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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무미누 보드게임 입문리스트 : 추상전략 장르

2,144 조회

2019.02.18 12:34

(리뷰 게시판에 요로코롬 올리는 것이 맞겠죠?!)

보드라이프 기준으로 '초심자 기준' 가이드입니다. (보라 멤버분들 보드게임 경력은 호달달...)

초심자 기준이라는 근거는, 실제로 제 작업실(겸 매장)에서 손님들께 추천해주는 커리큘럼으로 활용하며 체감한 주관적 관점입니다!

피드백은 아낌없이 주시면 받아적고 공부하겠씀다!!!

(테스트를 수없이 거치고 있으니 이 느낌적인 리스트를 활용해서!!! 친구녀석들을 보드게임 세계로 인도해주시옵소서ㅋㅋㅋㅋㅋㅋ)

그럼 본문 시작해보겠습니다!

[특징 : 추상전략]

‘추상전략’이라는 게임 장르의 특징은 간단합니다. 규칙을 익히기는 쉬운데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죠.

더 자세히 말해, 추상전략에서는 게임 진행 정보가 전부 공개되어 있고, 상대의 실수가 아니고서야 운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바둑, 장기, 체스류를 전형적인 추상전략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여기서 느낌이 오실텐데…. 추상전략에서는 다른 거 없이 오직 수싸움만으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합니다.

그래서 3~4인용보다 2인용 게임군에서 잘 나가는데,

여러명이서 게임을 하게 되면 수싸움만큼이나 정치에도 신경을 쓰게되니까 그 고유의 수싸움하는 맛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명작 추상전략은 2인에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 점때문에 의외로 한가지 좋은 팁이 생깁니다.

두 명이서 어느 보드게임 체험 공간(흔히 보드카페)을 가더라도, 추상전략이라는 단어로 큰 범주를 걸러낼 수 있게 되죠.

2인용 보드게임에서는 경매, 협잡 등 파티성이 강한 여러 장르가 제한되는데, 대신 추상전략이 꽉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상전략이 좋다면 해당 장르를 추천해달라고, 혹은 다음 게임은 추상전략 이외의 장르를 추천해달라고만 해도 원하는 분위기의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중 세가지 정도, 추천드릴만한 게임을 추려봤습니다.

두명이 가볍게 이야기하며 즐기기에 좋고 진지하게 머리를 써서 겨루기에도 좋습니다.

어떤 방향이든 맘에 드실거에요!

제 작업실에서 사람들에게 알려드리는 순서대로 다뤄보겠습니다.

쿼리도 (Quoridor)

쿼리도는 후술할 게임들보다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게임 승리 조건부터 묘합니다.

서로 상대방의 시작지점을 향해 전진하고 먼저 상대편에 도착한 플레이어가 이기게 됩니다.

2인 말고 4인이서도 즐길 수 있지만, 그 진면목은 역시 2인에서 나옵니다.

다른 추상전략에 비해 훨씬 간단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싸움이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앞을 내다보고 얼마나 내 전략을 들키지 않고 구사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죠.

우선, 플레이어는 본인의 차례에 상하좌우로 한칸 이동하거나, 벽을 놓아 상대를 막을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만 해야하고, 만일 상대방의 말이 내 말 바로 앞에 있으면 건너뛸 수도 있죠.

가장 중요한 규칙은, 어느 경우에도 상대가 아예 이길 수 없도록 길을 폐쇄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규칙으로 인해, 전체 게임판을 나와 상대가 가진 각 10개의 벽으로 어떻게 구축하고 돌파할 것인가를 신경써서 수싸움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초중반이 신중하며, 게임 진행 방향이 어느정도 구체화되면 누가 이기는지가 보입니다.

플레이어가 겪는 흥미로운 딜레마는, 이곳저곳 벽을 아낌없이 쓰다가는 정작 중요할 때 못 쓰는데 그렇다고 아끼기 시작하면 자칫 놓아야할 타이밍을 놓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큰 게임판이 결국은 하나의 길로 압축이 될텐데, 그 압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내 벽을 덜 쓰고), 나에게 유리하게 시키는가를 판단해야하죠.

