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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들과 진행한 보드게임 모임 후기입니다. (7, 8차)

6,559 조회

2021.07.12 21:13

안녕하세요.

지난 3월부터 회사 동료들과 함께 보드게임 모임을 시작해서, 한창 보드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라쓰입니다.

지난 후기들 재밌과 봐주시고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난 3~4월 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40481&id=&tb=board_community&game_category=

* 지난 5월 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7763&id=&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오늘은 5월말과 7월초에 진행했던 모임 후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5월27일 (목요일)

명일 있을 모임의 첫 게임으로 아르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다른 게임들 돌려보느라 이 핫한 게임을 이제야 꺼내보네요.

밤에 잠 들기 전 미리 아르낙을 세팅해 놓았습니다. 7차 모임은 오랜만에 처음 멤버 4명이 모두 모이는 날이라 감회가 새롭더군요.

거실사진은 지난 5월경 사진이고, 책장사진은 근래 사진입니다.

그 동안 보드게임이 계속 증식하여.. 책장 공간에 여유가 없어져 갑니다.

전에 한번 곰잼님 방송에서 나왔던 멘트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보드게임을 왜 살까요? ... 그냥 나오니까 사는 겁니다...;"

맞는 말인거 같기도 하네요.. ㅎㅎ 책장에서 책을 방출할 지언정 당분간은 보드게임 증식을 막지는 못할거 같습니다.

오늘 모임은 예전보다 한시간 일찍 9시에 모이기로 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5월28일 (금요일)

아침9시. 집주인 이씨와 회사 동료 고씨, 옥씨, 임씨까지 원멤버 4명이 모였습니다.

이제는 테이블에 자리를 지정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개인판의 색깔에 맞춰 자리를 찾아 앉습니다.

첫 게임은 아르낙이었습니다. 다들 처음 보는 게임에 어렵진 않을까 우려하며, 보드판을 훑어보고 자원 컴포를 만져보더군요.

하지만 참조표를 기준으로 천천히 설명을 들으며 룰을 알게되는 순간 다들 표정이 밝아집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브라스버밍엄" 이나 "갤러리스트"에 비하면 아르낙은 룰설명 한방에 이해가 빡! 꼿히는 정말 직관적인 게임이었던 것이죠.

"오홍! 오홍! 좋아요. 가 봅시다~!"

"아~하. 이게 결국 자원 먼저 먹고, 없으면... 바꿔 먹고... 하는거네!"

"아! 그럼 유물이나 아이템 카드 산거는 내 덱에 다 섞이는 거네요?"

"어서와요. 덱빌딩은 처음이죠? ㅎㅎ"

게임은 고씨를 제외하고는 순조롭게 흘러갔습니다. 특히나 임씨는 자원관리를 기가막히게 잘 하더군요.

아르낙의 재미 포인트는, 대충 보면 막막해 보여도 쥐어짜면 점수를 낼 수 있는 길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게임의 승리는 가장 먼저 조사 레이스 종점에 다다른 임씨가 가져갔습니다.

"이야~ 재밌다! 진짜 탐험 테마 느낌이 있네요!"

"아... 저는 조수 활용을 제대로 못했어요. 옥씨는 저랑 비슷한 줄 알았는데 은근 뒷심이 있네요?"

"우리 이거 한판 더 하면 안되나요? 너무 재밌는데!!"

"음... 그러면... 아... 안되요. 다음 모임때 또 하시죠.ㅎㅎ 오늘은 일정이 빡빡합니다."

시계를 보니 11시반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다른 다양한 게임들을 좀 더 돌려보고 싶은 마음에 아르낙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게임은 "퀸즈데일의 부흥" 이라는 게임입니다.

사실 라벤스브르거에서 푸에르토리코 신작(박스손상)과 묶어 팔길래, 푸에르토리코만 바라보고 구매한 게임이었죠.

퀸즈데일이 어떤 게임인지도 몰랐고, 일단 지르고 난 후에 기대감도 없어서 배송 오기전까지 검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배송 온 날 퀸즈데일의 커다란 박스 사이즈를 보고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오마... 뭔데 이리 크지?"

룰북을 열고 대충 훑어봤을때... 설마 했습니다.

에이... 설마 그거슨 아니겠지... 하면서 첫페이지부터 다시 천천히 읽어나갔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질 않더군요... 퀸즈데일은 플레이 타임이 30시간 정도 되는 레거시 게임이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레거시 게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팬데믹 레거시 시즌1을 그렇게 재밌게 해놓고도,

레거시 게임이 1회용이라는 것과 엔딩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게 그 이유였습니다.

