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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드라이프에 올린 자료는 모두 직접 작업한 비공식 한국어 규칙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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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틱 톺아보기
게임 작가 - 도쓰카 주오 (일본) | 대표작: 애니멀루셰, 아쿠아 가든
일러스트 - 우라베 로시난테 (일본) | 참여작: 아말피, 아쿠아 가든
일러스트 - 벳부 사이 (일본) | 참여작: 아쿠아 가든
어느 업계든, 종종. 어쩌면 꽤 자주, 파트너 사와의 관계를 위해 생각지 않았던, 혹은 원하지 않았던 계약을 맺어야 하기도 합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어? 왜 이 회사에서 이런 게임을 출판한 거지?'라는 의문이 드신다면, 아마 거의 대부분 그 생각이 맞을 겁니다.
...사실 다른 업체 사정은 잘 모르니까, 그냥 흘려 들으세요. 제 코가 석자임...
아무튼, 아크틱은 저에게 그런, 생각지 않았던 게임입니다.
물론 본 게임에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추상 전략에 꽤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도 하고, 귀여운 북극곰, 펭귄 컴포넌트도 눈을 사로잡는 게임이었죠.
하지만 일본 게임은 항상 가격이 문제입니다. 한화로 3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아크틱은 그렇게 흔쾌하게 플렉스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비슷한 포지션에 버팔로 체스가 자리하고 있으니, 꼭 구매해야지 라는 마음을 들게 하는 타이틀도 아니었죠.
그렇게 잊고 지내는 사이, 아크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은 항상, 인생에서 가장 임팩트가 큰 법이죠.
오늘 오후 2시에 공개되는 아쿠아 가든 와디즈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아쿠아 가든을 어떻게 한국어판으로 작업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니 그에 대해서는 해당 페이지를 참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아크틱을 제안 받은 것은 아쿠아 가든 한국어판에 대한 이야기가 확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입니다.
'사실 우리가 만든 게임 중에 아크틱이라는 게임이 있어, 이번 아쿠아 가든에서도 쓸 수 있도록 추가 규칙을 만들 건데, 이건 어떻게 생각해?'
...당연히 저희는 반말로 대화하지 않으므로, 위 문장은 각색입니다.
솔직히 속으로 '...아쿠아 가든 제작비 만으로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탕진할 마당인데... 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쨌든 아크틱에 대해서는 '그래, 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소량만 만들어도 상관 없으면 한국어판으로 내도 괜찮겠다' 정도의 애매한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아쿠아 가든도 상당한 고심 끝에 진행하는 것인데 여기에 아크틱까지 떠안는 부담감... 그런 한편에는 어차피 빚이 10억이라면 10억이든 10억 천만원이든 어차피 10억 원대 빚인 건 매 한가지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었죠.
그리고 확실히 대답을 하지 않고 있던 때에... 아쿠아 가든 스트레치골 500% 선물로 아크틱을 증정하겠다는 기획을 들고와서 저에게 전달해주더군요.
'이러이러할 생각인데, 부담된다면 한국어판 펀딩을 진행할 때는 굳이 우리랑 똑같이 약속할 필요는 없어'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제안에 대한 제 대답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아실 분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사실 제가 정말로 전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지만요.'적당히 해라'
하지만 지금은, 아크틱을 언더독 게임즈 라인업으로 남길 수 있게 되어 꽤 자랑스럽습니다.
게임의 목표
각 플레이어는 북극곰 진영, 펭귄 진영으로 나뉩니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각 진영에는 상대방 진영으로 내 말이 넘어간다, 또는 상대방 말을 일정 수 이하로 만든다라는 두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게임 도중에 어느 한 플레이어가 두 목표 중 한 가지라도 달성하면 즉시 해당 플레이어의 승리로 끝납니다.
게임 구성물
상자가 꽤 길죽하게 생겼습니다.
마메이, 스카우트, 닉네임 등은 모두 같은 박스 사이즈였기 때문에 모으는 맛이 있었는데, 아크틱이 모든 것을 망쳤습니다.
(사실, 방금 프로포즈에서 이미 통일성은 끝났습니다만)
밑박스는 참 별 거 없습니다.
