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프라이밍 - Brush on Primer
본격적으로 색을 입히기 전에 프라이밍을 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물감이 올라가기 위해 적합한 표면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너무 표면이 거칠면 고르게 색을 입히기 어렵고, 너무 표면이 매끄러워도, 표면 장력에 의해 물감이 방울질 수도 있습니다.
-
또 다른 부가 목적으로는, 접착력을 높여 주어, 쉽게 물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약간? 방지하기도 합니다. 약간?이라고 쓴 이유는, 미니어처의 재질에 따라 많이 달라지며,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는 확율을 줄여 준다는 정도이지, 외부의 충격에도 안전하게 막아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보호 목적으로는 모든 작업이 끝난 다음 바니시를 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또 다른 부가 목적으로는, 색을 입혀서, 다음 색칠 단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따로 밑칠을 하지 않고, 프라이머로 밑칠 효과를 얻는 것이죠.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가장 중요한 목적인 적합한 표면이 만들어졌다면, 이 후에 원하는 색을 추가 밑칠로 올리면 되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물감의 특성과, 미니어처의 재질에 따라서 위 목적의 중요성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프라이머를 입히는 방법은 크게, 스프레이 캔, 에어 브러시, 붓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거의 대부분 붓으로 프라이밍합니다. 붓으로 프라이밍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붓으로 할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스프레이 캔이 특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습도, 온도, 바람 등.
- 건강에 유해 요소가 없다. 스프레이 캔의 가스, 에어브러시의 분진 등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방 안에서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 경제적이다. 스프레이 캔에 비해 대용량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입니다.
- 초보자가 하기에 실패 확율이 적다.
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프레이나 에어 브러시에 비해 칠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
- (흰색의 경우) 고른 표면을 얻기 힘들다. 프라이밍 후 밑칠을 통해 해결 가능
- 제니탈 하이라이트(zenithal highlight)는 어려움.
특히 두번째 단점, (특히 흰색) 고르게 색칠된 표면을 얻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라이머의 경우 대부분 일반 물감에 비해 점도가 높습니다. 접착력이 좋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른 표면을 얻겠다고 프라이머를 계속 덧칠할 경우, 미니어처의 디테일이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신, 프라이밍이 끝난 다음에, 일반 물감으로 밑칠을 하는 것이 훨씬 위험 부담이 작고, 더 쉽습니다.
여담으로.. 미니어처의 넓은 면을 흰색으로 칠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감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빛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가장 밝은 색이 흰색입니다. 따라서 순수한 흰색은 가장 밝은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써야 합니다. 따라서 흰색 미니어처 (흰말 등)을 칠할 경우에도, 흰색이 아닌 밝은 회색으로 밑칠을 하고, 정말 밝은 부분만 흰색으로 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전체를 흰색으로 칠한 다음 어두운 부분에 음영을 넣는 식으로 칠할 수도 있는데, 미니어처용 물감들의 흰색들이 전반적으로 (붓으로는) 깔끔하게 넓은 면을 칠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두운 색을 칠한 다음에 밝은 색을 칠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비슷하게, 넓은 면을 순수한 검정색으로 칠할 이유도 없습니다. 검정색보다 어두운 색이 없기 때문에, 검정색은 가장 어두운 부분을 나타내기 위해 써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검정색인 미니어처를 칠할 경우에도, 대부분 어두운 회색으로 밑칠을 하고, 정말 어두운 부분만 검정색으로 칠하는 것이 낫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말한 회색은 무채색의 회색만 말하는 것이 아니며, 회색이 상당히 섞인 색도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회색(neutral grey)입니다. (참고: 아래 색들도 다 넓은 범위에서 회색임)
위 그림 출처: https://gamblincolors.com/oil-painting/color/artist-grade-oil-colors/
쓰고 있는 제품은 바예호 서페이스 프라이머 검정색과 회색 그리고 미술용 골덴 젯소 검정색과 흰색을 쓰고 있습니다. 젯소는 모델용 프라이머에 비해 더 걸쭉하며 강한 표면을 만들어주며, 더 거친 표면을 만들어 줍니다. 취향에 따라 젯소를 선호할 사람도 있을 듯. 다만 제품에 따라서 거친 정도가 많이 달라지므로 선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원래 젯소는 미니어처가 아니라 캔버스 용이라는 것을 감안하시길) 예를 들면, 바예호 프라이머가 표면을 5000방 이상의 사포처럼 표면을 만들어 준다면 골덴 젯소는 3000방 이상 사포처럼, 윈져&뉴튼 젯소는 400방 사포처럼 나왔습니다. (골덴 젯소는 미니어처용으로 괜찮고, 윈져용은 비추. 다른 젯소는 안써봐서 모릅니다. 지금 있는 것도 다 쓰려면 몇 년 걸릴 듯 싶네요.)