어쨌든 퀸즈데일의 테마는 병든 왕비를 위해 왕이 4명의 신하들에게 땅을 이쁘게 만들라는 것으로, 관련 후기를 찾아보니 호불호가 갈리더군요.

지른 돈이 아까워 "한번 돌려나 보고, 취향에 안맞으면 중도 하차하자." 라는 마인드로 모임에서 꺼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단 오늘은 두판 정도만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퀸즈데일의 스포성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의 룰은 어렵지도 않아서 게임 설명 3분하고 바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주사위 5개를 굴려서 주사위에 명시된 자원을 먹거나 액션을 합니다.

액션 중 특이한 부분이 있었는데, 건물을 지을때 보드판의 육각 타일을 "뚫어뻥"으로 뽑아내고 그 자리에 건물타일을 끼우는게 신선했습니다.

첫 게임은 30분 정도로 금방 끝났습니다. 임씨만 첫 목표 점수에 도달했고 나머지 3명은 실패했습니다.

"와 이거 뭐에요? 생긴거는 딱 변기 뚫는 그건데?"

"그거 맞아요. 뚫어뻥 ㅋㅋ 이걸로 바닥 타일 빼내고 건물 타일 끼워 넣으면 되요."

"오! 대에박! 한번 해보고 싶다.ㅋㅋ"

첫번째 판이 끝나고부터 재미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실패한 사람들은 인장토큰을 받고 그걸로 자신의 주사위 업그레이드(스티커)가 가능했습니다.

옥씨는 주사위에 강아지 스티커를 업그레이드 하고는 주변 허브들을 마구 먹어 치웠습니다.

"아오 옥씨 그만좀 넘어와서 드세요. 왜 하필 내쪽으로 넘어와요 ㅋ"

"흐흐 오늘 도찌코인 주사위빨이 잘 받네요 ㅋㅋㅋ"

"옥씨 플레이 스타일이... 옥빌런이시네요ㅋ 나랑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다.ㅋ"

저도 질새라 주사위에 거울 스티커를 업그레이드 해놨더니 캐릭터에 옷을(스티커) 입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옷을 팔수도 있더군요.

이게 나중에 어떤 효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퀸즈데일은 주사위 운빨이 대단한 게임이라 단판 게임에 대한 전략성은 좀 떨어지지만, 레거시 요소로 계속 진화?하는 게임 룰과 컨텐츠로 중독성이 대단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XX색 건물을 지을수 있답니다. XX 기능이에요."

"와...! 정말 작가가 놀랍다..."

"우리 이거만 하러 내일도 모일수는 없을까요?"

처음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두 판만 해보자고 꺼낸 게임인데, 이날 5판 정도 연달아 진행한 것 같습니다.

오전 11:30에 시작한 퀸즈데일은 오후 5:30 분경 옥씨가 와이프님 호출로 먼저 일어나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퀸즈데일은 레거시 게임답게 게임 종료시 각자 커다란 지퍼백에 개인 보드판과 모은 자원을 같이 담아 저장할 수 있게 되어 있더군요.

다음부터 이 멤버로 모이게 되면, 줄창 퀸즈데일만 플레이하게 될 거 같습니다.

옥씨가 가고, 남은 3명이서 마지막 게임으로 테라포밍 마스를 꺼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테라포밍 마스를 돌리는 것 같은데, 다들 이제는 고인물이 되어가나 봅니다.

꽤 빠르게 진행하면서 각자 전략적으로 점수를 따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우승은 역대 챔피온 고씨였습니다.

이제는 남은 기업상도 포함하여 게임을 진행해도 될 거 같습니다.

아침 9시 모인 모임은 저녁 8시경이 되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퀸즈데일 중간에 점심으로 시킨 치킨을 먹어치우는데 소요된 30분정도를 제외하면, 무려 10시간 반동안을 플레이 했네요.

이날은 정말 아쉬움 없이 다들 하얗게 불태우고 헤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몇일 후 회사에서 차기 모임 날짜 논의가 오갔습니다. 그러나 다들 회사일이 바쁘다 보니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힘들더군요.

다같이 모여 커피타임을 잠시 갖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서로 정신없이 회사 업무에 치여 살다 보니 어느덧 6월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다들 보드게임에 대한 갈증은 심해져만 갔고,

짧게 가진 커피타임 중 그동안 재밌었던 보드라이프 이야기를 나누다 새로운 동료 최씨도 차기 모임에 참가 의사를 밝히게 되었습니다.