고정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멤버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uchibacoya 자체는 사실상 1인 퍼블리셔이기 때문에 아마추어틱함이 남아있습니다.
...라고 하기에는 아무튼 일본은 보드게임 표기가 자유롭습니다.
한국은 뭔가 쓸데없이 형식이 많아서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는게 많습니다만... 이게 디자인적으로 독이 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크틱 한국어판 박스에 대한 데이터도 완성해놓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100% 드는 건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더 작업한다고 그 이상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진 않으니...
박스 크기는 대충 이렇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카드 요약서와 규칙서입니다.
각각 한 장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규칙은 심플합니다.
아마 원래는 일본어랑 영어 규칙서 같이 있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잘못 보내준 건지(샘플로써 개봉된 것을 보내줬기 때문에) 원래 2장씩 들어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냥 종이가 아니라 엠보싱 처리가 된 두꺼운 종이라서 의외로 감탄하게 됩니다.
카드는 총 14장이 있으며, 카드 사이즈는 5991 정도됩니다. 아쿠아 가든은 6388인데 말이죠.
(아마 카드 사이즈가 같다면 제작비가 조금 절감되었을 수 있었을텐데...)
규칙서는 엠보싱 처리가 되어있는데 카드는 그냥 민짜라는 건 안 자랑.
게임판입니다.
비대칭 추상 전략이기 때문에 각 진영별로 시작 지점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발자국이 있는 곳이 자기 말을 놓는 시작점입니다.
사실 게임판 밑면은 휑합니다...
접으면 10cm*10cm. 다 펴면 20cm*20cm이 되겠네요.
사실 아크틱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미플입니다.
어른 황제펭귄 4개, 아기 황제펭귄 4개로 총 8개의 펭귄이, 북극곰은 그냥 아빠 엄마 오빠 동생 4인 가족이라고 하죠.
이 말들이 아쿠아 가든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확장 말들이 될 것입니다.
이에 따른 상급 규칙용 카드와 야외 확장 카드가 추가 구성물로 포함될 예정인데, 이것은 그 이전 버전의 샘플이니 해당 구성물에 대한 실물은 나중에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의 준비
테이블 중앙에 게임판을 펼칩니다.
각 플레이어는 각자 자기가 담당할 진영을 정하고, 해당 진영에 맞는 말들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배치해 주시면 됩니다.
먼저, 기본 이동 카드인 "걷기"를 한 장씩 나눠 받은 후 자기 앞에 앞면으로 깔아놓습니다.
나머지 이동 카드 6장과 능력 카드 6장을 잘 섞고, 각 플레이어가 6장씩 나눠 갖습니다.
북극곰 플레이어는 그 6장 중 3장을 킵하고, 나머지 3장은 그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상자에 버립니다.
펭귄 플레이어는 그 6장 중 3장을 킵하고, 나머지 3장은 북극곰 진영에게 넘깁니다.
북극곰 플레이어는 방금 펭귄 플레이어에게서 받은 3장까지 총 6장을 자기 앞에 앞면으로 깔아놓습니다. (걷기 카드까지 총 7장)
펭귄 플레이어 역시 킵해두었던 카드 3장을 자기 앞에 앞면으로 깔아놓습니다. (걷기 카드까지 총 4장)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카드 이름 부분이 상대 플레이어에게 향하도록, 즉 나에게 글씨가 똑바로 보이도록 놓으면 됩니다.
시작 플레이어는 언제나 북극곰 플레이어입니다.
(즉, 북극곰 플레이어가 불리하다는 이야기)
차례가 되면
자기 앞에 깔아놓은 카드를 사용하여 자기 말 1개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동 카드 1장을 선택 -> 그 카드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말 1개를 이동 -> 상대 말이 있는 곳이 도착지라면 상대 말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 하는 흐름입니다.
기본 이동 카드는 모든 방향으로 1칸씩, 특수 이동 카드는 대체로 2칸씩 특정한 방향으로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해당 특수 이동 카드들의 방향은 자유롭게 바꿔서 사용할 수 없으며 항상 플레이어가 카드를 바라보는 방향과 말의 위치를 정확히 일치시켜 그 화살표의 방향으로만 이동시켜야 합니다.
