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친척들과 겜 돌린 간단 후기 (사진 얼마 없음)
제 또래 친척들은 보드게임하면 부루마블밖에 모르고 또 뭐 아는거 있냐 하면 한참 생각하다 젠가, 할리갈리까지 안다면서 '나 꽤나 보드게임 잘 알지않냐'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별 생각없이 보드게임 몇개를 가져갔는데 임호텝과 레지스탕스가 흥했었습니다.
임호텝은 보드게임 초보가 하기에 룰이 편하고, 딴지 요소가 아주 쌘데다가, 게임 시간이 빨랐던게 가장 주요했던것 같고요
아발론은 50대 어른들까지 다 껴서 했었는데, 어른들이 나이때문에 룰 이해 못하는 척 하면서 훼이크를 주는 등 놀라운 게임 이해도를 보여줘 정말 놀랐었습니다. 역시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 먹을수록 이런 부분의 스킬이 늘어나는것인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더군요.
아쉽게도 이번 추석은 아발론을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이라는 강적때문에 어른들은 모두 티비앞으로 가서 제 또래의 20대 6명이서 게임 몇개를 돌렸습니다.
임호텝은 이번에 안가져갔는데 다들 배타는 게임 안가져왔냐고 물어보더군요. 아 피라미드나 이집트가 아닌 배타는 게임이라니... 듣고보니 그럴법 합니다.
팬데믹 이베리아 -4인
사진을 안찍어서 예전에 했던 사진으로 대신 올립니다.
나름 난이도가 쉽다고 생각했고 보드게임의 신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서 가져갔습니다.
협동게임이라고 하니 다들 놀랐습니다. 아니 보드게임에 협동게임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건가??!! 하면서요.
이베리아 반도가 낯설어서 테마에 잘 못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대항해시대다, 라리가다 해서 다들 아는도시들 나왔다고 보드판 보자마자 신났습니다.
친척들이 모바일,컴터게임을 좋아하고 자기들 입으로는 다이아 밑은 사람도 아니고 오락실은 가기만하면 원코인클리어에 맨날 치킨먹는다 해서 그냥 하면 심심할까봐 실제질병규칙을 넣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협동보드게임이고 뭐 이리 액션 기회를 많이 주냐며 금방 깨고 다음것 하자 하다가 점점 퍼지는 질병카드들을 보고 '아 이러면 좀 할만하네' 하더군요.
그리고 중반부에 대확산으로 망해버렸습니다.
아니 이 게임하면서 대확산으로 망한건 전 처음봤습니다. 오히려 적은 인원으로 했을때는 훨씬 수월했는데요 (위 사진은 예전에 2인플할때의 사진인데 보시다시피 깼습니다)
다들 빠른 룰 숙지에도 불구하고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다 연쇄확산 빵빵 터지고 이베리아반도는 아비규환으로 가득했습니다.
다음판은 이제 좀 알겠다며 3인으로 돌려봤는데 아까 말한 룰 하나 더 있지 않냐며 병원룰까지 껴 넣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베리아반도는 더 빠른시간안에 망했습니다.
자기들 욕심에 철도도 안놓고 도시만 이리저리 모으며 병원설립하다가 몰려드는 환자들에 그냥 망했습니다. 아마 다들 실제론 브론즈지 않나 생각됩니다.
여하튼 재미있었습니다. 룰 설명이 짧고 금방 돌아오는 차례덕에 금방 룰숙지가 되고 게임도 이뻐서 초보자한테 확실히 잘 먹힌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 터치 크라켄 -6인
나쁜놈이어도 부담이 없어서 확실히 마음편한 마피아게임인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크라켄은 해적팀에게는 허무함을 해골팀에게는 안도를 주네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술먹으면서 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명절이었는데 좀 분위기를 못살렸네요.
아 그리고 해골 일러스트가 뭔가 분위기가 그리 나쁜놈? 스럽지 않아서 (그리고 해적도 뭔가 착한놈 스럽지 않아서)
처음 사람들에게 이 게임을 알려주면 내가 지금 보물을 찾아야하는건지 막아야 하는건지 구분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설명할때도 하필 해적, 해골이라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헷갈립니다 ㅋㅋ
암튼 부담 덜한 괜찮은 마피아 게임 같습니다.
리버탈리아 -6인
정말 이거만한 파티성과 심리전 전략성이 잘 버무려진 게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할때마다 늘 꿀잼을 주네요. 특히 원숭이신께서 등장하면 분위기가 아주 미쳐버립니다.
그리고 이 게임 할때마다 정말 신기한 증상은 꼭 내가 분명 내지 않은 해적이 갑자기 배 위에서 등장한다는 겁니다.
온갖 권모술수와 협잡이 판을 치고, 대의를 위하냐 아니냐를 선택하는 기로에 서게되는
캡틴 잭스페로우부터 버기선장까지 되게 만드는 해적테마를 잘 살린 게임입니다.
위너스서클 -6인
1라운드 끝날때쯤이면 다들 좀 지루해합니다. 아 이거 3라운드까지 언제하나
근데 보드피아서클은 다릅니다. 메탈코인좀 손에 쥐어주면 2라운드 시작하자마자 눈빛이 달라집니다.
주사위가 말머리냐 말발굽이냐에 따라 환호와 탄식이 들려옵니다.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경주의 광기에 점점 빠져듭니다. 2라운드가 끝날때쯤
누구 한명이 얘기를 꺼냅니다. 뭐 걸자고, 아마도 다들 누군가가 그 말 하기를 기다렸을겁니다.
그렇게 시작됩니다. 상금이 2배로 뛰는 3라운드, 위너스서클이 제일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이미 이름도 외우고 있는 자신들의 애마에 두배씩 배팅합니다. 그리고 말발굽이 나오길 기도하며 주사위를 던지며 외칩니다. '떡상 가즈아아'
크툴루 뺨치는 광기의 레이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