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여름방학 보드게임 방과후 수업 A반 마지막
개인 기록처럼 남긴 글을 보드라이프에 올리는 것이라서, 본문은 1인칭(일명 half word)으로 썼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상대로 하늘이는 안 왔다.
썬은 금요일은 못 온다고 했었다. 그래서 8월의 B반 마지막 수업에 오라고 말했었다.
레전드는 여전히(?) 안 왔다. (이노무시키~)
마지막 수업이기도 했고, 학생들의 요청도 있어서, 오프닝 게임을 생략하고 했던 게임을 다시 하기로 했다.
(리중딱, 펭귄, 스팸은 사회쌤과 스플렌더)
(발광이, 강동원, 나는 가니메데)
(치킨, 사람, 짱은 또미니언. ㅡ.ㅡ;;;)
나는 가니메데를 하면서, 도미니언도 신경 쓰느라 왔다 갔다 했다. 도미니언의 카드 구성이 어제랑 달라서, 학생들이 수시로 나를 불렀다.
그래서 나는 가니메데에 집중하지 못했다(밑줄 쫙~ 강조!)
발광이는 가니메데가 두 번째인데, 놀라운 실력을 뽐냈다. 우주선을 착착 달성했다.
그렇게 24점으로 게임을 끝냈다.
강동원은 초반에 우주선을 하나도 달성시키지 못하다가, 마지막 턴에 세 척의 우주선을 한 번에 달성시키더라. (큰 그림이었니? 재주도 좋아...)
그러나 명성 점수를 제대로 획득하지 못해서 19점에 그쳤다.
나는 (앞서 핑계를 댄 대로 집중을 못 하다가), 빨간 미플 하나만 더 있었어도, 마지막 턴에 빨간색 카드 가져오면서, 보너스로 우주선 하나 더 할 수 있었는데... ㅜㅜ
나는 그래도 21점은 냈다.
강동원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나 보더라. 내가 21점이라고 하니까, 내 점수를 몇 번이고 확인해보는 걸 보니 ㅡ.ㅡㅋ
내가 가니메데를 진 적이? 기억에 없을 정도인데, 발광이와 강동원은 확실히 머리가 좋고 센스가 있는 것 같다. (리중딱에게 스플렌더를 진 사회쌤의 마음이 이해가... ㅡ.ㅡ;;;)
그래서 오늘은 사회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리중딱과의 세 번째 시합에서는 이겨야 할 텐데 ^^;;
내가 구경을 가니, 마침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스팸이 본인 점수는 안(못?) 내고 있고, 남에게 점수는 주기 싫고. 그래서 검은 토큰을 게임 막바지에 쥐고는 안 푸는 것이다.
그것도 6개나!
그런데 리중딱이 검은 토큰이 필요했다. 그래서 리중딱이 그러한 티를 내니까, 스팸은 더더욱 토큰을 안 쓰고 가지고 있었다. (리중딱아? 그래서 게임에선 포커페이스가 중요한 것이란다!)
이 현상이 게임 막판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스팸과 펭귄은 자신들의 실력이 부족하니까, 초반부터 적극적인 토큰 견제로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한 상황에 경험이 부족했던 리중딱은 고전을 했던 것이다.
반대로 사회쌤은 1단계 카드를 모으면서, 스팸과 펭귄의 토큰 견제를 피해서 게임을 했고, 5점짜리 카드 세 장으로 15점을 달성하며 게임을 승리했다.
스플렌더가 진행되는 동안, 리중딱은 한숨을 쉬며 "아... 도미니언 하고 싶다..."를 여러 번 말하더라 ㅋㅋㅋ
(답답하지? 게임 안 풀리니까 미치겠지? 다 그런 거다 ㅋ)
(이 날 이후 리중딱은 스팸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렇게 사회쌤은 리중딱과 1승 2패가 되었다.
가니메데는 진작에 끝났고, 스플렌더도 힘들게 끝난 마당에... 저쪽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면 무도회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에휴...
도미니언 3인방(사람, 치킨, 짱)은 게임을 끝낼 생각이 없나 보다. 속주를 한 장도 안 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는 게임을 강제 종료시켰다. (얘들아~ 재밌지? 다음에 다시 와서 하렴~~~ ㅋㅋ)
오늘의 메인 게임인 7 원더스 ~
지난번 가니메데의 경우를 교훈 삼아, 이번엔 학생들에게 카드부터 보여주면서 설명을 했다. 역시나 뭔가가 눈앞에 보여야 집중이 되는 것 같다.
생산, 문화, 상업, 과학까지는 큰 관심이 없던 학생들! 그런데 군사가 있단 말에 눈빛이 반짝거린다. 특히 강동원은 이미 답을 정한 느낌이다.
내가 짱, 리중딱, 사람, 발광이를 맡았고,
사회쌤이 치킨, 펭귄, 스팸, 강동원을 맡았다.
