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보드게임 방과후 수업 후기입니다
개인 기록처럼 남긴 글을 보드라이프에 올리는 것이라서, 본문은 1인칭(일명 half word)으로 썼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막바지로 가는 방과후 수업. 학생들을 추가로 받아서 12명이 되니까, 수업하는 분위기는 난다.
하지만 그만큼 동시에 신경 써야 할 것도, 부족한 점도 많아서 이래저래 고민이다.
방학 때는 5일 연속으로 집중해서 할 생각이다.
학기 중에는 학원 등의 문제로 참여 못 했던 학생들 중, 방학 때는 수업 듣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그 학생들이 대부분 똘똘하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ㅡ.ㅡㅋ
조개는 병원 간다고, 소환사는 또다시 말없이 빠졌다. 대신에 발리가 친구 한 명 데리고 왔다.
레전드, 마블, 발리, 발리 친구, 짱, 제이콥.
최저가, 하늘, 성미, 설빙, 스팸. 이렇게 11명.
지난주에 사회쌤과 내가 담당 할 게임을 미리 알려주고, 학생들에게 선택하라고 했더니...
인기투표가 돼버려, (선택받지 못한) 나는 상처(?)를 받았었다.
그래서 오늘은 게임만 소개하고, 누가 무슨 게임을 가르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오늘의 게임은 드림홈과 킹, 퀸 도미노.
사회쌤이 4명을 데리고 드림홈을 하고, 내가 7명을 데리고 킹, 퀸 도미노를 하기로~
나
"자~ 오늘은 지난주와 반대로 새로 온 학생들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겠습니다. 우선 설빙? 어떤 게임하시겠습니까?"
설빙 (이미 나에게 살짝 언질을 받았다)
"드림홈이요~♡"
나
"다음은 스팸?"
스팸
"드림홈!"
나(사회쌤이 드림홈을 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눈치챘나?)
"짱?"
짱
"도미노요~"
나
"제이콥?"
제이콥
"도미노."
나(아... 이런, 여학생과 남학생으로 나뉘는구나)
"하늘?"
하늘
"드림홈이요~"
이때 최저가가 끼어들었다.
최저가
"선생님! 저도 드림홈 하고 싶어요~"
그러나 나는 그런 최저가를 쳐다보며, 성미에게 물었다. ㅡ.ㅡ;;;
나
"성미?"
성미
"드림홈이요..."
결국 여학생 다섯 명중 최저가를 제외한 네 명이 드림홈으로 결정되었다....
최저가
"저만 여자잖아요~~"
최저가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네 명의 여학생들을 사회쌤이 있는 곳으로 보냈고, 나머지 7명(최저가 + 남학생 여섯 명)을 데리고 킹, 퀸 도미노를 세팅했다.
(짱, 레전드, 제이콥은 킹 도미노)
(최저가, 발리, 발리 친구, 마블은 퀸 도미노)
(스팸, 설빙, 성미, 하늘은 드림홈)
이하는 킹, 퀸 도미노에 대한 개인 평입니다.
*장점
1. 룰을 이해하기 쉽다.
-룰을 이해하기 쉽다는 것은 어린 학생들이나 혹은 초심자에겐 큰 장점입니다. 어떤 게임들은 플레이하는 것은 어렵진 않지만, 처음 룰을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잔 룰이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초반 진입 장벽이 높아서 지루해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막상 게임도 하기 전에 진이 빠집니다. 설명하는 사람이 힘든 건 덤이고요...
2. 룰도 쉽고 액션도 쉽다.
-실제 플레이하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고르고 놓는다. 점수 내는 방식도 직관적이라, 헛갈릴 일도 거의 없습니다.
3. 룰도 쉽고 액션도 쉽다고 해서, 생각할 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타일을 뽑아서 놓기만 하는 게임이었다면, 이 게임은 타일 빨 유아동 게임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건 플레이어 본인의 다음 수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이 아니라, 눈 앞의 것과 다음 것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이것을 가져가고 다음 것의 우선권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이번은 무난하게 선택하고, 다음 것의 우선권을 가져가느냐? 하는 고민을 게임 내내 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겐 이러한 고민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4. 성취감이 있다.
