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종류와 미디엄
미니어처를 칠할 수 있는 물감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점도 낮은 수성 아크릴, 점도 높은 수성 아크릴, 유성 에나멜, 유성 락커, 유화 물감 등등. 여기서는 제가 써 본 수성 아크릴 및 유화 물감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미리 알려드리지만 전, 에나멜과 락커는 써 보지 않아서 모릅니다. 에어 브러시도 쓰지 않아서 모릅니다.)
수성 아크릴 물감은 점도에 따라 묽은 수성 아크릴과 헤비 바디 아크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것도 점도에 따라 좀 더 세분화될 수 있지만, 일단 두 종류로 나눠서 설명하겠습니다.
묽은 수성 아크릴 (Soft body, Fluid, High flow Acrylic Paint)
가장 많이 알려진 종류는 묽은 (점도가 낮은) 수성 아크릴 페인트이며, 대부분 미니어처 전용 물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색상이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가장 많이 알려져 있기에 관련 정보를 얻기도 편합니다. 워해머로 유명한 GW사의 시타델 페인트, 스케일 모델 쪽에서 많이 쓰는 바예호 등이 유명합니다. 다만, 묽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장 빨리 말라서, 블랜딩이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런 색 변화를 위해서 조금씩 색에 변화를 주면서 여러 겹으로 칠하거나 (레이어링), 가능한 투명한 색을 여러 단계로 겹칠해서 (글레이징) 자연스럽게 색이 변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빠르게 칠할 경우,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두 가지 이상의 색을 미니어처에 올린 다음, 블랜딩하는 방법 (웻 블랜딩)도 있긴 합니다. 페인트가 말라버리면 웻 블랜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마르기 전에 빨리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급 기술?로 취급받습니다. 레이어링이나 글레이징은 상대적으로 마른 표면에 덧칠하는 것이므로,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페인트가 마른 다음에 그 위에 칠해야 하므로, 각 단계별로 조금 기다려야 하므로 끈기가 필요합니다. 페인트 희석 정도, 습도와 바람 등에 따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천차만별이지만, 제가 쓰는 방식으론 글레이징의 경우 2-7초, 레이어링의 경우 5-20초 정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묽은 아크릴의 가장 큰 장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깔끔한 표면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웨더링이나 위장 무늬가 없는) 로봇, 장갑, 갑옷 등을 칠할 때 유리합니다. 둘째, (빨리 말라서) 겹칠이 쉽기 때문에, 색을 올릴 때, 정확한 색상 (명도 및 채도)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습니다. 색을 올린 다음, 맘에 들지 않으면, 명도 또는 채도를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아래 사진은 묽은 수성 아크릴 (미니어처 전용 페인트)로 색칠한 예 입니다.
좀 다른 종류를 시험해보고 싶다면 미술용 아크릴 잉크를 써 보기를 추천합니다. 아크릴 잉크는 물과 비슷한 점도를 가지며, (1) 희석해서 워시로 쓰거나 (2) 투명한 잉크로 글레이징을 하거나 (3) 에어브러시로 뿌릴 때 좀 더 부드러운 입자를 제공합니다. 아크릴 잉크도 색소에 따라 불투명한 잉크와 투명한 잉크가 있습니다. 시타델 셰이드 제품 (Nuln Oil 포함)도 아크릴 잉크에 속합니다.
에어브러시에 쓸 경우, 묽은 아크릴 대신 위 아크릴 잉크를 쓰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아크릴 페인트에 비해 훨씬 더 고운 입자로 나온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 에어브러시 경험이 없음):
출처: https://youtu.be/gB4MtYfOnbU?t=433
붓으로 칠할 때에는 (아래 소개할) 아크릴 미디엄과 혼합해서 워시 또는 콘트라스트 페인트 대용품으로 만들어 쓸 수도 있고, 칼리그래프 펜촉 등으로 무늬 또는 눈과 같은 작은 점을 찍을 때 쓸 수도 있습니다. 글레이징할 때, 투명한 아크릴 잉크를 쓰면 불투명한 아크릴 물감보다 편합니다. 묽은 아크릴 물감에 비해 훨씬 더 점도가 낮으며, 색소는 훨씬 진하기 때문에 적당히 희석해서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대부분 (미술용) 아크릴 잉크는 말랐을 때, 광택이 있습니다.
묽은 아크릴 (미니어처 전용 물감)과 아크릴 잉크는 사용법이나, 예제는 유튜브나 인터넷에 저보다 훨씬 오랜 경험과 뛰어난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 많이 다루기 때문에 이만 줄이겠습니다.
