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보드게임 방과후 수업 후기입니다
개인 기록처럼 남긴 글을 보드라이프에 올리는 것이라서, 본문은 1인칭(일명 half word)으로 썼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래 계획은 학생들을 반으로 나누어, 카루바와 코코로 애비뉴 of 코다마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면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것 같아서, 게임 하나를 더 추가하기로~
우선 코코로 애비뉴 of 코다마가 동시에 8명(그 이상도 가능하지만, 게임 안에 개인판이 8개까지라서)이 가능하니까 이걸 다 같이 하는 것으로 하고,
남은 시간은 두 팀으로 나누어, 카루바와 블루라군을 하기로 정함.
그렇게 수업을 시작하는데...
5명? 지난주에 이어 소환사와 조개가 안 왔고, 하늘이도 일이 있다고 못 온단다.
어쩔 수 없이 5명과 수업 시작!
오늘은 내가 아닌 사회쌤이 설명을 시작하셨다.
나는 사회쌤의 설명을 들으며, 더 강조할 부분을 체크하고 기다렸다.
사회쌤의 설명은 특유의 꼼꼼함과 부드러움이 있고, 그에 반해 나의 설명은 억양과 템포의 강약 조절이 있다.
*코코로 애비뉴 of 코다마(이후부터 코비뉴로 부름)
나는 코비뉴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고민했다.
내가 실행한 방법은
1) 일단 핵심만 강조
*코비뉴는 카드에 나온 모양을 자신이 선택한 공간에 그려서, 길을 만들어 이어가는 게임입니다.
*각각의 집을 기준으로 이어진 길에 있는 물체(애벌레, 꽃)의 수가 점수입니다.
*카드 중 노란색 카드가 네 번 나오는 순간, 한 라운드가 끝이 나고 점수를 계산합니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이번 라운드 점수는 직전 라운드 점수보다 커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0점이 됩니다.
*게임은 6개의 집(A~F) 중, 5개만 쓰입니다. 따라서 5 라운드까지입니다.
2) 시범 라운드 및 큰 그림
개인판 가운데에 있는 B를 기준으로 연습을 했다. 내가 직접 뽑은 카드의 숫자를 부르면서 각자의 개인판에 숫자에 해당하는 길을 그리게 하고, 노란색 카드가 나올 때마다 카운트를 해주었다. 3장째 노란 카드가 나오면, 언제든지 다음 카드에서 라운드가 종료될 수 있단 것도 강조했다.
그렇게 학생들이 길을 그리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게임을 진행하면서, 큰 그림을 설명했다.
*이 게임은 당장 눈앞의 것에만 신경 쓰는 게임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나중을 신경 써야 하고, 애초에 큰 틀에서 길을 생각해 놓아야 합니다.
*직전 라운드보다 이번 라운드 점수가 높아야 한다는 것은, 초반의 큰 점수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뜻이므로, 차라리 적은 점수로 시작해서 라운드마다 차근차근 점수를 늘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큰 점수를 얻기 위해선, 두 가지를 신경 써야 하는데
1. 우선 미리 머릿속에 전체 그림을 그리며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길을 이으면 그것도 연결된 길이 되고, 한번 점수 계산을 했다고 해서 애벌레와 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반복해서 써먹어야 합니다. 중간에 한 칸 정도 일부러 잇지 않고 기다렸다가, 필요할 때 이으면 됩니다.
2. 그리고 보너스도 은근히 쏠쏠합니다.
좌상에 위치한 여자는 애벌레, 우하에 위치한 사자는 꽃이 이어진 개수만큼 게임 종료 시에 점수를 받습니다. 이것 또한 게임을 하면서 중간중간 신경 써서 길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렇게 게임하려면,
초반에는 당장 필요 없어 보이는 모양의 길이라도, 나중을 위해 미리 그려놓으면 좋습니다.
후반에는 선택과 버림을 잘해야 합니다.
