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1위/마스터 달성 기념 하드백 리뷰

u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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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17 오후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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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게임은 영미권에서는 제법 인기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를 많이 쓰면서도 영미 문화권이 아니라 그런지 언급조차 거의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보드게임 아레나에서 시간날 때마다 한국어 번역하면서 게임도 하다가 어느새 1위도 찍고 마스터도 단 기념으로 개인적인 소감을 작성해봤습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설명은 otteralf님이 작성한 좋은 리뷰가 있으니 그쪽에서 먼저 읽고 와 주시면 될 것 같네요. (여기 클릭)

하드백은 게임을 시작할 때 영어에서 글자끼리의 단어 조합이 가장 많다고 알려진 AEILNRST 8종류 1장씩으로 고정된 1센트 시작 카드 8장에,

그보다 빈도가 더 낮은 글자인 BCDGHMOPUY로 구성된 1점 시작 카드 중 무작위 2장을 집어넣어 10장의 덱을 구성합니다.

영단어에서 가장 드물게 사용되는 자음들인 FJKQVWXZ는 시작 카드에는 없고 게임 중 구입할 수 있는 카드에만 있습니다.

게임의 골격 자체는 카드를 써서 돈을 번 뒤 더 강력한 카드를 사고, 구입한 카드를 사용해 더 많은 점수를 모아 승리하는 일반적인 덱빌딩 게임과 같습니다.

하지만 하드백이 특이한 점은 덱을 구성하고 점수를 버는 과정이 전부 영단어 제출로 이루어진다는 거겠죠.

그리고 덱빌딩 게임의 특성상 닥치고 희귀한 글자 조합이나 무식하게 긴 단어만 만드는 게 아니라 카드 간의 시너지를 중시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예시로는, 기본 게임은 60점 종료인데 적절한 4글자만으로 한 턴에 30점 가까이 뽑은 적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단어 게임은 그냥 무작정 복잡하거나 희귀한 단어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름의 전략이 구성되도록 유도하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스크래블 같은 경우 더블/트리플 스코어 칸을 효과적으로 차지하거나 상대방이 먹는 걸 막기 위한 타일 위치 선정, 다음 턴을 대비해서 남길 타일 선택 등이 있겠네요.

아레나에 있는 다른 영단어 게임인 레터 타이쿤의 경우에는 마음에 들었지만 계속해서 파고들 정도의 전략성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점이 아쉬웠는데,

하드백에서는 이런 면을 덱빌딩의 특성인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카드와 그 획득 및 사용 과정을 통해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주어진 카드만 쓰는 게 아니라 뒷면으로 내면 능력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어떤 글자로든 쓸 수 있는 와일드 카드 룰이 있어서 단어 설계의 폭을 크게 늘렸고,

잉크를 사용해서 추가로 뽑은 카드는 무조건 써야 된다는 점이 카드를 뽑을지 말지 결정할 때의 계산 요소에 포함되어서 좋았습니다.

하드백에는 모험(Adventure), 공포(Horror), 추리(Mystery), 연애(Romance) 4가지의 문학 장르가 있는데 장르마다 특성이 각각 다릅니다.

노란색 모험 카드는 평균적으로 점수가 다른 장르의 카드보다 1~2점 더 높고, 구입 시 점수 획득, 이 카드를 폐기(게임에서 제거)하고 돈이나 점수 획득 등,

우직한 점수 획득에 치우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언에 비유하자면 드로 카드 2~3장, 돈, 승점만 구매하는 빅 머니와 유사한 카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록색 공포 카드는 돈이나 점수 중 원하는 쪽을 그때그때 골라서 받거나, 잉크 또는 지우개를 1개 받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우개는 뭘 하냐면, 잉크로 뽑은 카드는 원래라면 반드시 사용해야 하지만 지우개 1개를 내면 잉크로 뽑은 카드 1장의 그 조건을 지워줍니다.

보다 더 안정적인 덱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도 돈이나 점수 확보도 가능한, 덱이 잘 돌아가게 기름칠하는 올라운더 타입이란 느낌이죠.

파란색 추리 카드는 구입할 수 있는 7장의 카드 중 1장을 자신만 쓸 수 있게 따로 격리 또는 아예 폐기하거나,

뒷면으로 내서 와일드 카드로 사용한 옆의 카드를 공개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미스테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모로 사용하기 까다로워 보이는 능력이지만 제대로 쓰면 파괴력이 엄청나게 강합니다.

예시를 직접 보여드리자면...

일반적인 영단어 게임에서 이런 모음도 없고 자음만 우르르 있는 패를 받으면 그 턴은 그냥 망한 겁니다.

그런데, 하드백에서 '카드를 뒷면으로 내면 아무 글자로나 쓸 수 있다'는 규칙과 파란색 추리 카드의 '옆의 뒷면 카드 1장 공개' 능력을 조합하면...

이렇게 단어를 구성할 수 있고,

추리 카드로 공개한 카드의 능력은 다른 카드처럼 정상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추리 카드가 옆의 또 다른 추리 카드를 공개해서 결과적으로 모든 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상황을 짰습니다.

그 결과 어떤 단어도 구성할 수 없을 자음 무더기가 29점짜리 대형 득점 단어가 되었네요.

이런 식으로 원래라면 사용할 수 없는 글자를 끼워넣는다거나, 돈 또는 점수 획득량이 더 높은 글자 배치를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콤보 파츠라고 보시면 됩니다.

빨간색 연애 카드는 버려진 카드 더미에서 1장을 폐기하거나, 옆의 카드 1장의 돈이나 점수 획득을 2배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배율이 중첩되면 x4가 아니라 x3 같이 +1배씩 늘어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분명히 게임을 시작할 때 10장의 시작 카드가 있다고 했는데, 시작 카드는 1장도 없는데 카드 뽑기가 비활성화된 게 보이실 겁니다.

연애 카드 능력으로 덱 압축을 완전히 끝내서 덱의 카드가 저 7장뿐인 상황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J 카드는 2배 능력도 있어서 옆에 있는 V 카드의 8점을 16점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요약하자면, 연애 카드는 효율적인 덱을 구성할 수 있게 만드는 압축 카드 및 콤보 파츠를 담당합니다.

이런 카드의 조합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목표 점수를 넘겨 게임이 끝나면 가장 점수가 많은 사람이 승리하게 되는데,

바닥에 깔린 카드 7장 중에서 어떤 카드를 집어 덱을 구성해야 더 많은 돈이나 점수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을지,

잉크를 사용해서 카드를 뽑을지 말지, 카드를 구매할 돈은 되지만 다음 턴을 위해 카드 구매를 넘기고 잉크를 받을지,

그리고 손의 카드로 어떻게 단어를 구성해야 더 나은 상황을 만들수 있을지 등 기본적인 단어 설계 외에도 존재하는 온갖 선택지가 정말 풍부하게 느껴졌습니다.

직접적 인터랙션이 없다고는 해도 상대도 놀고만 있는 건 아니라 원하는 카드를 못 집게 상대가 방해하는 경우도 포함하면 고려할 요소는 더더욱 늘어나죠.

아레나에서는 제가 직접 인터페이스 번역해서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묘하긴 하네요. 아레나에서 이걸 자주 하는 한국인은 아마 저 말고는 없을 거 같으니... ^^;

혹시 영단어 게임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협력 모드나 1인 모드도 지원되니까 직접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영단어와 덱빌딩이 조합된 독특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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