헤비 바디 수성 아크릴 (Heavy Body Acrylic Paint)
미술용 아크릴 페인트는 점도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합니다. 위 미니어처 아크릴 물감과 비슷한 점도를 갖는 아크릴 페인트는 하이 플로우(high flow), 플루이드(fluid), 또는 소프트 바디(soft body) 등의 페인트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점도가 높은 (부드러운 치약 수준) 페인트는 헤비 바디(heavy body) 아크릴 페인트가 있습니다. 점도가 낮은 미술용 아크릴 페인트 사용법은 미니어처 전용 아크릴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생략하고, 헤비 바디 아크릴 페인트를 써서 미니어처를 칠할 수도 있습니다. 미니어처 전용 페인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는데, 가장 큰 장점으론, 점도가 높아서 상대적으로 느리게 마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웻블랜딩이 가능합니다. 단점으론 점도가 높아서 미니어처에 붓자국이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금만 신경써도 눈으로 직접 봤을 때에는 거의 차이가 없게 칠할 수도 있지만, 확대 사진을 찍을 경우에, 깔끔한 표면이 나오기 힘듭니다. 물론 물로 희석해서 칠할 경우, 깔끔하게 나올 수도 있지만, 물로 희석하게 되면, 빨리 마르게 되고, 미니어처 페인트와 다를 바가 없어져서, 궂이 헤비 바디 아크릴을 쓸 이유가 없겠죠. 체감상 미니어처 페인트를 얇게 칠할 경우, 3~10초 정도 후에 마른다면 헤비 바디를 얇게 칠할 경우 15~60초 정도 후에 마릅니다. 물론 두껍게 올릴 경우 마르는 시간이 더 길어지지만 (수시간에서 하루), 미니어처를 칠할 때는 디테일을 위해 얇게 올리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골덴 오픈 아크릴 페인트(위 그림에서 오른쪽)는 일반 헤비 바디 아크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느리게 마르며 상대적으로 조금 더 투명합니다. 헤비 아크릴은 붓자국이 쉽게 남는다는 점 때문에, 단색의 균일한 표면을 칠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생명체의 피부나, 거친 표면, 명암 표현 또는 웨더링 등을 표현할 때는 유리하지만, 깔끔한 표면의 갑옷, 장갑, 비행기, 자동차, 오토바이 등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 물론 아주 지저분한 자동차 등을 칠하겠다면 가능할 것 같네요.
헤비 바디 아크릴을 칠하는 방법은 거의 오버 브러싱 방식입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미니어처 페인트로 드라이 브러싱하는 것과 비슷한데, 드라이 브러싱이 물감을 묻힌 다음, 휴지 등에 문질러서 거의 물기를 뺀 다음 미니어처에 문지르는 방식인데, 오버 브러싱은 물기를 빼지 않고, 물감을 묻힌 다음, 미니어처에 (드라이 브러싱하듯) 문지르는 방식입니다. 드라이브러싱과 마찬가지로 이는 붓에 상당히 무리가 가게 되므로, 비싼 브러시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물감의 점도가 좀 묽은 치약 수준이기 때문에, 붓 털이 부드러울 경우에 오히려 붓질이 힘듭니다. 따라서 붓 털이 강한, (저렴한) 인조 붓을 쓰는게 오히려 좋습니다.
또 점도가 높아서, 붓이 닿는 부분 이외에 번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마르기 때문에 붓에 조금만 물감을 묻혀서 (마를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점을 찍는다거나 미세한 엣지 하이라이트하기가 묽은 아크릴에 비해 아주 쉽습니다.
아래 미니어처는 헤비 바디 아크릴로 칠한 미니어처입니다. 눈과 총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세가지 색으로 칠했습니다. 카드뮴 옐로우 미디엄(노란색), 카드뮴 레드 미디엄(빨간색) 그리고 번트 움버(고동색).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붓자국이 있고, 아주 깔끔하게 나오는 대신, 거친 느낌으로 나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물론 희석해서 좀 더 깔끔하게 칠할 수도 있지만, 희석할 경우, 상대적으로 더 빨리 마르게 되고, 궂이 헤비 바디를 쓰는 장점이 없어서.. 그럴 필요성을 못느낍니다. 거의 웻 블랜딩을 써서 칠하기 때문에, 블랜딩을 써서 칠하는 속도가 묽은 아크릴에 비해 상당히 빠릅니다. (이 장점은 아래 오일 페인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 사진 정도의 수준을, 제가 묽은 아크릴을 써서 칠한다면 약 6시간 이상이 걸리지만, 헤비 바디로 칠할 경우, 약 1-2시간 이내로 칠할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아래처럼 지저분하게? 나온 것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헤비 바디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좀 더 깔끔하게 칠할 수도 있긴 한데, 연습이 필요하고, 아무리 연습해도 묽은 아크릴만큼 칠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아래는 아직 작업 중인 미니이긴 하지만, 이 망토는 약 20분간 헤비 바디 아크릴로 작업한 상태입니다.
아래 사진의 베이스는 헤비 바디 아크릴로 물결 표현을 연습한 것입니다. (미니어처 자체는 묽은 아크릴 물감으로 칠했습니다.) 맨 오른쪽의 경우, 물결이라기 보다는 오라(aura)처럼 보이긴 합니다. 이런 효과는 헤비 바디 물감을 두툼하게 올린 다음 가는 붓이나 이쑤시게로 가볍게 휘저어 주면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개당 1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아래는 70% 정도는 헤비 바디로, 30% 정도 (유리병과 보라색 거품, 바지)는 유화 물감으로 칠한 미니입니다.