따라서 이동할 때는 상대가 막으려면 벽이 더 필요한 곳(대개 홀수칸)으로 가는게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위와 더불어, 심리적으로 유리해지고 수의 경우도 많아지게 하려고 최대한 벽을 아끼는 플레이를 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이 딜레마란….

이처럼 추상전략은 기본적으로 게임의 본질인 리스크 관리도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쿼리도는 비주얼도 좋습니다.

유럽 특유의, 나무결이 살아있도록 색을 물들인 것도 고급스럽고, 패키징 자체가 중후한 매력을 가지고 있죠.

지가믹(Gigamic)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원목 추상전략 시리즈(퀵소, 콰르토 등)는 전부 이런 통일된 패키지라 한데 모아두기 이쁩니다. 단가가 높다는 것만 빼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쿼리도는 플레이타임(소요시간)이 빠르고 어떻게 보면 목적지까지 가야하는 레이싱 게임이라서 끝날 때까지의 수 계산이 바둑류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지셔닝이 추상전략 입문용이랄까요.

아발론 (Abalone)

(낡음 주의)

두번째 게임인 아발론도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만, 쿼리도보다 뒤에 놓은 이유는 스노우볼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고 있는 사람이 쭉 리드하기 쉽죠.

쿼리도의 경우 벽을 잘써서 리드를 한다고 해도 남은 벽의 갯수가 줄어들어서 상대방이 다시 리드할 확률이 높아지기라도 하는데, 아발론은 그런 점이 없습니다.

좀 더 자세히 게임 방식을 알려드리면, 우선 플레이어는 본인 색깔의 돌을 여섯 방향중 하나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동 방법은 크게 두 방법인데, 약간의 잔룰이 있습니다.

한개부터 세개까지, 서로 딱 붙어있다면 함께 이동시킬수 있으며 ‘선’으로 밀거나, ‘면’으로 밀 수 있습니다.

독특한 점이, 일직선으로 미는 상황에서 상대보다 돌의 갯수가 ‘많고’ 붙어있을 때, 같이 진행방향으로 한칸 밀어버릴 수 있습니다.

적거나 같으면 못 밀구요. 이를 이용하여, 게임판의 최외곽에서 상대의 돌을 밀어버리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고, 이렇게 상대 돌 6개를 빼면 이기게 됩니다.

재미는 여기서 나옵니다. 여섯 방향의 이동과 내 병력 전체의 균형, 힘점을 한 수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거죠.

상대의 공격을 피해도 되지만, 공격로를 끊거나 힘점을 바꿔 공격권을 뺏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바로 여기서 게임이 많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작업실 초기에 아발론을 설명드릴 때는 플레이어가 난색을 표하기 쉬울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난이도에 비해 실제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의외였죠.

아발론을 다시 찾는 손님도 많았습니다.

가만히 지켜보기도하고 직접 여쭤보기도 했는데, 이유는 아발론의 ‘손맛’이었습니다.

돌의 촉감이 맨들맨들하다는 것을 떠나... 아발론 게임판에서 돌을 살짝 밀때 탁하고 밀리는 그 타격감(?)이란… 상당히 좋고, ‘한판 더'를 불러일으키죠.

비주얼도 흑과 백으로 담백하게 구성되어있으니, 이쁩니다.

드본 (Dvonn)

본 화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게임은 드본입니다.

드본 또한, 쿼리도가 속해 있는 지가믹 추상전략 시리즈처럼 기프(GIPF) 프로젝트라는 시리즈에 속해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선호하는 게임이고, 쿼리도-아발론과 연계하기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기프 프로젝트의 강점은, 테마가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테마와 게임이 잘 맞아떨어지는 게임을 높게 평가하는데, 보통의 추상전략은 말그대로 추상적이기 때문에 테마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프 프로젝트의 게임들은 자연물에 빗대어 테마를 넣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특히 테마 하나만으로는 토네이도에 빗댄 인쉬(YINSH)가 가장 마음에 들었죠.