과한 욕심은 게임을 망칩니다. 필요 없는 공간을 활용해 버릴 것은 확실히 버리고, 최대한 빨리 길을 이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앞에 많이 나온 모양(카드 숫자)은 뒤에는 적게 나올 것이고, 반대는 반대이므로, 이것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시범 라운드를 진행하며, 설명을 했다.
3) 사회쌤과 나의 관찰 및 조언
사회쌤은 마블과 성미, 최저가 사이에 앉아서 지도했고, 나는 발리와 레전드 사이에서 지도와 전체 진행을 했다.
가급적 학생들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망설이거나 질문을 하면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지도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이므로, 방향만 알려주고 지켜보는 것이다.
시범 라운드가 끝이 나고, 실제 플레이가 이어졌다.
♤레전드
초반에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레전드의 선입견? 이라고 해야겠다. 길을 그리는데 칸의 중앙에 그려야 하는데, 칸을 구분하는 선을 따라 그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은근히 헛갈리는 듯하다.
시범 라운드에서 계속 헤매던 레전드. 그러나 적응하고 나서는 실력을 발휘했음.
1, 2R) 소심하게
3, 4R) 큰 그림 그리며 착실하게
5R) 어느 정도 원하던 길을 완성하며 마무리
$최저가
시범라운드에서 큰 그림 설명을 듣고 가장 자신만만(?)했었다.
본 게임에 앞서 "큰 그림 기대된다"라고 말하니까, 웃으면서 부끄러워하더라.
그러다 본 게임의 4R에서 울상이 되었다는... ㅜㅜ
1, 2R) 소심하게
3, 4R) 여전히 소심하게, 그러다 4R에서 망침
5R) 그래도 만회
☆성미
가장 집중력이 높고, 착실한 성미. 시범 라운드에서 가장 이해력이 뛰어났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사회쌤도 성미에겐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본 게임.
성미같이 혼자만의 집중력이 뛰어난 애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데로 하려고 한다. 그게 무엇인지 보고 싶었으나, 결국 못 봄 ㅡ.ㅡ;;;
1, 2R) 더 소심하게 1점씩 (남들은 다 2점)
3, 4R) 잘 계산한듯 하다가 4R에서 망침
5R) 이미 꼬여버린 길. 만회 불가
¿마블
휴... 사회쌤이 제일 관심을 가지고 지도함.
당장 눈 앞의 것에만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기도하고, 소망하고... ㅡ.ㅡ;;;
큰 그림의 의미와 계획은 거의 없음.
마블은 익숙한 것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지, 새로운 것에 대한 예측 능력은 부족함.
게임 진행 중 한숨과 탄식 소리가 제일 큼 ㅡ.ㅡㅋ
1, 2R) 2R에서 점수를 남들보다 높게 잡음
3, 4R) 3R를 잘 넘기고, 남들이 실패한 4R를 잘 함.
5R) 그리고 마무리 잘 함. (고생하셨습니다 사회쌤 ㅋㅋ)
♧발리
게임 센스가 있음. 승부욕도 있고. 친구 놀리는 능력도 있고...(애들은 이 맛으로 게임하죠)
시범 게임에서부터 나의 특별 관리를 받았음.
큰 그림에 대한 이해가 유독 큼 ㅋㅋ
본 게임에서 1R부터 큰 그림만 그림.
정말 큰 그림만 그리다가 중간에 좌절함.
덕분에 5R에서 제일 적극적이고, 목소리 크고 난리도 아니었음.
그런데 진짜로 성공?
1, 2R) 초반부터 착실하게, 아주 잘 함
3, 4R) 그런데 망쳐버림. 너무 큰 그림 그리다 다 놓침
5R) 마지막에 극적으로 다 이어버림. 특히 좌상과 우하도 이어버림.
이 게임의 재미있는 포인트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기대가 탄성 혹은 탄식으로 바뀌는 장면이 많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위해서, 중간중간 연출을 했다.
*시범 라운드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미리 설명한 점!
*4라운드에선 노란색 카드만 4장 연속 나오게 해서, 학생들을 초조하게 만든 점!