미술용 물감 말고 모델용 헤비 바디로는 스케일컬러(scalecolor)에서 나온 아티스트 물감이 있습니다. 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관련 영상을 보니 헤비 바디 아크릴로 보입니다
아크릴 미디엄
아크릴 물감에 섞어서 성질을 바꾸기 위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리타더(retarder) 또는 슬로우 드라이 미디엄(slow dry medium)은 아크릴 물감과 섞어주면 마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맷 미디엄을 쓰면 물감이 말랐을 때 무광 효과가 납니다. 플루이드(fluid) 미디엄 또는 플로우 임프루버(flow improver)를 사용하면 점도가 떨어지고 좀 더 물과 같은 성격의 물감이 됩니다. 다른 미디엄들도 다양하게 있으며, 모든 미디엄들은 섞었을 때 투명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대부분 미디엄이 아크릴 바인더가 들어있기 때문에, 많이 섞더라도 물감의 피막이 약해지지는 않습니다. 아크릴 물감을 많이 희석해서 칠할 예정이라면 물로만 섞지 말고 미디엄을 추가하면 피막이 약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특히 아크릴 잉크를 써서 직접 워시를 만들 경우, 미디엄을 섞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잉크가 진해서 미니어처 전용 워시 (시타델 셰이드 등) 수준으로 만들려면, 상당히 많이 희석해야 하는데, 그냥 물로만 희석하면 피막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물로만 희석하고, 나중에 전체적으로 바니시를 발라 줄 것이라면 궂이 미디엄을 섞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아크릴 미디엄은 미니어처를 칠할 때,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물만 써도 문제없이 칠하는 사람도 있고, 미디엄을 꼭 쓰는 사람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색에 민감한 분이면, 대부분 아크릴 물감이 액체 상태일 때는 밝은 색인데, 마르고 나면 색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대부분 아크릴 물감과 아크릴 미디엄에는 수성 아크릴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는 액체 상태일 때 우윳빛이며, 마를 경우에 투명해집니다. (액체 상태일 때 투명한 아크릴 성분도 있지만 많이 쓰이진 않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미디엄의 성질 때문에, 액체 상태일 때에는 미디엄의 흰색과 색소가 섞인, 밝은 색이다가, 마를 경우, 미디엄 성분이 투명해져서 색소 본연의 색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색을 선택할 때, 이 특징을 미리 감안해서 작업하셔야 합니다.
유화 (오일) 물감 (Oil Paint)
헤비바디도 너무 빨리 마른다. 좀 더 여유있게 웻 블랜딩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오일 페인트를 추천합니다. 오일 페인트는 짧게는 3-5시간, 길게는 2-3주가 지나도 완벽하게 마르지 않습니다. 마르는 시간은 많이 희석했을 경우 수시간이 걸리며, 희석하지 않고 바로 얇게 발랐을 경우 며칠 걸립니다. 빨리 마르게 하는 미디엄을 쓸 경우, 하루 정도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특성이 특성인지라, 수성 아크릴과는 칠하는 방법이 많이 다릅니다. 또한 물로 희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름이나 유기용제 신너를 써서 희석 및 세척을 해야 하므로 조금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오일 페인트가 수성 아크릴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단기간에 마르지 않기 때문에, 레이어링이나 글레이징은 쓰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영역이 파란색인 워해머40k 울트라 마린을 칠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론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하고, 부분적으로 다른 색 (어깨에 황금색 등)을 올리는 방식일 것입니다. 다른 색을 파란색 위에 쉽게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이미 파란색이 말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일 페인트로 칠한다면, 파란색으로 전체를 칠하게 될 경우, 안 마를 테고, 안마른 표면 위에 황금색을 올리게 되면, 파란색과 섞여버립니다. 따라서 오일로 빠르게 작업하기 위해서는, 황금색으로 칠할 부분에는 파란색을 올리면 안됩니다. 일반적으로 (1) 다른 색을 올려야 하는 부분을 남겨두고 칠하거나, 아니면 (2) 전체적으로 칠한 다음에, 스폰지 등으로 닦아내는 작업을 통해 칠하게 됩니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하면, (3) 전체를 파란색으로 올리고 마를때까지 기다린 다음, 황금색을 올린다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오일 페인트로 칠하는 건 너무 느리다고 느껴지실 텐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블랜딩에 걸리는 시간이 극도로 짧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런 색 변화를, 아크릴로 5-10분 걸릴 일을 5-10초에 끝낼 수 있습니다. (헤비 바디 아크릴도 마찬가지) 다만 다 칠하고 나서, 만질 수 있을 수준으로 마르는데에 시간이 꽤 걸리게 되므로, 하나 칠하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다른 미니어처 칠하고.. 이걸 반복하다가 첫번째 칠한 미니가 마르게 되면, (필요할 경우) 추가 덧칠을 하고, 다음 미니 작업하다가, 전에 칠한 미니가 말랐다면 바니시 작업하고... 이런 식으로 작업하게 됩니다. 미니 하나 칠하는 시간으로 비교하면 아크릴보다 훨씬 느리지만, 여러 미니어처를 이런 식으로 작업하면, 전체 다 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비슷해 질 수 있습니다.
빨리 마르는 수성 아크릴의 경우, 건조 시간을 느리게 해주는 미디엄이 있는 반면에, 오일 페인트의 경우, 빨리 마르게 해 주는 미디엄이 매우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런 미디엄을 쓰면, 건조 시간을 1-2일 수준으로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 건 이따가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늦게 마르기 때문에, 아크릴 물감에 비해 닦아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웨더링이나 워시 형태로 쓰는 것도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이 때, 물감을 희석하기 위해, 주로 냄새가 없는 미네랄 스피릿(OMS)을 신너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희석할 수록 페인트의 강도가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일 워시를 한 경우에는 반드시 이 후 바니시를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희석하지 않고 칠한 오일 물감의 경우, 잘 말랐다면 아크릴 보다 강도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다 말랐어도 표면이 먼지가 아주 잘 묻는 느낌이므로, 먼지 제거를 위해서라도 바니시 작업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무취 미네랄 스피릿이 독성이 낮다고 해도 무독성은 아니기 때문에 오래 작업한다면 창문을 열거나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일로 워시할 경우, 많이 희석되기 때문에, 광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고, 또한 마르는 시간도 거의 수시간에서 하루 정도로 짧아집니다.
