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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법 추리게임 ‘타기론’ 리뷰

6,841 조회

2021.03.21 15:44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박스 일러.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이번 글에서는, 저에게 있어 최고의 소거법 게임인 타기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간단한 소개부터 해 보겠습니다.

0. 게임 간단 소개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이 게임에는 위 사진과 같이, 0부터 9까지 숫자 타일이 두개씩 들어있고,

질문 카드. 사진 출처: 하비게임몰에서 캡처

위 사진과 같이 상대에게 질문할 때 쓰는 질문 카드도 있습니다.

(3인플 기준) 각 플레이어는 숫자 타일 다섯 개를 가져가 가림막 안에

숨겨둔 채 게임을 시작하고, 자신의 차례에는 바닥에 깔려있는 여섯 개의

질문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질문합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을 바탕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가진 숫자 타일의 색깔과 숫자를 모두

밝혀내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이며, 이를 가장 먼저 해낸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타기론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볼 것은 타기론이 여타 소거법 게임과 차별화되는

특징입니다.

1. 타기론의 특징

(1) 소거법 vs 연역법

클루에서는 자신의 차례에

“그린이 침실에서 권총으로 살해했어!”

라고 말하면, 그린, 침실, 권총 중 하나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런 식으로, 답이 될 가능성을 즉시 지워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소거법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지만, 타기론에서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짝수 타일을 몇 장 가지고 있나요?”

와 같은 질문 하나만으로는 별다른 정보가 안 되기 때문이죠.

빨간색 1 타일이 상대에게 있는지 없는지와 같이 좀 그럴듯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몇 개의 대답을 조합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이 게임은

소거법보다는 (훨씬 넓은 범위의 용어인) 연역법을 사용한다고 말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어차피, 보드게임긱의 메커니즘 분류상으로는 두 게임 모두 연역법(Deduction)

게임이지만요. 이런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게임으로

“파랑과 다른 색깔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많이 보입니까?”

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코드 777을 들 수 있습니다.

두 번밖에 못 해 봤지만, 슬루스도 비슷한 느낌을 주더라구요.

(2) 비교적 자유로운 질문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게임들이지만, 타기론은 여섯 개의 질문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능동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느낌을 주는데 반해,

다른 두 게임은 질문 선택의 폭이 좁아서 좀 답답하긴 했습니다.

2. 타기론의 재미

연역법을 사용하는 만큼, 타기론은 플레이 초반엔 좀 답답합니다. 힌트가

쌓여가지만, 뭐 하나 되는 게 없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순간 실타래가

풀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아~ 그렇구나!”

를 외치는 순간이 오는데, 이때부터 다른 플레이어 타일의 정체가 콤보 터지듯

차례차례 밝혀지게 됩니다.

이렇게, 답변을 조합해 보는 재미와 더불어 고구마 줄기를 하나씩 캐내는

재미가 일품이구요... 거기다, 내가 갖고 있는 타일의 정체를 폭로시켜 버릴

질문 카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의 타일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을 택할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3. 인원별 난이도

인원에 따라 규칙이 조금씩 바뀐다는 점이 재밌는데, 보드게임긱에서는

2인플 베스트지만, 저는 인원이 많을수록 난이도가 상승하고, 또 그만큼

더 재밌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인원이 많아질수록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런 점에서 긱에서 2인 베스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타기론을 다른 소거법 게임들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4. 다른 게임과의 비교

(1) 타기론 vs 셜록 13

타기론을 접하기 전, 저의 최애 소거법 게임은 보드게임카페 위치스브루

사장님이 (게이머가 아닌) 일반손님에게도 나간다며 소개해 주신 셜록 13이었습니다.

이 게임에서 찾아야 할 범인은 기껏해야 13명의 용의자 중에 한 명이기

때문에, 플레이하다 보면

‘다음 차례가 오지 않겠는걸?’

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어, 이번 차례에 찍어야 되는 건 아닌지

(실패하면 탈락!) 자주 고민하게 되고, 이런 심리를 역이용해 정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블러핑하기도 합니다. 빨리 찍어서 탈락하라는 거죠.

러브레터처럼 가볍고 파티스럽게 여러 판 즐길 수 있지만,

단순히 소거법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 정말 많이 했네요.

타기론도 플레이 시간이 짧은 편이고, 특히 2인플은 누구에게나 들이밀 만하지만,

셜록 13 만큼 경쾌하거나 대중적일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타기론은

셜록 13보다 몰입도가 높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요.

