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몰] 브금레터 17th -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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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15:20

브금레터 17번째 이야기

- 2022년 12월호-

<디스틸드> 기획 기사 #2.

뚜껑을 열어보니..

*디스틸드 기획 기사 1편은 지난 호에서 보실 수 있어요

👉브금레터 11월호 보러 가기

에? 내가 만든 게 브랜디가 아니고 보드카라구???🙄

<디스틸드>는 증류 업자가 되어 양조장을 경영하고, 자기 브랜드의 술을 제작해 돈과 점수를 얻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서 술을 제조하기 위해선 우선 각종 재료들로 자기 증류주 더미를 만든 후 섞습니다. 이 더미엔 포도나 호밀 같은 당분 재료들을 비롯해 효모와 물 등이 포함되지요.

증류주 더미를 만들었다면, 이제.. 정갈한 마음으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기도를 드린 뒤…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증류주 더미에서 제거하세요.

두 장을 제거하고 남은 더미가 이제 당신이 만든 술입니다.

완성된 술을 살펴봅시다. 혼합 과일 두 장과 포도 한 장, 알코올 세 장과 물, 효모를 한 장씩 넣어 더미를 만들었었는데요. 첫 장을 제거할 때 포도가 제거되고 말았군요! 마지막 장은.. 제길! 혼합 과일이 제거됐습니다! 기도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레시피와 대조해 보니, 과일 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술은… 보드카군요! 숙성고로 보낼 수 없어 바로 팔아야 하는 그 보드카 말이죠. 브랜디가 제작되길 기원하며 과일 카드를 세 장 넣었는데, 하필이면 제거된 카드 두 장이 모두 과일 카드입니다.

하아.. 물론 확실하게 브랜디를 만들기 위해선 과일 카드를 한 장 더 넣었으면 됐었죠. 그러나 자금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디스틸드>에서 최소 2원인 과일 카드를 한 번에 네 장이나 넣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반면, 확률을 뚫고 초반에 브랜디 제작에 성공하면 숙성 보너스와 각종 조건 달성 보너스를 노려볼 수 있었죠.

뭐, 그래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게임은 아직 초반이니까요. 비록 브랜디가 아닌 보드카가 만들어졌더라도, 제거된 과일 카드 두 장은 저장실로 돌아오니, 다음을 기약해 볼 수 있습니다. 보드카를 팔아 번 돈이 도움이 되겠지요.

다음 라운드에선 과일 카드 네 장을 넣어 만들어 볼까요? 아니면 과일 카드를 두 장이나 사는 대신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술 제조는 다시금 확률에 기대볼까요? 오, 마침 확률 싸움에 도움을 주는 설비 카드가 시장에 풀렸네요.

에이, 설마 과일이 또 두 장이나 제거되겠어요?

실제 증류주 제작 과정에서 비롯

증류주 더미에서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제거하는 이 기믹은 실제 증류주 제작 과정에서 따온 것입니다. 증류주 제작 시 처음과 끝에 나오는 추출물들은 제거되는데요. 처음엔 독성이 강한 알코올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이 마실 수 없고, 마지막엔 향이 좋지 않아서입니다.

또 증류를 막 거친 술 방울은 순수한 알코올에 가까워 원재료에 따른 향미나 개성을 강하게 풍기지 않습니다. 브랜디나 위스키의 풍부한 향미와 색은 사실상 숙성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곡주를 증류한 어떤 술을 보드카라 부를지, 위스키라 부를지, 소주라 부를지는 술이라는 액체 그 자체의 성분에서 기원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어디서 누가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증류했으며, 어떤 처리를 해서 어떤 병에 담아내는지에 따라 결정되지요.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형성된 향미는 섬세한 미각을 요하는 미식의 장을 열어냅니다.

하여 술을 마신다는 것은 그저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 아닌, 지역의 산물과 문화 그리고 응축된 기술을 향유하는 것이지요. 마치 우리가 그저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승리하기 위해서만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크고 무겁고 꽉 찬 박스

모든 것에 꼭 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디스틸드> 본판에는 400여 장의 카드와 8개의 도톰한 게임 보드, 듀얼 레이더 보드 5개, 토큰 160여 개에 마커 및 큐브까지 커다란 박스 가득 들어있습니다. 18명의 증류 업자는 세계 각지의 술 문화를 대표하고 있으며, 잘막하게나마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풍성한 구성품은 트레이에 깔끔하게 수납됩니다. <스카페이스 1920>, <알함브라>의 트레이를 디자인한 Game Trayz에서 내부 트레이를 설계했거든요. 펀칭을 하고 남은 보드를 하부 트레이 밑에 채워 넣으면, 흔들림 없이 꼭 맞아떨어지도록 디자인됐습니다. (펀칭 보드를 버리지 마세요!)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확장> 구성품을 담아낼 공간까지 트레이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디스틸드>와 <디스틸드 - 아프리카와 중동 확장> 내년 초 출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