특수 이동 카드 중에는 별 마크가 그려진 점프도 존재합니다.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방향과 움직이려는 말을 기준으로 그 별 마크의 위치를 정확히 일치시켜 그 곳으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트와이스, 더블과 같은 능력 카드는 한 번에 말을 2개씩 움직이게 하거나, 말 1개를 2번 움직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동 전에 선언하는 능력이 있고, 조건만 만족한다면 언제든지 그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동 카드를 활용하여 자기 말 1개(더블을 사용하면 최대 2개까지)를 이동시키면 자기 차례가 끝납니다.
게임의 종료
어느 한 플레이어라도 승리조건을 달성하거나 항복을 선언하면 즉시 게임이 끝납니다.
북극곰 - 펭귄 진영의 시작점 너머로 넘어간다. 게임판 위에 펭귄 말을 2개 이하로 만든다.
펭귄 - 북극곰 진영의 시작점 너머로 넘어간다. 게임판 위에 북극곰 말을 1개 이하로 만든다.
만약 펭귄 플레이어가 게임을 질질 끌거나, 같은 수만 여러 번(3번) 반복한다면 강제적으로 북극곰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실제 게임을 즐기는 모습
이렇게 까지 재미있어 할 줄을 생각지 못했는데, 진영을 번갈아 가며 같은 자리에서 꽤 많은 플레이가 돌아갔기 때문에 다양한 전술 전략을 써볼 수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
1. 밸런스
비대칭 추상 전략 게임은 명확하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진영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북극곰 플레이어는 자기 말이 3마리만 잡혀도 즉시 패배합니다만, 펭귄 플레이어는 6마리나 잡혀야 패배합니다.
펭귄 플레이어가 1:1 교환만 한다고 해도 북극곰 플레이어는 반드시 패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북극곰 진영이 꽤 불리하기 때문에 많은 어드밴티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드밴티지로 인하여 꽤 할만한 게임이 만들어 집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북극곰이 너무 강력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명백하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종족을 상대하는데도 '이러면 내가 좀더 위험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들게만 만들어도 그 추상 전략 게임은 매우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아크틱은 그런 생각을 주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펭귄은 개체 수가 많은 대신, 사용하는 카드가 4장 밖에 되지 않아 움직임이나 운영이 비교적 단조로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북극곰은 총 7장의 카드를 사용하는 만큼 임기응변 및 전술 전환이 탁월합니다. 하지만 개체 수가 적은 만큼, 말 1개를 잃는다는 것이 대단히 치명적이죠.
게임의 역량이나 이해도가 꽤 중요하겠지만, 어느 진영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개체 수도 참 절묘한 것이 만약 북극곰의 개체 수가 1마리라도 더 많았다거나, 펭귄의 개체 수가 1마리라도 더 적었다면, 지금과 같은 균형이 안 나왔을 것입니다.
2. 직관성
저는 카드로 말을 움직이는 카드 드리븐 방식을 영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것은 카드 드리븐 하면 바로 떠오르는 프로그래밍 때문일 것입니다. 볼트가 그랬고 이계의 문이 그랬습니다.
추상 전략의 본질은 어쨌든, 공개된 정보에서 내가 생각한 한 수를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어디로 움직일지를 예측해야 하는 찍기 게임이 되고 말죠. 볼트나 이계의 문과는 그 궤가 다르긴 하지만, 일전에 리뷰한 적 있었던 워 체스트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크틱은 사실, '카드로 내 말을 움직여야 한다'는 그 하나의 사실만으로 저에게는 비호감이었던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즐겨본 아크틱에서 카드의 역할은, 말의 이동 규칙과 특수 능력을 부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추상 전략에서의 직관성을 해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아크틱을 비호감 게임에서 자랑스러운 라인 업으로 격상하게 된 이유입니다.
3. 드래프트의 묘미
사실 이 게임에서 드래프트는 게임 준비할 때 한 번 일어납니다만, 이 한 번의 선택이 이번 게임에서의 전략과 전술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느 카드를 킵하고 어느 카드를 버릴지, 펭귄 입장이라면, 어느 카드를 북극곰 플레이어에게 넘겨야 할지 라는 딜레마가 매우 잘 살아있습니다.
