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싱 가이드 (베이스 꾸미기)
미니어처 도색의 마지막 단계인 베이스 꾸미기에 대한 가이드입니다. 이 글은 순전히 제 경험과 취향에 따라 작성된 것이므로 감안하시길 바랍니다.
접착제
목공 접착제(PVA glue) - 필수
베이스 꾸밀 때, 가장 많이 쓰는 접착제는 수성 목공 접착제(PVA glue)입니다. 특히 풀, 나무 등의 재료를 붙일 때 사용합니다. 일반 목공 접착제를 써도 무리가 없지만, 좀 더 투자하고 싶다면, Mod Podge도 좋습니다. Mod Podge는 일반 목공 접착제에 비해 접착력은 약하지만, 접착제와 바니시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유광과 무광 버전이 존재하며, 굳을 때 거의 투명하게 굳습니다. 반면 목공 접착제는 약간 누르스름한 결과가 나옵니다. 큰 재료 접착 목적으로는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쓰며, 풀이나 작은 나무 조각의 강도를 높일 목적으로는 희석한 접착제를 고르게 발라서 굳힙니다.
순간 접착제(CA glue) - 필수
주로 자갈 등을 붙일 때 사용하며, 작은 풀 나무 같은 것을 붙일 때 빨리 붙이기 위해 사용합니다. 빨리 굳기 때문에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지만, 너무 많이 바를 경우, 반짝이는 투명한 플라스틱처럼 굳기 때문에,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조금만 쓰거나, 목공 풀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에폭시 퍼티 - 선택
고체형 에폭시 퍼티를 주로 쓰며, 상품명으론 그린 스텁(Green Stuff), 아폭시(Apoxie), 밀리풋(milliput) 등이 있습니다. 경화제와 접착제 두가지를 섞으면 몇시간 이내에 돌처럼 굳게 되며, 베이싱에서는 큰 돌이나 나무껍질 등을 틈을 메꾸면서 단단히 붙이기 위해 사용합니다.
고릴라 접착제 (Gorilla Glue) - 선택
폴리우레탄 접착제이며, 굳을 때 수분이 필요합니다. 굳을 때 거품이 일면서 굳기 때문에, 끈적이는 거품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UHU 접착제 - 선택
유기용제 바탕이며, 오공 본드와 비슷하며, 끈적한 투명한 액체 타입인데, 공기 중에 노출되면 빨리 마릅니다. 접착 용도로도 좋지만, 보통 거미줄이나 타액(침이나 피) 표현에 많이 씁니다.
알콜 스프레이 - 필수
알콜과 물을 일정 비율 섞은 다음 스프레이 병에 넣은 게 필요합니다. 이는 풀 등을 색칠하거나 목공 풀 등을 바르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수분이 없는 재료를 목공 접착제로 적실려고 하면 잘 되지 않습니다. 표면 장력 때문에. 이 때 미리 재료에 알콜 스프레이를 뿌려주면 표면 장력이 낮은 알콜 덕택에 골고루 수분이 묻고, 이 후에 희석한 목공 접착제가 쉽게 퍼지게 할 수 있습니다.
원저 & 뉴튼 아크릴 Flow Improver - 선택
다른 제품은 안써봐서 잘 모름. 보통 에어 브러시 쓸 때, 액체의 흐름을 좋게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인데, 베이스 용도로는 가루 형태의 재료를 접착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다른 접착제에 비해 접착력은 떨어지지만, 표면 장력이 낮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 원하는 효과를 보기에 좋습니다.
페이스트
땅, 흙, 눈 등의 표현을 위해 베이스 전체에 바를 목적으로 쓸 재료입니다.
미술용 모델용 페이스트 - 추천
흰색의 페이스트이며, 공기중에서 천천히 굳습니다. 다 굳으면 사포질이 가능할 정도로 딱딱하게 굳으며, 표면 질감 변화를 위해 모래나 기타 재료를 섞어서 굳힐 수 있습니다. 물로 희석 가능하며 다양한 느낌을 살릴 수 있기에 추천합니다.
미술용 크래클 페이스트 - 선택
위 모델용 페이스트와 비슷하지만, 굳을 때 금이 가게 됩니다. 얼음, 가문 땅 등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시타델 테크니컬 페인트 중에 비슷한 제품이 있는데, 크랙 자체는 시타델 것이 우수하며, 이 미술용 페이스트는 크랙이 매우 미세하게 나오기 때문에 딱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톱밥+목공 접착제 - 추천
고운 톱밥에 목공 접착제를 섞어서 반죽을 만든 다음, 베이스에 발라서 사막과 같은 땅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제대로만 한다면, 멋스러운 땅 표현이 가능합니다. 목공 접착제 양을 늘리면 광택이 심한 플라스틱처럼 굳기 때문에, 약간 뻑뻑한 상태로 섞는게 좋으며, 때에 따라 물을 섞을 수도 있습니다.
