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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짬이 풀린 후 구할 수 있었던 대망을 1년에 걸쳐 읽으면서 (초반 및 중간중간 어찌나 지루하던지 다 읽은 게 용합니다) 일본 전국시대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노부나가나 히데요시 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전쟁으로 피폐화 된 미카와를 조기에 안정시키고, 노부나가 사후 다케다 영지를 금방 소화시키고, 후에 간토지방을 평정하는 등 행정에 능한 인물이었고 신겐에게 대패한 미카타하라 전투 외에는 이렇다 할 패전이 없을 정도로 군략에 뛰어난데다 심지어 오래(!) 살기까지 한 대단한 인물입니다. 일본에서는 이에야스를 살쾡이나 너구리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그만큼 귀계에도 능하고 실행력도 무서울 만큼 단호하단 얘기겠죠. 사실 세키가하라 전투도 결과만 보면 도쿠가와의 일본통일과 에도막부의 성립이지만 그 시작과 진행은 토요토미 가문의 내분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도쿠가와 가문의 전력은 후계자인 히데타다가 이끌고 오고 있었는데 도착이 늦어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고 이에야스는 노병으로 구성된,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병사들만 끌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즉 토요토미의 가신들은 자기들끼리 싸우고 자기들의 전력만 손실이 났지만 도쿠가와 좋은 일만 해준 것이죠. 저는 정치가와 행정가는 나라를 다스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반면 행정가는 업무의 기준이 명확해서 변화가 없어야 하고 정책에 신뢰를 담아야 하지만 정치가는 사람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시다 미쓰나리는 뛰어난 행정가였지만 정치에는 서툴렀기에 인망이 높지 못해 서군의 장악력이 높지 못했고, 이에야스는 뛰어난 행정가이자 정치가였기에 동군의 신뢰를 얻어 주력이 전투에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동군 전체를 아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세키가하라를 구입하고 아직 뜯어보지도 않았는데, 빨리 정리해서 어떻게 당시 상황이 게임에 녹아져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네요.

2023-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