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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제국 4th VS 이클립스: 두 번째 여명 주관적 비교 (장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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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5 04:43

며칠 전 여명의 제국 4판이 드디어 코보게를 통해 판매되면서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가진걸로 압니다.

원래 게임을 많이 해보셨던 분들이야 두 게임을 이미 해보셨거나 익히 들어서 잘 알고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대체 이 둘 중에 뭘 사야 할지 고민이 되실 것 같아서 간단하게 두 게임 차이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사진까지는 안찍었으니 양해바랄게요. ㅎㅎ

1. 시스템

이클립스(이하 이클)는 기본토대가 유로게임에 가깝습니다. 만약 쓰루, 가이아, 크루세이더 등을 해보셨다면 꽤 익숙하실 큐브를 빼서 생산력을 올리는 바로 그 방식인데, 여기에 조미료를 많이 치긴했죠.

한 예로 랜덤요소가 비중이 꽤 되는 편입니다. 탐험이라던가, 원하는 기술 타일이 채워지는 타이밍이라던가 등등...

여명의 제국(이하 여명)은 뿌리가 아메리트레쉬에서 시작했는데 반대로 유로게임의 몇 가지 요소를 차용한 형태의 게임입니다. 고전명작인 푸코로 대표되는 행동타일을 선택하는 방식인데, 이런걸 포함해서 알게모르게 이 시리즈는 복잡했던 룰을 열심히 간소하게 다듬어 왔습니다.

2판, 3판도 해본 제 경험상 가장 좋았던건 너무 번잡헀던 UI를 전보다는 깔끔하게 정리해서 게임에 집중하게 만들어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하면 이클은 유로게임 토대에 좀 자극적인 맛을 추구한 버전이고, 여명은 유로게임의 장점을 ‘부분’수용한 미국식 보드게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만약 상대적으로 정갈한 규칙을 원하시면 이클을, 좀 더 테마성을 추구하고 싶으면 여명이 맞으실 겁니다.

2. 스토리텔링

다른 게임은 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게임은 이게 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마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상상력 요구치가 높은 장르가 우주SF고 스페이스 오페라면 그 정점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이클은 그렇게까지 상세한 세계관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대충 알 수 있는건, 지구인이 여러 파벌이 존재하고, 이런저런 외계인들이 있는데 어떤 호전적인 외계인과 싸운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모두의 목적은 세력을 넓히며 쇠락한 고대인들의 유산을 차지해서 번영시키자는게 목적입니다.

어때요? 좀 스토리가 좀 열려있죠? 실제로 게임 내용도 전쟁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승점을 확보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여명의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여기도 똑같이 과거에 잘나가던 고대문명이 있었는데, 반란으로 멸망했습니다.

여러 분이 선택가능한 열 몇 개의 팩션중 거의 대부분이 이 반란에 가담했거나 혹은 직간접적 피해자들입니다.

목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서로 다른 팩션을 다신 도전못하게 박살을 내버리거나 복종시켜서 자신들을 우주의 패권종족으로 올라서는 것입니다.

이번엔 어떤가요? 대놓고 전면전이죠?

저는 두 게임 보면서 굳이 인류사 기준으로 보면 이클은 마치 16~17세기 유럽국가가 되어 식민지 확보를 해나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여명은 3차세계대전 가상시나리오를 경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3. 재미 포인트

이클은 제 생각에 두 가지 정도 킬포인트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하나는 탐험의 재미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그럴싸합니다.

원하면 우주 가운데로 갈 필요 없이 사이드나 아예 뒤로 빠져버릴 수도 있거든요. 이거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답이 없다는거죠.

“우리 개발자는 가운데 정말 좋은 보상을 준비해놨고 네가 그걸 얻길 바란다. 하지만 너가 원치 않는다면 우리가 만든 틀 바깥으로 나가도 된다. 우주는 모든 곳이 열려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단말이죠. 그래서 하다보면 다른 플레이어랑 그렇게 빡빡하게 치고받는 일이 여명보다는 현저히 적습니다.

두 번째로는 전투함선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함선만 치면 요격기 순양함 전함 3종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서 온갖 재미있는 물건을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설계도에 부품을 장착하면 보드 위의 동종무기에 그 스펙이 반영되는 식입니다.