시타델 텍스쳐 페인트
저는 미니용 텍스쳐 페인트를 쓰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패스. 안 쓰는 이유는.. 음.. 색상이 정해져서 나오기 때문에, 다른 색을 원할 때 애매합니다. 위 미술용 페이스트들은 흰색이기 때문에, 페인트를 섞어서 원하는 색을 만들기가 쉽습니다. 물론 마른 다음에 다른 색으로 칠할 수는 있지만, 색을 미리 섞어서 바르는 것과, 바른 다음에 칠하는 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형 지물 재료들
돌, 바위, 풀, 나무 등의 재료들은.. 아무리 비싼 인공 재료가 있다고 해도, 실제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비해 훨씬 디테일이나 자연스러움이 떨어집니다.
돌/바위 재료들.
베이스 전체를 덮을 목적으로 쓸 때 가장 편한 것은 나무 껍질이나 코르크 입니다. 코르크는 코르크 보드 (두께 약 1cm) 또는 시트 (두께 약 2mm)를 준비하면 편합니다. 시트는 얇은 편마암 효과나 아스팔트 도로 등의 효과를 낼 때 쓸 수 있으며, 코르크 보드는 절벽암 또는 쪼개어서 바위 또는 암석 표현에 쓸 수 있습니다. 숲이나 공원이 있다면 가끔 떨어진 나무 껍질 조각이나 마른 가지를 쓰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장식용으로 쓸 돌입니다. 디오라마 용보다는 분재, 화훼용 또는 악세사리 공예용으로 찾아보면 저렴하게 다양한 형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궂이 사지 않고도, 공원, 강가 등에서 구해서 써도 됩니다.
풀, 나무 재료들
디오라마 재료를 사서 쓰는 게 편하지만, 직접 만들거나 채집해서 쓰는 것도 좋습니다. 규모가 큰 디오라마를 주로 만드는게 아니라면 작은 양이라도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론 미니어처 디오라마 용 재료보다는, 수족관 바닥재 또는 애완동물용 바닥재 제품을 쓰는 편입니다. 좌측 맨 아래 두 개는 톱밥에 녹색 아크릴 잉크를 섞어서 만든 것이고, 우측 맨 아래는 동네 보도블럭에서 뜯은 말린 잡초입니다. 좌측 가운데 라인 두 개는 원예 장식용 이끼입니다. 디오라마용 덤불을 사실 예정이면, 어두운 녹색을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색 덤불은 너무 색이 단조로워서 추가 작업이 필요한데, 어두운 녹색의 경우, 밝은 녹색으로 드라이브러싱하면 쉽게 마무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감, 파스텔
규모가 큰 디오라마를 꾸밀 목적이 아니라면, 베이스 전용으로 따로 살 필요는 없고, 미니어처 도색용 물감 또는 웨더링용 피그먼트 또는 파스텔을 쓰면 됩니다. 피그먼트나 파스텔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모델링 페이스트, 모래, 목공 접착제 정도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나머지 재료들은 천천히 필요할 때 사거나 수집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놓고 안쓰고 후회하는 않으려면..
아래부터는 실제 베이스를 꾸민 예제들입니다. 거의 대부분 사진들이 베이스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으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베이스들입니다. 가운데는 원두 커피 가루, 양 옆은 모래입니다. 베이스에 목공 접착제를 바르고, 모래나 원두 커피 가루를 살살 뿌립니다. 그리고 접착제가 마를 때까지 기다린 다음, 붙지 않은 가루를 정말 가볍게 털어냅니다. 이 후에, 알콜 스프레이를 뿌려서 전반적으로 적셔 준 다음, 다시 희석한 목공 접착제를 골고루 발라줍니다. 이게 말랐다면 이제 베이스는 꽤 강한 상태입니다. 이 후에 어두운 색으로 칠해 줍니다. 가운데는 디오라마용 덤불를 붙여보았습니다.
모델링 페이스트에 모래를 섞어서 발라준 다음, 마른 후 디오라마용 덤불을 붙인 베이스입니다. 덤불 색이 너무 단조로워서 밝은 녹색으로 드라이브러싱하여 색 변화를 줬습니다. 이런 덤불이나 풀에 드라이브러싱할 때에는 붓을 문지르지 마시고 콕콕 찍는다는 느낌으로 하는게 좋습니다.
위 세 베이스는 모두 모델링 페이스트를 깔고 그 위에 장식용 돌을 올려 만들었습니다. 페이스트는 워시 형태로 색을 올렸고, 돌은 느낌을 살려보려고 따로 색질하지 않았습니다.