*마지막 5라운드에서는 일부러 카드를 학생들이 뽑게 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골라보라고 기회를 준 점!
*마지막 카드로 학생 5명 중 4명이 간절히 바라는 숫자 카드를 꺼내며, 게임을 끝낸 점!
카드가 공개될 때마다 한숨과 기쁨이 나오고,
마지막 순간 학생들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올 때는 나도 즐거웠다.
승부? 점수?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생각한 대로 게임이 이루어지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오는지, 오로지 본인에게만 집중하면 되는 게임이다.
이후는 사회쌤이 여학생 둘을 데리고 카루바를,
(각자의 것에 집중하기만 하면 되는 카루바?
딱 하나! 다른 사람 것을 볼 필요가있다. 어느색 말이 앞서 있는가?)
(성미! 사회쌤 말 잘 듣고 잘 따라함.
가급적 사원 앞보다, 인물 앞에 먼저 길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최저가! ......
저기요? 학생?? 이게 뭡니까? 숫자는 바로 놓읍시다~~)
나는 남학생 셋을 데리고 블루라군을 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여기서도 성향이 나온다
왼쪽 레전드와 오른쪽 발리의 토큰 모습)
블루라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쉬운 듯? 쉽지만은 않은 게임이다.
게임은 영향력 게임으로 볼 수 있으나, 추상전략 느낌이 (아니, 차라리 추상전략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강하다.
각 섬의 영향력을 키워야 하고, 또한 가장 긴 줄을 만들어야 하고, 보물도 틈틈이 챙겨야 하고, 상대의 진로를 막기도 하고, 유리한 포인트를 선점해야 하며, 2라운드를 위해 거점 배치도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 등...
게임은 무척 (하기가) 쉽다.
(파랑 레전드. 빨강 발리. 노랑 마블)
(레전드는 아직 미완성, 발리는 큰 줄기가 끊겼고, 마블은 중구난방)
그러나 추상전략이 그렇듯, 고수(이 게임에선 수싸움)랑 하게 되면 어려운 게임이다.
단지, 수싸움에 능하고 심리전에 능한 고수가 이 게임을 할 이유가 별로 없어서, 실제 게임은 애들이 바둑 처음 하듯이 흘러간다.
바둑을 좀 둬보신 분들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그에 걸맞은 상대가 있어야 하고, 몇 판 정도까지이다)
(다들 집중!!!)
학생들의 취향에는 맞는 것 같았다.
앞서 코비뉴 할 때는 그렇게 시끄럽던 발리마저도, 입을 꾹 다물고 집중하더라 ㅋㅋ
(위 최저가. 아래 성미)
여학생들과 카루바를 하고 계시던 사회쌤이 "거기 왜 이리 조용해?"라고 하실 정도로, 나 포함 네 명은 도서관처럼 조용했다 ㅡ.ㅡ;;;
(일부러 마을은 안 썼음)
(마블은... 역시 큰 그림에 약하다.)
시간 관계상 블루라군은 1라운드만 진행했지만, 학생들은 맘에 들어했다.
나는 여름방학이나 2학기 때는 제대로 할 것이라며, 그때도 수업 들으러 오라고 했다 ㅡ.ㅡㅋ
마침 카루바는 시간 딱 맞게 끝이 났고, 수업을 마쳤다.
(성미 것이 치워지기 직전에 찍음. 아주 잘 했음!
빈칸이 10개 이상이면 효율적으로 타일을 잘 놓은 것이라 생각한다)
후기 쓰기 전에 듣기론
소환사는 친구들이랑 피시방을 갔고,
조개는 병원, 하늘이는 엄마랑 친척집에 갔단다.
사회쌤은 소환사에게 또 빠지면 전화찬스로 엄마크리를 날리겠다고 경고했다 ㅋㅋ
아마 다음 주는 8명이 다 올 것 같다. ^^
그리고 홍보도 할 겸, 1학년 학생들 중에서 하루정도 참관 및 체험을 허락할 예정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보조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혹시, 희망하시는 분? ㅡ.ㅡ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