신너의 독성이 걱정된다면 무독성의 신너를 쓸 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독성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라벤더 오일을 쓸 수도 있고, 기름 성분이 많은 오일을 써서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만... 라벤더 오일은, OMS와 거의 비슷하지만, 라벤더향이 강하고 비쌉니다. 독성은 약할 지언정 강한 라벤더 향 때문에 싫어할 수도 있고, 다른 미디엄의 경우 기름 성분이 많아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물에 희석이 가능한 유화 페인트도 있습니다. 보통 Water Mixable Oil Paint 줄여서 WMO 페인트라고 하는데, 이는 물로 희석하거나 일반 오일 페인트처럼 OMS 등으로 희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라서 보통 고급 제품으로 나오지 않고 브랜드에 따라 성능이 많이 차이 납니다. 위 물감 사진 중, 왼쪽 코브라(Cobra) 물감이 WMO 물감입니다.
오일 워시의 경우, OMS와 같은 신너로 희석하여 바르게 되는데, 오일 신너들은 모두 표면 장력이 물보다 훨씬 낮습니다. 따라서 홈을 타고 쉽게 퍼지어 나가는 특징이 있어서, 대부분 워시 작업이 매우 편해집니다. 드물게 이런 퍼져나가는 성질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일단 워시 작업 후 스폰지 등으로 닦아내거나, 위에 소개한 WMO 페인트를 물로 희석해서 워시하면 되지만.. 딱히 (WMO 물감과 물) 그럴 필요성은 못느끼고 있습니다.
오일 물감을 희석하지 않고 쓸 경우, 오일 비율이 높으면 칠하기 약간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 때 물감을 미리 골판지 등에 짜 놓으면, 골판지가 오일을 어느 정도 흡수하기 때문에 좀 더 작업하기 편한 상태가 됩니다. 주의할 점은 너무 오래 올려놓을 경우, 필요 이상으로 오일이 흡수되어 물감이 빨리 굳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흡수되었다고 판단되면 (약 1분 후), 일반 파렛트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프라이밍 후, 전부 오일 물감으로만 도색한 예입니다.
액체 상태일때와 말랐을 때 색이 조금 어둡게 변하는 아크릴 물감과는 달리, 오일 물감은 액체 상태일 때와 말랐을 때 색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색소의 차이, 희석의 차이에 따라 말랐을 때, 유리처럼 반짝이는 광택이 있을 수도 있고, 약간의 광이 있을 수도 있고, 무광일 수도 있습니다. 칠한 직후에는 모든 면이 고르게 번쩍이지만, 말랐을 때, 위 조건에 따라 미세하게 광택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일로 칠했을 경우,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위에서 말한, 번쩍이는 광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워시 형태로 신너로 많이 희석한 경우에는 (말랐을 때) 광이 심하지 않지만, 오일 물감을 바로 칠하거나 기타 (기름 성분의) 미디엄을 섞었을 경우에는 번쩍임이 심해서, 색의 변화나 미세한 붓질이 잘 나타났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이건 딱히 방법이 없고, 경험으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아래 예는 오일로 작업 중인 미완성 사진입니다. 왼쪽, 가운데 미니어처 머리카락은 오일로 워시하고 마른 상태이며, 가운데 미니어처 드레스와 우측은 오일로 거의 희석하지 않고 칠한 상태입니다. 워시한 영역은 광이 거의 없지만, 희석하지 않고 오일로만 도색한 영역은 빛 반사가 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일이 마르게 되면, 광택이 약간 죽긴 합니다만, 색소와 첨가물, 오일 함유량에 따라 다릅니다. 취향에 따라 무광 바니시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일 미디엄
오일 미디엄은 아크릴 미디엄보다 종류가 많습니다만, 사실 크게 세가지 입니다. 첫째. 희석 및 세척용으로 쓸 신너, 여기에는 무취 미네랄 스피릿(OMS), 라벤더 스파이크(lavender spike) 오일, 오렌지 오일 등이 해당하며 휘발성 기름입니다. 마지막 두 개는 이름은 오일이지만 사실 성질은 페인트 신너과 거의 비슷합니다. 둘째. 희석용 또는 좀 더 기름지게 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오일입니다. 린시드(linseed) 오일, 포피 오일 등등 종류가 많지만, 미니어처 칠할 때에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세째. 건조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첨가용 오일입니다. 점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있으며, 가장 유명한 것은 리퀸(liquin)과 갤키드(galkyd)가 있습니다. 색칠 후 빨리 말리고 싶은 경우, 첨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척용 휘발성 기름을 제외한 나머지는 첨가시 광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아크릴 미디엄의 경우,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지만, 오일의 경우, 희석 및 세척용 신너는 반드시 필요하며, 건조 시간 단축용 미디엄은 하나 구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든 미디엄은 색깔 입자가 없기 때문에 많이 섞을 수록 색이 옅어집니다. 또한 기름 성분이기 때문에 광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신너와 섞어서 쓸 경우, 광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색이 더 투명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세 종류의 물감을 소개했는데, 미니어처를 칠할 때 꼭 한가지로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타입의 물감을 단계별로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니어처 (묽은 수성 아크릴) 전용 물감으로 초벌 칠한 다음, 블랜딩할 영역만 헤비 바디 아크릴로 칠하고, 마지막으로 웨더링을 위해 유화 물감을 써서 오일 워시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오일은 늦게 마르기 때문에, 항상 마지막 단계에서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일로 칠하고 수성 아크릴로 마감할 수도 있지만, 이 때에는 오일이 완전히 마른 다음에 진행해야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부터) 첫번째는 묽은 아크릴만 써서 칠한 미니어처이고, 두번째는 묽은 아크릴 도색 후, 오일로 어두운 부분 (허벅지 어두운 부분 등)을 오버브러싱한 것이며, 세번째는 헤비 바디 아크릴로만 칠한 것이고, 네번째는 묽은 아크릴로 초벌 칠한 다음, 헤비 바디 아크릴로 마무리한 것이고, 마지막 다섯번째는 묽은 아크릴 도색과 오일 도색, 오일 웨더링 등 작업을 한 미니어처입니다.
