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칠중주 리뷰: 4인 팀전 트릭테이킹 게임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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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9 오후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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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요괴 칠중주는 4인 팀전 트릭테이킹 게임으로, 카드를 받은 직후에 팀원끼리

세 장을 교환하며, 트릭을 많이 따내는 것이 아니라 점수가 중요한 게임이라

여러모로 티츄를 떠올리게 합니다. (트릭을 많이 따면 오히려 패배합니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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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는 요괴 칠중주에 대한 첫인상으로

1) 규칙이 깔끔하지만,

2) 평범한 트릭테이킹과는 거리가 멀고,

3)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4) 특히 처음 세 장 교환할 때 어떤 카드를 넘겨줘야 할지 모르겠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몇 번 더 플레이해 보니 이 게임만의

특징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중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카운팅이었습니다.

1. 카운팅이 힘들다

일곱 가지 색깔. 사진 출처: 직접 촬영

이 게임에는 일곱 가지 색깔(수트)가 있고, 색깔 중 하나가

트럼프(스컬킹의 검은색)으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점수 카드가 색깔마다

한 장씩 있는데, 색깔별로 점수 카드 쟁탈전이 벌어지다 보니 트럼프만

카운팅해서는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할 수 없고, 사실상 모든 색깔을

카운팅해야 하는데 이게 될 리가 없겠죠? 그래서, 게임 중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이

“아, 이 색깔은 카운팅 안 했는데...”

입니다. 저는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트럼프도 카운팅 못 할 때가 많았지만

말이죠;

2. 한 장 내기가 힘겹다

한편, 이 게임은 아무리 손패가 좋아도 선을 잡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우리 팀이 선이 되어 트릭의 첫 카드를 내면, 상대 팀이 마지막 카드를 내서

트릭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거 같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설명해 보면...

내가 선일 때 낮은 카드를 내면 상대팀이 점수 카드를 따 갈 것만 같고,

높은 카드를 내면 점수 카드는 못 따고 트릭만 딸 거 같은데,

둘 다 패배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선택하기

힘들어지는 겁니다. 선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도 카드를 내기가

부담스럽긴 매한가지인데, 항상 뒤가 두렵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점은

초반에 특히 더 심합니다.

3. 예측하기 힘든 초반

이건 또 왜 그러냐면, 색깔마다 카드가 일곱 장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선이 색깔을 하나 정해서 내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색을 기껏해야

두 장 갖고 있으니 원치 않는 카드를 내야 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스컬킹의 해적과 같이 색깔과 상관없이 언제나 낼 수 있는 특수 카드는

한 장도 없습니다!), 그만큼 플레이를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거죠. 그래서

그나마 카드를 조금 알고 있는 팀원에 의지해 플레이하게 되지만, 상대팀

카드를 전혀 모르니 카드를 내는 게 마치 지뢰밭에 한 발 내딛는 것 같아

“게임한 지 한참 된 거 같은데, 이제 겨우 두 트릭 지났어?”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4. 치열한 중반

이렇게 힘든 초반이 지나면 누구에게 어떤 색이 없고 누구에게 점수 카드가

없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중반에 접어들면 이런 정보와

카운팅을 바탕으로 치열한 점수 카드 쟁탈전을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점수 카드를 안 내고 잘 버티면 게임은 종반으로 흐르는데,

5. 종반의 한타 싸움

이때는 오히려 마지막 트릭들을 싹쓸이하면서 상대가 손에 움켜쥐고 있는

점수 카드를 모두 따내는 승부로 결판나게 됩니다. 마치, 꾹꾹 참으며

원기옥을 모으다 한방에 올킬하는 스카우트!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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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절묘한 승리 요건

규칙이 간단한데도 이렇게 복잡다단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영리한

승리 요건 때문입니다.

이 게임에선, 색깔마다 한 장씩 있는 점수 카드 총 일곱 장 중 과반인

네 장을 따면 승리하지만, 반대로 (점수 카드 네 장을 못 딴 채) 총 열두 번의

트릭 중 과반인 일곱 번의 트릭을 따면 패배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점수 카드를

딸 때만 트릭을 따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보니 모든 게

복잡해지는 거죠.

그래서, 종반에 가면 우리 팀이 일곱 번까지 몇 트릭 더 따도 되는지와

손에 있는 (트릭을 딸 수 있는) 쎈 카드 장수를 비교하며 한숨을 쉬게 됩니다.

쎈 카드를 많이 갖고 있으면 트릭을 많이 따서 패배하게 되고, 적게 갖고

있으면 반대로 점수 카드를 딸 수 없어서 패배하니까요.

7. 진입장벽

이런 탓에 처음 몇 판은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힘들지만,

다섯 게임 정도 플레이하면 어느 정도 게임을 이해하게 되면서 진짜 게임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카운팅을 통해 흐름을 파악하는 플레이어와

그렇지 않은 (저같은;;) 플레이어간에 실력 차가 드러나게 되는 거죠.

그런 만큼 트릭테이킹에 숙련된 분들이 진검승부를 펼치기에 좋은 게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한 멤버가

“아, 이 게임에 고이고 싶다.”

라고 말했는데, 이 말에 다들 공감할 정도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게임이 아닌가 합니다.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긴장감을 즐기면서 재밌게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게임의 본질을 제대로 즐길 수는 없다는 거죠.

(숙련자가 아닌 저에게는 다른 분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감탄하는 재미가 있긴

하더라구요;)

8. 3인플

3인플은 조금밖에 못 해 봤는데, 의외로 4인플의 재미를 상당 부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3인플에 대한 보드게임긱의 평가가 괜찮은 이유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애초에 이 게임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팀전이어서

그런지 굳이 3인플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9. 마무리

제가 해본 트릭테이킹 게임 중 선명하게 기억 나는 건

스페이스 크루, 크루: 심해에서의 임무, 숲 속의 여우, 숲 속의 여우: 듀엣,

스컬킹, 슈티헤른, 보틀 임프, 부두 프린스, 포펜, 오이다섯개, 마이티

정도인데, 요괴 칠중주의 게임성이 너무 독특해 이 게임들과 비교하기는 좀

힘들었습니다. 대신에 같은 팀전 게임인 티츄와 비교해 보면, 티츄는 경쾌함이

돋보이는 게임인 반면 요괴 칠중주는 경쾌함과는 거리가 한참 멉니다.

한 차례 한 차례가 힘겹고, 세 장을 교환할 때 (다양한 상황들로 인해)

웃을 때가 많은 걸 제외하면 플레이 중 앓는 소리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비슷한 이유로, 요괴 칠중주는 티츄와 같은 중독성을 보이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힘빠져서 오래 못 합니다;) 한편, 한판 끝날 때마다 (티츄보다)

할 얘기가 더 많다는 점은 팀전 게임으로서 요괴 칠중주가 보여주는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보드게임긱의 평점은 7.2점으로 숲 속의 여우와 비슷하고,

7.4점인 스컬킹에 비해 낮은데, 처음 몇 번의 플레이로 파악하기 힘든

게임이라는 걸 고려하면 꽤 높은 점수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어려운 게임이라ㅠ 현재로선 구매하지 않을 생각인데, 강렬한 경험을

한 탓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요괴 칠중주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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