-5x5(7x7)로 만든 자신의 왕국을 보면, 성취감이 있습니다. 특히나 시작 타일이 정중앙에 위치하며, 모든 타일이 다 놓여 빈틈이 없을 경우가 더 그러합니다. (점수는 둘째 치고, 이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ㅋ)
*단점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장점과 단점은 같은 것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1. 쉽다.
-배우기 쉽고, 하기 쉽고, 질리기 쉽고
2.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행동만 반복한다.
-고르고 놓고, 또 고르고 놓고, 또 고르고...
나중에는 생각이고 뭐고, 내가 원하는 타일이 없으면 짜증만... ㅡ.ㅡ;;;
3. 5x5는 너무 심심하다. 기본 킹 도미노는 연습용일 뿐이다.
-이건 그나마 2인이면 7x7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하나 가지고는 3인 이상은 5x5로 해야 하는데, 재미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킹 도미노 본판은 너무 심심합니다. 몇 판 하고 나면 더 이상 할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퀸 도미노가 추가 요소가 있어서, 리플레이성이 높아집니다.
*결론
-해 볼 기회가 있다면, 한두 번 해보는 것은 추천
-초등학생이 있다면, 괜찮음
-2인이라면, 무조건 7x7로
-킹, 퀸 도미노를 합쳐서 3, 4인이면 7x7로 해보는 건 재미있음.
(드림홈을 열심히 플레이 중인 네 명의 학생들)
(퀸 도미노를 마친 모습)
두 테이블에 동시에 게임 설명을 하느라, 킹 도미노와 다르게 퀸 도미노에서 추가된 요소인 기사와 마을 타일은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퀸 도미노 타일로 킹 도미노처럼 플레이함.
발리 친구가 1등, 마블이 2등, 발리가 3등, 최저가가 4등 ㅡ.ㅡ;;;
(킹 도미노를 마친 모습)
제이콥이 깔끔하게 완성하며 1등을 했다.
짱과 레전드는 서로 견제(?)하느라 점수가 낮았음.
일단 한 번씩 해봤으니 적응이 되었으리라 보고, 다음 판을 진행하려는데...
짱이 팀플로 하고 싶단다.
내가 처음에 게임 설명할 때, 원한다면 팀플이 가능하다고 했었다.
다른 학생들도 좋다고 해서 킹, 퀸 도미노를 섞어서 둘씩 네 팀이서 팀플 하기로.
발리 친구와 최저가. 마블과 발리. 짱과 레전드. 나와 제이콥. 이렇게 4팀으로 나누었다.
(레이디 퍼스트? 최저가에게 첫 타일을 고르는 기회를 줌!)
(한창 진행 중인 게임. 내가 타일 깔기를 전담했는데 조금이라도 늦게 깔면, 발리가 빨리 깔라고 성화였다. ㅡ.ㅡ;;;)
최저가와 발리 친구는 같은 반이었다. 둘이 친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끄럽긴 제일 시끄러웠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네 탓을 하는데... 옆 테이블의 사회쌤이 시끄럽다고 핀잔도 주더라 ㅋ
발리와 마블은 서로 성격이 반대다. 시끄럽고 외향적인 발리, 조용하고 내성적인 마블. 발리도 최저가팀 못지않게 시끄러웠다. 특히나 다른 팀인 자기 친구가 타일을 고르려 할 때마다 (자기가 원하는 타일을 가져가지 않도록) 말빨로 설득하느라 애썼다. ㅡ.ㅡㅋ 본인이나 잘하지 쯧쯧.
짱과 레전드는 계속 나와 제이콥을 신경 썼다. 수시로 점수 계산하면서, '이 타일 가져가네', '저 타일 가져가네' 등 상황 분석 및 해설을 하더라.
다른 팀은 쳐다도 안 보고, 오로지 우리 팀만 신경 씀.
제이콥은 상당히 조용했다. 나는 내가 혼자 다 판단해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수시로 제이콥에게 의견을 물었다. 제이콥의 답이 늦어질 경우에는, 내가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제이콥의 결정에 따랐다.