앞에서 헤비 아크릴 다룰 때, 노란색 미니어처를 보셨을 텐데, 실제 미니어처를 직접 보게되면, 딱히 거친 붓자국이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확대된 사진으로 봤을 때에는 눈에 띄지만.. (시력이 나빠서 그런가..)
아래는 위 다섯번째 미니 확대 버전입니다.
주의!!!! 미술용 물감 색소 중에 독성이 있는 물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드뮴, 크로뮴(크롬), 코발트로 시작하는 물감들입니다. 휴(hue)가 이름에 들어간 물감은 일반적으로 괜찮습니다. (예 카드뮴 옐로우 휴, 코발트 블루 휴 등) 이런 독성이 있는 물감들을 먹거나 (예: 물감이 묻은 붓을 핥거나), 에어브러시하거나, 칠한 다음 사포질하는 것은 건강에 나쁠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랍니다.
주의!!! 오일 페인트를 희석하기 위해 휘발성 신너를 쓰는 경우, 환기 및 화재에 주의하기 바랍니다. 예: 미네랄 스피릿, 테레핀유 등.
무취 미네랄 스피릿(odorless mineral sprits, 줄여서 OMS)는 냄새가 있는 미네랄 스피릿에 비해서 독성이 약하지만, 무독성은 아닙니다. 그나마 OMS가 가장 독성이 낮으므로 OMS를 쓰기를 권장합니다. 대체체로 오렌지를 정제해서 만든 시트러스 신너(citrus thinner) 또는 라벤더 스파이크를 정제해서 만든 라벤더 스파이크 오일 등이 무해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제가 알기로는 시트러스 신너는 테레핀유와 비슷한 독성이 있으며, 라벤더 스파이크 오일의 경우, 독성이 약하다고 합니다. OMS를 쓰는 것을 제일 추천합니다. 테레핀유나 시트러스 신너 그리고 라벤더 스파이크 오일의 경우, 냄새가 심합니다. 각각 송진 냄새, 오렌지 냄새, 라벤더 냄새가 독합니다. 그리고 OMS보다 훨씬 강해서, 밑칠(특히 아크릴 프라이머)까지 벗겨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수성 유성 가릴 것 없이, 일반적으로 점도가 높은 물감이 늦게 마르고 블랜딩이 쉬운 반면, 붓자국이 쉽게 남습니다. 점도가 낮은 물감이 빨리 마르고 블랜딩이 어렵고, 깔끔한 붓질이 쉽습니다. 아주 작은 점을 찍거나 선을 그릴 경우에는 점도가 높은 물감이 더 쉽습니다.
색소, 미술용 물감 이야기
물감은 수성 유성 할 것 없이 색소와, 이 색소를 잘 퍼지게 하고 점착력을 가진 용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색소는 또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염료(dye)와 안료(pigment)입니다. 염료는 용액에 녹는 성질을 가지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빛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색이 바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료는 녹지 않으며, 비싸고, 빛에 노출되어도 색이 잘 바래지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물감의 경우, 안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pigment를 색소라고 부르겠습니다.
색소를 섞는 용액은 보통 바인더(binder)나 베히클(vehicle)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수성 아크릴 레진이면 수성 아크릴 페인트가 되고, 린시드(linseed) 오일이나 포피(poppy) 오일이면 오일 페인트가 됩니다. 물론 색소의 특성상 이외에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갑니다. 색이 분리되지 않고 잘 퍼져있게 하는 첨가제 또는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 무광 속성을 제공하는 첨가제, 마르는 시간을 조절하는 첨가제 등등.
