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형형색색의 만다라로 아름답게 수놓아지는 보드 - 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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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 21:17

0. मण्डल

종교적 수행 시 이러한 수행을 보조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정해진 양식에 따라 그린 도형.
넓게는 불교 미술을 지칭하기도 하고, 디테일하게 들어가서는 힌두교나 불교의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원형의 문양을 만다라 라고 합니다.

심리학자인 융은 이러한 불교, 힌두교 뿐 아니라 도교, 기독교 등의 많은 그림에서 어떠한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순환적인 원형의 형태가 반복됨을 발견하였고,
이러한 그림은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통합적인 인격을 형성한다고 하여 이를 통해 내적 균형을 잡는 등 현대 미술 심리치료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죠.

오늘 이야기 할 게임은 이러한 만다라를 소재로 한 추상전략 게임, 만다라 입니다.

1. 어떤 게임인가?
만다라의 장르는 추상전략 장르입니다. 2020년 4월 기준 긱랭킹 추상전략 부문 30위에 랭크되어있는 게임이죠.
규칙도 매우 간단하니 직접 설명을 해 볼게요. 플레이 매트 사진과 함께 볼까요?

▲만달라의 플레이 매트. 실제로는 천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번갈아가면서 세 가지 액션중 하나를 수행하게 됩니다. 액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한 만다라의 마운틴에 카드 1장 배치+3장까지 뽑기.
2. 한 만다라의 자신쪽 필드에 한 색상의 카드를 원하는 만큼 배치
3. 한 색상의 카드를 원하는 만큼 버림+그만큼 새로 뽑음.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다가 한 만다라에 여섯가지 색상의 카드가 모두 배치되었다면 해당 만다라가 붕괴되고, 필드에 카드가 많은 플레이어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마운틴에 위치한 한 색상의 카드를 모두 가져옵니다. 그 다음 필드를 모두 비우고 다시 만다라를 세팅하고 게임을 진행.

이렇게 반복하다가 게임 종료 조건이 달성된다면 자신이 획득한 카드에 따라 승점을 획득하고 점수가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

요약하자면 카드를 차례로 놓는다. 만다라가 완성되면 카드를 획득한다. 두개만 반복하면 됩니다.
디테일한 규칙은 아주 손톱만큼 더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골조가 되는 규칙 자체는 쉽죠?

2. 게임의 특징.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두 가지 설명할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만다라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규칙인 색상규칙과 점수 계산 방법입니다.

▲만다라의 색상규칙은 이 그림 하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색상 규칙은 간단히 말해서 카드를 배치할 때 해당 만다라의 다른 영역에 배치된 색상은 배치할 수 없다는 규칙입니다.
예로 든 그림에서 보면 상단 상대방의 필드에 녹색 카드가 있으니 저는 마운틴이나 제 필드에 녹색을 배치할 수 없게 된단 이야기죠.
검은색의 경우 어느 곳에도 배치하지 않았으니 마운틴에 한 장을 배치 할수도, 제 필드에 여러장을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제가 검은색을 마운틴에 밀어넣었다면 상대도 마운틴에 검은색을 밀어넣을 수 있습니다만, 자신의 필드에 배치할 순 없습니다.
제가 검은색을 제 필드에 밀어넣었다면 상대는 검은카드를 마운틴에도, 자신의 필드에도 배치할 수가 없게 되죠.
이정도면 충분하죠?

점수 계산 방법도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마운틴에서 카드를 가져올 때 처음 가져오는 색상은 카드 중 한장을 빼서 자신의 강의 가장 왼쪽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컵에 넣습니다. 이미 있는 색상은 그냥 싹 다 컵에 넣으면 되고요.
게임이 끝난 시점에 컵에 있는 카드들이 점수가 되는데, 각 색상은 해당 카드가 배치되어있는 강 하단에 써있는 숫자만큼의 가치가 있습니다.

아마 지금 시점에서는 그래서 이게 뭐 어쨌다고...?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요.
많이도 필요 없습니다. 처음 져 보면 게임의 규칙을 확실히 익힐 수 있고 두 번째 져 보면 이 게임의 깊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게되죠.
하지만 여러분들의 패배 경험,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나에게 있다, 설명. 듣는다, 여러분. 갑시다.