시끄러웠던 게임은 끝이 나고,
대망의(?) 점수 계산!
(최저가와 발리 친구)
뭔가 만든 것 같은데, 점수가 별로 없다.
자잘자잘하게 만들어서 그런 것일까?
(마블과 발리)
크게는 만들었는데, 왕관이 없다. 그러니 점수가 낮을 수밖에...
(나와 제이콥)
바다를 주력으로 잘 만들었다. 특히나 네 팀 중 유일하게 빈칸 없이 깔끔하게 완성 ^^
(짱과 레전드)
숲과 초원을 크게 만들며, 큰 점수 두 개를 획득했다. 중간에 깔끔한 완성을 포기하면서 까지 영역 점수에 신경 쓰더니, 결국 이 팀이 일등!
(게임은 이렇게 끝이 났다)
실은 마지막 타일 가져갈 때, 마블-발리 팀과 최저가-발리 친구 팀이 (자신들에겐 별 필요 없는) 내가 꼭 필요한 타일 두 개를 모두 가져가 버려서 졌다는...(이라고 핑계 대봄 ㅋㅋ)
(드림홈은 도미노보다 조금 일찍 끝이 났다)
스팸이 두 번 모두 일등! (그리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며 말하더라. 자기 일등 했다고 ㅡ.ㅡ;;;)
조용히 자랑(?)하는 스팸. 그렇게나 인정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 시간에 칭찬을 해야겠다.
사회쌤의 증언(?)에 따르면, 성미가 고집이 있다고 ㅎㅎ
지난주 노흐말 할 때에는, 칸을 다 칠하는 것이 아니라 별표를 지우는 재미로 게임하더란다.
그런데 오늘은 라운드마다 카드 가져갈 때, 계속 선 만 잡더란다. (참고로 선을 고르면, 당장의 카드 하나를 손해 본다)
덕분에 성미 오른쪽에 앉았던 설빙(성미 친구)이 계속 순서상 꼴찌가 되어서, 게임 내내 시달렸단다 ㅋㅋㅋ.
설빙이 성미 보고, 너 왜 그러냐? 하고 물었지만
성미의 답은, 난 하나가 꽂히면 그것만 해, 였단다. (무서운 성미 ㄷㄷㄷ)
설빙은 애 같았다. 드림홈이 끝나고, 수업 시작 전에 본 카드 게임을 하고 싶다고 보채더라는... (튤립홀릭이란 게임)
수업 시간이 다 끝났는데도, 자기는 집에 늦게 가도 된다며, 더 하자고 계속 조름 ㅡ.ㅡ;;;
하늘이는 (걱정과는 다르게?) 자신의 것을 잘 챙겨가며 열심히 했다. 점수 계산 시에 사회쌤이 놓친 부분을, 하늘이가 찾아내서 점수를 챙겨갔단다 ㅡ.ㅡㅋ
(그래, 하늘아~ 본인 점수는 본인이 잘 챙기는 것이 맞지~~)
수업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방학 때에도 드림홈 하자는 하늘이 ㅋㅋ
이렇게 오늘 수업이 끝이 났다.
이제 두 번의 수업만 남았다.
다음 주는 논리 게임으로 하고, 마지막은 파티 게임으로 마무리해야겠다.
Ps. 다른 학생들은 다 갔는데, 최저가만 남았다.
기어이 뒷정리 도와주고 가겠단다.
나는 일부러 최저가를 내 등 뒤로 두고, 사회쌤을 바라보며 (마치 아무도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나
"지금까지 수업해보니까, 최저가가 제일 성실하고 착합니다~♡ 설문지도 제일 열심히 써오고요! 그래서 첫 시간에 약속한 대로, 최저가에게 선물을 주려하는데, 1인플이 가능한 퍼즐이나 퀴즈 게임을 줄까 합니다."
최저가(갑자기)
"퍼즐 좋아요~~~"
나(당황한척하며)
"아니? 아직 안 갔습니까? 지금까지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어요??"
사회쌤은 나의 능청스러운 모습에 웃었고, 최저가는 뭔가 황당하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