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CLUES 레오폴드 3부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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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CLUES 레오폴드 3부작(이하 ‘50클루’)는 잔인한 스토리를 표방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 한 거 같습니다. 저는 특히 게임을 30번밖에 못 한다는 점이 마음에 안 들어 외면하다가, 최근 스토리가 강조된 방 탈출 게임에 관심이 생겨 중고로 구매해 플레이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1부를 끝낸 직후에 찾아옵니다.
‘이렇게 형편 없는 게임을 두 번이나 더 해야 된다구?? ㄷㄷ’
라는 생각 때문이죠. 이 게임을 플레이한 분들은 많이들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다급히 내다판 분들도 계실 테구요... 하지만, 2부와 3부는 (놀랍게도) 의외로 괜찮은 게임을 보여줬습니다. 스토리와 게임성으로 인해 호불호가 강하게 갈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이죠.
이 게임은 언락을 엄~청 많이 참고한 게임이라, 먼저 언락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언락 vs 50클루
저는 언락에
(1) 암호를 입력하는 방 탈출 게임 (2) 아이템을 사용하는 어드벤처 게임
이렇게 두 가지 게임이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50클루의 기본 규칙은 언락과 사실상 똑같기 때문에, 50클루도 방 탈출 게임과 어드벤처 게임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 언락은 방 탈출 게임이 주가 되고, 어드벤처 게임, 스토리 순으로 비중이 줄어든다면,
언락: 방 탈출 게임 > 어드벤처 게임 > 스토리
50클루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방 탈출 게임, 어드벤처 게임, 스토리의 비중이 비슷하기 때문이죠.
기본 규칙 외에도 50클루가 언락을 참고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2. 50클루 1부의 방 탈출 게임
그건 바로 언락이 초기에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 방법입니다. 제가 예전 글
에서, 언락이 초기에 방 탈출 문제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테이블에 문제와 단서를 잔뜩 깔아 놓게 해, 플레이어가 상당히 피곤하고 지쳐 결국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적었는데, 50클루 1부가 이 방법을 답습한 겁니다. 그냥 답습한 정도가 아니라, 언락과 엑시트에서는 더이상 쓰지 않는 이 방법을 아주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사용했더라구요.
예를 들어 보면, 단서가 등장한 후 한~참 뒤에 사용되거나, 어떤 문제에 사용해야 할지 헷갈릴 만한 타이밍에 단서가 튀어나오는 거죠. 전반적으로 좀 짜증나고 지쳐서
“에이, 그냥 힌트 보자.”
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더라구요.
3. 개연성
1부의 방 탈출 게임이 보여 주는 아쉬움은 더 있습니다.
‘에이~ 설마 이건 아니겠지?’
라며 답을 입력했는데 정답이어서 너무 심했다 싶을 때도 있고, 단서가 있어야 될 거 같은 곳에 단서가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제가 한 번 더 플레이하며 복기해 보니 (당황스럽게도) 개연성은 높았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좀 어설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문제가 풀린다는 거죠. 특히나, 이런 어설픈 문제 때문에 개연성이 약~간이나마 의심스러운 1부와는 달리, 2, 3부는 경쾌하게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 개연성이 확실했습니다.
긱커멘트를 읽어 보면, 1부마저도 ‘문제는 괜찮다’는 평이 자주 보이는데,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4. 50클루 1부의 어드벤처 게임과 스토리
1부의 어드벤처 게임은 다소 억지스럽거나 황당한 (혹은 우스꽝스러운) 때도 간혹 있었지만, 그래도 1부에서 제일 괜찮은 건 (언락보다 비중이 커진) 이 어드벤처 게임이었습니다.
한편, 1부의 스토리는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재미가 좀 덜하긴 하지만, 최근에 플레이했던 어사일럼 이스케이프보다는 좀 스토리 같았습니다. (어사일럼 이스케이프는 전체적인 스토리는 좀 별로지만, 텍스트가 많은 만큼 디테일과 긴장감은 꽤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1부는 방 탈출 게임, 어드벤처 게임, 스토리 모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보드게임긱에서 1부의 유저평균평점이 6.5인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방 탈출 게임 6.0, 어드벤처 게임 7.0, 스토리 6.5 정도이지 않을까 싶네요.
5. 50클루 2, 3부
하지만, 2, 3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카드가 테이블에 별로 안 깔리고, 좀 깔린다 싶을 때도 어떤 단서를 어떤 문제에 연결할지 분명하게 알 수 있어서, 방 탈출 게임이 아주 깔끔하게 진행됐던 겁니다. 어드벤처 게임도 역시 깔끔하게 진행됐는데, 덕분에 스토리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구요. 스토리 진행도 이제는 속도가 붙어서 2부를 마치고 바로 3부를 플레이했네요.
더욱이, 2, 3부는 방 탈출 게임, 어드벤처 게임, 스토리가 서로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졌고, 이 세 가지의 밸런스도 좋았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연성도 좋아, 힌트를 안 보고 경쾌하게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었구요.
6. 추천 vs 비추천
게임의 잔인한 내용 때문에, 아내는 플레이 중에 자신의 의견을 차마 말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제가 자기를 이상한 눈으로 볼까 봐 그랬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로 스토리가 상당히 잔인한데, 금기를 건드리는 탓에 묘한 쾌감도 주기는 하더라구요;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와, 재밌다!’
가 아니라, 불쾌한 경험에서 오는 더러운 기분이 밀려드는데, 이런 기분이 들도록 의도된 게임이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게임인 만큼, 어떤 분에게 좋고 어떤 분에게 안 좋을지 말씀드려 보면요...
<추천> (1) 잔인하고 어두운 스토리를 보드게임에서 경험해 보고 싶은 분 (2) 언락에서 어드벤처 게임의 비중이 낮아 아쉬웠던 분 (3) 개연성 높은 웰메이드 방 탈출 게임이라면 어떤 게임이든 환영인 분
<비추천> (1) 비위가 약하거나 선을 넘는 스토리는 피하고 싶은 분 (2) 새롭고 혁신적인 방 탈출 게임을 경험하고 싶은 분 (3) 엄청난 스토리를 기대하시는 분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7. 마무리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이 게임이 방 탈출 게임, 어드벤처 게임,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락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만큼 방 탈출 게임으로서 새로움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스토리는 텍스트가 적은 만큼 디테일이 살아 있진 않지만, 기묘한 스토리라 어느 정도 흡입력이 있었고,
난이도는 힌트 없이 경쾌하게 플레이할 정도로 적절했지만, 이건 이미 많은 방 탈출 게임을 경험한 탓에 낯설지 않은 문제가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중요한 건 아니지만, 카드 일러가 흑백인데, 이게 스토리에는 잘 부합하지만 가~끔 카드 일러에서 단서를 찾아내는 게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만두게임즈에서 후속작을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것도 플레이할 예정입니다. 다음 스토리가 너무 궁금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내가 갖고 있는 게임을 앞으로 몇 번 더 플레이할 수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이 게임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뭘 근거로 중고거래를 해야 할까요?
50클루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