차번 모임은 얀센 백신 접종을 마친 5인으로, 7월 3일에 진행하기로 정해졌습니다.

7월 3일. 저를 포함한 회사 동료들이 모두 얀센 백신을 맞은지 2주가 훌쩍 지나고 5인 모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오늘 모임에서는 결혼 준비로 바쁜 고씨는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기존 멤버인 집주인 이씨, 임씨, 옥씨, 양씨와 함께 새로운 동료 최씨가(완전 보린이) 합류했습니다.

아침일찍 9시즘 모여 시작할 첫 게임은 네메시스였습니다.

네메시스 박스 크기가 워낙 두툼하다 보니, 저렇게 빼내고 나면 책장 안이 텅 빈 느낌이 납니다.

시간절약을 위해 게임세팅은 전날 밤에 해 놓은 상태입니다.

네메시스는 에일리언 테마로 개인적으로 무척 애장하는 게임인지라, 직구를 통해 메딕 캐릭터와 조종/엔진실 컴포 업그레이드를 해 놓았습니다.

시간이 되어 하나 둘 동료들이 도착하고 처음 눈에 들어온 테이블 위의 광경을 보고는 다들 한마디씩 하기 시작합니다.

"우와... 이게 펼치면 이렇게 되는구나!"

"헐 이거 사진 찍어도 되나요?"

"아이고 당연하죠. 이게 뭐 회사 보안도 아니고 ㅋㅋ"

"와 재밌겠다. 진짜 피규어 퀄리티가 장난 아니네요..."

테마 몰입을 위해 다같이 가이오트님의 유투브 영상을 잠시 본 후, 배경 사운드로 음산한 BGM을 틀어 놓았습니다.

네메시스는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나 여러 상황을 장치적으로 디테일하게 만든 부분이 많아서 게임 설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설명이 끝나고 10시가 조금 넘은 무렵에서야 랜덤으로 캐릭터를 뽑고 본격적인 함내 생존체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우스 룰을 적용한 게임임을 감안하고 봐 주세요.)

최씨는 전투에 능한 전투병, 임씨는 아군의 사기를 올리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선장, 양씨는 치료가 가능한 메딕,

옥씨는 아이템 파밍과 잠행이 특기인 정찰병, 마지막으로 저는 우주선 좌표를 볼 수 있는 조종사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게임 초반 전투병 최씨와 조종사인 저는 엔진쪽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후미로 움직였고 메딕 양씨와 선장 임씨는 조종석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사이 정찰병 옥씨는 목적없이 돌아다니며 아이템 파밍만 하더군요;

엔진 수리를 마치고 일단은 서로를 믿는 가정하에.. 메딕인 양씨가 좌표를 확인했습니다.

"오! 이런식으로 좌표가 되어 있구나. 음... 알겠습니다."

"양씨, 우리 잘 가고 있어요?"

"아니요! 항로를 바꿔야 합니다."

양씨는 항로를 A로 바꾸고 모두를 안심시켰습니다.

게임 극 초반 여왕이 잠깐 나왔다가 알아서 배기구로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처음 2~3 라운드까지는 소음만 쌓일뿐 인트루더 상황이 심각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각자 목표를 향해 통신실을 찾아 신호를 보내고, 인투르더 시체를 실험실로 나르고 하는 동안... 갑자기 양씨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종실을 오가며 확인했던 좌표를 잊어 먹었다며 재확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뭐야 이분... 아까 똑바로 본거 맞아요? 항로 우리 믿을 수 있는 거에요?"

"아니요. 나는 양씨 믿지 못하겠어요. 제가 가서 확인해 볼게요."

양씨를 믿지 못한 선장 임씨가 조종실에 들어가 좌표를 확인하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더군요.

"이야... 양씨 의도를 알겠어요. 와 이분 마피아시네!"

"허미... 큰일날뻔 했네요 ㅋㅋㅋ"

"그래. 이래서 크로스 체크가 필요해!"

저도 양씨를 확인하기 위해 조종사 능력으로 좌표를 보니 우리는 화성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양씨 정체가 탄로난 후, 임씨는 좌표를 지구로 바꾸고 동면실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사건 카드에 의해 비상정A가 사출해 버리고...

비상정B 탈출실 근처에는 인투루더 성체 2마리와 완성체1마리가 득실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양씨가 좌표를 화성으로 다시 바꿔 놓았지만, 임씨는 업적카드를 사용하여 좌표카드 자체를 바꿔치기 해 놓고 동면에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임씨의 동면은 실패했습니다.

