오 게임에서 건물 완성하면 스르륵 페이드 인 해서 들어오는 그런 갬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 외적으로 장점이라면 카드의 아트웍을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카드의 일러스트가 테마를 잘 살리면서도 동화적인 색감을 품고 있어서 배경 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나아가 각 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면 해당 일러스트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발전된 시설의 모습을 카드 전체에 가득채워 보여주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보드게임에서 동적인 시각적 즐거움을 주더라고요.

아 그리고 이런 게임의 경우 2인이 좀 빈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랑 둘이서 하는 경매게임이라뇨.

하지만 2인을 위한 중립 플레이어의 경매 참여가 쉬운 매커니즘으로 준비가 되어있으니 2인이더라도 3인 플레이처럼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포인트.

3. 마치며
비슷한 포지션의 게임이라면 센츄리 정도를 꼽고 싶네요.

하지만 한 차례씩 돌아가면서 이거 다음엔 저거 다음엔 그거 하며 진행하는 센츄리에 비해 한 번에 경매를 진행 후 한 번에 생산 및 승점처리를 하는 인더스트리아는 플레이 감각이 꽤 가볍고 빠릅니다.
보통 가벼운 전략게임을 초심자 분들께 포교하는 역할로 활용하는데, 실제로 꺼내고 해보면 게임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라거나 템포가 늘어지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인더스트리아는 그런 부분에서 직관적인 규칙과 빠른 게임 진행으로 초보자들과 꺼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전략게임의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가들의 레이스를 다룬 게임, 인더스트리아였습니다 :)

▲ 곧 보드엠에서 이벤트가 시작된다고 하죠? 관심 있으신분들은 서두르세요. 고민은 배송만 늦출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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