카드의 기호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역시 애들은 하면서 금방 익힌다.
(필요하다면 먼저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켜보았다)
참 재미있는 것은, 게임에서 그 학생의 특징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분명히 나는 같은 기준, 같은 내용으로 설명을 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은 학생들마다 다르다. 당연한 것이지만, 나는 이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짱은 군사에 집중했다.
(그래... 니가 짱 먹어라~)
사람은 문화에 집중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문화지 ㅡ.ㅡㅋ)
리중딱은 군사도 했다가, 다른 것도 했다가 등등.
(뭐든지 중간이 좋은 것만은 아니야. 이 게임은 어중간한 것보다, 확실한 것이 딱! 이란다~)
발광이는 군사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과학에 집중했다. (누가 발光 다이오드 아니랄까 봐?)
짱은 마지막 카드로 군사력 3을 올려서, 리중딱을 이겼다. 짱은 대역전극에 신이 났고, 리중딱은 울상이 되었다.
리중딱은 짱과 군사력 경쟁을 하면서도,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점수가 분산되었다. 그리고 3세대의 군사 점수를 못 먹은 것이 컸다.
사람은 게임 내내 돈이 부족해서 고생했다. 그러나 카드 연계를 잘 활용하며 게임을 풀어나갔다.
발광이는 과학 점수를 계산하는데, 나에게 한 수 배웠다. (과학 조커를 어느 기호로 써야 점수가 더 높은지 따져보는 방법)
나는 개인판 위에 카드를 배열했는데, 사회쌤은 개인판 밑으로 했다.
예상외로 치킨이? 스팸과 펭귄의 점수가 낮은 것이 의아하네!
5일간의 모든 수업은 끝이 나고, 마지막 간식 타임을 가지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은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고, 나는 그 뒤편으로 주위를 돌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여러분들의 수준과 열의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한 시간은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학생들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이야기하던 중,
마침(?) 사람의 뒤를 지나고 있는 타이밍에
"어떤 학생은 조용하지만, 좀 어두워 보이고 자칫 음흉(?)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나를 주목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도 보게 된다. 이미 학생들은 웃고 있었고, 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같이 게임하면서 그 학생은 많이 밝아지고 잘 웃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내 앞에 앉아있는 (나에겐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의 옆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며,
"그 학생이 많이 밝아져서 보기 좋습니다.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학생들은 크게 웃었고, 치킨과 강동원은 크게 공감했다. 나보고 어쩜 그리 잘 아냐고 놀랍다고 하면서. (얘들아? 너희들 차례는 아직 안 왔단다. 이제 시작인데 ㅋㅋ 남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지? 곧 너희들 차례다!)
난 이런 식으로 학생들 뒤를 천천히 돌면서 이야기를 이어갔고, 특정 순간에 한 학생의 뒤편에서 이야기를 했다.
앞서 사람의 경우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 강동원 뒤편을 지나가면서,
"또, 이런 학생도 있습니다. 첫 날 봤을 때에는 작고 뭔가 부족하고 떨어져 보였는데 (이 순간 강동원이 뒤를 확 돌아보며 째려봄), 하루하루 지날수록 크게 성장하더니, 지금은 (양팔을 크게 벌리며) 이~만~~큼~~~이나 커졌습니다"
나는 나를 쳐다보는 강동원에게,
"저는 그 학생이 강동원이라고 말 한 적 없습니다. 단지 그 학생 이야기를 하면서 강동원의 뒤를 지나가고 있었을 뿐입니다!"라고 능청을 피웠다.
스팸의 뒤를 지나가다가, 난 장난스럽게
"왠지 불안해 보입니다? 뭔가 걱정이라도?"
스팸 "빨리 지나가 주세요~~"
나는 이번 수업을 위해 사회쌤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강조했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 열심히 홍보하신다고 고생하셨고,
나와 수시로 의논하고 연습하느라 고생하고,
작은 것들 하나하나 챙기느라 신경 많이 쓰셨고,
특히 매일같이 여러분들이 먹은 간식과 음료는 다 사회쌤이 직접 고르고 구매하신 것이라고. 학교에서 주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사회쌤의 노력이라고 했다.
역시 먹을 것 이야기에 학생들이 손뼉 치더라...ㅋ
내가 사회쌤의 노력을 이야기하자, 사회쌤도 나를 칭찬해 주셨다. (자화자찬보다 더하군 ㅡ.ㅡㅋ)
(내용 생략!)
나는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고, 그러자 치킨이 (고맙게도) 거들었다.
"마키쌤은 농구장에서도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쓰시던데, 대단합니다"
스팸도 거들어 줬다. "지난번에 길에서 만났는데 선생님이 먼저 인사하면서 존댓말을 쓰시던데요~"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날이라 아쉬우니까 남고 싶은 사람은 남아서 조금 더 하고 가라고 했다.
그러자 발광이, 강동원, 사람, 펭귄, 스팸이 남았다.
