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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4 01:31

보드게임을 시작한지는 올해로 10년째가 되었는데요

오늘 처음으로 방출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용돈 아끼고, 있는돈 없는돈 끌어다가 모아왔던 게임들인데

드디어 한놈 떠나보내네요.

10년이 됐다고는 하지만 공부하랴 기타치랴 군대가랴 오랫동안 쉬어서

사실 보유게임은 50개 밖에 안됩니다. 이제 49개가 되었네요.

몇년을 보드게임에 관심을 끄고 지내다가

올 겨울들어서 다시 보드게임 세계로 오게되었는데

돌아와보니 이게 뭐야!

재밌는 게임이 엄청 많이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하나둘씩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대학생이 되니 자금력이 달라지더군요. (마치 부채의 압박을 갓 벗어난 AOS 느낌)

돈이 있어서 하나하나 구매하다보니

근 한달 사이에 30만원을 넘게 질렀네요.

옛날에는 세뱃돈 받아서 하나사고 그랬었는데...

하나둘씩 택배가 오면서 같이 찾아오는 잔고의 압박, 그리고 공간의 압박.

책장의 한구석만을 차지했지만 그래도 든든했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젠 무럭무럭 커서 책장 하나를 모조리 점령했네요.

이번에 게임을 사면서 딱 50개가 되더군요. 그래서 선을 그었습니다.

최대한도를 50개로 설정하자.

방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자 게임들을 다시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죠.

팔려고 결심해도 막상보면 팔 게임이 없다.

그래도 다행히 제겐 팔 게임은 있더군요. 두둥!

딱히 재미를 못 느끼겠는 게임.

계속 가지고 있어도 절대 안 돌아갈 것 같은 게임.

상위호환 신작들에 밀린 게임.

그렇게 선정된 방출게임 8선.

판매글을 올리고 거래가 성사되어

상대분 손에 고이 들려주고 왔네요.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한끼만 싼거 먹고 술 한번만 안먹어도 나오는 돈인데

이까짓 돈 얻으려고 자식같은 걸 팔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보드게임으로 태어난 이상 책장에 박혀있는 것 보단

새 주인을 만나서 돌아가는 게 행복할 것 같다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보내준 이상 쿨하게 잊어야 할텐데 자꾸 미련이 남습니다.

이게 다 게이머로서 렙업하는데 필요한 성장통이겠죠?

보드게임 긱 콜렉션에 유일하게 박혀있는 Prev. Owned를 보고 찡해져서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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