드본같은 경우는, 패키지에서 느껴지듯 화산을 테마로 잡았습니다.

덕분에 게임 박스를 옆에놓고 게임판을 펼쳐 게임을 하고 있으면 특히 이쁘고 고급스럽습니다.

그 게임판의 모습을 마치 긴 원형의 지구를 세로로 자른 것이라 생각하면 게임을 이해하기 편합니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는 겉 표면부터 타일을 움직여야하고, 주변 여섯 방향이 가득 차있는 타일은 움직일 수 없거든요.

추가로 흑과 백으로 구성된 플레이어 색상 이외에 도드라지는 빨간 타일은, 열기가 뿜어져나오는 화산 혹은 핵(Core)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재밌는 점은 여기서부터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때문에 단 한 개의 빨간 타일이라도 연결되어 있어야지만 플레이어의 타일은 살아있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와 단절되는 순간, 모두 바스라져 즉각 게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치명적입니다.

역시 쿼리도와 아발론을 즐긴 후, 그 마지막에 위치시킨 만큼, 규칙이 좀 까다롭긴 합니다.

우선 승리조건은 두 플레이어 모두 본인의 차례에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서 게임이 종료되면, 그 때 상대방보다 많은 타일을 점령하고 있으면 승리합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순서대로 타일을 배치하고 시작하는데 빨간 타일까지 모든 배치가 끝나면, 본인 색깔의 타일을 아발론처럼 여섯 방향으로 한칸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때 그 지점에 원래 있는 타일 위에 쌓습니다.

만일 상대방의 타일이 있었다면 내 색깔의 타일이 위에 올라가게 되므로, 소유권도 내 것이 되는 것이죠.

쌓은 것은 그 갯수만큼 이동거리가 되는데, 5개가 쌓여있다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직선으로 무조건 다섯칸을 이동해야 합니다.

중간에 방향을 바꾸거나 내 맘대로 원하는 만큼만 이동하면 안됩니다.

개인적으로 맨 처음 시작할 때는 감이 안오기 때문에 모든 타일을 잘 섞어서 맵에 무작위로 놓고 시작하고,

두번째 게임부터는 진 사람부터 빨간 타일을 두개를 가지고 먼저 바둑 놓듯 하나하나 배치하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드본은 상대 타일 위로 엎으면 조종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다양한 변수를 만들기 때문에 소유권 압박이 거셉니다.

심지어 빨간 타일 또한 내가 위로 덮어서 나중에 그 자체를 이동시킬 수도 있죠.

타일이 없는 곳으로는 착지 할 수 없는데다, 쌓인 갯수만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사정거리를 잘 계산해야합니다.

그래서 스택이 높게 쌓이면 쌓일수록 이동하기 힘들어져 공략당하기 쉽죠.

이를 활용하여, 게임 끝나면 내 색이 위에 있는 스택을 다 합쳐 쌓아서 상대 스택보다 높으면 이기는 식으로 쉽게 계산하셔도 됩니다.

내 차례를 패스, 넘겨버릴 수는 없고 할 수 있는 이동이 있으면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는 강제가, 게임을 마지막까지 쫄깃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드본은 수싸움이 재밌어지게하는 매력적인 게임이죠.

Fine.

이로써 쿼리도부터 드본까지, 이로써 5년간 수천명의 손님을 대하며 반응이 가장 좋았던 2인용 추상전략 게임 커리큘럼을 적어봤습니다.

자세한 규칙은 각 게임별 공식 규칙서를 각 출판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보드라이브, Boardgamegeek)에서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 회차에는 조금 더 가볍게, 심리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사진 찍어주신 감사한 사진 작가님
@studiosio
http://studiosi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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