안타깝게도, 대부분 미니어처 전용 페인트의 경우, 물감에 어떤 색소를 썼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술용 물감의 경우, 대개 어떤 색소가 들어있는지 물감에 표기합니다. 미니어처 전용 물감만 쓸 예정이라면 색소에 관한 내용은 딱히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색소에 따라서, 물감의 특징이 매우 다양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색소는 불투명하고, 어떤 색소는 투명합니다. 어떤 색소는 고르게 발리지만, 어떤 색소는 잘 발리지 않습니다. 어떤 색소는 다른 색소와 섞였을 때, 원래 색을 강하게 유지하는 반면, 어떤 색소는 다른 물감과 섞이면 원래 색을 빠르게 잃어버립니다. 어떤 색소는 반영구적으로 색을 유지하지만, 어떤 색소는 몇년 지나게 될 경우, 색이 바래집니다. 이러한 특징은 물감 브랜드의 특징이 아니라, 특정 색깔 물감에 들어있는 색소의 성격입니다. 물론 이런 성격은 물감에 첨가되는 첨가제에 따라 변하기도 합니다. 색소의 성격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색소만 그런 성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미니어처 전용 아크릴 페인트만 써 본 분이면 못 느끼셨을 수도 있는데, 전문가용 미술용 물감은 (수성 유성 할 것 없이), 색소의 성격이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는 사실 브랜드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우리 제품은 첨가제를 거의 섞지 않고 순수한 색소를 제공합니다."식으로 광고하는 제품의 경우, 색소의 특징이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반면, "우리 제품은 색상에 상관없이 동일한 성격의 물감을 제공합니다"식으로 광고하는 제품의 경우,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가 있을 확율이 높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가 있는 제품의 경우, 색상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고, 비슷한 성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합니다. 반면, 첨가제가 거의 들어 있지 않는 제품의 경우, 색상에 따른 성질 차이가 심하지만, 매우 높은 채도의 색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첨가제가 아무래도 색에 미세한 변화를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싼 브랜드일 수록, 색소가 나타내는 가장 높은 채도를 추구하기에, 첨가제가 적을 확율이 높고, 이에 따라 색소에 따른 성질 변화가 심할 확율이 높습니다.
페인터가 쉽게 느낄 수 있는 색소의 특징 중 하나는 투명성입니다. 물감의 색소에 따라 어떤 물감은 투명하고 어떤 물감은 불투명합니다. 이것도 사실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분히 나누면 3-4단계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완전투명(transparent), 반투명(semi-transparent) - 반불투명(semi-opaque) - 불투명(opaque) 등등. 이는 (미술용) 물감의 정보에 나와 있습니다. 브랜드에 따라 단순히 투명-불투명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있고, 어떤 브랜드는 위와 같이 4단계로 나눠서 정보를 주는 곳도 있습니다.
모든 색상별로 투명-불투명한 물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색상에 따라 투명한 색만 있는 것도 있고, 불투명한 색만 있는 것도 있습니다. 불투명한 색은 밑색을 가리기 쉽기 때문에 초벌 페인트 또는 밑색을 가릴 목적으로 쓰며, 투명한 물감은 색을 섞거나 워시 또는 글레이징 효과에 쓰기 적합합니다. 같은 색소를 쓰는 물감이더라도 색소를 가공하는 방식 (주로 입자 크기)에 따라 투명/불투명이 나눠지기도 합니다.
흔히, 인터넷 포럼 등에서 "노란색은 칠하기 힘들다"란 말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노란색 색소가 투명하기 때문입니다. 불투명한 노란색 색소도 있긴 합니다. 다만 미니어처 전용 수성 아크릴, 또는 일부 미술용 수성 아크릴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독성이 있으며, 비싸고, 다른 색과 섞었을 때 (노란색) 채도가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색소의 이름은 카드뮴 옐로우입니다. 색소로 쓰이는 카드뮴의 경우, 일반 카드뮴에 비해 독성이 낮다고 하지만, 브랜드를 막론하고, 사포질이나 에어 브러시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확히는 카드뮴이 포함된 분진(가루)를 들이 마시는 것이 위험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미술용 페인트에는 간혹 독성이 있는 물감들이 있습니다. 독성이 있는데도 사용하는 이유는 대체 색소를 구하기 힘든 특성이 있기 때문이며, 작정하고 먹거나 들이마시지 않는 이상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감들은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비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감 이름에 카드뮴, 크롬, 코발트 등이 들어가는 물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물감 이름이 휴(hue)로 끝나는 경우는 제외입니다. 예를 들어 "카드뮴 옐로우 휴"의 경우, 카드뮴을 쓰지 않고 카드뮴 옐로우의 색상을 흉내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보통 더 싸며 안전할 확율이 높습니다. 대신 완전히 같지는 않겠죠. 불투명하지 않고 반투명하다던가, 다른 색을 섞었을때 채도가 훨씬 빠르게 떨어진다던가 등.
또 어떤 색소는 다른 색과 섞었을 때, 다른 색에 빠르게 색을 잃어버리거나 다른 색을 거의 잡아 먹는 특징이 있습니다. 본래의 색을 빠르게 잃어버리는 색소를 보통 약한 틴트(tint)를 가졌다고 하고, 다른 색을 거의 잡아먹는 강한 색소를 강한 틴트(tint) 힘을 가졌다고 표현합니다. 다른 색을 강하게 지배하는 색 예로는 티타늄 화이트(흰색), 탈로 블루(파란색), 탈로 그린(녹색), 다이옥사인 퍼플(보라색) 등이 있습니다. 다른 색에 쉽게 잡아 먹히는 색으로는 징크 화이트(흰색), 크롬 옥사이드 그린(녹색), 한자 옐로우(노란색), 퀴나크리돈 레드(어두운 빨간색) 퀴나크리돈 마젠타(자주색)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에 티타늄 화이트(흰색)를 섞을 경우, 티타늄 화이트의 강한 틴트 성질 때문에 쉽게 핑크색으로 변합니다. 만약 원하는 색이 조금 밝은 다홍색인 경우, 약한 틴트 성질을 가진 징크 화이트(흰색)를 섞으면 상대적으로 쉽게 다홍색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징크 화이트는 상대적으로 투명하기 때문에 레이어링이나 글레이징을 하기에 티타늄 화이트보다 좋습니다.
