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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버전의 설정에서 사건만 바뀔 줄 알았는데, 이번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으로 재탄생했네요. 이전 버전에서 느꼈던 불편함(특히 단서 재확인)도 캐릭터 시트와 물품 요소 덕분에 많이 해소되었다고 느꼈습니다. PDF상에 메모를 남겨 가며 플레이하니 출력할 필요도 없이 아주 간편하네요. 제가 느낀 재미의 지점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1. 이전 버전에서 단서를 제공하던 원고지 형태는 시각적으로는 매력적이었으나 유의미한 단서를 추려 내기가 다소 번거로웠습니다. 이와 달리 이번 이야기에서는 단서 코드가 대부분 직접 제시되다 보니 추리와 단서 조합에 집중할 수 있어서 재미의 밀도가 높았습니다. 기존의 형태도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일부 확대된 단서나 몬스터, 지도 등에 적용하신 것 같은데, 이런 부분도 마치 확대경을 들이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결 역동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2. 아이템과 단서를 수집할 때마다 가능한 조합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게임 속 세계 또한 확장되는 듯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실제 지도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그럴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그 이상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단서 점수를 모으다가, 특정 조건을 충족할 때 최종 단계로 나아가는 시스템 덕분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마치 탐정소설 속 탐정이 범인을 지목하기 전, 잠시 숨을 돌리며 용의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는 것 같은 장치였습니다. 덕분에 어떤 호흡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든 갑작스러운 느낌 없이 에필로그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텍스트 중심의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일부 단서들에 시각적인 요소를 가미한 점, 특히 OO의 모양을 확인하기 위해 인물들의 모습까지 다시 확인하게 만든 점은 아주 재미있는 반전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건마다 새로운 장치가 추가될 것이라 생각하니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네요. 재미와 별개로 느낀 점을 몇 가지 정리하자면... 1. 캐릭터 시트 덕분에 단서 재확인이 한결 쉬워졌지만 여전히 여러 단서를 한 번에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PnP의 편의성을 배제하고 보면, 포켓 디텍티브 등의 게임처럼 각각의 코드에 해당하는 내용을 카드로 처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이러면 이미 확인한 단서들만 따로 앞에 펼쳐 놓고 필요할 때마다 확인하거나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 상태에서도 시나리오를 출력 후 단서들을 모두 잘라서 분리해 놓고 플레이하는 게 더 편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지도 같은 경우 여러 번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따로 창을 띄워 놓고서 플레이하기도 했고요. 저처럼 PDF로 플레이하는 경우 단서 코드가 텍스트 검색에 잡히면 좀 더 편리했을 것 같습니다.) 2. 지엽적인 내용이지만, 단서 중에 몬스터인 슬OO에 X를 뿌리면 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물품 가운데 X를 직접 뿌리는 옵션은 없고 다른 도구를 이용해 찔러 줘야 해서 살짝 헷갈렸습니다. (정확히 계산했는지 모르겠지만) 단서 28점 전투 7점으로 총 35점을 받았는데 설마 100점 만점은 아니겠지요. 무엇보다도 아주 재미있게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쉽지 않은 시도였을 것 같은데 이렇게 좋은 작품을 즐기게 해 주셔 감사합니다.

202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