능력 카드에는 각 진영 특화 카드가 있습니다.
북극곰에 유리한 "무쌍" 카드가 그렇고, 펭귄에 유리한 "크라우드 서핑" 카드가 그렇습니다.
무쌍 카드는 빈 칸 1칸을 사이에 두고 일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상대 말들을 무조건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론 상으로는 북극곰 플레이어가 한 번의 행동으로 총 7개의 펭귄 말을 제거시킬 수 있습니다. (A 점프나 V 점프 등으로 펭귄이 모여있는 한 가운데에 들어가, 점프로 펭귄 말 1마리를 잡고, 헥사 칸을 둘러싸고 있는 나머지 6개의 펭귄 말을 모두 제거) 7개의 펭귄 말을 잡는다면, 즉시 북극곰 플레이어의 승리가 되죠. 물론 이런 상황을 쉽게 내어줄 펭귄 플레이어가 있을까 싶지만요. 개체 수가 현저히 적은 북극곰을 상대해야 하는 펭귄 플레이어는 좀처럼 활용할 수 없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크라우드 서핑은 자기 말들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빈 칸이 바로 자기 말과 인접한 것으로 취급하여 이동할 수 있습니다. 개체 수가 많은 펭귄에게 활용도가 높으며 말이 4개 밖에 없는 북극곰 플레이어는 좀처럼 활용할 수 없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펭귄 플레이어는, 내가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상대방이 가지면 별로 좋을 게 없는 카드는 무엇일까 고민해야 합니다. 더구나, 북극곰 플레이어가 어떤 카드 3장을 버릴지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고민하게 되지요. 당연히 각 카드에는 궁합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비록 나에게는 썩 필요 없지만 내가 북극곰 플레이어에게 넘긴 카드가, 북극곰 플레이어가 남긴 카드와 찰떡 궁합이라면 이번 게임은 정말 힘들 것입니다.
북극곰 플레이어는 처음 카드를 나눠 받은 시점에서부터 이미 이번 게임에서 어떤 카드들이 사용될지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펭귄 플레이어는 반드시 자신에게 3장의 카드를 넘길 것입니다. 그럼 그 넘겨 받는 카드와 내 손에 남길 카드의 궁합을 고민해야 합니다. 넘겨 받은 카드와 가장 궁합이 좋은 카드를 게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면 역시 이번 게임도 정말 힘들어질 것이 뻔하겠죠.
그런데...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카드들은 절대적으로 기본 이상은 하는, 버리거나 상대에게 넘기기 아까운 카드들입니다.
다 가지고 싶은데 버려야만 하는 고통은 마치 수목원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반대로, 나에게는 별로 필요 없는 카드지만, 상대의 손에 들어가면 너무 강력한 카드라서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카드를 손에 드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펭귄 플레이어가 무쌍을 킵하기로 하는 것, 또는 북극곰 플레이어가 크라우드 서핑을 킵하기로 하는 것 등이 아마 그런 맥락일 것입니다. (사실 북극곰 플레이어는 크라우드 서핑을 킵할 필요도 없이 버리면 그만이긴 합니다만)
4. 다이내믹한 전후반의 전술 변화
아크틱은 전반과 후반의 전략 양상이 꽤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말에 여유가 있을 때는, 최대한 상대방의 말을 잡으면서 빠지는 히트 앤 런에 대해 고민한다면, 말의 여유가 사라졌을 때는 전면 승부보다는 상대의 헛점을 파고들어 상대 진영 쪽에 있는 빙하 칸으로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아크틱에서의 전략은 크게, 전면전과 기동력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더블을 이용하여 매 차례마다 2개의 말을 전진시키는 것으로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트와이스를 이용한 말 1개의 2회 이동으로 순간적인 파고들기를.
히트 & 런을 이용한 게릴라 전술을.
하지만, 게임 전반적인 부분에서 하나의 전략과 전술만으로는 제대로 운영해 나갈 수 없습니다.
변화하는 게임판 상황에 맞춰 반드시 플레이어 자신의 태세에도 전환이 필요하며, 게임을 하던 도중, 아까 버렸던 카드, 또는 상대에게는 넘겨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카드 때문에 상당한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카드 드래프트를 통해서 이미 어느 정도의 리플레이성과 다양한 전술을 강요하고 있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전략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있다는 점은 꽤 호감인 부분입니다.
