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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저는 방탈출 보드게임을 한심할 정도로 못해서 그동안 난이도가 낮은 것만 골라서 몇 개 플레이해 왔는데, 그동안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엑시트 시리즈에서도 드디어 난이도가 낮은 게임이 나왔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도전해 봤습니다. ‘심해의 보물선’말입니다.
방알못인 제가 짐작하기로, 방탈출을 잘하기 위해서는
관찰력, 눈치, 경험
이렇게 세 가지가 필요한데... 저는 관찰력, 눈치가 빵점이지만 그나마 방탈출 보드게임에 대한 경험치가 약~간 있는 편이고, 아내는 관찰력과 눈치는 좋지만, 방탈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가며 탈출에 성공해야 했습니다.
플레이에 돌입하니, 역시나 눈치 빠른 아내가 주도하고, 제가 가~끔 경험을 살리면서, 대체로 어렵지 않게 해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참 동안 끙끙댄 문제도 두 개 있었습니다.
이 두 문제 모두, 초반에 여러가지 설익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암호 해독용 원판에 답을 입력해 봤지만 (당연히)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거기서 막혀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어야 될 거 같은데, 의외로
“그럼 이렇게도 한 번 해볼까?”
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될 정도로 다양한 접근이 가능했고, 그런 과정에서 그 전에 못 봤던 단서를 관찰하게 되거나, 그 단서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정답에 한 발씩 더 다가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나가다 보면
“아~ 그렇구나!”
라며, 확신을 가지고 정답을 맞히는 순간이 오는데, 그만큼 문제가 억지스럽지 않고 개연성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편 두 문제 모두 처음에 웃으며
“혹시 이게 답은 아니겠지?”
라며 말했던 것이 결국엔 정답 중 일부로 드러나는 바람에 많이 웃었고, 이를 두고 아내가
“게임에서 B급 감성이 느껴진다.”
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발견하기 쉬운 단서를 촘촘히 심어 놓으면서도, 단서들을 모두 끼워 맞춰 정답을 도출해 내는 과정은 만만치 않도록 문제를 설계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탈출에 성공했지만, 플레이 시간은 두 시간 반을 넘겼고, (이틀에 나누어 플레이했습니다;) 힌트도 서너 개 사용했기 때문에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에 머물르고 말았습니다. 낮은 난이도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엑시트 시리즈라서 그런 걸까요? 저희에게는 만만찮은 도전이었고, 쉽지 않았던 만큼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엑시트 심해의 보물선은 저희처럼 방탈출을 잘 못하거나 경험이 적은 이들이 도전해 보기에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적절한 난이도라, 문제를 해결했을 때 성취감도 좋고, 특히나 개연성이 높아, 상당히 웰메이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퍼즐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문제들이 퍼즐이라기 보다는, ‘내 생각을 맞춰 봐’에 가까웠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가 찾아보니, 엑시트 시리즈 중에서 난이도가 낮은 게임으로
이렇게 네 개가 있는데, 아내가 더 해보고 싶다고 해서 나머지 세개를 (한국어판을 기다리지 못하고) 영문판으로 주문하고 말았네요; 한 달 뒤에 도착하면 이 세 게임에 대한 후기도 적어 보겠습니다. |
