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내가 해본 게임들을 정리해보자 1

Peton[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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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12 오후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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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계로의 입문은 2005년, 스무살 정도 차이나는 외삼촌이 조카들과 해보고 싶다고, 구해오신 Axis and allies pacific. 그 이전에도 부루마불, 호텔왕, 경찰과 도둑 등을 좋아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세계는 그것으로 열렸다.

처음으로 해봤던 시간/구입한 시간 순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사진은 그냥 인터넷 등지에서 퍼온겁니다.

1. Axis & Allies : pacific (추축국과 연합국 태평양)

Hasbro Avalon Hill Axis & Allies Pacific Board Game 100 Complete 1st Edition for sale online | eBay

외삼촌이 사오셨지만 나에게 룰을 익히라고 시키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면 번역도 잘못된 설명서였다.

다양한 방식의 에러플이 있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2시간30분 정도 걸렸는데 그렇게 오래 걸린 보드게임은 처음이었고(이전엔 부루마불 수준이었으니), 이후에 보드게임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당시에 보드게임 계를 지배하던 건 카탄과 푸에르토리코. 하지만 입문한지 16년이 되도록 아직도 푸에르토리코는 안 해봤다는 게 다른 게이머들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랄까.

[게임평]

A&A 태평양은 요즘 나온 버전에 비해 유닛 개수가 적어 유닛 구분이 좀 더 편했었고, 경제 승리로 인한 타임어택이 있어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좋은 게임이었다고 생각든다. 2시간30분도 예전에는 길어보였지만, 지금은 아주 환상적인 길이. 쉬운데 깊고, 피규어로 멋이 대단한 게임이었다. 상호작용이 심하지만 시작부터 너와 나는 적이다로 시작하니 서로 마구 공격하는 게 전혀 마음 상하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 혹자는 주사위가 싫다지만, 전쟁이 계획대로 안 되는 게 더 현실적인 것 아닐까?

처음 하고 1~2년 뒤에 삼촌이 선물로 주셔서 컬렉션에 포함됐다.

2. 시드마이어의 문명 이글 게임즈 버전

최초로 산 보드게임. 게임한지 16년이 됐지만 이것보다 더 많이 한 게임은 없고, 게임판이 떨어지고 상자는 너덜너덜하다. 2005년~2006년동안 매주 4시간씩은 했다. (4시간보다 더 걸리지만 한 번에 그렇게 밖에 시간이 안 됐다.) 아마 최소 70판은 했을 거다.

컴퓨터 게임 문명을 굉장히 좋아했었고, 규모가 큰 게임을 좋아했기때문에 고르고골라 다이브다이스에서 구입했었다. 당시에는 가장 게임판이 큰 보드게임으로 유명했다.

A&A와는 다르게 한글화가 필요한 게임인데, 한글화 자료가 그냥 카드목록을 쭉 써놓고 번역해준 것이었다. 매번 카드를 확인하고, 왕창 뽑아둔 A4에서 해당 내용을 읽어서 무슨 카드인지를 알았다. 다행이라고 할지 기술 카드말고는 언어요소는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규칙서 번역이 좋지 않아서, 굉한장 에러플들을 거치며 게임을 하게 됐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이동력이 남은 사람이 전투 여부를 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서, 유닛을 이동시켜도, 방어자가 '전투 거부'를 하고 그 다음 차례가 돼서야 전투를 치르고 그랬었다. 나중에 다시 열심히 읽어보니 이동을 마친 사람은 전투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에러플 때문에 엄청나게 게임 양상도 달라졌지만 재미는 있었다. 게임하는 데 영어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게 해줬고, 많이 하면 당연히 그렇듯 카드 내용 따위야 전부 외웠다. 고정 인원 4명과 항상 했는데 아무래도 당시에 다들 어렸고, 전투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도 있었다.

[게임평]

생산하는 돈을 계산하는 게 상당히 복잡하고 번거롭다. 요즘 사람들이라면 같이 하자그러면 안 할 정도. 규칙도 정교하지는 못하다 무조건 전투가 1대1이라 대규모 병력을 가져와도 상성에서 안 맞고하면 조자룡이 협곡을 혼자 지키듯 혼자서도 막을 수 있다. (예: 화약 산업시대 보병 1기(주사위3개)가 기술로 +2 보정을 받고 4시대에 포병에 대한 상성우위 +4를 가지면 무업글 현대시대 포병(주사위4개)보다 전투력 기대값이 훨씬 높다.) 하지만 후에 나온 시드마이어의 문명과 비교해서 시대 넘어가는 맛이 굉장히 좋았다. 중요한 자원도 바뀌고, 뽑을 수 있는 유닛도 하나씩 해금됐고, 게임 양상이 시스템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게임하는 사람에 의해 자유로이 변했다. 이런 류의 게임이 요즘 안 나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나에게 가진 게임은 A&A 태평양과 문명 두 가지뿐. 친구들에게 항상 두 가지 게임으로 영업했다. 다양한 게임들을 조사했지만 돈이 없어 살 수 없었고, 십수년이 지나서야 그때 봐둔 게임들을 모을 수 있었다.