이제 조종실 죽돌이가 된 메딕 양씨는 다시 함선의 좌표를 화성으로 바꾸며 팀원들을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래. 내가 가려는 곳은 화성이야! 대신 엔진실 근처에 있는 둥지좀 부셔줘요! 그러면 지구로 돌려줄게!!!"

"진정해요. 둥지 부셔줄게요. 거기 좌표 지구로 해 놔요."

"그짓말 마요. 이씨는 못믿어요! 안 부실 거잖아요 ㅋㅋㅋ"

"아니 둥지 부셔달라고 진작 말해야지 지금 이야기 하면 어떻게 해요 ㅋ"

몇 라운드 안 남은 상황에서 둥지를 부시기엔 너무 리스크가 컸습니다.

협상?에 실패했음을 직감한 양씨는 좌표를 화성으로 둔 채 급하게 동면실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동면에 들면 함선 좌표를 바꿀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양씨가 바꾸어 놓은 좌표를 지구로 정상화하기 위해 조종실쪽으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양씨가 빨랐습니다. 양씨는 잽싸게 동면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도 양씨의 동면은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공허 토큰이 뽑히면서 인트루더는 나타나지 않았고 양씨는 다음 차례가 되면 분명히 동면에 들 것입니다.

그 사이 조종실에 도착한 최씨가 항로를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어디로? 좌표 어디가 지구에요?"

손에 두장밖에 남지 않은 최씨는 좌표를 확인하지는 못하고 항로만 변경이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다급한 최씨의 물음에 임씨가 확실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D 에요. 제가 봤어요."

항로가 지구로 바뀌었지만 분노에 찬 양씨는 저주를 퍼부으며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에라이 이 나쁜 사람들아! 다 망해버려라!"

최종 라운드를 마치기 전까지 옥씨를 포함한 전원이 무사히 동면에 성공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다들 오염검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모두 감염은 되지 않았습니다. 엔진도 이상없었습니다.

자... 이제 옥씨부터 차례대로 임무를 공개할 차례입니다.

- 옥씨는 누구보다 아이템이 많은 상태로 동면. 성공입니다.

- 양씨는 화성에 가거나, 지구에 가는대신 둥지 파괴. 예... 실패지요.

- 최씨는 동료 한명 이상과 동면. 성공입니다.

- 저는 신호를 보내고 인투루더 약점 파악. 성공입니다.

- 마지막 임씨는 심우주로 가기.

...응???

그제서야 다들 설마하며 좌표카드를 확인했습니다. 좌표 목적지 D는... 심우주였습니다...

우리는 다같이 성공한줄 알았는데... 마피아 옆에 마피아라니...

돌이켜보니... 양씨는 좌표D가 심우주로 가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동면에 들었던 것입니다.

팀원 모두가 임씨를 너무 믿은 대가였지요.

임씨가 잔인하게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합니다.

"다행히 양씨가 어그로를 잘 끌어줬어요. 양씨가 아니었다면 성공하기 힘들었을거에요. 흐흐흐"

"와... 소름..."

"포커페이스 대박이네요..."

"지렸다..."

10시에 시작한 네메시스는 3시경이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시계바늘을 돌려놓은 것처럼 플레이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졌습니다.

타임워프란 이런것이군요... 승자 임씨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n빵하여 피자3판을 주문했습니다.

늦은 점심을 후다닥 먹고 다음으로 본격 우정파괴 카드게임 시타델을 시작했습니다.

"어우 네메시스 한판 끝나니가 머리가 띵한거 같아요."

"자 시타델 하면서 머리좀 식히시죠.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시타델 구판의 일러스트가 더 마음에 들어서 구판을 꺼냈습니다. 그 후 룰 설명은 약 10분 정도 하고 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시타델의 묘미는 암살자와 도둑 역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암살자가 암살 대상을 지명할 때 서로들 자신만은 아니길 바라죠.

또한 도둑이 돈 많은 플레이어를 지긋이 바라보며 대상의 역할을 맞출 때가 또 짜릿합니다.

보통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상인이 주요 타겟이 됩니다.

다들 빠르게 역할을 고르고 옆 사람에게 넘기는데, 유독 양씨와 옥씨가 고민이 많습니다.

이러한 두 분을 위해 30초짜리 모래시계를 가져왔습니다.

"자! 30초 안에 고르시죠! ㅋㅋ"

이 상황을 지켜보던 임씨가 한마디 더 거듭니다.

"아니에요. 양씨 옥씨 둘이 합쳐서 30초! 양씨가 20초 써버리면 옥씨는 10초 내로 골라야 해요 ㅋ"

"어우~ 뭘 골라야해!"