특히,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단순히 상대의 말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 진영에 있는 빙하 칸으로 진입한다는 다른 승리조건의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쉬웠던 부분
1. 익숙해 지기 전까지 공간감각 및 방향감각이 필요
특수 이동에서 카드가 지시하는 화살표 방향으로만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은 꽤 낯선 규칙입니다. 특히 오른쪽 달리기, 왼쪽 달리기, A 점프, V 점프라는 개념이 그렇습니다. 해당 카드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돌리거나 꺾어서 적용할 수 없이 오직 정해진 방향으로만 움직여야 합니다.
물론 카드에서는 꽤 직관적으로 말의 움직임을 표현해 주고 있지만, 이것을 온전하게 머리 속에 그리는 것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겁니다.
자신이나 상대가 깔아놓은 카드를 보면 내 말의 움직임이나 상대 말의 움직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만, 바로 이 낯설음 때문에 익숙해지는 것에 조금 고생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2. 높은 소비자가
아크틱을 꽤 많이 플레이해 볼 수 있게 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이 게임에 대한 오해나 편견은 깨졌습니다만, 여전히 이 게임을 해외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이 게임을 구매해야 한다면...(한화로 대략 34,000원) 아무리 귀여운 미플을 생각하더라도 역시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버팔로 체스가 현재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시면...
안 그래도 한국에서 이런 포지션의 게임은 교육시장을 어지간히 뚫어놓지 않는 이상 죽을 쓰는데 말이죠...
3. 휑한 게임판 바닥
보통 게임판 바닥을 스티커로 붙이는 방식으로 하여 그 부분을 밑부분으로 하고, 반대편의 깔끔한 면을 보이는 부분으로 하기 마련인데, 어째서 아크틱은 이게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게임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닙니다만, 역시 신경 쓰입니다.
특히 그냥 하얗게만 처리되어 있는 밑면은 뭔가 심심하고 아쉬운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굳이 여기에 뭔가 더 추가해서 생산단가를 높이고 싶진 않네요.
마무리
버팔로 체스가 묘하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던 차에 이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게임을 재발견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전 전혀 이 게임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꽤 재미있어 하며 다시 하자고 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면서 '이 게임이 (초딩에게) 먹힌다고?'라고 의아스러우면서도 저 역시 게임을 반복하면서 점차 잘 만든 게임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BDR에서 보드엠 사장님과의 미팅 때, 제 게임을 테스트 하면서 "아빠와 아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아차 해서 아빠가 아들에게 패배하여 '야, 다시'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물론 제 게임은... 결국 사람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 이미 거의 완벽하게 같은 게임이 존재하여 세상에 나오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지만, 재미있게도, 아크틱을 즐겼을 때 보드엠 사장님의 말씀이 딱 떠오르더군요.
'혹시 이거 동물 장기, 바다 동물 장기처럼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허황된 꿈이 잠시 스쳐지나가긴 했지만, 역시 현실적이고 보수적으로 판단하자면 애초에 계획한 대로 1쇄 500개 생산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이번에 생산하는 아크틱은 판매라는 개념보다는 선물의 개념에 더 가깝습니다.
아쿠아 가든에서 아크틱에 등장하는 북극곰과 펭귄 말들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해당 말들이 주는 역할은 미미한 수준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북극곰은 야외 확장으로써, 야외 스테이지(아웃도어) 미니 확장이 없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반면, 펭귄은 살짝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봤자 겨우 상급 규칙용 말 한 종류가 늘어나는 것일 뿐이므로 가치관에 따라서는 이 역시도 미미한 수준일 것입니다.
아크틱은 와디즈 플랫폼 이용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변칙적으로 선택한 아쿠아 가든 미니 확장이라는 워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아크틱에 대하여 단순히 미니 확장이 아닌, 재미있는 카드 드리븐 추상 전략 게임으로 접근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단순히 아쿠아 가든의 미니 확장의 하나로 아크틱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한정 수량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아크틱이 포함되지 않은 리워드를 선택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뭐... 수량이 모두 소진되어 선택지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면... 그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