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통과 추리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게임, "디크립토"
안녕하세요, 제제난입니다.
오랜만의 리뷰네요. 오늘은 보드게임 긱 랭킹 400위권에 평균 평점 7.8점으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디크립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뭔가 구식 암호 해독기 느낌의 박스>
영어로 'Decrypt' 라고 하면 '해독하다' 라는 뜻이죠.
이 게임은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 상대 팀의 비밀 코드를 해독해나가는 게임입니다.
<가림막에 단어 카드를 꽂으면 내용이 잘 보이게 된다>
위 사진처럼, 각 팀의 코드는 어떤 단어 카드와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사진에서 검은색 팀의 코드 '1' 은 '도서관' 을 의미하는 것이죠.
모든 플레이어가 자기 팀의 단어를 확인했으면, 팀마다 한명씩 이번 라운드의 '코드 마스터' 를 정합니다. 코드 마스터는 일종의 출제자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디스크 모양의 코드 카드를 뽑아서 자기만 몰래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 코드를 같은 팀이 맞힐 수 있도록 힌트를 줘야 하죠.
<이 디스크가 익숙하다면 당신의 연령대는...>
양 팀의 코드 마스터는 생각한 힌트를 자신의 팀 추리 용지에 적어놓습니다. 힌트는 일반적으로 명사형 단어를 많이 쓰게 되는데, 사실 문장, 춤, 노래, 마임 등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주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코드 카드에 나온 코드를 순서대로 연상할 수 있도록 주어야 합니다. 만약 검은색 팀이 위 사진의 1,4,3 이 적힌 코드 카드를 뽑았다면, 도서관-출산-바나나가 차례로 연상되도록 힌트를 줘야한다는 얘기죠.
양팀 모두 코드 적기를 마치면, 이제 코드를 추리할 시간입니다. 흰색 팀의 코드마스터부터 자신의 힌트를 불러줍니다. 그러면 흰색 팀과 검은색 팀 모두 그 코드가 무엇인지 맞혀야 하지요.
<흰색 팀은 흰색 면에, 검은색 팀은 검은색 면에 1라운드 힌트를 적었습니다.>
흰색 팀의 힌트는 '영화-아메리카-메디슨' 입니다. 흰색 팀의 단어는 순서대로 '다리-거울-스파이-우두머리' 였죠. 흰색 팀원들은 자기 팀의 단어를 알고 있으니, 코드를 맞히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추리해보세요. 각 힌트가 어떤 단어와 연관되는지 말이죠.
검은색 팀도 힌트를 듣고 코드를 맞혀야 하지만, '영화-아메리카'메디슨' 만 가지고는 당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을겁니다. 이렇게 아무런 단서가 없는 1라운드에서는, 상대 팀의 코드를 맞히는 과정은 생략합니다. 즉 흰색 팀원들이 추리한 코드를 공개하고, 흰색 팀 코드 마스터는 정답을 공개해서 추리가 맞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합니다. 검은색 팀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고, 흰색 팀 코드마스터가 불러준 정답을 확인해서 추리용지 하단에 잘 기록해둡니다. 상대의 코드를 맞히기 위한 최초의 힌트가 생긴거죠!
<정답은 3,4,1 이었습니다. 추리 용지 하단부에 각 힌트를 잘 기록해두세요!>
그리고 똑같이 검은색 팀도 이를 반복합니다. 검은색 팀 코드 마스터가 힌트를 내면, 나머지 검은색 팀원이 이를 추리하고, 코드 마스터가 정답을 공개하고, 흰색 팀은 이를 적어두는 것이지요.
이렇게 두 팀이 번갈아서 차례를 마치면 한 라운드가 종료됩니다.
대략적인 흐름이 파악되셨을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2라운드부터 시작됩니다. 이제부터는 상대 팀의 힌트를 듣고, 1라운드에 얻었던 단서를 토대로 상대 팀의 코드를 추리해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실패해도 좋습니다. 힌트는 계속 누적되므로,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상대 팀 코드가 대강 어떤 '카테고리' 를 지니고 있는지 유추가 되거든요.
<2라운드가 끝날 때 상황입니다. 검은색 팀은 흰색 팀의 코드를 3,4,2로 추리했지만, 정답은 2,4,3이었습니다.>
게임의 승패는 매 라운드 추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 같은 팀의 코드를 맞힌 경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상대 팀의 코드를 틀린 경우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같은 팀의 코드를 틀린 경우
검은 색 토큰을 하나 받습니다. 이걸 오답 토큰이라고 하는데, 오답 토큰을 2개 받아버리면 그 팀이 패배합니다.
- 상대 팀의 코드를 맞힌 경우
하얀 색 토큰을 하나 받습니다. 이걸 해독 토큰이라고 하는데, 상대 팀의 코드를 훌륭히 해독했으므로 받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개를 모은 팀이 승리하게 되죠.
무승부 상황이 생기면 그 때는 상대 팀의 단어를 '정확히' 유추해서 많이 맞힌 팀이 승리합니다. 사실 그와 관계없이 상대 팀의 단어는 너무너무 궁금해서 게임이 끝나면 승패여하를 막론하고 물어보게 되지만요.. ㅎㅎ
이 게임을 해보고 느낀 감상은, 서로 소통하기 좋은 게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게임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코드 마스터가 힌트를 내면서 '같은 팀이 코드를 맞히도록' 해야한다는 점인데, 간접적인 힌트를 보고 정답을 유추해내는 과정에서 팀원들이 코드 마스터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하게 되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알아간달까요? 그렇게 공감대 형성을 하면, 자연스럽게 매 라운드가 끝날 때, 또는 게임이 끝났을 때 서로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늘어나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상대 팀의 코드를 추리하는 쫀득쫀득한 느낌도 빼먹을 수 없구요. 괜히 평점이 높은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 그리고, 플레이어 수가 홀수여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인원이 홀수여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실패하기 어려운 게임이니,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한 번쯤은 꼭 해보시길 권장하고 싶네요. :)
그럼 이만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보드게임 라이프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