(2) 타기론 vs 코드 777

코드 777은 한 번밖에 못 해봤지만, 아주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입니다.

(정말 간만에 소거법 게임에서 1등했네요 ㅠ)

그런데, 다소 의아했던 것은 플레이어가 질문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이런 류의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들끼리 플레이한다면,

승부는 오직 어떤 질문 카드를 뽑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무척 재밌긴 했지만,

‘이걸 게임이라 할 수 있나?’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한편, 두 게임 모두 대답들을 이래저래 조합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한 거 같습니다.

(3) 타기론 vs 슬루스

슬루스는 6인플, 3인플을 한 번씩 해 본 게 다인데...

6인플을 할 당시에는 연역법을 제대로 경험했다는 점에서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한편,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너무 버겁기도 했고 말이죠. 근데, 3인플은

다르더군요. 쉽다고 느낄 정도로 난이도가 확 떨어졌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타기론 4인플이랑 비슷한 정도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래서 그런지, 보드게임긱에 슬루스 3인플 비추가 44.4%나 됩니다.)

슬루스 3인플만 놓고 보면, 타기론이 더 좋았지만, 슬루스는 기본적으로

체급이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잘 모르는 게임들에 대한 얘기라 가볍게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4) 타기론 vs 클루

클루는 제가 까고 싶어도 깔 수 없는 게임인 게, 늘 꼴찌거든요ㅠ

(하지만, 플레이 시간이 좀 길다는 건 좀 지적하고 싶네요!) 이상하게도,

다른 플레이어들은 제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도 다 파악하고 있더라구요.

(왜 이런 거죠?;) 타기론은 자기 거만 해도 1등을 할 수 있는 반면,

클루는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읽어야 하는 거 같아요;

(5) 타기론 vs 크립티드?

크립티드는 못 해 봤는데요...

별바에서 작년 여름에 출시한다고 해서 해구도 안 하고 기다렸거든요......

그래서, 규칙 설명서만 읽어봤는데 체크포인트 찰리랑 비슷한 게임이더라구요.

(단, 체크포인트 찰리는 실시간 게임)

체크포인트 찰리는, 각 플레이어가 범인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갖고 있어서,

이 정보를 모두 파악해야 범인을 밝힐 수 있는데, 마치 각 플레이어에게

“네가 알고 있는 정보에 비추어보면 얘는 범인이 될 수 있어?”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처럼 진행됩니다.

사진 출처: 박스 일러를 캡처

예를 들어, 범인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위 사진의 용의자가 공개되면 “범인이 될 수 없어.”라고

밝히게 됩니다. 그러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모자를 안 쓰고 있어서 범인이 아닌거야? 겨드랑이에 신문을 안 끼고

있어서 범인이 아닌거야?’

등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답변이 쌓이면 그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는 것임을 알게 되고, 이런 정보를

모두 파악하면 범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런 식의 플레이는 연역법보다는 규칙성을 파악하는 귀납법에 더 가까워,

타기론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크립티드의 경우 게임 판에서 모든 게 진행되다 보니 질문과 대답이

게임판에 남아, 따로 기록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타기론과 큰 차이를

보이겠더라구요. 타기론은 하나의 표에 많은 것을 기록할 수 있는

여타 소거법 게임과 달리, 질문을 일일이 써야 해서, 시간도 더 걸리고

좀 번거로우니까요.

단, 크립티드의 경우 질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게임 판에 남지 않는데,

소거법 게임을 잘 하는 분들은 누가 어떤 질문을 언제 했는지로 많은 걸

파악한다는 점에서 좀 신경이 쓰이긴 하더군요.

5. 타기론의 단점

타기론의 최대 단점은 게임이 전반적으로 안 이쁘다는 것과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추상전략게임 같은 이름이라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

보드게임긱에는 ‘break the code’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캡처

그 외의 단점으로는... (저는 장점으로 생각하지만) 2인플의 경우엔 무승부가

잦다는 것과, 앞에서 말씀드린 장고 가능성이나 질문 및 대답을 정리하는 게

번거롭다는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6. 마무리

제 취향이 라이트해서 그런지, 저에게는 소거법 추리게임 중에 영업용으론

셜록 13이 제일 좋고, 저 자신이 즐기기에는 타기론이 제일 좋더라구요.

타기론이 자주 언급되지 않는 거 같아 구구절절이 적어 봤습니다.

긴 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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