▲ 시각적인 즐거움을 확실히 보장하는 아트웍

만다라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은 명확합니다. 점수를 많이 먹으면 되죠. 그런데 이게 꼭 카드를 많이 먹어야하는 것으로 귀결되지는 않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6점짜리 카드 두 장의 가치는 1점짜리 카드 12장의 가치 이상입니다. 타이에서는 카드 장수가 적을 수록 이득이니까요.
그러니 결과적으로 이 게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배점이 높은 카드를 되도록이면 많이 들고온다> 로 정리됩니다.

만다라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마운틴에 배치된 카드를 가져가게 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마운틴에 내 1점짜리 카드가 놓이는건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1점처럼 낮은 점수의 카드는 카드는 (안가져가는 것 보다는 낫지만) 가져가봤자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거든요. 오히려 타이에서 패배의 밑거름이 될 뿐입니다.

그러니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키 아이디어는 이겁니다. 상대의 낮은 점수카드는 마운틴에 밀어넣고 내 낮은 점수 카드는 필드에 밀어넣어서 상대에게 짤점을 주고 내 짤점은 애초에 도마 위에 올리지 않는다.
나머지 전략요소인 마운틴의 카드 매수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붕괴 타이밍을 언제 잡을 것인가, 핸드를 언제 보충받을 것인가 등등은 모두 이러한 대전제 아래에서 이루어지는겁니다.

당연히 상대도 동일한 발상 아래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쉴 새 없는 눈치싸움이 벌어지게 되죠.

3. 게임의 장단점

장점이라면 간단한 규칙에 비해 높은 수준의 수싸움이 된다...라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설명하는데 3분 가량 걸리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만다라는 치밀한 수싸움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싸움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다는 그 때 그 때 만다라의 구성 및 손패의 상태에 따라서 전략을 수정해 나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 얘기는 초보자들이 익숙해지기 편하다는 말과도 상통하죠.
더불어 저런 형태의 플레이는 처리해야 할 정보량을 줄여줍니다. 전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은 게임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요, 플레이 영역을 오롯이 수용하고 이를 토대로 사고를 재구성하여 가장 효율적인 액션을 취하는 형태의 플레이를 선호하는 분들께는 꽤 어울리는 게임이에요.

반대로 이는 고스란히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복잡하지 않은 규칙과 함께 카드를 메인으로 하는 게임이기에 카드빨에서 자유로울 수 없거든요.

이기느냐 지느냐의 처절한 상황에서 새로 구성된 만다라의 기본카드로 내 1, 2점짜리 카드 두 장이 뛟!뗣! 하고 깔리면 사실상 본인의 의사와 실력에 상관 없이 패배로 떨어지는 계기가 됩니다.

비슷한 수준의 상대일 수록 이런 부분은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이런 운의 요소 역시 웃고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른 분들이야 하하호호 웃고 다음 게임을 준비하시겠지만... 승부욕을 에너지 삼아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분들께는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는건 부정할 수 없죠.

▲ ... 정사각형 카드 진짜 싫습니다.

아, 게임 외적으로 단점이라면 카드가 정사각형입니다. 플텍 사용하시면서 카드를 반절 뚝 떼서 끼워넣는 방식으로 셔플하는 분들께 쥐약이라는 그 정사각형 카드요. 플텍 오지게 찢어집니다.... 그렇다고 힌두셔플을 하자니 받는 카드의 구성이 매우 중요한 게임의 특성상 고루고루 안섞이는 힌두셔플은 좀 그렇더라고요. 아싸리 플텍 안쓰고 바닥에 죽 펼치고 휘휘 저어서 섞는게 나을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4. 마치며
모임에서 괜찮다는 말을 듣고 산 게임인데, 개봉한 날 앉은자리에서 내리 다섯판, 다음날 또 내리 다섯판을 했습니다.
짧은 호흡에 적절한 깊이, 시각적 즐거움까지 <추상전략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의 정석같은 게임이에요. 가격도 피아기준 2만원 후반, 엠기준 3만원 초반으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구요.
카드가 어느정도 개입해서 실력의 차이를 운의 영역을 끌여들어 메꾸는 구성이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이를 제외한다면 괜찮은 게임이에요.
이상 알록달록 카드 쟁탈전, 만다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