나머지 학생들과는 인사를 나누고 보냈다.
무슨 게임을 하나 더 해볼까 고민하다가,
사회쌤이 좋아하는 카드 게임인 레드7을 꺼냈다.
일단 설명하고,
(발광이, 강동원, 사람), (펭귄, 스팸, 나).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누었다.
시간 관계상 끝까지 하진 못하고 중간에 멈추었는데, 내가 22점, 펭귄과 스팸이 14점으로 끝이 났다. 이렇게 레드7까지 마치고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마지막까지 애들을 평가하게 되는데...(직업병?)
펭귄은 센스가 있고, 머리가 좋다. 그래서 당장 눈 앞의 상황 분석은 뛰어나다.
그러나 큰 그림이나 멀리 있는 것은 볼 줄 모르고, 자꾸 본인 입으로 드러내려고 한다.
나에겐 (내 인상이 험악해서?) 조심스럽게 대하는데, 사회쌤에겐 (좀 친해졌다고) 사랑해요를 남발 하거나 말대꾸를 한다.
펭귄아? 너 2학기에도 나 볼 건데... 그러다 큰 코 다친다 ㅡ.ㅡㅋ
스팸은 여러모로 맘에 드는 학생이다.
게임할 때 집중력도 좋고, 적극성도 있고, 센스도 있다. 1학기 마지막에 스팸의 역할(반 친구들이 대거 수업에 오게 만든 계기)이 크기도 했고, 스팸 자체도 열심히 한다.
스팸아? 우리 오래 보자꾸나~ ^^
발광이는 2학기에는 보드게임 수업이 아니라, 사회쌤의 다른 수업을 듣겠단다. (왜? 내가 별로니? ㅜㅜ)
레드7에서도 발광이의 실력이 드러났다. 확실히 머리 좋은 학생이다. 성격 차분하고 머리 좋고,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할 스타일이다.
강동원은 이번 A반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첫날 수업부터 큰 인상을 남기더니, 마지막날 까지 놀라움과 웃음을 준다. 내가 여러분들이 성인이 되면 노래방도 가고 하자니까, 강동원이 (자기 생일을 계산하더니) 5년만 기다려달란다. (응?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안 그래도 사회쌤이 이걸 가지고 날 놀렸다. 난 노코멘트 ㅡ.ㅡ;;;
사람은 친해지고 나니까 많이 웃고, 말도 많이 하더라. 낯가림이 있거나 원래의 성격이 소극적인 학생들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서 느껴진 것은 그러한 단순한 소극성이 아니라, 어두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5일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농담도 많이 했고, 웃기려고 노력했다.
사람아? 네가 나의 이러한 노력을 알려나 모르긋다. ㅡ.ㅡ;;;
치킨은 적극적이고 활달하다. 너무 적극적이어서 넘칠 때가 있다. 좋은 쪽으로 넘치는 것이야 그렇다고 쳐도, 아직 어린 학생이라서 잘 모르고 넘치는 것들이 간혹 있다. 특히 말을 할 때 (악의는 없겠지만) 상대를 눌러버리는 듯한 말을 한다. 친구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을 해서, 내가 주의를 준 적이 있다. 도미니언 할 때, 짱을 (농담일지라도) 깎아내리는 듯한 말을 해서 나에게 바로 경고를 받았고, 치킨은 급하게 짱에게 사과했고, 짱은 쿨하게(?) 받아주었다.
악의는 없고, 단순히 조금 지나친 정도일지라도 그것이 습관이 되면 안 될 텐데...
리중딱도 열성적이다.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이미 집에서 자주 즐기며, 실력도 있다. 그런데 시야가 좁다고 해야 하나? 뭐, 어찌 보면 그 나이 때에선 당연한 것이겠지! 내가 보기에 시야가 좁은 것이지, 동급생들보단 뛰어나다. 암튼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실력을 키운다면 보드 게이머의 DNA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ㅋㅋ
짱은 참 독특하다. 잘하는 건 진짜 잘하는데, 가끔은 영 떨어질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지만) 아마도 본인의 생각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본인의 생각과 다르거나 이해가 안 되면, 그것을 수정하는데 (다른 친구들 보다) 오래 걸리는 모습을 보인다.
짱? 너의 기발함과 실력은 내가 인정한다. 그러니 이제는 네가 나를 좀 더 믿고 따르길 바란다~
마지막 날에 오지 못한 레전드, 썬, 하늘이는 생략!
이번 주에 방과후 수업을 하느라 원래의 일을 미루었는데, 오늘 저녁부터 바로 출근해야 하고 다음 주 내내 일해야 한다.
그리고 8월 5일부터 B반의 수업이 시작된다.
B반은 리중딱이 추가로 하고 싶다고 해서 12명이 되었다.
1학기 때 수업을 들었던 최저가, 발리, 마블, 성미, 레전드가 있고, 새로운 학생들도 있다.
또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