예를 들면 그냥 허접한 레이저나 쫑쫑 쏴대는 순양함을 마개조해서

장갑을 줄이는대신 이동력을 늘리고, 레이저를 떼어낸 다음 위력은 끝내주지만 장전은 안되는 고성능 미사일을 한가득 달아준 극단적인 공격함으로 만들 수도 있지요.

그 외에 전함에 어떻게 개조하느냐에 따라서 더 단단해지기도하고 더 빨라지기도 하죠. 모든스펙을 다 갖는건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전략에 알맞은 형태로 바꾸는게 핵심이죠.

이 과정이 정말 즐겁고 흥미롭습니다.

반면에 여명의 재미포인트도 두 가지 정도를 꼽자면 일단 전투분야가 상당히 디테일하고 재미있습니다. 전투에 동원되는 컴포넌트가 일단 다양하죠. 기함, 드레드노트, 전쟁태양, 전투기, 구축함, PDS, 지상군 등등에 액션카드도 있어서 재미있는 변수도 자주 발생하죠. 옆사람이 전투하는걸 보고있어도 재미있습니다. 정말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합니다.

두 번째로 의회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게 특정조건이 만족되면 매라운드 플레이어간 마치 UN안보리처럼 안건을 다루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협상이 난무합니다.

협상이라는게 좋은걸 주겠다고 제시하는 것도 협상이지만 나쁜걸 안하겠다 혹은 나쁜걸 너의 경쟁자에게 해주겠다. 같은 것도 협상이란 말이죠? 자유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합집산이 이루어져 협력관계가 만들어지기도하고 반대로 반목도 하게 되기도하는데 그렇게 세력구도가 형성되어가는걸 경험하는 재미가 각별하죠.

요약하면 이클립스는 조금 자유도를 보장하면서 재미를 주는 스타일이고, 여명은 철저하게 각 플레이어를 중앙으로 모이게 만들어서 일어나는 일들로 재미를 주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단점

이클은 가끔 게임이 지루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자유도가 높다는게 이게 거꾸로 생각하면 서로 할 것만 해도 점수 확보가 나름 가능하단 말이죠?

누군가 치고나간다쳐도 그걸 군사력으로 견제하는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되니 총대매기가 싫고...

그래서 정말 가끔 고대인만 다들 때려잡다가 막판에 꽝한타 한 번하고 끝나는 판도 있습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자연히 들게되죠.

“이번 판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의의는 뭐였지?”

반면에 여명은 일단 게임이 너무 컴포넌트가 이것저것 많고 여전히 번잡합니다. 특히 이 놈의 행성카드...이거 찾아서 가져가고 주고 받고... 정신없어요.

거기다 전략토큰도 이리저리 옮기고 액션이 간소한건 맞는데, 그 액션을 수행할 때 해야되는 동작이 기본이 두 단계 짜리입니다.

뭘 내고 바꾸고 뒤집고 깔고. 뭘 버리고 다시 받고 다른 곳에 다시 깔고. 이런 식이에요. 이런거 하나하나가 야금야금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주범입니다.

그래서 여명은 이클립스가 보통 한 판할 때 3~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여명은 6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그 피로도란 말도 못하죠?

거기다 이걸 모임에 가져간다고 생각해보면 이클립스는 좀 일찍모이면 이걸 끝내고 저녁먹고 다른 게임을 더 할 수 있는데, 여명의 제국은 저녁을 먹으면서 해도 그 날 안에 안 끝날 수가 있어요.

5. 결론

스페이스 오페라물을 좋아하시는 분인데 적정선에서 타협을 하고 싶다면 이클립스가 낫습니다.

반대로 정말 제대로 된 가상의 우주전쟁의 로망을 실현하고 싶으시면 여명의 제국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단 혹시 플레이타임에 너무 얽매인다면 그건 조금 오해를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동호회 모임이 아니고서야 일반적인 보드게임 기준에서 보면 이클립스나 여명의 제국이나 둘 다 무겁고 플레이타임은 선을 넘은건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하게 취향을 기준으로 생각하셔야 해요.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지인이 과연 두 게임을 선택할 때 플레이타임을 보고 선택할까요? 아니면 플레이 방향성을 보고 선택할까요?

게임 난이도 보다 같이 할 사람 찾는 난이도가 더욱 빡센... ㅠㅠ 이클립스와 여명의 제국 리뷰였습니다.

코로나 끝나면 풀인원 6명 모집하는 번개라도 열고 싶네요. 그럼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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