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만이의 워게임 리뷰 12. 영렬천추
이번 게임과 다음 게임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던 게임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한번 복기를 해보겠습니다.
영렬천추(The Everlasting Glory)
1. 역사적 배경
1937년부터 1945년에 이르는 중국과 일본과의 전쟁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기억을 잠시 떠올려 보면, 일본이 드디어 그 야욕을 드러내어,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괴뢰국인 만주국을 건설하였다. 그리고는 진주만을 공습하여,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일본이 패망하자, 중국에서는 국민당 정부와 공산당 정부가 국공내전을 벌여 국민당이 대만으로 쫒겨났다.
이정도로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주사변과 일본 패망사이에, 중국은 결코 놀고 있지 않았습니다. 독일을 패망으로 이끌었던 것이 소련의 엄청난 희생이었던 것 처럼 일본을 패망으로 이끈데는 중국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잘 싸웠고, 당시 일본의 실제적 문제였습니다.(일본의 태평양 전쟁 사상자의 절반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게임은 이러한 중국과 일본과의 8년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 디자이너와 출판사
디자이너는 Leonard To로 생소한 이름입니다. 이전에 War of the Suns이라는 같은 역사적 배경의 플레이 타임 1800분짜리 몬스터 게임을 mmp에서 낸 경력이 유일합니다. 회사는 Formosa Force Games사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게임잡지와 인디 워게임을 만드는 대만의 작은 퍼블리셔입니다. 디자이너는 War of the Suns를 바탕으로 이를 발전시켜 영렬천추를 디자인 했다고 하는데, War of the Suns를 모르는(알고 싶지도 않고) 저로서는 대체 어떤 부분이 발전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긱 평점은 6.8점(워게임이 6.8이면 아주 낮은 수준입니다.) 긱 워게임 순위는 산정대상이 아닙니다. (너무 적은 투표수)
3. 게임만의 특징
(1) 테마가 독특합니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일 전쟁을 테마로 하였다는 사실 만으로도 대단히 매력적이었습니다만, 이러한 테마는 양날의 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어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디자이너는 본인의 전문 분야라는 사실에 몰입되어, 역사적 사실을 룰과 카드로 디테일하게 구현하려고 하였습니다. (보통 이런경우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역사적 배경을 자세히 룰복이나 카드에 설명하곤 하는데, 일체 없습니다.)
(2) 디자인이 좋지 않습니다. 비록 워게임이 디자인보다는 시스템으로 승부를 보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독성 문제는 좀 심각합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다시피 별로 지도를 쳐다보고 싶지 않은 색감입니다. 게다가 국경선과 철도, 도로, 도시가 일관성 없이 제 기준으로 지저분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포인투 투 포인트 시스템이 아닌 에어리어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지도상에 이렇게 많은 걸 그려넣고 보기 어렵게 만든 지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3) 본인이 룰북에 분명히 카드 드리븐 게임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건 카드 드리븐 게임입니다. 왜냐하면 카드가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을 확연히 반영한 것도 아니고, 전체 시스템에 녹여 버렸습니다. (a 장군이 해당 시점에 활약하였으며로 a 장군 그림이 있는 카드를 해당 시점에 사용한다. 이런 식입니다.) 이럴 거면 그냥 다른 시스템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카드 드리븐 워게임의 장점이 바로 비교적 쉬운 접근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4) 전투가 복잡합니다. 전투력을 전부 더하고, 다시 계산을 해서 결과를 산출한 후 그 비율로 전투력을 깍습니다. 이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합니다. 이것이 최선이었을까요?
(5) 룰이 복잡하고 예외룰이 많습니다. 특히나, 독특한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이미 있는 워게임 용어 대신 자신만의 독특한 용어를 사용하여, 룰북을 해석하기 대단히 힘들었습니다. 추가로, 중국어를 구글 번역기로 영어로 번역한 듯한 영문룰북은 그야말로 절망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해본 유저도 극히 적어서 긱에도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덕분에 와 내가 이 게임도 번역해서 돌리는데 세상에 못 돌릴 게임이 없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4.실제 플레이
한시간도 되지 않아서 끝난 결과입니다. 해안지역으로 일본군이 진입하고 있고 방어하던 중국군을 제압하고 승리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이상입니다.
5. 평가 : 긱 점수가 높은 데는 이유가 없지만, 낮은데는 이유가 있다. 디자이너는 영문판을 내고 싶었으면(심지어 카드는 제작시부터 중문-영문 동시 표기) 영어공부를 한참 더 해야 했다.
난이도 : 별 다섯개 만점에 별 네개 반
개인적인 재미 : 별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