제가 붓으로 프라이밍 하는 방식은, 희석을 하지 않고, 붓에 조금, 프라이머를 묻힌 다음에, 구두솔질하듯이 같은 면을 여러번 붓질하여 (overbrush) 프라이머를 입히는 방식입니다. 거의 드라이브러시와 마찬가지로 붓에 무리가 많이 가므로, 싸구려 붓을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희석을 안하면, 매끄러운 표면에도 잘 발리며, 여러 번 붓질하여 프라이머가 뭉치거나 디테일이 뭉개질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단색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구석지거나 어둡게 칠할 부분은 조금 어두운 회색으로, 밝아야 하는 부분은 밝은 회색으로 칠해서 다음 색칠에 대한 감을 잡고 있습니다. 아래 영상 및 사진 참고바랍니다.
https://youtu.be/JCR6aGEaIGw?t=10
앞에서 잠깐 붓 프라이밍의 단점을 얘기할 때 제니탈 하이라이트가 어렵다고 했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정하고 바로 워시를 올리는 형태 (시타델 콘트라스트 페인트 포함) 또는, 투명한 색으로 글레이징하는 것이 아니라면, 딱히 제니탈 하이라이트를 쓸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반대로 콘트라스트 페인트를 쓸 생각이거나, 반투명한 노란색 등으로 칠할 예정이라면 제니탈 하이라이트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 미노타우르스도 어떻게 보면 아주 초보적인 제니탈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완성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 보일 것인가, 참고용으로 음영을 준 것이라서, 딱히 큰 의미는 없습니다.
제니탈 하이라이트(zenithal highlight)란? 대개 두가지 색으로 음영을 넣은 밑칠입니다. 주로 어두운 색을 전체적으로 입히고, 미니어처 위쪽에서 밝은 색을 뿌려주거나, 반대로 밝은 색을 전체적으로 입히고, 미니어처 대각선 아래 방향에서 어두운 색을 뿌려주는 방식입니다. (아래 사진 참고) 미리 음영을 넣었기 때문에 단색으로 워시하거나 콘트라스트 페인트를 입힐 경우에, 밑색의 음영이 그대로 노출되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자연스러운 음영 변화를 위해서는 에어브러시나 스프레이를 쓰는 것이 쉽습니다.
출처: https://www.reddit.com/r/ageofsigmar/comments/be9r8j/sometimes_i_dont_wanna_paint_them_after_the/
회색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실 회색을 선호한다기 보다는 너무 밝지도 않고, 너무 어둡지도 않고, 채도가 너무 높지도 않은 색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면 회색, 어두운 갈색이나 고동색 등입니다. 이유는, 바탕색이 너무 밝을 경우(흰색), 내가 올린 색이 너무 어둡게 보일 수 있고, 바탕색이 너무 어두우면(검정색), 내가 올린 색이 너무 밝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굴곡이 심한 작은 미니어처의 경우 크게 와 닿지 않지만, 넓고 평평한 면일 수록 차이가 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에서 윗 줄의 작은 사각형은 모두 같은 회색이지만, 검은 바탕의 회색이 제일 밝아 보이고, 흰색 바탕의 회색이 제일 어두워 보일 겁니다. 두번째 줄의 노란색 사각형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윗줄의 작은 사각형은 모두 같은 회색이며 노란색도 모두 같은 노란색입니다.
캔버스 화가들도 비슷한 이유로 회색 (또는 묽은 검정색) 또는 갈색을 써서 미리 밑칠을 합니다. 아래처럼 그런 목적 전용의 페인트도 있습니다.
출처: https://genevafineart.com/collections/all-items/products/geneva-foundation-canvas-stain
지금까지 설명한 색에 대한 내용은 사실 미니어처를 미리 지정된 물감으로 칠하는 경우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미니어처가 크면 클수록, 그리고 직접 색을 조합해서 칠할 경우에 약간?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프라이밍은 붓, 스프레이, 에어브러시 모두 가능하며, 한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무조건 좋다.. 이런 건 없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다만 대체적으로 붓 프라이밍이 어렵다고 잘 못 알려져 있고 스프레이 방식만 추구?하는 경향이 보여서.. 써 봤습니다.
물감 종류에 대한 글: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tb=board_knowhow&bbs_num=1524
바니시에 대한 글: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523&id=&tb=board_knowhow
베이스 꾸미기: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459&id=&tb=board_knowh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