위 두 베이스의 바닥재는 고운 톱밥과 목공 접착제를 섞어서 발라 굳힌 것입니다. 첫 사진의 풀은 말린 잡초이며, 두번째 사진의 바위는 코르크 보드에서 뜯은 조각이며, 녹색 풀더미는 녹색아크릴로 물들인 톱밥입니다. 코르크는 바닥재 붙일 때, 함께 붙였으며, 접착제가 마른 후에 색을 입혔습니다. 자연스런 색 변화를 위해서는 잉크나 워시 농도의 황토색, 갈색, 고동색을 듬성듬성 듬뿍 적셔 주는 형태로 마르기 전에 칠하면, 웻 블랜딩 효과로 그럴듯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서진 도로를 표현한 베이스입니다. 코르크 시트를 써서 만들었으며, 코르크 시트를 손이나 뾰족한 툴로 조각낸 다음, 베이스에 붙입니다. 단차를 주기 위해 일부 코르크 시트를 좀 더 얇게 자르거나, 베이스에 조그마한 돌을 미리 한 두개 깔아두면 좋습니다. 다 붙인 다음에는 알콜 스프레이로 한 번 뿌려주고, 희석한 목공 접착제를 듬뿍 발라줍니다. 이게 마르게 되면, 무른 코르크가 좀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후에 경계면과 크랙 사이에 어두운 물감을 잘 바르고, 넓은 표면에는 회색과 황토색을 블랜딩해서 바른 다음, 경계면을 밝은 회색으로 칠해 줍니다.
위 두 베이스는 고릴라 접착제에 아크릴 잉크를 섞은 다음 베이스에 발랐습니다. 고릴라 접착제는 물과 반응해서 거품과 함께 팽창한 다음, 굳는 성질이 있습니다. 아크릴 잉크는 수성이므로 섞은 다음 이쑤시개 등을 써서 발라놓으면 몇 분 이내에 위와 같이 거품과 함께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이때 건드리지 말고 하루 정도 놔 두면 단단하게 굳게 됩니다. 궁금해서 건드리게 되면, 올려놓은 접착제가 손에 다 딸려 올라오는 것을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위 두 베이스는 모래와 모델링 페이스트를 섞어서 굳힌 다음 일부 영역(해골 근처와 기둥 아래)에 고릴라 접착제를 약간 묻혀서, 거품이 이는 늪지대 비슷하게 꾸며 봤습니다. 기둥은 나무 이쑤시개에 색을 입힌 것입니다.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일부 영역에 유광 바니시를 발라서 축축한 땅을 표현했습니다.
위 두 모델은 눈 표현을 연습한 것으로, 왼쪽의 경우 돌을 에폭시 접착제로 붙인 다음, 모델링 페이스트에 분필 가루를 섞어 발라 굳힌 후, 파란색 페인트를 희석해서 바른 것이고, 오른쪽의 경우, 비슷하게 발라 굳힌 다음, 황토색으로 워시한 다음에 다시 모델링 페이스트를 그대로 조금씩 발라준 것입니다.
위 세 베이스는 따로 베이스 작업을 하지 않고, 걸쭉한 아크릴 페인트를 써서 대충 블랜딩하여 파도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효과는 페인트가 걸쭉할 수록 쉽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의 베이스는 모델링 페이스트를 바른 다음에 이쑤시개 등으로 찍어서 파도 모양을 낸 다음 굳히고, 파란색과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유광 바니시를 입혔습니다.
위 베이스의 경우, 돌을 (흑 남정석) 적당한 위치에 에폭시 접착제로 붙인 다음, (앞에 나온 것처럼) 커피 가루 붙이고, 디오라마용 덤불을 붙인 후, 좀 더 밝은 색으로 일부분 드라이 브러시하고, 맨 위에 있는 돌의 경우, 흙 표현을 위해 황토색으로 드라이브러싱해서 만들었습니다. 이 모델처럼, 키가 큰 모델들은 무거운 돌로 베이스를 장식하면, 안정감이 높아져서 더욱 좋습니다.
위 베이스는 소나무 껍질을 에폭시 접착제로 베이스에 붙이고, 알콜 스프레이를 전체적으로 뿌려 준 다음, 다시 희석한 목공 접착제를 발라서, 강도를 높입니다. 이 후, 프라이밍하고, (미니어처 도색 후), 베이스에는 원두 커피 가루를 목공 접착제로 부착한 후, 다시 색을 입히고, 마른 잡초를 순간 접착제로 붙이고, 녹색으로 물들인 톱밥을, 앞에서 설명한 대로 알콜 스프레이 후, 희석한 목공 접착제로 붙이고, 절벽 부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마른 풀을 붙였습니다. 이 후, 잡초의 줄기는 녹색, 열매 부분은 노란색으로 칠해서 꽃 느낌을 살렸습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쓸 때 주의할 점은 손쉽게 부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알콜 스프레이 후), 희석한 목공 접착제를 고르게 발라서 말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며..
베이싱 작업은 재료 측면에서 저렴하게 작업할 수도 있고, 비싼 재료로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재료보다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쓰는 것이 훨씬 더 멋지고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물론 자연에서 얻은 재료도 사서 써야될 경우도 있겠지만..
또, 베이싱 작업은 모델 작업에 비해 다양한 재료를 쓸 수 있어서 나름대로 맛이 있습니다.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약간 어둡게 칠하는 것이 모델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서 모델을 베이스에 붙이지 않고 따로따로 작업하는 분들은, 반완성된 상태에서 베이스에 붙인 후, 마감하는 것이 색상의 균형이나 분위기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감 종류에 대한 글: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tb=board_knowhow&bbs_num=1524
바니시에 대한 글: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523&id=&tb=board_knowhow
붓 프라이밍: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495&id=&tb=board_knowh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