"당장 줘요 모래시계 반 남았어! ㅋㅋ"

네메시스에 이어 시타델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서로 남의 건물도 파괴하고 카드도 몽땅 뺏어가는등 엎치락 뒷치락하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결국 주변 승냥이들에게 암살당하고 도적질당해 너덜너덜해진 최씨가 꼴지로 몰락하고, 건물 8채를 먼저 완성한 옥씨의 승리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게임이 끝날때즘 시계는 4시반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오늘 모임은 다들 와이프님께 혼나지 않도록 5시전에 마치기로 약속했엇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내기엔 조금 아쉬워 동료들에게 동의를 구해보았습니다.

"한 게임 더 할 시간 되실까요? 하고 나면 5시 반정도 될거 같은데요."

"저는 됩니다."

"저도 가능해요. 빠르게 가시죠!"

다들 보드게임에 너무 목이 말라 있었습니다. 마지막 게임으로 꺼낸 것은 전형적인 마피아 게임. 뱅이었습니다.

기본판에 있는 개인판과 총알에, 플레이는 총알 에디션 카드들로 진행하였고 5인이기에 다음과 같이 역할이 주어집니다.

보안관 한명, 보안관을 도와주는 부관 한명, 보안관의 적 무법자 두명, 보안관의 편이었다가 마지막에 보안관을 처리해야 하는 배신자 한명.

시타델과 마찬가지로 게임 설명에 10분정도 걸린듯 합니다.

보안관만 정체를 공개하고 시작합니다. 보안관은 양씨였습니다.

"양씨. 저 아시죠? 제가 부관입니다."

"어... 부관은 저인데요? ㅋ"

"뱅! 보셨죠? 저는 보안관님을 쏘지 않아요. 착한 제가 바로 부관입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임씨가 양씨를 설득하여 가장 힘 없어 보이는? 옥씨부터 처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너무도 빠르게 옥씨가 처리당하고 무법자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어! 이씨도 무법자 아니면 배신자일 거에요! 무법자가 당했는데 전혀 기뻐하질 않고 있어!"

"아뿔싸... 그래! 나 무법자여! 이즘되면 임씨나 최씨 중 하나는 배신자인데, 어서 손잡고 보안관이던 부관이던 같이 칩시다!"

저의 설득에도 만류하고 배신자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임씨와 최씨 양씨 모두 총알을 저에게 퍼부어댔습니다.

결국 저 역시 끈질기게 버티다 처리당하고 뒤늦게야 정체가 탄로난 배신자 최씨도 얼마안가 끝장났습니다.

보안관팀의 승리로 양씨와 임씨의 강한 유대감?이 느껴지는 한판이었습니다.

5시반즘 게임이 끝나자 다급해 하며 옥씨가 먼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임씨, 3월부터 우리 너무 전략게임만 다룬거 같아서 오랜만에 파티게임 꺼내봤는데 어떤가요?"

"아 확실히 보드게임이 다 비슷할줄 알았는데, 하나 하나 완전히 다르네요. 오늘 파티게임들은 너무 신선했어요!"

"오늘 파티게임만 3개 했는데 어떤게 제일 재밌었어요?"

"와... 네메시스 짜릿함이 제일 컸어요. 솔직히 아까 들킬까봐 조마조마 했습니다. 근데 이제까지 한 것들 중에서 고르라면 저는 테포마가 젤 재밌어요.ㅎㅎ"

"이씨, 저희 또 담 번엔 언제 모여요?"

"뭐, 차주에 오늘 참석 못한 고씨까지 껴서 다같이 커피타임 한 번 하시죠 ㅎㅎ."

우리는 보드게임 책장 앞에서 30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누다, 차기 모임 일정을 기대하며 기분좋게 흩어졌습니다.

다들 바쁜 일상 속에서 소중한 주말 시간 할애하여 모여준 동료들이 무척 고맙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해, 이런 재미난 모임을 또 언제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7월 10일.

코로나 격상 이후로 와이프를 졸라서 오랜만에 아그리콜라(구판) 2인플을 즐겼습니다.

축산업에 몰빵한 저(red)와 농사와 돌집 업그레이드에 집중한 와이프(blue)의 농장입니다.

제가 이길줄 알았는데 계산해보니 1점 차이로 와이프가 이겼네요!

고만고만한 점수차로 엎치락 뒷치락 할 때가 제일 재밌습니다.

긴 후기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추후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이상 회사 동료들과 진행한 7차, 8차 모임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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