높은 채도를 추구하는 물감의 경우, 대부분 파란색은 투명합니다. (예: 울트라 마린 블루, 탈로 블루) 불투명한 파란색을 원할 경우, 탈로 블루에 티타늄 화이트를 조금 섞으면, 티타늄 화이트의 불투명성 때문에 불투명한 파란색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티타늄 화이트의 경우, 강한 틴트 성질 때문에, 마찬가지로 강한 틴트 성질을 지닌 탈로 블루를 섞는 것이 좋습니다. 울트라 마린 블루의 경우, 적당한 틴트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쉽게 하늘색으로 변합니다. 색소 자체가 불투명한 파란색도 있긴 한데 (예: 반불투명한 코발트 블루 또는 불투명한 세루리안 블루) 많이 비싸고, 다른 색을 섞었을 때 원 파란색을 빠르게 잃어버립니다.
녹색의 경우, 불투명한 크로뮴 옥사이드 그린이 있는데, 거의 풀색입니다. 불투명한 연두색으론 카드뮴 그린이 있고, 채도가 높은 녹색의 경우에도 거의 모두 투명합니다. 불투명한 선명한 녹색을 원한다면 탈로 그린(녹색)에 티타늄 화이트를 조금 섞어서 얻을 수 있습니다. 투명한 녹색으론 탈로 그린, 비리디안 그린 또는 샙 그린 등이 있습니다.
노란색의 경우, 불투명한 색소는 카드뮴 옐로우가 있고, 투명한 색소로는 한자 옐로우 등이 있습니다.
주황색의 경우, 불투명한 색소는 카드뮴 오렌지가 있고, 투명한 색소도 있습니다.
빨간색의 경우, 불투명한 색소는 카드뮴 레드가 있고, 투명한 색소는 많습니다. 퀴나크로딘 레드, 알리자린 레드 등
황토색의 경우, 불투명한 옐로우 오우커가 있고, 투명한 색으론 마스 옐로우가 있습니다.
갈색의 경우, 불투명한 옥사이드 레드 또는 베네시안 레드가 있고, 투명한 색으론 번트 시에나 등이 있습니다.
고동색의 경우, 반-투명한 번드 움버가 유명합니다.
투명한 검정 색소는 없긴 한데, 투명한 보색들을 섞어서 투명한 검정색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갬블린 오일 물감의 경우, 이런 식으로 보색을 정확히 섞은 투명한 검정색을 크로마틱 블랙이란 물감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거의 검정색에 가까운 색으로 파란색이 조금 포함되어 있는 페이네스 그레이 (제품에 따라 반불투명 또는 투명), 고동색에 가까운 반다이크 브라운 (반 불투명 또는 반투명)이 있습니다. 그림자나 명암 표현에 검정색을 쓰는 것보다 페이네스 그레이 또는 반다이크 브라운으로 워시하면 좀 더 깊이 있는 명암 표현이 가능합니다. 따로 이런 물감을 구입하지 않고, 울트라 마린 블루(파란색)와 번트 시에나(갈색), 또는 울트라마린 블루(파란색)과 번트 움버(고동색)을 섞어써도 됩니다. 어느 색을 많이 넣었냐에 따라 파란 빛이 도는 어두운 회색 또는 갈색 빛이 도는 어두운 회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대개, 취미용 또는 모델용 물감들은 수성 유성에 상관없이 균일한 광택을 (대부분 무광) 제공하며, 미리 색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기 때문에,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균일한 성질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색소 본연의 강한 채도를 얻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첨가제 자체의 색상(대개 흰색)이 최종 물감의 색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반대로 미술용 물감들은 강한 채도를 제공하지만, 성분에 따라 광택, 불투명성 등이 제각각일 확율이 높습니다.
투명한 물감도 나름대로 쓸 곳이 많습니다. 투명한 물감의 경우, 밑색을 가리지 않고 변화를 주기 때문에 글레이징 또는 일부 영역의 색감을 바꾸기 위해 사용하면, 자연스러운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워시(wash) 기법에 매우 좋습니다. 또한, 메탈릭 물감의 색을 바꿀 때에도, 투명한 물감을 섞으면 은색을 황금색, 구리색, 청동색으로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불투명한 물감을 메탈릭에 섞을 경우, 금속 성질의 광택 또는 반짝임이 빠르게 없어집니다.
아래는 은색 메탈릭 물감 (오일)에 다양한 투명한 물감을 섞은 예입니다. 빛 반사를 보여주기 위해 두 개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메탈릭 물감을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시키지 위해서는 아래처럼, 메탈릭 물감에 다른 색을 섞어 쓸 수도 있고, 아니면, 메탈릭을 칠한 다음에, 다른 색을 글레이징하여 얻을 수도 있습니다.
