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리아 킥스타터 성공과 그 뒷이야기
안녕하세요?
몇 달 전 신작 보드게임 킥스타터 런칭을 준비하며 겪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정리해 올렸던 김군호라고 합니다.
저희 캠페인 "샤오리아: 전국시대"는 지난 7월 5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나름대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한 달 동안 총 $86,694를 펀딩할 수 있었는데요, 현재 환율 1200원을 적용하면 대략 한화로 1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입니다.
킥스타터 기준으로 봤을 때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의 첫 작품이며 한국에서 준비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저희 내부적으로는 큰 성공이라고 평가하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웠던 점은 한글판 출시가 무산되었던 점입니다.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분들도 많았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글판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추가 인쇄비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저희가 처음 출시하는 게임이다보니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는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언해주신 것처럼 다음 작품부터는 이노펀딩이나 와디즈 등에서 한글판을 처음부터 동시 런칭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킥스타터를 진행하며 겪었던 몇 가지 재미있었던 뒷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가장 기뻤던 순간
킥스타터를 진행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을 2개 꼽자면 물론 첫 번째 순간은 1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펀딩이 마무리된 순간일 겁니다.
저는 두 번째 순간으로 샤오리아가 킥스타터에서 선정하는 추천 프로젝트인 "Project We Love"에 선정된 순간을 꼽고 싶습니다.
600개 가까이 되는 게임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킥스타터에서 편집 팀의 눈에 저희 게임이 들어왔고, 그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처음 선정 이메일을 받은 순간 굉장히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 이메일은 안 지우고 아직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Project We Love 선정은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사이트 내에 상위노출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펀딩에 큰 도움이 되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2. 보드게임 커뮤니티의 힘
샤오리아: 전국시대의 룰북은 현재 1)영어, 2)한국어, 3)그리스어, 4)프랑스어, 5)독일어, 6)중국어의 여섯 가지 언어로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영어와 한국어의 경우 제가 작성을 했지만 나머지 그리스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의 경우 순수 팬들의 참여로 번역이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이 분들은 아무런 금전적인 대가를 받지 않고 번역을 진행해줬습니다.
몇몇 분들은 추후 게임 한 카피를 받는 것을 대가로 번역을 해줬는데, 저희 룰북이 36페이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무료로 해준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걸 번역 에이전시에 맡겼다면 수십~수백만원의 견적이 나왔을 테니까요.
세계 보드게임 커뮤니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보드게임 하시는 분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한 것 같네요!
3. 소매 유통
킥스타터를 진행하는 내내 세계 각지에 있는 다양한 보드게임 온라인 및 오프라인 샵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들은 킥스타터 이후 자신들의 매장에서 샤오리아를 팔기 위해 적게는 5카피~ 많게는 50카피까지 다양한 수량의 게임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한국에서는 좀비사이드 시리즈로 유명한 CMON에서 연락이 왔던 일입니다.
CMON은 꽤 규모가 큰 보드게임 퍼블리셔로, 좀비사이드 시리즈, 기즈모, 라이징선 등 굉장히 유명한 타이틀들을 퍼블리싱 했습니다. 최근에는
킥스타터에서 블러드본의 보드게임 버전을 런칭하기도 했었죠.
저 역시 잘 알고 있는 퍼블리셔였기에 그들의 연락이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CMON이 제안한 것은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태국에서 샤오리아를 유통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가지 방식을 제안했는데, 1)저희가 제품을 생산하여 CMON에 납품을 하면 CMON이 각국에 있는 소매 파트너들을 통해 유통을 하는 방식, 2)저희가 일정 퍼센트의 로열티를 받고 CMON이 제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만약 저희가 CMON과 계약을 한다면 저희가 제작한 샤오리아가 CMON에게 판매가 되고, 다시 CMON의 국내 파트너(제가 알기로는 보드엠인데 확실하진 않네요)를 통해 한국에 유통되는 복잡한 그림이 연출 될 수도 있겠죠 하하.
하지만 CMON이 제시한 조건이 썩 좋지는 않아서, 어떤 식으로 글로벌 소매 유통에 접근해야 할지 현재 고민하는 중입니다.
4. 평가들
게임 창작자로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누군가가 실제로 플레이하고 그 경험에 대한 평가를 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저 역시 글로벌 서포터즈들과 다양한 보드게임 리뷰어들에게 게임을 보내고 그들의 피드백을 기다릴 때가 가장 긴장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다듬어지지 않은 프로토타입임에도 80% 정도 되는 분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당연히 샤오리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계셨는데, 프로토타입을 받아보신 분들의 20% 정도가 부정적인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제가 받았던 긍정적인 평가 중에 가장 힘이 되었던 이야기는 Dice Tower의 Mark가 해줬던 이야기입니다.
공식 리뷰에서도, 저와 개인적으로 나누었던 메시지 대화에서도 "Fantastic"하다는 표현을 써줬고, Mark가 정말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Dice Tower는 영어권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보드게임 리뷰 채널인 만큼 Mark의 한 마디가 저희 매출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많았던 부정적 피드백은 '밸런스'였습니다.
샤오리아는 크게 보면 문화를 쌓는 전략과 공격을 하는 전략의 두 가지 승리 전략이 있습니다. 여기서 공격이 문화에 비해 조금 불리하다는 것이 전체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보다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목표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었고, 다양한 서포터즈들과 몇 달 전부터 협업하여 벨런스를 수정하였습니다.
지속적인 수정과 플레이테스트로 다행히 지금은 이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 되었습니다.
물론 밸런스에 완벽함은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남은 시간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여 가능한 가장 완성도 높은 게임을 후원자 분들께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경험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 벌써 글이 꽤 길어졌습니다.
사실 위에 적어드린 것 외에도 이야기할 것들은 정말 많습니다.
1년을 개발했고, 또 몇 달간을 준비해서 런칭한 킥스타터 였으니까요.
저희 팀은 현재 샤오리아: 전국시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8월, 늦으면 9월 내로 게임의 최종 밸런스와 디자인이 확정 될 예정이고 공장에 생산 주문을 넣게 되겠죠.
그 이후에는 샤오리아 확장판과 신작 준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정리 되지 않고, 개인적인 제 이야기를 지금까지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에서 많은 용기 얻었던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고 보드게임 디자인이나 킥스타터에 꿈을 갖고 계신 분들이 종종 연락이 오곤 합니다.
연락 주시는 분들은 최대한 만나 뵙거나 전화 통화를 통해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많이 전달해드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워낙 준비할 일이 많고 고된 일이기에, 제가 했던 고생들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하신 점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쪽지나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제 이메일은 inspiremelong@gmail.com 입니다.
감사합니다.
김군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