3. A&A Europe

4. A&A revised

Amazon.com: Avalon Hill Axis and Allies Revised: Toys & Games

돈이 없어서 보드게임을 살 수 없으나, 너무 좋아하는 추축국과 연합국의 다른 시리즈들을 해보고 싶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포켓몬 같은 걸 자작보드게임으로 만들어서(그땐 말판 놀이라고 불렀는데.) 해왔던 터라, 태평양 버전의 말을 잘 이용하면 지도만 있고 규칙만 알면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열심히 인터넷을 돌아다녀서 지도 파일을 얻고(미국인들의 천출력용 이미지들) 친구들의 집을 돌며 A4 9장. 12장으로 지도를 인쇄를해서 전지 크기 하드보드지에 붙였다. 일본 말을 독일도 같이 사용하고 미국과 소련이 같은 말을 사용하고 해서 할 수 있었다. 전 세계버전인 리바이즈드(혹은 뉴월드라고 불렸다.)가 너무 좋았다. 세계 규모라서. 역시 규모가 클 수록 좋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평]

A&A 전면전 시리즈들은 항상 같은 장점과 단점을 공유한다.

장점, 멋있다. 쉽지만 어느정도 깊다. 다양한 육해공 합동 전술을 꾸며볼 수 있다. 마음상할 일이 없다.

단점, 끝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

유럽버전은 당시에 스택 전략이라는 절대 승리 작전이 있어서(무조건 4턴 동안 독일이 보병포병을 모아서 한 칸씩 모스크바로 진격), 직접 해보기도 하고 재밌었다. 태평양은 해군 운용이 좀 어려울 수 있어서 거의 육군만 신경쓰면 되는 유럽버전이 초보자가 하기에 좋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1941이 입문자 용으로 추천받지만 역시 유럽 버전을 하는 게 A&A 다운 맛을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리바이즈드는 지금해도 좋을 게임이다. 그러나 1942로 재판이 나왔으니 그걸 하면 된다. 시간도 4시간정도에 적당히 끝나고 A&A의 정수는 다 담겨있다. 다들 몰입해서 어느 버전이든 차례 기다리는 게 지루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5. 젠가

같이 A&A를 한 사촌동생도 보드게임의 재미를 알고 당시에 유행하던 젠가를 샀었다. 몸으로 하는 보드게임류도 이것이 처음이었던 거 같다. 그러고보면 한예슬이었나. '~은 보드게임이다'하는 광고가 있어서 젠가가 보드게임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게임평]

그냥 깔깔대기는 좋다. 나는 몸을 쓰는 게임이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머리를 쓰려고 보드게임을 한다.

6. 보난자

보난자 - 옥션

역시 이종사촌이 산 보드게임. 예전에는 콩 이름 번역도 없었는데 stink bean을 사람들이 똥콩이라고 하면 나는 아직도 이상하다. 이것도 어렸을 때라 에러플이 있었다. 근데 고친 건 상당히 뒤였다. 어디 놀러가거나할 때마다 빌려서 가져갔었다. 아직도 살아있고 엄청난 평가를 받는 게 신기한 게임이다.

[게임평]

정말 시스템을 잘 만들었다.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는 건 이걸로 처음 느꼈던 거 같다. 어쩔 수 없이 교역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즐겁다. 수확이나 세 번째 밭을 사는 타이밍 재는 것도 고민하게 만들어서 재미를 주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서 역시 게임은 이야기를 많이 해야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7. 어콰이어

유행타고 생겼던 보드게임방에서 처음으로 했던 게임이다. 당시 게임 설명해주는 알바가 하우스룰로 가르쳐줬다. 원래 중간에 주식 팔면 안 되는데 팔면서 하는 게 재밌다고. 근데 하우스룰은 좀 안 좋아하는 편이라 처음은 제대로 즐겼으면 좋았을 걸 아쉽다. 그때는 그게 퀄리티 좋은 하스브로 버전인지도 몰랐다. 해본 첫 유로게임이라고 할까 기억에는 오래 남았는데, 다시 해보게 되는 데는 오래 걸렸다. 15년 정도. 예전에는 주식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해보니 합병 게임이었다. 이렇게 테마가 잘 드러나면서 규칙이 쉽고, 깊이가 있는 게임들이 좋다.

[게임평]

굉장한 수작이다. 초보자랑 하기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합병해서 없어질 걸로 생각하고 주식 사놓은 회사가 좀 처럼 안 없어지면 돈이 떨어져서 게임이 이상해져 버린다는 점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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