메탈릭 물감은 (미술용, 취미용 가리지 않고) 대개 미카(mica)라고 하는, 반짝이는 돌가루에 색을 섞어서 만듭니다. 예를 들어 미카+흰색(또는 회색)으로 은색, 미카+노란색으로 황금색, 미카+주황색으로 구리색을 만듭니다. 특이하게, 진짜 금속 가루를 섞어서 만든 메탈릭 물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가루로 만든 은색, 구리 가루로 만든 구리색 등등. 진짜 금속 가루를 섞은 물감이 더 비싸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카로 만든 메탈릭에 비해, 크게 차이나지는 않습니다.
미술용 물감에서 색소 및 특성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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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3]" 표시 - 시리즈(Series) 표시는 가격을 의미합니다. 같은 브랜드이지만, 색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 보통 가장 싼 것은 Series 1, 그것보다 비싼 것은 Series 2, 그리고 Series 3 등등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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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ment(s): PW6, PW4" - 이 표시는 이 페인트는 두 가지 색소로 이루어져 있고, 하나는 PW6, 다른 하나는 PW4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PW는 Pigment White, 즉 하얀색 색소라는 것을 뜻하며 PW6은 티타늄 화이트라는 것을 뜻합니다. PW4의 경우, 징크 화이트를 뜻합니다. 색소의 이름과 특성은 http://www.artiscreation.com/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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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4, Lightfastness I - 마찬가지로 하얀색 색소 PW4 (징크 화이트)가 들어있으며, 빛에 쉽게 바래지 않는, 내광성 1등급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내광성 등급에 따른 차이는 조금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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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ment PV23, Series 1, 검정 사각형 Opaque, Lightfastness 1 - 보라색 색소(Pigment Violet) PV23 (다이옥사이드 퍼플)이 들어 있고, 시리즈 1 (즉 동급 브랜드 중 가장 저렴한 물감), 검정 사각형 또는 Opaque 표시는 이 물감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뜻하며, 내광성 1등급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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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28, 사각형-절반 검정, ASTM 1 -- 파란색 색소(Pigment Blue) PB28 (코발트 블루)이 들어 있고, 사각형 절반이 검정색은, 반-불투명 즉 불투명에 가깝지만 완벽하게 밑색을 가리지는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ASTM 1은 내광성 1등급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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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 5 - 이것도 Series 5 즉, 5단계만큼 비싼 물감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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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83, Alkali refined linseed oil, Lightfastness III, Transparent - 빨간색 색소 (Pigment Red) PR83 (알리자린 크림슨)이 들어있고, 바인더로 정제된 린시드 오일을 썼으며, 내광성 3등급, 그리고 투명한 물감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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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112/PY74, 하얀 사각형 ++ - 빨간 색소 (Pigment Red) PR112 (나프탈 레드) 와 노란색 색소 (Pigment Yellow) PY74 (한자 옐로우)가 들어있고, 하얀색 사각형은 투명한 물감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이 잉크의 경우 내광성 표시로 "+"를 썼네요. "+"를 쓴 경우, "+"가 많을 수록 내광성이 좋은 물감입니다.
내광성(lightfastness)은 수치 또는 ASTM 표기가 있으면, 등급이며, 1등급이 제일 우수한 내광성을 가집니다. ASTM 등급이 아닌, 물감 회사 자체적으로 만든 표기를 쓰는 것도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위 "+" 표기가 여기에 해당하며, 해당 제품 회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는 10-25년 정도 색이 바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며 "++"는 25-100년, "+++"는 100년 이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ASTM 표기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1등급은 100년 이상, 2등급은 50-100년, 3등급은 15-50년, 4등급은 2-15년, 5등급은 2년 이하 정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고로 대부분 형광색(fluorescent)의 경우, ASTM 5등급, 즉 2년 정도 지나면 색이 바랜다고 합니다. 게임용으로는 괜찮겠지만, 오래 두고 감상할 미니어처라면 형광색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미술용 물감은 대부분 들어있는 색소 이름이 곧 물감 이름이지만, 일부 색상의 경우 물감 이름을 회사에서 이름을 마음대로 짓기도 합니다. 이 경우 들어있는 색소 이름을 보고 다른 회사 제품 어느 색상과 비슷한 것인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색소 성분이 같다면, 색이 같거나 비슷합니다. 완전히 같지 않은 이유는, 가공 방식에 따라서 색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최고의 물감 종류는 없습니다. 각각 다 장단점이 있죠. 점도가 높은 물감이 (작업 시간이 길어서) 더 편하다고 느끼지만, 그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물감은 레이어링이 편하고, 어떤 물감은 웻블랜딩이 편하고, 어떤 물감은 저렴하지만 내광성이 나쁘고, 어떤 물감은 채도가 높지만 칠하기 힘들고 등등. 아무리 비싼 물감이라도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습니다. 미니어처용 물감이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다른 물감 타입을 써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참고로 수성 아크릴 물감은 종류에 상관없이 섞어 쓸 수 있습니다.
가격 측면에서 용량 대비 가격을 생각하면 미술용 물감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용량이 크기 때문에 물감 갯수당 가격은 높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색소에 따른 가격 차이도 있습니다.) 무턱대고 여러 색상을 사서 후회하지 말고, 적당한 갯수로 연습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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